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모습을 감추는 음의. 일종의 보호색처럼 갑철이 주변의 풍경에 녹아드는 투명화입니다. 음의가 발동한 순간, 갑철의 각 부분이 금색으로 빛나는 모습이 참 멋있다 싶었습니다.
빛을 투과하는 것은 아니므로 자세히 관찰하면 윤곽선을 포착하는 것은 가능합니다만, 그것도 시야가 밝을 때나 가능한 것이며, 애초에 이 음의의 용도는 그늘이나 어둠 속에서 숨은 채로 운용하는 것이므로 큰 결함은 되지 않습니다. 단, 어디까지나 광학미채이므로 시야로 포착은 힘들어도 신호탐지나 열원탐지로는 감지가 가능합니다.
로쿠하라 4공방 중 사사가와 공방, 오오토리 시시쿠의 검주입니다. 가장 멋있는 검주가 무엇이냐는 투표가 있다면, 반드시 수위권에 들어갈 정도로 팬들이 하나같이 멋있다를 연호하는 검주이지요. 저도 시시쿠가 나부세를 처음 장갑한 장면에선 감탄사를 연발 했었습니다.
나부세라 불리긴 하지만, 엄밀히 말해서 이 검주에게는 이름이 없습니다. 심지어 검주가 된 대장장이의 이념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는 서약의 말마저 없다는 점에서 철저하게 순수한 병기이고자 했던 제작자의 사상을 엿볼 수 있습니다. 흉기에 이름은 필요없다는 시시쿠의 말대로이지요.
무명이긴 하지만 나부세의 성능은 여러 명갑들과 비교해도 뒤떨어지지 않습니다. 애초에 나부세란 호칭부터가 '이름(銘)을 감춘다(伏)'를 의미하는 점을 감안하면, 정말로 무명 대장장이의 작품이었다기보다는 자신의 이념을 위해서 스스로 이름을 버린 쪽이지 않을까 합니다.
대대로 내려오며 은밀활동에 사용된 검주인만큼 강력한 무자인 동시에 여러 암살기술에 뛰어난 시시쿠의 역량을 살릴 수 있는 최적의 기체입니다. 음의인 자기은폐 역시 실내 그리고 어두운 장소에서 가장 위력을 발휘합니다.
작중에서는 밝은 장소에서 정면승부를 벌였기 때문에 바닥에 드리워진 그림자로 간격이 파악당했지만 원래 용도대로 암습에 활용되었다면 대단히 위험했겠지요. 간격을 파악했고 압도적인 검속의 레일건까지 동원한 무라마사마저 크로스 카운터에 그쳤던 점은 검격전에서 투명화가 얼마나 성가신 힘인지를 잘 보여줍니다.
쌍륜현에서라면 열원과 신호탐사로 위치를 파악할 수는 있지만, 고속으로 오가는 공중전에서는 되려 투명화한 적의 자세를 파악하고 대처하기가 더 힘들어지므로, 지상전 정도는 아니라도 성가시다는 점은 변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