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편도 거의 중반에 접어 들었습니다.
생각보다 애먹고 있기는 하지만 조바심내지말고 가겠습니다.
산적단은 교외의 작은 산에 거점을 두고 있었다.
지형학적으로 보면 북쪽의 험한 산맥계에 속하는 융기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언덕이라고 부르기엔 크고 산악이라고 부르기에는 적은 정도의 것으로, 역시 작은 산이라고 부를 수 밖에 없다.
여기는 과거, 당연한 것처럼 마을 아이들의 놀이터였다.
그들이 위협사격과 시퍼런 칼날의 위협으로 쫓겨나 버렸던 것은, 산적단에게 있어선 아이들 이상으로 이 산이 마음에 드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마을을 위압하기에는 충분한 한편, 출입에 부자유가 없다. 산적단이 이 산을 약속의 땅이라 믿고 있었다고 해도, 부정할 논거(論拠)는 찾을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런 제대로 되어먹지 않은 약속을 하는 신은 사양이지만.
<철컥>
<철컥>
산적 A : 「멈춰라」
「……」
산의 경치를 오염시키는 것처럼 우뚝 솟은 바리케이트의 10보 앞에서, 2문의 총구와 함께 제지를 받는다.
노골적으로 산길 한가운데를 걸어 온 나를 여기까지 접근시킨 것은, 아마도 의도를 재고 있었을 것이다.
미심쩍은 시선으로 이쪽의 옷차림을 물색하고 있다.
나는 얌전히, 양손을 든다.
산적 A : 「……마을의 녀석인가?
뭐하러 왔어. 여기는 우리의 진지다」
산적 B : 「술래잡기를 하고 싶으면 공원에 가라, 소년.
여기의 술래는 조금, 무섭다고?」
산적 A : 「헤헷!
그렇구나. 우리들이 건드리면, 구멍이 뚫려 버리지……!」
여봐란듯이 총신을 흔드는 문지기의 한쪽.
그리고 다른 한쪽의 손이 벨트의 작은 주머니를 찾는다――저것은 탄인가. 몇 발이라도 쏠 수 있다는 어필인가.
나는, 지적했다.
「총은 반칙입니다」
산적 A : 「……」
산적 B : 「……」
「이 마을에서도 한시기 술래잡기의 술래가 은구슬 총포를 사용하는 것이 유행했습니다만――실례, 시작한 것은 저의 여동생입니다――그래선 단지 술래의 일방적인 학살게임이 되기 때문에 바로 버려졌습니다」
「이것은 전국적인 현상이 아니었을까 합니다」
산적 B : 「……아~.
그랬던가……?」
산적 A : 「그러고 보면, 뭔가 로컬 룰이 있었던가……나의 고장.
술래가 총포를 쓰는 경우는, 냄비뚜껑을 방패로 써도 좋다든가……」
산적 B : 「아~, 있었어 있었어.
구슬이 없어지면 술래가 진다든가」
「네.
그렇게 룰이 발전해 가면 이윽도 단순한 전쟁놀이가 되었으므로, 술래잡기와는 나뉘어졌습니다」
산적 A : 「그런가~……」
산적 B : 「………….
아니」
산적 B : 「그래서, 뭐하러 온 거야, 너」
「당신들의 수령을 만나고 싶습니다」
산적 A : 「주군(御館)을?」
산적 B : 「……뭐야?
꼬시기라도 하러 왔냐. 미남」
산적 A : 「하하핫.
그거 굉장한데!」
「네」
산적 A, B :「「에――!?」」
「우리 마을과 당신들의 향후에 대해서 부탁이 있으므로, 수령님을 설득하려고 찾아 뵈었습니다.
부디 전해주시기 바랍니다」
산적 B : 「……아, 아아.
그런 거냐……」
산적 A : 「……저기, 짝궁…….
실은 우리들, 조롱당하고 있는건가?」
산적 B : 「…………아니.
그냥 단순히, 그다지 관계되면 안 되는 녀석에게 연관되었을 뿐이라고 생각해……」
산적 A : 「……그런가……」
산적 B : 「어떻게 하지?」
산적 A : 「어떻게라니……」
「…………」
산적 A : 「……이 남자를 쫓아버리는 것보다,
주군을 만나게 해 주는 것이 빠를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어쩐지」
산적 B : 「나도야.
……따라와라. 무기도 가지고 있지 않은 것 같고……」
이마를 맞대고 소근소근하며 속삭임을 주고받던 두 명이 이쪽을 다시 봤다.
어째선지 묘하게 지친듯한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거기에 가해의 의도는 보이지 않았다.
아무래도, 지나갈 수 있는 것 같다.
이렇게 간단히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의외로 친절한 사람들이다)
이거라면, 대화에도 기대를 가질 수 있다.
나의 예측은 다소 밝아졌다.
「오~홋홋홋홋홋홋홋홋홋홋홋홋홋홋홋홋홋홋홋홋홋홋홋홋홋홋홋홋홋홋홋홋홋홋홋홋홋홋」
「홋홋홋홋홋홋홋홋홋홋홋홋홋홋홋홋홋홋홋홋홋홋홋홋홋홋홋홋홋홋홋홋홋홋홋홋홋홋홋」
「홋홋홋홋홋홋홋홋홋홋홋홋홋홋홋홋홋홋홋홋홋홋홋홋홋홋홋홋홋홋홋홋홋홋홋홋홋홋!!」
「각하에요」
「…………」
그리고 그런 희망은 시원스럽게 무너졌다.
안내받아서 발을 들인, 요새의 안――
만난 산적단의 두령은, 나의 이야기를 듣자, 한바탕 웃고, 한바탕 웃고, 한바탕 웃은 후, 한마디로 잘라 버렸다.
엄두도 낼 수 없다.
「약탈을 그만둬라, 라고? 흥…….
