제4편을 시작하겠습니다.
이번 편부터는 영웅편으로 가는 흐름을 쫓을 것입니다.
사랑하는 세실리에게
흰색과 정적의 계절이 다시 왔어. 너는 몸이 상하지는 않았을까? 너에 대해서 생각하는 시간은 동쪽 끝의 섬나라에서 우울한 나날을 보내는 나에게 있어서 유일한 평온함의 소재이지만, 겨울은 그것조차 불안의 그림자로 가리려 해. 빨리 나에게 무사함을 전해주길 바래. 만약, 만일에도, 그렇지 않다면――지금 당장 이 편지를 던져 버리고 닥슨 박사의 진료소로 향하도록 해. 금전적인 걱정은 일절 필요없어. 야마토로 건너기 전에 제대로 이야기를 했어.
혹은 몸은 건강해도, 무언가 다른 걱정거리가 있는 건 아닐까. 그러한 때는 플로리다의 어머니를 의지해줬으면 해. 경건한 그녀가 이교도를 증오하는 것은 너도 알고 있겠지만, 더욱 더 미워하는 것이 있는 것에 대해서는 어떨까? 그녀는 한 번 가족이라 정한 인간이 불합리하게 상처를 입었을 때, 십자군마저 웃도는 전의(戦意)를 발휘할 거야. 적이 도적이라도, 수금봉투를 든 여왕기사이더라도――빵 가게의 주인이 오늘 마지막 흰빵에 붙인 불합리한 가격표이더라도. 그녀는 나에게 그러한 것과 마찬가지로 너를 사랑하고 있어. 어떤 사소한 고민이라도 상담을 걸어도 상관없어.
아아, 하지만 나는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걸까. 이만큼 너의 몸을 염려하고 있으니까, 지금 당장에 꺼림칙한 바다를 넘어서 돌아가, 이 양팔로 너를 껴안고, 모든 해악으로부터 지켜야 하는데. 너는 내가 그렇게 하지 않는 것에 대하여, 커다란 실망을 금할 수 없는 것이 아닐까? 나의 애정부족에 확신을 가져 버린 것은 아닐까?
세실리, 나만의 세실리, 너만은 나를 제발 이해해주길 바래. 사람의 형태를 한 것 중에서 내가 가장 사랑하는 것은 너야. 하지만 나는, 고향도 사랑하고 있어. 나와 너를 낳은 고향의 대지를.
아아, 위대한 고향! 이 사랑은 너에 대한 사랑과 나눌 수가 없는 것이야. 결코!
그러니까 나는 너와의 일시적인 이별을 받아들이고, 이교(異教)의 열등인종을 상대로 하는 임무에 종사하고 있어. 이 얼마나 기분이 가라앉는 나날일까. 아름다운 문화는 없고, 고상한 사람들도 없고, 너도 없는――그냥 좁을 뿐인 섬나라의 안쪽에 잘도 이만큼이라 생각할 수 밖에 없는 노란 원숭이의 무리만이 시야에 꿈틀거려. 전혀 인간성이 보증된 생활이라고는 말하기 어려워.
하지만 고향 마을에 대한 사랑――나아가서는 너에 대한 사랑이 나에게 인내를 요구한다면, 비록 백년이라도 참아 보이겠어. 물론, 그 백년을 일년으로 줄이기 위한 투쟁이라면 더욱더 기꺼이. 너도 이해해 주고 있는 것이라고 믿어. 우리는――그래, 우리는, 이 섬나라를 필요로 하고 있어.
자유와 평화를 위해서.
어린 대니에게도 부디 가르쳐 두었으면 좋겠어.
태어난지 얼마 안된 너를 내버려 두고, 먼 이국으로 사라져 버린 아버지는, 결코 고귀한 책무를 소홀히 한 것이 아니라――너의 미래를 행복으로 채우기 위해서, 우리 대륙의 미래를 획득하기 위해서,
<똑똑>
GHQ 병사 : 「소령」
「……뭐지」
GHQ 병사 : 「D8호가 출두했습니다」
「들여보내라」
GHQ 병사 : 「옛」
「헤헤……
이거 원, 오랫동안 연락을 못드렸습니다」
「얼굴을 맞대는 것은 오랜만이라곤 해도, 필요한 연락은 수시로 주고 받고 있었을 것이다.
무소식이라는 것은 적절치 않군. 그렇지 않으면 지금 건, 그 음울한 겸손의 미덕이라는 건가」
「케헷.
변함없이, 야마토어에 통달하셨군요」
「현지어의 숙련 따윈 임무의 범주. 당연한 일이다.
네 녀석들은 상당히 자기 나라의 언어가 난해하다고 믿고 있는 것 같구나?」
「아니었습니까」
「어처구니없다. 야마토어는 단지 원시적일 뿐이다. 요령만 파악하면 이해는 별 거 아니다.
신대륙 원주민이 쓰는 그림문자와 다르지 않아」설명을 듣기 위해서 네 녀석을 불렀다」
그쪽이 좋다면」
그럼 해명을 하지요」
당해 버렸습니다, 라고 밖에 말할 게 없어서……」
신카이에 갓산, 이었지. 그 둘이 큰 성과도 올리지 못한 채로 사라진 사실을, 나는 웃어 넘기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인가」
「수지가 맞지 않는다, 라고 말해요.
이쪽의 말로는……」
「검주는 귀중한 물자다.
1기가 전차 몇대, 병사 1개중대의 편성비용마저 웃돈다」
「예……
야마토로부터 몰수한, 귀중한 물자로군요」
「그것이 없어진 결과, 얻은 것은 뭐지?
조금의 살인사건과, 마을 하나의 괴멸」
「충분하지 않습니까. 뒤쪽은?」
「코스트를 던지는 의의가 없었다, 라는 점이 문제다.
그 마을을 멸한 것은 은성호이지, 네 녀석의 준비와는 아무 관계도 없다」
「결과적으로는, 그런 걸로 되어 버렸습니다」
「그 결과를 논하고 있다.
이의가 있나」
「터무니 없어요……」
「게다가 은성호는 아직도 정체불명의 존재. 그런 것이 아무리 흉행을 저질러 봐야, 우리의 목적에는 기여하지 않는다. 나는 야마토 무자의 흉행을 바랬던 것이다」
「즉, 네 녀석이 올린 성과는 영이나 마찬가지.
이의는?」
「……없어요……」
「좋다.
그렇다면 나는 네 녀석에게 앞으로 하나를 물으면 끝난다」
「소리마치 이치죠.
네 녀석은 무능한가?」
「헤, 헤, 헤……」
「……」
「옛하고 대답하면, 그야 편하겠지요?」
「그렇구나.
네 녀석이 그렇게 하고 싶다면 멋대로 하면 된다. 나는 별로 말리지 않아」
「히에, 헷……
뭐, 시간을 받아서, 조금만 설명이라는 걸 하게 해주시지요」
「상관없을까요? 가겟트 소령」
「선택의 자유는 이미 주었다」
「헤헤.
뭐. 별로 은성호 같은게 오지 않아도, 그 마을에서의 공작은 실패했었다는 이야기라서요……」
「오오토리 카나에의 건인가.
확실히 그녀의 행동은 나라도 예기치 못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녀를 적절히 배제할 수 없었던 것은 역시 네 녀석의 능력부족이다」
「그래서?
은성호와 오오토리 대위만 나타나지 않았다면, 이제 두 번 다시 실패하지 않는다고?
그렇게 말하고 싶은건가」
「아뇨, 아뇨.
뭐, 그리 이야기를 서두르지 말아주세요……」
「흐응?」
「은성호는 어쩔 수 없다고 치고.
오오토리양은 소령님의 쪽으로 어떻게든 할 수 있었어요.
하지만 그 밖에 하나 더, 처리하지 않으면 안 되었던 것이 있어서요……」
「실패의 원인이 아직 있었다는 것인가」
「갓산을 실제로 잡은 것은 그 녀석입니다. 본 것이 아닙니다만, 뭐, 틀림없겠지요.
아마도, 신카이도. 이쪽은 아직 조사 중입니다만」
「누구냐」
「경찰관입니다.
다만, 공식상은 없는 걸로 되어있는 모양입니다만……」
「갓산을 잡았다고 했구나?」
「예.
무자에요. 붉은 검주를 사용합니다」
「이름은 무라마사……
라고, 하지요」
「무라마사?」
「……불길한 이름이에요.
특출나게요……」
「경찰국이 비밀리에 무자를 거느리고 있다는 것인가?」
「예……」
「일을 처음부터 이야기해라」
「이건, 실례를.