정말 무례하네요. 우리가 언제 약탈을 했던 것일까나?」
「……」
「카즈마(一磨)?
당신한테는 기억이 있어?」
「어제 했잖아, 누나」
<퍽!>
「그것은, 약탈이 아니야!
대국에 근거한 군사행동을 위해서 시민의 임의로 물자를 공출시켰어!」
「미, 미안해, 누나……」
「……그럼, 그러한 것이라도 좋습니다.
하지만 마을의 임의에도 한계가 있습니다. 이대로는……아니요, 이미 현재, 마을의 생활환경은 심각한 타격을 받은 상황입니다」
「어머, 그래요」
「……관용을 받을 수는 없겠습니까」
「좋은데요?
그럼 향후는, 예정보다 조금 줄여주지요」
「예정이란」
「그것은 군사기밀이에요」
「…………」
아무 의미도 없는 언질이다.
이런 휴지와 같은 한마디를 선물로 가지고 돌아가봐야, 전혀 혼케를 납득시킬 수 없을 것이다.
「……실례입니다만.
당신들 산적단의 목적이란 어떠한 것입니까」
「산적단이 아닙니다!
지사단(志士団)이라고 부르세요!」
「지사단?」
「우리는 보다 자유로운 입장에서부터 정의를 관철하기 위해서 일부러 로쿠하라의 휘하를 벗어난 열사의 모임! 악을 토벌하고, 부정을 바로잡아, 언젠가 태평한 세상을 이끌 수 있도록 싸워나갈 것을 맹세했던 독립군단――」
「즉, 지사단인 것입니다!!」
「……예에」
「그렇구나…….
군비의 횡령이 들켜서 야반도주했을 뿐인게 아니었구나, 누나!」
<퍽!>
「미, 미안……」
「어떻지요?
이해했을까요, 미나토 카게아키 어쩌구」
「알겠습니다」
여러가지로.
쓸데없는 것까지.
하지만 중요한 것은 하나 뿐이었다.
「약탈을 그만둘 생각은 없다.
그러한 것입니까」
「……무엇을 듣고 있었던 것일까나, 이 남자는. 약탈 같은 것은 하지 않았다고 말했는데.
정말이지 저능한 평민을 상대하는 것은 큰일이네! 오~홋홋홋홋홋홋」
「홋홋홋홋홋홋홋홋홋홋홋홋홋홋홋홋홋홋홋홋홋홋홋홋홋홋홋홋홋홋홋홋홋홋홋홋홋홋홋」
「홋홋홋홋홋홋홋홋홋홋홋홋홋홋홋홋홋홋홋홋홋홋홋홋홋홋홋홋홋홋홋홋홋홋홋홋홋홋홋」
「홋!!」
「…………」
웃음을 듣는 사이에, 방책은 굳어져 있었다.
애초에, 복안의 하나로서 품고는 있었던 것이다.
어제 저녁, 양모와 말했을 때부터.
대화로 해결하지 못했고, 하지만 죽고 죽이기로 들어가서는 안 된다면――
심중, 몰래 준비를 갖춘다.
자신이 연기에 맞는다고는 꿈에서도 생각되지 않았다. 평정을 빠뜨려서는, 애초에 이야기가 되지 않는다.
순서를 뇌리로 되새기고서 도화선을 끊는다.
수령은 마침 이쪽을 보고서, 신랄한 표정인 채로 말을 거듭하려고 하고 있는 중이었다.
「자아, 돌아가세요!
그 짜증나는 얼굴은 이제 보기 질렸어요. 빨리 밭으로 돌아가서 감자라도 파면――」
「산적의 두령」
덮어씌우듯이, 말을 날렸다.
어조의 변화를 느꼈겠지. 수령 여성이 입을 멈추었다.
주위에 늘어선 산적들도 숨을 삼킨다.
――공기의 조성이 변화했다.
「당신에게 승부를 청한다」
「……하아?
뭐야, 돌연히」
「설마 도망치지는 않겠지?」
「아니, 여보세요.
혼자서 이야기 진행시키지 마」
「당신은 여자이지만, 무인 나부랭이일 터이다.
원래는 군대에 있었고, 이만큼의 부하를 거느리고 있다면 물론 그럴테지」
「잠깐」
「아아……하지만 당신은 세습으로 부모의 신분을 이은 부류인가. 주군이라던가 불렸고.
하지만 혈통 뿐인 장식이라는 것은 아닐테지?」
「그 용갑(竜甲)은 겉멋이 아니겠지?
요즘은 무가에서 태어났는데 검주를 몰지 못해, 장식칸(床の間)에 장식해 뒀을 뿐인 무자 비스무리도 많은 것 같지만……당신은 다를려나」
「그렇지 않으면 산적으로 신분을 떨구고서도 두목인 채로 있는 것은 어려울테지……상당히 허세치는 법이 능숙하다면 별개이지만.
아아, 산적이 아니었던가? 실례」
「…………」
상대의 반응을 무시해서, 말의 위에 말을 다그친다.
실수가 나오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였지만……결과적으로 그것이 공을 세운 것 같다.
수령의 눈이 물끄러미 보고 있다.
주위의 산적은 완전히 침묵하고 있다.
나도 입을 다물고, 수령을 내려다 보았다.
고의로 신장차를 의식한 시선으로――한편, 그것이 상대에게 전해지도록, 노골적으로.
약간 후에.
수령이 입가를 들어올렸다.
미소다.
「――그래서?」
「그러니까, 승부다」
나도 비틀린 미소로 응했다.
상대만큼 능숙하게 할 자신은 없었지만.
「내가 이기면, 두 번 다시 마을에 손을 대지 말도록 부하에게 명해라」
「내가 이기면?」
「응? 아아……
그렇구나」
그것은 생각해보지도 않았다.
――그런 표정을 만든다.
「나를 마음대로 해줘도 좋다」
「……흐응.