그 마을에 오오토리 중위……아니, 대위가 나타났을 때, 총이 겨누어진 예의 대관은 격앙해버려서」
「대위를 베려고 했습니다만.
거기서 막으러 끼어들어서, 대관을 물리쳤던 것이 문제의 무라마사」
「……」
「그때부터인지, 처음부터 그랬던가는 모릅니다만……
양쪽은 손을 잡고, 대관님의 일당에 대항해 왔어요」
「최후는 대관과 갓산을 꾀어내서 격추……했겠지요, 뭐.
나는 그 전에 당해 버렸으니까, 지켜보지는 못했습니다만」
「그런 것치고는 단언했구나.
은성호가 아니라 그 무라마사가 대관들을 토벌했다고, 무언가 판단할 재료가 있는 것인가」
「대관이나 무라마사는 산의 주변에 있었을 것입니다만. 은성호는 그쪽으로는 오지 않았으니까요.
이건 확실합니다. 산에 있던 내가 살아 남았으니까 틀림없습니다」
「흠……
하지만 가능성으로서는, 대관과 함께 은성호에게 처리되었다고도 생각할 수 있을텐데」
「아니요.
그건 아니에요」
「왜지」
「바로 요전날, 모습을 보았으니까.
가마쿠라의 근처에서」
「무엇을 하고 있었지?」
「……글쎄요.
악인 퇴치, 같은 것을 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만」
「………….
그것이 무라마사 어쩌구의 행동원리인가?」
「헤에헤헤헤헤……!」
「……」
「네 녀석의 웃음은 항상 나를 불쾌하게 하지만……
오늘은 더욱 각별하구나」
「헤헤, 헤헤헷……
실례했습니다……」
「무라마사 어쩌구를 모는 기사의 이름은?」
「미나토 카게아키.
이 녀석과는 마을의 건 이전에 만난 적이 있어서요. 그 때에 경찰이라고 밝히는 것을 들었으므로……」
「호오?」
「가마쿠라의 거리에서, 무언가의 수사를 하고 있는 듯한 미나토와 엇갈렷다는 것 뿐인 이야기입니다만.
그 조금 후에 신카이가 당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그 때, 녀석과 함께 있던 3명의 학생이, 신카이――스즈카와 료우부의 제자이고, 게다가 사냥감으로 선택되어 버렸습니다」
「어째서인지 목숨은 건졌어요……
아니, 한 사람은 별건으로 죽어 버렸습니다만」
「즉, 신카이는 그 3명을 히롱하고 있는 중에 누군가에게 섬멸당한 것이군?
나머지 2명으로부터 사정청취는 했는가」
「그게 글렀어요.
1명, 그나마 나은 쪽은 신카이에게 눈이 으깨져 버려서요. 중요한 것은 아무것도 보지 못했습니다」
「또 한사람, 아가씨의 쪽은……
몸도 마음도 스크랩이라서. 도무지」
「흠…….
하지만 사건에 무라마사가 관여한 가능성은 농후하다는 것이구나」
「예…….
신카이도 갓산도, 아마도 처리한 것은 놈입니다. 경찰의 직무로서 하고 있는 것이라면, 향후에도 물어뜯으러 올지도 모르겠네요……」
「이쪽의 조치에」
「흥…….
네 녀석이 말하고 싶은 것은 이해했다」
「헤……」
「……경찰이라고?
바보같은. 그 겁쟁이들에게 로쿠하라를 상대할 기개가 있나」
「……」
「하지만……그렇기 때문에 비밀리인가?
뭐라하건, 방해로군」
「헤헷……」
「경찰이건 아니건, 마치 정의의 사도와 같이 행동하는 녀석의 존재가 소문이라도 나면……
우리의 계획에 중대한 지장을 초래한다」
「이미 나기 시작했어요.
그 자식, 제법 여러 곳에서 활약했던 것 같아서」
「……유예는 허락되지 않는다는 것인가.
그 무라마사가 영웅이 되고나서는 늦다」
「한번 탄생한 영웅은 이미 불사다……바로 그 본인이 죽어도 사람들 사이에서의 영웅상(英雄像)은 사라지지 않는다. 야마토 민중의 마음에서 무라마사는 살아간다」
「곤란하네요……」
「……아아.
영웅은, 우리 진주군만으로 좋다」
「…………」
「대처에 대한 의견을 듣지」
「제대로 된 경찰관이라면, 적당한 이유 붙여서 경찰국에 신병을 내밀게 해서, 어딘가의 감방에 집어넣어 버리면 끝나는 이야기이겠지만요…….