그래요」
「들었지, 너희들?」
「들었어, 누나」
산적 A : 「헤헤헤……」
산적들의 사이에, 낮은 웃음이 퍼진다.
즐거운 일이 되었다――어느 얼굴도, 그렇게 말하고 있다.
「좋아요. 미나토 카게아키.
그 조건으로 승부를 받아들입니다」
「저 자에게 타치를!」
지시를 받은 산적 한 사람이, 자신의 허리로부터 크게 휘둘러 칼을 뽑았다.
히죽히죽 웃으면서, 이쪽으로 넘긴다.
――시골뜨기의 솜씨자랑이냐.
분수를 가르쳐주면, 어떤 얼굴을 할까――
눈은 입만큼 말을 한다.
그런 시선의 메세지와 함께, 나는 타치를 받았다.
특별히 명검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지만, 나쁜 것도 아니다.
적어도 부지런히 손질은 되어 있다.
벨 생각은 없으니까, 그리 관계는 없지만.
중심이 어긋난 못쓸 칼만 아니면 충분했다.
나는 그 칼을 가능한 한 초보틱하게――그리고 곁눈질로는 상대를 경시하는 투로 자세 잡았다.
「어머나, 용맹스러워라!
강적이네!」
「이제와서, 취소는 받아들이지 않는다」
「큭……」
「누나, 조심해!」
산적 A : 「도련님, 큰일입니다.
주군이 당하면, 당신이 복수하는 겁니다!」
부자연스럽게도 비장하게 고조되는 산적단 일동.
나는 그것을 진실로 받아들이는 형태로, 웃어 보였다.
[ESC]
「왜 그러지?
덤벼라」
「어머나, 좋은가요?」
「당신이 오고 나서로 좋다, 나는」
「후훗――」
가벼운 웃음을 숨결과 함께 흘리고, 수령 여자가 한 걸음을 딛는다.
그 매끄러움, 낭창함에서 기량의 수준을 알 수 있다.
강하다.
처음부터 알고 있었던대로.
나보다도 강하다.
이것도 5할 이상의 확률로 내다보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니까 얕봤다.
대화로 정리되지 않는다면, 두목과의 승부로 끌고 들어가서 결착시키는――그 구상……
최대의 문제점은, 확실히 이기기 위한 방책이었다.
로쿠하라군의 정강함은 이제와서 논할 것도 없다.
특히 무자, 용기병의 강함은 전세계를 보아도 필적하는 이가 드물겠지. 그러니까 GHQ도 그들의 항복을 받아들여, 야마토 통치권이라는 대가를 주었던 것이다.
이 여성은 그 로쿠하라군의 일원으로서 근무해 왔다.
그것도, 부하로부터 완벽에 가까운 신망을 얻을 정도로――군적(軍籍)을 잃었으면서도 부하를 계속 수중에 두고 있는 이상, 그 점은 의심할 수 없다.
막부군에서 무자가 보병부대의 지휘관을 맡는 경우, 양자의 관계는 중급무가의 가장(혹은 후계자)과 그 일족인 경우가 많다.
주종의 인연은 돌연한 것이 아니라 전통적인 것이다.
하지만 그런데도 그 장이 타약무능(惰弱無能)했다면, 지위를 잃은 바로 그 때 버려지는 것이 타당하다.
전통은 충의를 보강은 할지도 모르지만, 그것 단독으로는 아무것도 유지할 수 없다.
그녀는 우선 무엇보다도, 로쿠하라 무자를 칭하기에 부끄럽지 않은 실력의 소유자다. 그 실력으로 부하를 묶어두고 있다.
무용에서 타인에게 뒤쳐질만한 인간은 아닐 것이다.
제대로 싸워서 이길 가망은 얕다.
이기려면――방심시킬 수 밖에 없다.
단순히 승부를 도전해도 안 된다.
무자인 자가 일개 시민에게 도전받았다면, 분명히 9할의 비웃음과 1할의 경계심을 품을 터.
그 1할로는 빈틈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승산은 적다.
그러니까 얕본다.
이쪽을, 상대는 결국 여자다――라고 업신여기고 있는 멍청이로 보게한다.
이 연극이 성공하면……
상대는 분노와 함께 이쪽을 모멸해, 단지 이기는 것만이 아니라 압도해주자고 생각한다.
검이 무덤덤해진다.
게다가 그 칼놀림은 결코 치명적인 것이 아니다.
일격으로 베어 죽여버리면, 굴욕을 맛보일 수 없기 때문이다.
노리는 것은 아마도, 손발 하나의 탈취.
……거기까지 상황을 손안에 둘 수 있다면.
가령, 기량에서 웃도는 상대이더라도――
[ESC]
<카앙!>
쳐부술 수 있는 것은, 당연했다.
「…………」
「……」
전방으로 내밀어 둔, 이쪽의 왼쪽 팔뚝을 노리고 뻗은 적수의 일격,
그것을 후방으로의 중심이동에 의해 회피……
즉석에서 중심을 앞으로 되돌려, 그 위세로 일타(一打)를 날린다.
목적은 상대 타치의 칼뿌리.
허용량을 넘은 과부하가 적에게 타치를 떨어뜨리고 하고,
반동 그대로 뒤집힌 나의 날끝은 적수의 목을 가리킨다.
――결착.
계획대로, 일합으로 끝났다.
「……뭐……」
「……속인거네……
너!」
역시.
우연이다, 무언가 실수다――라고 믿어 버려서 자존심을 지키기 전에, 진실을 요구해서 파악했는가.
이런 심지가 굵은 강자에게 실력을 발휘시키지 않도록 노력한 것은 정답이었다.
「그렇지만 약속은 약속입니다.
지켜주시겠지요」
「큭……」
두목 여성이 입술을 깨문다.
색을 잃어가는 거기와는 정반대로, 뺨은 홍조하고 있었다.