경찰국의 명부에 녀석의 이름은 없으니……」
「그런 녀석은 없다고 잘라 버리면 거기까지입니다」
「……」
「그렇다고 해서, 힘으로 하려고 해도…….
그 자식은 가마쿠라 서장의 사택에 숨겨져 있는 것 같아서요. 밀어붙이기에는, 좀 문제가 지나치게 많습니다……」
「당연하군.
강압적인 행위를 해서 시민의 반감을 사선 본전도 없다」
「예…….
그 점을 생각하면, 녀석이 돌아다니는 중에 노리는 것도 좋지 않군요.
시가지에서는 너무 눈에 띕니다」
「시가지에서는 말이지요……」
「……그러니까, 교외로 꾀어내서 처리한다.
그러한 것인가」
「헤헤……」
「수단은」
「녀석은 아무래도, 은성호에게 대단히 집착하는 것 같아서.
『정의의 사도』라면 그럴 만도 합니다만」
「……호오?」
「예의 마을의 대관이요. 무라마사에게 질문받았다는 듯 해서요. 은성호를 알고 있는가, 라고.
그리고 그 마을이 더듬은 말로를 생각하면……녀석은 대관을 노려서 나타난게 아니라」
「은성호와 쫓고 쫓기는 동안에, 우연히 들렀을 뿐인지도 모르겠군요…….
그렇다면 어째서 대관을 죽인건지……」
「……흥.
하지만 어쨌든, 『은성호』는 녀석에 대한 미끼로 써먹을 전망이 있다는 것이로군?」
「예」
「그럼 또 하나의 문제다.
끌어들이는데 성공했다고 해도, 어떻게 처리하지」
「헷헤.
뭐, 고생이겠지요……」
「이노우에 신카이는, 내용물은 초아마추어였다고 해도, 명물 중의 명물…….
나가사카 대관도 갓산의 영감도 보통 수단으론 안 되는 분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살해당해 버렸으니까요.
완전편성된 용기병 1개대대……빌려주실 수 있습니까?」
「……얼빠진 소릴 하지 마라」
「헤, 헤, 헤.
그렇다면……다른 수를 빌려서 처리할 수 밖에 없군요?」
「로쿠하라에 부탁하라는 건가.
그 탐욕스러운 개들에게 그런 말을 걸어봐라, 위압적인 태도로 무엇을 요구할지 모른다」
「1개대대보다 비싸게 들거다」
「멋대로 서로 물어뜯게 하는 것이 최고로군요.
꾀어낼 장소를 골라서……」
「어디냐」
「지난번에 주운 묘한 정보를 활용하는 것은 어떻습니까?」
「…………과연.
나쁘지 않다」
「일이 이상적으로 굴러가면 일거양득인가.
눈에 거슬리는 것이 둘 한꺼번에 정리된다」
「그렇습니다……」
「……괜찮겠지. 그 방침으로 진행한다.
내일까지 계획의 상세를 세워둬라」
「알겠습니다……」
「소리마치」
「네」
「실패는 두번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남의 실패에 참는 것도, 다」
「헷헤……!
나는 3번이라도 4번이라도 태연합니다만. 뭐, 소령님에게는 거기까지 인내를 기대할 수 없지요……」
[ESC]
소리마치 이치죠는 사람을 싫어하지 않는다.
자신의 정의를 확신해 전혀 의심치 않는――미쳤다고 밖에 생각되지 않지만!――그 소령마저, 예외는 아니었다.
어리석다고 조소하고, 모멸도 해도, 혐오감은 느끼지 않는다.
소리마치는, 인간을 좋아하는 것이다.
그날그날을 신중하게 보내는 시민도, 시민의 생활을 착취해서 살찌는 공무원도, 공무원에게 아첨해서 부정하게 돈을 버는 사업가도, 그런 자들을 미워해서 싸우는 용기의 소유자도.
차별없이, 소리마치는 좋아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과 말을 나누고, 혹은 칼날을 섞고, 혹은 이용하고, 이용당하고, 때려눕혀서 흙탕물을 마시게 하고, 걷어차여 쓰러져서 시궁창에 버려지고――
그러한 관계를 맺는 것을 견딜 수 없이 좋아한다.
선이든 악이든.
적이든 아군이든.