「……에?
뭐야?」
「…………누나가 진 거야?」
이제야 결과를 이해한 듯한 두목의 남동생이 옆의 산적에게 묻고 있다.
질문받은 쪽은 대답할 말이 없는 모양이었다.
수십명분의 망연자실과, 한명분의 격분에 둘러싸여.
……나는 기묘할 정도로, 승리의 실감이라는 것을 맛보지 못하고 있었다.
――이걸로, 정말로 끝나는 것일까?
오늘밤의 히카루는 안정하고 있다.
호흡도 약간 온화하게 들린다――비교의 이야기에 지나지 않든간에.
그러나 회복의 징조 같은 건 머리카락만큼도 안 보인다.
생기(生色)는 쇠퇴의 일로다. 그 속도의 완급이 있고, 오늘은 완의 쪽에 다가가 있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히카루가 나날이 죽음에 가까워지고 있는 사실은 변함없다.
귀가가 늦어졌으므로, 오늘은 혼케에게 보고하는 것을 삼가했다.
집에 바로 돌아와, 양모에게 경과를 전해 두었다.
양모는 나의 무사야 기뻐해 주었지만, 산적 요새에서의 자초지종에 대해서는 그리 좋은 얼굴을 하지 않았다.
최선의 형태로 해결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 것을 엿볼 수 있다.
나도 같은 생각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밤중에 방문하는 무례를 범해서라도 혼케에게 들러서 말했겠지.
……그 방법 밖에 없었다고는, 생각하지만.
여수령의 표정은 상세히 관찰할 것도 없이, 납득이라는 성분을 빠뜨리고 있었다.
졌다고 생각하기보다도, 한번 더 하면 이긴다는 생각이 훨씬 깊었던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산적들이라도 납득 따윈 하지 않았을 것이다.
어쩌면 수령 이상으로.
하지만 그것은 명확한 약정 아래에서 행해진 승부이다.
언약에 지나지 않지만, 그것은 그리 문제가 아니다.
약속은 둘러싸인 시선 속에서 확실히 나누었고, 결착도 명명백백했다.
그래도 무가 출신인 자가, 확실한 사실에 모른 체를 자처한다고는 생각하기 어렵다.
약속은 지켜지겠지――지켜질 거다.
「…………」
아무튼 내일, 혼케에게 보고하러 가자.
나는 그렇게 결정했다.
혼케가 납득할지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설명하는 방식 나름이다.
산적이라도 원래는 사무라이, 무인의 긍지라는 것이 있다.
적어도 노골적으로 약탈을 계속하지는 않을 거다――라고, 그렇게 이야기를 끌고 가면 설득하는게 가능할지도 모른다.
속임수를 쓰는 것 같은 거지만, 히카루의 병세가 일각을 다투는 이상, 부득이하다.
게다가 무인의 긍지를 믿는 기분은 거짓이 아니었다.
「……히카루……」
히카루 : 「――――」
조금 더 기다려 줘.
조금 더 기다려 주면, 반드시……너를……
……또, 여기에 있다.
히카루를 봉하는 어둠의 우리.
형태는 없는 무(無)에 의해 닫혀진 감옥 속.
나는 언제나 여기에 있다.
그리고서, 같은 꿈을 꾼다.
원점의 기억.
아버지를 빼앗는 어머니.
어머니에게 빼앗기는 아버지.
아버지를 잃는 자신.
반복.
또, 반복.
나는 계속 같은 꿈을 꾼다.
끝도 없는 암흑의 세계에서.
그것만이 히카루라는 존재에게 허락된 것.
어둠은 결코 나를 놓치지 않는다.
여기서 헛되이 죽으라고, 그렇게 명령한다.
움직여서는 안 된다고, 그렇게 명령한다.
그래.
히카루는, 여기서 움직여서는 안 된다.
아버지를 빼앗긴 히카루가 이 생명을 움직인다면,
그것은 아버지를 되찾기 위해서이다.
빼앗긴 나는,
다시 빼앗는 것만을 위해서 살아간다.
하지만 그것은 용서받을 수 없다.
――아버지는 어머니의 것. 어머니는 아버지의 것.
아이가 어머니로부터 아버지를 빼앗는 것은, 윤리가 엄하게 금하는 바.
히카루는, 사람이다.
사람의 길을 거스를 수는 없다.
사람의 길에 따른다면,
어머니로부터 아버지를 되찾는 것은 용서받지 못한다.
사람의 길을 거역해 아버지를 빼았더라도,
아버지는 히카루를 인정할 리 없다.
그러니까, 히카루는 이 어둠의 바닥으로부터 움직일 수 없다.
빼앗긴 자로서 시작했던 나는,
다시 빼앗을 길이 열리지 않는 이상, 미래영겁 원점에 계속 머무르는 것 밖에 존재할 방법이 없다.
……그러니까 히카루는 여기에 있다.
언제까지라도 여기에 있다.
[ESC]
아마도, 일부러 노린 것은 아니겠지.
그들이 나의 행동예정을 알고 있을 리는 없는 거다.
우연히, 만났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들이 나의 도래를 눈치챈 후에도 태연히 작업을 속행했던 것에 대해서는, 악의의 소재를 피해서 설명을 할 수 없다.
그 중 한명에 관해서는 특히.
「…………」
아무 말도 하지 않고서, 그녀는 싱긋하고 미소지으며 이쪽을 바라보고 있다.
여성적 매력의 발로에 대하여 불쾌감을 느낀다는 것은, 첫경험이었다.
몇가지의 상념을 두개골의 안쪽에 착종시킨 끝에, 한마디를 토해 버린다.
「본가까지 갈 수고를 덜었군.
고마운 일이다」
「으~응? 거기의 평민.
뭔가 말한 걸까나?」
「별로.
당신에게는 전혀 관계없는 일입니다」
그래. 전혀 관계없다.