진지하게 사는 인간의 모습은, 소리마치를 즐겁게 만든다.
그러니까.
만약, 소리마치 이치죠가 누군가를 싫어한다면.
마음 밑바닥에서부터――
누군가를 미워한다면.
그것은.
「……헤, 헤, 헤……」
「헤엣헤헤헤헤헤헤헤……!」
제4편 진천기(震天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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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의 악을 미워한다는 것.
그것이, 아버지가 남긴 가장 큰 것이었다.
아버지는 가르쳤다.
악이란 무엇인가.
약탈,
속임수,
배신,
아첨,
하나하나를, 아버지는 가르쳤다.
아이가 고민하지 않도록 평이한, 하지만 신중한 말로.
그러니가 가르침은 이해할 수 있엇다.
하지만 모르는 것이 있었다.
왜, 악을 미워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인가.
왜 사람의 물건을 빼앗아서는 안 되는 것인가?
왜 사람은 속여서는 안 되는 것인가?
왜 사람은 배반해서는 안 되는 것인가?
왜 사람에게 아첨해서는 안 되는 것인가?
질문받아, 아버지는 머리를 좌우로 흔들었다.
――설명할 수 없다.
나는 악을 미워해야 하는 이유를, 조리있게 설명할 수 없다.
아니. 그러한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토쿠가와 시대에 호소이 헤이슈(細井平洲)라는 유학자가 나타나서, 진정한 신애(信愛)란 어린아이가 어머니를 믿듯이, 어머니가 아이를 사랑하듯이, 어째서 그렇다는 이유가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나는 확실히 그와 같다고 생각한다.
마찬가지가 아닌가?
악을 미워하는 것은 그것이 사람으로서 혐오받기 때문이며, 그 밖에 이유를 요구해서는 안 된다. 억지로 조리를 맞추는 것에 구애된다면, 오히려 본질로부터 멀어지는 결과를 부르리라.
왜냐하면 이론에 의해 악의 부정을 설명할 경우, 그것을 뒤집는 이론이 태어났을 경우, 악은 인정된다는 것이 될 수도 있다.
“필요악”이라는 사고방식이다.
자신의 몸을 지키기 위해서니까――
처음에 나쁜 짓을 한 것은 상대이니까――
어차피 대단한 일은 되지 않으니까――
악을 행해도 상관없다, 라는 사고법.
도리에 의한 악의 부정은 도리에 의한 악의 긍정을 낳는다.
그것은 틀렸다, 고 나는 생각한다――생각하고 싶은 것이다.
그러면 악은 결코 사라지지 않으니까.
누구나 악을 부정하면서 긍정해서, 악을 계속 살아남게 한다. 세상이란 그러한 것, 이라고 체념한다.
사람으로서 올바르게 있는다――그것이 이루어지지 않는 소망이라고, 인정하는 사고방식이다.
나는 인정하고 싶지 않다. 아니, 인정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비록 결과는, 그렇게 되어 버렸다고 해도…….
나는 사람으로서, 악을 멸하고 싶다고 바랐다.
그걸 위해서는――일절의 예외없이. 악을 부정하지 않으면 안 된다.
악을 행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은……있겠지.
그렇게 생각한다. 여태까지의 인생에서, 나름대로 다양한 사람을 보아 왔다. 그 밖에 어쩔 수 없고, 정말로 전혀 도망갈 길도 없고, 유일한 길로서 악을 행했던 사람은 확실히 있었다.
하지만 그래도, 악은 나쁜 것이다.
부정되어야 하는 행위다. 『어쩔 수 없다』는 말로 긍정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악이란.
사람으로서의 원칙을 거역하는 행위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러니까, 도리는 아니다.
머리로 아는 것이 아니다. 피부로 아는 거다.
목숨으로 아는 것이다.
악을 미워해야 하는 것을.
…………아버지의 그 이야기는, 이해할 수 있었다고는 말할 수 없었다.
아직도 여전히. 애초에, 이해를 요구하는 이야기는 아니었던 것이겠지만.
하지만 그렇게 말하는 아버지의 올바름을 믿었다.
믿고 있다――지금도.
아야네 이치죠는 목숨을 걸고 악을 미워한다.
한숨이 흘러넘쳤다.
미워하는 것에 대한 피로가 그렇게 만든 것은 아니다.
피로를 낳은 것은 무력감이었다.
싸우는 힘이 없다는 것.
악을 미워하는 의사에 흔들림은 없다.
아버지와 대숙모로부터 전해진, 싸우기 위한 기술도 있다.
하지만 그 사람이 상대로 하는 악에 대해서, 그 둘만으로는 너무나 부족했다.
부족하다. 전혀 부족하다.
그런데도 싸우고 싶다, 라고 생각한다.
싸우게 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허락되지 않았다.
당연하겠지. 입장이 만약 반대라면, 그녀도 허락하지 않는다.
무력한 자가 싸워도 희생이 늘어날 뿐.
본인은 만족할지도 모르지만, 아무도 구해지지 않고 어떤 유익한 결과를 낼 수도 없다. 관계를 가진 사람에게 커다란 폐를 끼치는 것이라면 할 수 있겠지만.
이치죠라도 그건 알고 있었다.
그러니까 자기만족만을 위해서 자기 뜻을 밀고 나가는 것은 자제했다.
그래서 지금, 생각한다.
싸우는 힘을 원한다고.
――그 사람의 도움이 되도록 되고 싶다고.
교사 : 「아야네」
「……」
교사 : 「아―야―네!」
「……네?」
교사 : 「네, 가 아니야. 멍하게 있지마라.
문제를 풀어 봐라」
「……어디입니까」
교사 : 「뭐야, 듣지 않았던 거냐!?
127페이지의 3번 문제다!」
「……」
교사 : 「멍하니 있고선.
너는 명자나무(木瓜 : 멍하다의 '보케'와 일본어 발음이 같다) 꽃이냐!」
교사 : 「……어차피 밤놀이라도 해서 수면부족이겠지. 정말이지 너 같은 녀석은 장래가
걱정이다!
절대로 변변한 어른은 되지 않아, 어딘가의 더러운 공장에서
여공(女工)이라도 하는게 고작――」
「K에너지 제1법칙에 의하면 P=WHS」
「문제문에 『그것은 96식 전차 10대와 금속배트 8개, 5리터의 기름에 7리터의 우유, 쌀 3홉, 소금 5되, 그리고 설탕을 작은 숟가락 3스푼 더한다면 나온다』라고 적혀 있으므로 W는 550톤」
「H는 『쌓은 트럼프의 일부만 자르는 것은 가능』이니까 설문2의 해를 대입해서 215킬로. 테크니컬 골드 모터에 피니언이 13T라면 S는 48킬로」
「대입해서, 550x215x48……
5,676,000」
「답.
파괴로봇의 펀치력은 5,676,000kt가 됩니다」
교사 : 「…………정답」
의무를 다하고 자리에 앉는다.
그리고 다시, 하늘을 바라본다.
손 안에 짧은 철덩어리를 희롱하면서.
……그 사라져 버린 작은 마을에서, 그녀의 목숨을 구한 노인이, 마지막에 맡겨준 것.
송곳니 같고 뿔과 같은, 기묘한 봉.
그 금속질의 차가움은 이치죠의 의식을 맑게 했다.
(만나러 가자)
오후의 예정을 결정한다.
그것은 요 당분간의 반복. 일과에마저 가깝다――그렇다고 실제로 만날 수 있다고는 할 수 없는 것이지만.
그런데도 가자고 생각한다.
학교의 면학을 소홀히 할 생각은 없었다.
아버지에게 배웠다. 지식의 편식이 허락되는 자는, 천지만물 모든 지식을 알고 그 가치를 정하는 자 뿐일거라고.
즉, 자신은 신이 아니고, 어떤 지식도 겸허하게 배우지 않으면 안 된다고.
그 사람도 말했다.
이쪽은 좀 더 간단하게. 학교에서 배우는 것은 중요하다, 라고.
그러니까 학습은 일절 적당히하지 않았다. 금년도에 이수하는 전과목에 대해 예습을 끝마치고, 잘 모르는 부분은 교사에게 질문해서 해결해, 교과서의 내용은 전부 파악하고 있다.
하지만――그 이상을 하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은, 그 밖에 배우고 싶은 것이 있으니까.
(지금 쯤, 뭘하고 있는 걸까나…….
혼자서 수사에 나가 버린게 아니라면 좋겠는데……)
빨리 만나고 싶다.
그 사람을 만나서, 배우고 싶다.
조금이라도……무언가를.
하루라도 빨리, 싸울 수 있게 되기 위해서.