본가에 보고하러 갈 필요가 사라진 것 따위.
쌀가게로부터 대량의 곡물을 옮기고 있는 산적들.
그들의 옆을 지나쳐서 본가까지 향해, 「산적 사건은 해결했습니다」면서 가슴을 편다면, 나는 최고의 광대가 되어 버리겠지.
공교롭게, 그러한 취직 지망을 가진 적은 없다.
해학을 팔아서 사는 길을 고를 수 없는 이상, 나는 제대로 되어먹지 않은 현실을 제대로 되어먹지 않은 채로 싸울 뿐이었다.
「일단, 확인은 해두겠습니다.
어제의 약속은 기억해 두었는지」
「물론입니다.
사무라이에게 두말은 없죠. 그 약정은 제대로 지키고 있고말고요」
「지키고 있다?
그럼, 이 모습은 어쩐 일인지」
「쿠후훗.
약속은, 마을에 손을 대지 않도록 부하들에게 명령한다……겠지요?」
「그렇지만, 어머나 유감.
내가 명령해도, 이제 이 사람들을 따르게 할 수가 없는 걸요」
「그것은 어떤?」
……이미, 짐작이 가지 않는 것은 아니었지만.
득의만면한 여자에게 다음을 제촉한다.
「카즈마!」
「네에, 누나」
「……바로 오늘 아침, 우리 이치가오가(一ヶ尾家)의 가독(家督 : 집안의 수장)을 이 카즈마에게 양보해 버렸는 걸요. 지금의 나는 은거한 몸」
「이해하셨을려나~?
내가 그만두라고 명령해도, 병사에게 있어서는 카즈마의 명령 쪽이 중요. 카즈마가 하라고 하면 할 수 밖에 없네요」
산적 B : 「헤헤……
그런 거다, 젊은이」
「…………」
산적 A : 「선대 가독(御隠居), 죄송합니다!
우리도 거스르고 싶지는 않습니다만, 당대(ご当代)가 직접내린 명령이라선, 말이죠」
「괜찮아요~.
지휘권은 가장이 장악하는 것. 가족이 불필요한 말참견을 해서 좋은 결과를 낳은 예는 과거에 없습니다」
「카즈마!
나에 대해서는 신경쓰지 말고, 마음껏 하렴!」
「알았어, 누나!」
「그래서, 다음은 어떻게하면 되는거야?」
<퍽!>
「미, 미안……」
「이런 까닭이에요~, 미나토 카게아키.
기대에 따를 수 없어서 죄송하군요!」
「그래도, 약속은 제대로 지켰다구요?」
「…………」
「…………」
「……」
「쿠훗」
「오~홋홋홋홋홋홋홋홋홋홋홋홋홋홋홋홋홋홋홋홋홋홋홋홋홋홋홋홋홋홋홋홋홋홋홋홋홋홋」
「홋홋홋홋홋홋홋홋홋홋홋홋홋홋홋홋홋홋홋홋홋홋홋홋홋홋홋홋홋홋홋홋홋홋홋홋홋홋홋」
산적 A : 「어제의 타무라 그랑프리 들었어?」
산적 B : 「들었어 들었어.
조금 음질이 나빴지만, 아무래도 썬더 볼트라는 신형기가 가까운 시일에」
「거기! 긴장감 넘치는 국면에서 라디오의 이야기 같은 거 하지 마!」
산적 A : 「……그치만 웃고 있는 시간 긴 걸요……」
산적 B : 「기다리고 있는 동안 한가하지~. 언제나」
「…………」
모아둔 숨을 크게 토해낸다.
내심의 정리에는, 그걸로 족했다.
……원래 어제의 약속에, 만전의 신뢰 따윈 주지 않았었다.
깨지는 것은, 터놓고 말해서 예측의 범주다.
그렇다고는 해도, 이렇게나 빨리, 이렇게나 어이없게일 줄은, 역시 생각도 하지 못했지만.
게다가, 이러한――
「교활한.
그릇이 알려진다」
「무례한. 지혜라는 거에요.
뭐, 아무렇게나 좋을대로 말하세요」
「상놈.
비열한 놈.
천것」
「도량이좁아악랄해비열하다외도아첨꾼간사한것가축엉성한것우매해몽매해어둡고그릇된자소인배삐뚤어진것저속해타락했어, 계산 속 밖에 없는 노상강도」
「…………」
「누나, 뺨이 떨리고 있어. 충치?」
<뻐억!>
「아, 아파, 누나……」
「호, 홋홋, 홋.
싸움에 진 개의 짖음은 듣기 괴로운데요~? 미나토 카게아키!」
「아무렇게나 말하라고 말했던 것은 당신이다」
「……게다가, 진 것은 누나고……」
<콱!>
「굉장히 아파, 누나!?」
「에~이, 조용히 해!
잘 들어요, 미나토!」
「나는 진 적 따윈 없어요!
교활한 속임수에 말꼬리가 잡혔을 뿐입니다.
예, 그러한 고식적인 책모 따위! 태연하게 쓸 것이 아닙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당연한 것처럼 승자인 체할 줄이야.
수치라는 것을 아세요!」
「조금 전에 지혜가 어떻다던가 말했어, 누나」
<퍽! 퍼퍽! 뚜쉬! 퍽! 퍼퍼퍽!>
「우와~앙!」
「나는 괜찮아! 나는, 말이지!
오~홋홋홋홋――」
「…………」
가슴을 젖히는 수령――원 수령인가, 명목상은――을 앞에 두고, 이미 생각하는 것은 하나 뿐이었다.
이 이상, 이야기를 해도 쓸데없다.
즉, 여기서 시간을 들이는 의미도 없다.
나는 길을 돌아가기 위해서, 몸을 돌렸다.
「……」
「!!」
<휘익!>
<급히 검을 피한다>
「흥.