――독경(読経)과 같은 강의가 재개되는 중.
저도 모르게, 차가운 봉을 꽉 쥐고서. 이치죠는 몇번이나 되새긴 말을 지금 다시 가슴에 품었다.
[ESC]
간수 : 「미결수 048호.
나와라」
「네」
간수 : 「…………그런데. 오늘은 뭘 하고 있어?
선반에 다리를 걸고, 매달려서」
「복근운동입니다」
――에노시마(江ノ島)에 있는 막부 직할의 어업연구소(漁業研究所).
그 실태는 병기연구시설, 게다가 은닉하고 있을만큼 극히 위험성이 높은 신형병기의 개발을 하고 있다――는 밀고를 받아, 조사를 개시했던 것이 1개월 전.
용의가 농후하다고 판단, 기회를 가늠해 잠입수사로 내보낸 조사원은 지난 주, 짧은 연락을 끝으로 통신을 끊었다.
――――『은색의 괴물을 보았다』라고.
또한, 에노시마 부근의 연안에서 의심스러운 실종사건이 다발하고 있는 사실을 확인. 인근 주민의 사이에서도 섬의 상태를 수상히 여기는 목소리가 높아지기 시작했다.
……사태는 예상 이상으로 심각하다고 생각한다.
로쿠하라 막부에 의한 비인도적 병기 실험의 존재.
혹은, 미확인 연속대량학살범――가명 은성호의 관여가 의심된다. 신속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하지만 현재, 야마토에서 조사행동에 적절한 인재는 많다고 할 수 없고, 이미 어떠한 업무에 종사하고 있지 않은 인간이 된다면 전무하다.
그러므로――
진주군 총사령부는 야마토 국내무성 경찰국에게, 국제평화의 정신에 준거한 협력을 요청한다.
이상.
오오토리 카나에의 후임으로 요코하마의 진주군 총사령부로부터 파견되어 온 신규의 하치만궁 부속장교는 아주 사무적인 목소리로 설명을 끝내자, 서장에게 문서를 전하고 퇴출했다.
잠시, 침묵이 떨어진다.
로쿠하라의 극비병기실험.
현재의 상황을 생각하면, 그것은 확실히 있을 수 있는 이야기였지만.
「……조금, 엉뚱한 이야기라는 감개를 금할 수 없습니다
「정말이구나」
「노골적으로 수상한 이야기구먼…….
막부의 위험한 병기실험. 일손부족. 현지의 경찰에 협력요청」
「하나하나라면 별 거 없는 이야기인디.
셋이 모이면……솔직하게 받아들이는 편이 무리구먼」
확실히.
도무지 연극의 대본을 읽고 있는 듯한 기분 밖에 들지 않는다.
「……미야 전하」
「응……」
「아마도 GHQ는, 나와 하치만궁의 연결, 그리고 거기에 카게아키――고유한 전력이 존재하는 것을 눈치챘다고 생각됩니다」
「오오토리 대위가 실종 전에 보고를 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
「GHQ가 미야 전하를 어떻게 취급할 속셈이건, 실전력을 보유하고 있어선 부적당하겠지요.
그래서 배제에 들어간 것이 아닐지」
「……혹은.
GHQ는 보다 직접적으로, 카게아키를 싫어하는 이유를 가졌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하치만궁에 주재장교가 빠져 있는 사이를 노려, 서장이 나와 미야 전하에게 밝힌 하나의 추측에 생각이 미친다.
그것이 진실이라면――확실히. 친왕과의 관계가 없더라도, GHQ는 나의 배제를 바랄 것이다.
「그래서, 함정을 걸어 왔다?」
「네. 에노시마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건, 그 목적으로 하는 바는 카게아키의 포살(捕殺)이라고 보는게 우선 틀림없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대처는……」
「말을 골라서 거절하거나, 혹은 표면상 받아들여 두고서 실질적으론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요점은 게으름을 피울 것을 자처하는 거지만.
어느 쪽이든 좋다고 생각합니다. 미야 전하」
「그렇구먼.
카게아키 군, 그걸로 좋지?」
「아니요」
「뭣이라!?」
「……카게아키」
「저는 에노시마로 향하겠습니다.
미야 전하, 보석(保釈)의 밀지를 내려주소서」
「아니아니, 그럼 안될건디……」
「……어쩔 생각이냐.