역시, 조금은 할 줄 아는 것 같네……」
「무슨 짓이냐……!」
「무슨?
바보구나, 평민」
「아무리 그래도 무인인 자가, 너 같은 천것을 상대로 불찰을 취하게 되고서, 그대로 끝낼 리가 없을텐데?」
「그렇다면, 배라도 갈라라!」
「그것도 그것.
하지만, 이거도 이것」
「너의 머리를 취하는 것이 빨라!
나의 기분도 풀리고!」
「이……!」
<휘익!>
매도해주고 싶었지만, 살의가 넘치는 하얀 칼날에 노출되면서는 그것도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당연하지만, 이쪽은 맨손이다.
지금은 하여간, 도망갈 수 밖에 없었다.
호흡을 재고, 기회를 잡아서 크게 뛰어서 물러난다.
「기다려!」
「……읏」
바로 달리기 시작한다.
발소리가 쫓아오지만――곧바로 떼어놓을 수 있을 거다.
상대는 무장한데다, 원래 체격이 다르다.
달리기에서 질 요소는 아무것도 없다.
발소리는 이윽고 욕소리로 바뀌었다.
하지만 욕지거리를 토해 버리고 싶은 것은 이쪽의 편이었다. 저 여수령과 어젯밤의 자기자신에게.
――뭐가, 무인의 긍지인가!
그런 것, 어디에도 없다……!
·
·
·
히카루 : 「칵――――――――!」
「히카루……!
진정해, 진정해 줘……」
<푸드득! 우당탕!>
히카루 : 「키―――――――…………
――――」
「히, 히카루……」
<쿠당! 푸드드득! 우당탕!>
「……그만해……」
「그만해 줘!」
「네가 망가진다!
히카루!!」
히카루 : 「크, 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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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릉……>
등불을 지운 도장 안에서 시퍼런 칼날을 스르륵하고 뽑는다.
날 길이 2척 7촌하고 조금, 인문은 직인(直刃).
노슈 세키(濃州関) 물건. 신신도(新々刀 : 에도시대 말기부터 메이시 유신 사이에 만들어진 일본도)라고 생각된다.
무명(無銘).
출정할 때에 양부로부터 양도받은 군도(軍刀)를 제대한 뒤, 타치의 만듦새로 되돌린 것이다.
날맛은 최상. 짚단이건 청죽(青竹)이건, 용이하게 벨 수 있다.
……사람의 골육도.
시험한 기억은 없지만, 벨 수 있을 거다.
(이제, 어쩔 수 없다)
각오를 굳힌다.
사람으로서, 도저히 위화감과 두려움을 금할 수 없는 생각을 폐부의 중앙에 떨어뜨린다.
베는 거다.
산적단의 수령.
그 남동생.
그 밖에도 위에 서는 남자가 있다면, 그 자도.
그렇게 해서 산적을 장수 없는 오합지졸로 만들어, 흩어지게 한다.
……여기까지 오면, 방도는 거기 뿐이다.
하지만, ――무리다.
그와 같은 자들을, 죽이지 않고서 굴복시킬 방책 따윈 없다.
약속을 맺고, 그 상태로 승부해서 이긴 끝에, 약속이 휴지조각이 되어 버리면, 어떠한 방법이 있다는 것인가.
그들은 자기가 이길 때까지 패배를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하더라도, 약속을 깨뜨린 리스크가 그들에게는 아무것도 없다. 위배에 대하여, 이쪽은 실력으로 제재를 가할 수가 없는 거다.
당연하다. 만약 힘 관계가 그렇지 않았다면, 애초에 이 마을이 좋을대로 먹이가 되어 있을 이유도 없다.
근본적으로 그들의 무력이 마을을 압도하고 있다는 사실이 있는 이상, 이것이 뒤집히지 않는 한은 어떠한 수도 허무했다.
내기시함 따윌 시도한 자신이, 지금은 지독히 어리석게 느껴진다.
도대체 무엇을 근거로 해서, 산적으로까지 떨어진 무사――게다가 전신(前身)이라면 배신자인 로쿠하라다――가, 힘에 대한 교만보다 무사로서의 긍지에 정신의 영역을 넓혀주고 있다고 생각했는가.
……너무도 어처구니없다.
약속을 지킬만한 긍지가, 그만한 인간다움이 남아있었다면, 어째서 굶주린 짐승처럼 약탈로 생계를 세우자고 생각한 건가.
처음부터, 깨달았어야 했다.
그들이 기반으로 선 폭력을, 같은 폭력으로 쳐부수는 것 이외에 해결의 길은 없다, 라고.
그러니까 벤다.
산적들의 중핵을 죽여서 해산시킨다.
……양모가 보인 길도, 잘못이라고는 결코 생각하지 않는다.
죽이지 않고서 이긴다. 확실히 무(武)란, 본래 그러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겠지.
하지만 그런 이상이 통용되는 것도 상대가 정당한 인간이기 때문이다.
축생이나 다름없는 무리에게 이치는 통하지 않는다. 그들에게 통하는 것은 힘의 논리 뿐. 강한가 약한가, 그것 뿐이다.
아니, 끝없는 노력을 들이면, 어쩌면 올바른 무의 이치라도 통할지도 모르겠지만.
――그럴 시간은 없다.
나에게는 없다.
히카루에게는 없다!
한시를 다투는 지금, 이상을 쫓고 있을 여유는 없는 것이다.
그러니까――양모의 명을 거스른다.
용서는 청할 수 없다.
의절장(義絶状)을 적어서, 자기 방에 남기고 왔다.
――어리석은 자식은 축생을 제압하려면 자기도 또한 축생이 되지 않으면 안 됩니다. 복수는 필요 없습니다.
간결한 문면으로 해두었지만, 전해야 할 것은 전해질 것이다.
발소리를 죽여서, 뜰을 빠져나간다.