너는 이것이 함정은 아니라고 생각한건가?」
「전부 액면 그대로라는 가능성도 부정은 할 수 없습니다」
「진심인가」
오히려 제정신이냐고 말하고 싶어하는 듯한 어조였다.
「저에게는, 그 점은 어느 쪽이라도 상관없습니다.
다만, 은성호의 개재가 시사되고 있는 것이 마음에 걸립니다」
「그것이 단순한 거짓말인가, 그렇지 않으면 어떠한 사실을 보이고 있는 것인가……이것은 함정인가 아닌가라는 관점으로부터는 판단이 불가능합니다.
어느 쪽이라 해도 쌍방의 가능성이 있을 수 있습니다」
「현지에 발을 들여서 확인하는 것 밖에 길이 없습니다」
「……무모하다고 생각하는디」
「이미 아는 바입니다」
「……서장……」
「카게아키.
미야 전하는 너의 몸을 염려하고 계신다」
「과분할 뿐입니다」
「필요로 하고도 계신다.
조금 전, GHQ는하치만궁이 전력을 가지는 것을 싫어한다고 말했겟지. 그 다음을 읽어라」
「이해하고 있습니다.
미야 전하에게서의 많은 후의도 잊지 않았습니다」
예의를 취한다.
「그렇기는 하나 이 몸은 은성호를 멸하기 위한 것.
부디 용서해주시길 바랍니다」
「……」
「…………미야 전하」
「………….
어쩔 수 없는가……?」
「예…….
이 사람에게는, 아직……지금은」
「……」
「조심해, 카게아키 군.
거듭거듭 말이여……」
「염려 황송합니다」
「……죽으면, 안돼」
「…………옛」
무슨 일이지? 시시쿠」
어제, 진주군과도 연결을 가진 오야토이에 속한 자로부터 보고가 있어서……」
확실히, 그러한 움직임이 있다고 한다」
간신히 물었다는 거야?」
가르쳐 주고나서 1개월 가까이 지나지 않았소이까」
그렇지 않으면 먹이가 너무 맛있어서 경계시켰는지……」
걸려들었다면, 이쪽의 대처는 정해져 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으로, 좋은 것이군요?」
굶주린 짐승에게는 먹이가 필요하다」
녀석들에게는, 잔뜩 먹어주었으면 하는 바이구려? 공」
저건 저것대로 돈이 들었고」
……덕분에 최고의 농담이 되어 버렸지만」
「그 정도로 좋겠지. 녀석들의 흥미 관심을 채워주려면.
만일이라도 현단계에서 본 목적에 눈을 향하게 해서는 곤란하다……시시쿠, 그 쪽은 어떻지」
「기다려주시길.
……죠안」
「옛――」
「어전(御前)에」
「오우, 이건 야규(柳生)의 분.
다망할텐데, 불러내서 미안하구려」
「배려, 송구스럽습니다.
코가 중장님」
「그래서, 죠안사이(常闇斎).
사사가와의 상황은 어떻지」
「――」
「상관없다. 직답(直答)을 허락한다」
「옛. 현 시점에서는 염려할 것이 없습니다.
제 휘하인 우마야슈에 의한 방첩(防諜)은, 충분히 기능하고 있습니다」
「그 계획은 막부의 대사(大事), 국가의 대사.
……그대를 신뢰해도 상관없겠는가?」
「로쿠하라가 있기에 이 죠안.
반드시, 기대를 거스르지 않겠습니다」
「좋다.
물러나라」
「옛」
「그래서, 계획의 진척상황은 어떻겠소?」
「오카베의 난으로 수집한 실전 데이터를 바탕으로 최종조정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완료되는대로, 제1기(期) 양산의 예정입니다」
「서둘러라」
「옛!」
「이인(異人 : 외국인)들도 바보는 아니니까.
언제 이쪽의 가랑이에 손을 뻗쳐올지. 이거이거 참……」
「그렇기 때문에 준비한 에노시마……
제대로 효과가 나와 주기를 기대합시다」
카게아키를 제거하기 위해서, 전부터 신경쓰인 에노시마의 로쿠하라 병기연구시설로 그를 유인한 GHQ.
진행 중인 어떠한 계획을 감추기 위해 에노시마로 GHQ의 눈을 돌릴 미끼를 준비해 둔 로쿠하라 막부.
이번에는 두 세력의 수 싸움에 말려들어가는 형태로 이야기가 시작되었습니다.
그러면 무대는 에노시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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