양모의 감은 날카롭다. 이러한 때, 갑자기 나타나도 이상하지 않다. 하지만 지금은 호기였다.
조금 전, 손님이 있었다.
양모는 응접실에서 응대하고 있다. 그 근처도 빠져나가지 않으면 안 되지만, 대화의 한중간이면, 소리를 내지 않는 한은 눈치채일 걱정은 없을 것이다.
나는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서, 걸음을 진행시켰다.
자루에 담겨있다고는 해도, 진검을 지참한 거다. 만약 양모의 눈에 닿으면 얼버무릴 수 없다.
(……손님은, 혼케인가)
미풍을 타고 흘러오는 목소리로 헤아린다.
다시, 산적 문제에 대해서 밀어붙이러 온 것일까. 혹은 히카루의 머리얹기 의식의 건일지도 모른다.
어느 쪽이건 양모에게는 가슴이 아픈 화제이겠지.
그렇게 생각하면 염려가 되었지만, 이때는 기회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혼케를 상대하고 있는 한중간에는, 아무리 양모라도 이쪽을 눈치챌 여유는 없을 것이다.
사실, 뜰을 거의 답파해도 누군가의 목소리는 없었다.
안도와 자책에, 가볍게 한숨을 쉰다.
출입문은 이미 엎어지면 코 닿을 곳이다.
재차, 천천히 한 걸음을 내디뎌――나는 귀청을 날카롭게 때리는 목소리에 그 자리에서 발을 멈추었다.
「차가운 여자다」
토해 버리는 듯한 음성이었다.
동시에, 비웃는 듯한.
「네 녀석을 미나토의 어머님이라고 부르고 있는 패거리에게, 그 방식을 가르쳐 주고 싶구나.
카게아키에게, 적을 죽이지 말라고 명했다고?」
「……」
「바보짓을……!
그래서는 카게아키가 일방적으로 살해당하는 것을 기다릴 뿐이 아닌가. 녀석이 죽이지 않는다고 해서, 산적들도 똑같이 할 이유는 없을텐데」
「그야 그렇네……」
「그런 상대에게는, 이쪽도 힘을 과시해 주는 것 말고는 칼날을 거둘 방법 따윈 없다.
억제력이라는 거다. 이쪽에도 너희를 죽일만한 힘이 있다고, 가르치지 않으면 안되는 거야」
「녀석들에게 통하는 것은 말도 도리도 아니다.
힘 뿐이다」
「…………」
「그러니까, 죽인다네.
……죽이면 거기서 전부 끝이야, 혼케. 싸움이 아니라 평화가」
「누군가를 죽이면 보복으로 누군가가 살해당해. 그 보복에 살해당하면 또 누군가가 보복으로 살해당해.
다음은 그 반복이야. 수렁이지……」
「그래서 어떻다고.
먼저 녀석들을 다 죽여 버리면 될 뿐인 이야기다. 이쪽 편이 숫자는 많다. 두려워 할 것은 없다!」
「죽이고, 살해당하고, 그것을 실컷 반복해.
……그 최후에 평온이 돌아왔다고 해서, 무슨 의미가 있을까?」
「희생에 걸맞을 만큼의 의미가……」
「평화를 쟁취했다는 긍지가 남는다.
무의미하다고 말하는가? 네 녀석은」
「말하지는 않지만.
아무도 죽이지 않고 평화를 지키는 것 정도의 가치는 아니야」
「……꿈 같은 이야기다. 바보 녀석.
그런 꿈을 위해서, 네 녀석은 카게아키의 목숨을 버리게 한다고 말한 거다」
「……」
「정말이지, 냉혹한 여자야.
절대로 모친이 할 일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결국은 피의 인연이 없는 의리의 아들,
어떻게 되더라도 알 바가 아니라는 것인가」
반복되는, 혼케의 비난.
그에 대한 양모의 대답이야말로, 비난에 걸맞는 냉엄함으로 가득 차 있었다.
「카게아키에게 불살을 명한 것은, 무인으로서의 일.
엄한 것은 당연해……」
「뭐?」
「창(戈)을 멈춘다(止める)고 적어서 무(武)의 한 글자.
그것이, 편한 것일 리가 없어」
「카게아키는 적의 목숨이 아니라, 악의를 베기 위해서 싸울 필요가 있어.
입으로 말하면 한마디라도, 하게 된다면 얼마나 가혹한가……당신에게 들을 것도 없어」
「제갈공명은 남만왕 맹획을 굴복시키기 위해서 일곱번 이겨서 일곱번 용서했어.
그만큼의 것을, 카게아키도 하지 않으면 안 되겠지」
「………….
제정신인가, 스바루」
「잠꼬대로라도 들릴려나, 혼케?
그렇지만 그 정도 하지 않으면 마음의 칼날은 꺽이지 않겠지……철의 칼날은 한번으로 꺽여.
하지만 그건 무가 아니야. 단순한 힘이다」
「힘은 다음의 싸움을 부를 뿐. 올바른 무만이 싸움을 끝낼 수 있어.
혼케. 당신과 내가 카게아키에게 명한 것은 그러한 거야」
「죽을 게 뻔하다……」
「죽음은 무인의 운명.
카게아키 에게는 그럴 각오가 있어……」
「……훌륭한 말이다.
무인의 귀감이로구나」
노인이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은, 어조로 알 수 있었다.
「모친으로서는 아무것도 느끼는 바가 없는 건가.
무도에 사는 자로서 자식을 사지에 내던지고……그것 뿐인가」
「그렇네」
어딘가 졸린 듯한 목소리.
그것은 양모의, 평소의 목소리였다.
「모친으로서는, 함께 죽어 주는 정도일까」
「…………뭐라고?」
<두근>
――――스바루 님!?
「그 아이에게 말했어. 네가 죽으면, 너를 죽게 한 녀석을 전원 죽인다고.
그 최후의 한 사람은 나……당연하겠지」
「당신이 말한 것처럼, 그 아이를 사지로 쫓아버린 것은 나이니까.
관객인 체하고 있을 수는 없지……」
「일련탁생이야.
나의 목숨은 카게아키의 길에 맡겼어. 그 아이가 그 길에서 쓰러진다면 나도 죽어. ……그 때는 혼케, 히카루를 부탁해」
「……네 녀석, 진심인가.
그걸로 좋은 건가」
「말했겠지. 죽음은 무인의 운명.
좋을 것도 나쁠 것도 없어」
「싸움에서 지면, 무인은 죽어.
그것 뿐이야」
「스바루……」
「불살이라고 말한 본인이 죽어서야 폼이 살지 않으니까. 안 하고 싶지만.
뭐, 우리 아이는 잘난 녀석이니까 괜찮겠지~」
「카게아키를 믿고 맡긴다는 건가」
「응」
「……나라도 녀석에게는 신뢰하는 바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농담으로도 산적퇴치를 명하지는 않아」
「아아. 당신도 볼 데는 보아주는구나.
모친으로서는 기쁜 일이야」
「하지만 병사는 대개 운에 따른다.
비록 카게아키가 일을 성취할 힘이 있더라도, 잘 된다고만은 할 수 없다!」
「알고 있어」
「그렇다면 어째서 걸 수 있지……!
아들과 자신의 목숨을」
――어째서.
어째서, 양모는 걸 수 있지?
어째서……
「같은 이야기의 반복이 되지만」
「……」
「그것 밖에 없으니까야, 혼케.
그렇게 하는 것 말고는, 산적과의 다툼을 거둘 길은 없어……」
「죽고 죽이기가 시작되면, 다음은 무한의 연쇄야. 끝없이 계속되. 원한에 끝은 없으니까.
끝내려면, 그것이 아무리 곤란하더라도, 죽이지 않는 방법을 계속 택할 수 밖에 없어」
「당신이 조건을 붙인 탓으로, 카게아키에게는 시간제한이 붙어서, 더욱 성가셔져 버렸지만~……」
「……그것은……」
「단순한 야유야. 히카루의 상태가 절박한 것은 당신의 탓이 아니야.
오히려 카게아키와 약속해 주었던 것에는 감사하다 말해놓고 싶을 정도야」
「그런 게 없어도, 내가 슬슬 시작할 생각이었으니까. 산적문제의 해결.
일이 이렇게 굴러서 히카루의 건도 함께 정리할 수 있게 되었던 것은, 뭐, 좋은 일이지」
「……」
――그것 밖에 없다.
산적과의 다툼을 거두고――
히카루를 구하려면……
그것 밖에, 없다.
……그렇다.
어째서, 깨닫지 못했는가.
머리 속의 어딘가에서, 격해져 있었던 것――달군 돌과도 닮은 무엇인가가, 문득 치워졌는가 하는 심경이었다.
뇌장(脳漿)의 정체가 개여서, 의식이 맑다.
바로 전에는 놓치고 있었던 것을, 지금은 손에 잡힐 듯이 알았다.
……적의 우두머리를 죽여서, 그리고 어떻게 되지.
어떻게 된다는 것인가.
확실히, 산적단의 통제는 사라질 것이다.
하지만 그리고나서는 어떻게 되지.
어딘가로 뿔뿔이 달아난다? ……그럴 보증은 없다. 그것은 단순한 낙관에 지나지 않는다.
통제가 없는 만큼 한층 성가신 집단으로 화해, 지금보다도 훨씬 더 제멋대로 약탈을 시작하지 않는다고는, 어떻게 말할 수 있으랴. 오히려 그 쪽이 가능성이 높은 것이 아닌가.
이러한 사태를 미연에 막으려면, 어떤 방법이 있나.
……차라리 우두머리만이라 하지 말고, 산적단을 전멸시켜 버릴까.
바보같은.
그런 힘이, 나의 어디에 있을까.
무책임하게도, 중도에 쓰러질게 틀림없다.
그리고 다음에는 커다란 재앙을――마을과 산적단 사이에 절멸적인 적의를――남긴다.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는다.
누구 하나, 구할 수 없다.
해결하려면――
역시, 죽여서는 안 되는 거다.
산적 두목의 목숨을 빼앗지 않고,
그 악의만을 빼앗지 않으면 안 된다.
용이하지는 않겠지.
아니 지난할 거다. 혼케가 말하는대로, 꿈 같은 이야기라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양모는 이미 그 길에 목숨을 걸고 있다.
스스로는 움직이지 않고, 오직 지켜보는 입장인데도.
당사자인 나에게야말로, 그런 각오가 없었다.
마음가짐에 어설픔이 있었다. 어디엔가 무의 길의 준엄함을 가볍게 보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야말로 심담(心胆)을 단단히 먹자.
(스바루 님)
(용서를)
나는 뜰의 흙 위에 엎드렸다.
안방의 방향으로 머리를 내린다.
그리고, 심중에 맹세를 새긴다.
――창을 멈춘다고 적어서 무.
이 길을 완수한다.
아무도 죽이지 않고, 일을 수습한다.
양모도 히카루도, 잃지 않기 위해서!
그 밤은 도장에서 잤다.
이 각오를, 잊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ESC]
「카게아키―――!!
뭐야 이건―――――――!」
「……큰일났다」
그리고 밤중에――양모의 절규에 두들겨맞아서 깨어나, 크게 울린 후에 꾸짖음 받았다.
무심코, 절연장의 처분을 잊고 있었다.
죽이지 않으면서 일을 해결하기 위해 나름대로 지혜를 짜내었습니다만, 역시 쉽게 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스바루의 각오 덕에 다시 뜻을 굳혔지요. 스바루는 어머니로서도 무인으로서도 좋은 스승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나저나 욕하랜다고 정말로 욕하는 카게아키의 패기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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