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화는 숙성기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파트입니다.
여러분도 재미있게 읽어주셨으면 좋겠네요.
――이른 새벽.
눈을 뜬 순간, 시각을 그렇게 짐작한다.
아직 해도 뜨지 않은 이 때에, 왜 눈을 떴는가.
어젯밤, 재차 마음속 깊은 곳에 감춘 맹세가 전신의 세포를 고양시키고 있는 건가.
그렇지 않으면――나쁜 예감이라는 것인가.
도장의 문을 열어, 바다의 색으로 물든 뜰로 내려온다.
주변은 공요에 감싸여 있다.
이른 아침이라면 평소의 일.
하지만 오늘의 그것은, 단지 사람들의 잠을 가져올 뿐만이 아니라, 어딘가 불온한――억누른 듯한, 그런 무언가를 포함하고 있다.
정말 몇 걸음으로, 그 정체는 알 수 있었다.
「좋은 아침입니다」
「……안녕」
계속 숨어있으려는 듯한, 발버둥질은 없었다.
발소리까지도 유감스러운 듯이 내면서, 그 그림자가 정원수의 뒤로부터 나온다.
하지만 바라던 바가 아닌 내심을, 그녀는 한번 혀를 차서 토해 버린 모양이었다.
이쪽에 쏟는 안광의 아래에는, 이미 평정한 미소가 있다.
너의 침상을 찾아다니지 않고서 끝났고」
확실히 그렇다.
만일의 착오도 없도록, 확인은 필요할까 합니다」
나는 네가 자고 있었다면 그대로 목을 벨 생각이었지만?」
새벽전이라는 시각을 일부러 골라서 습격해 온 것이다. 당연히 그렇겠지.
만약 어젯밤 아무 일도 없이 취침했었다면, 분명히 머리맡까지 발을 들이게 하고도 깨닫지 못했을 것이 틀림없다.
만일 깨달았다고 해도. 손발은 무거워, 대치해서 싸우는 것은 뜻대로 되지 않았겠지.
이른 아침의 잠은 특히 깊은 거다. 고래로부터의 병법에도, 기습에는 최적의 시기라고 한다.
이게 보이지 않는 것도 아닐텐데」
말하고서, 수령은 손에 쥐고 있었던 물건의 한쪽을, 이쪽으로 던져서 넘겼다.
오른손을 뻗어서, 허공에서 받는다.
타치였다.
전날의 승부에서 빌린 것이다.
너와 정면으로부터 승부해서 진정한 우열을 알릴 수 있다면, 애초에 그거보다 나은 일은 없어」
비틀린 것이지만, 그렇게 설명받으면 모를 것도 아니다.
그런 것일까요」
네가 이렇게 나왔다면, 나는 정면으로부터 너를 베어 버린다」
이전과 같이, 깜찍한 책략을 써봐. 이번에는 그런 거, 너의 목숨째로 끊어줄 거지만……!」
「……한번, 그런 술책을 쓴 이상.
믿어주실 수 없는 것도, 그것은 제 몸의 부덕함 탓이라는 것입니다만」
시퍼런 칼날을 드러내는 수령에 응해서, 칼집을 뽑아서 버린다.
날끝의 손질은 오늘도 소홀히하지 않은 것 같았다.
쓸 수가 없게 할만한, 세공이 되어 있는 것은 아닌가――
그런 의심은 솟지 않았다.
함정을 걸 정도라면, 처음부터 타치 같은 건 건네주지 않으면 된다.
게다가 수령의 눈동자에 가득한 흉흉한 전의에는 거짓의 색이 없다.
정면으로부터 베어 쓰러뜨린다는 말은 본심이다.
「떳떳이 상대하겠습니다」
「멋대로 말해」
상관하지 않고, 타치를 천천히 오른어깨 위로 쥐는 수령.
무자정조(武者正調), 상단의 칼쥐기.
응해서 자세를 잡는――
그 전에, 나는 말을 이었다.
「수령님」
「뭐야?」
「승부의 전에, 약속해도 되겠습니까」
「……아아」
크, 하고 그녀의 입술은 모멸을 그렸다.
「뭐야? 능숙한 약속의 수법을 생각해 낸 거? 이번에는 수령을 그만두었다는 변명이 통하지 않을만한.
그렇지 않으면 서약서라도 써?」
「아니요」
머리를 좌우로 흔든다.
「저번과 같은 약속으로 좋습니다.
제가 승리했을 때는, 마을에의 약탈행위를 멈추어 준다」
「당신이 이긴다면, 이 몸을 좋을대로」
……죽일 생각이 만만한 상대에게 내기에는, 조금 이상한 교환조건이지만.
「…………」
「무슨 생각을 하고 있어. 너」
「특별한 것은」
단지, 각오를 정했을 뿐이다.
잔재주 따위에 의지하지 않고, 이 여성으로부터 해를 입힐 의지라는 것을 없앨 때까지 싸운다――라고.
「좋을까요?」
「……좋아.
그것이 소원이라면」
「그럼」
타치를 쥔다.
적수와 정대칭(正対称)인 무자상단.
「요시노어류 합전예법, 미나토 카게아키.
갑니다」
「……로쿠하라 신음류(六波羅新陰流).
대등한 이름대기 따윈 주제넘지만, 유파명만은 줄게」
<앞으로 나온다>
천천히 한 걸음, 수령이 간격을 채웠다.
거기에 저번 같은 오만한 여유는 그림자도 없다.
실력에 뒷받침된 평상심만이 있다.
――역시, 강하다.
그 감개를 새롭게 함과 동시에, 나는 칼등치기로 싸운다는 방책을 버렸다.
그래서는 도저히, 이길 수 없다.
도검은 날을 적에게 맞히도록 만들어져 있다.
그것은 칼날의 날카로움에 그치는 문제가 아니다. 형상, 중량 밸런스, 칼자루실을 감는 법, 고정못의 위치……모든게 그 용도를 전제로 하고 있다.
그것을 무시하면, 검의 성능을 크게 손상시킨다.
그냥으로마저 실력차가 있는데 더욱더 핸디캡을 떠맡아선, 약간의 승기가 잡기 전에 떠나 버리겠지.
타치는 올바르게 다루고, 그러면서 급소를 벗어날 수 밖에 없다.
아니면, 급소 직전에 멈추든가.
……어느 쪽이건, 칼등치기로 이기는 것과 그리 변함없는 난업(難業)이라고 생각되지만.
얇은 종이 한장 만큼이라도 승리에 가까워진다면, 그 선택을 할 책임이 나에게는 있었다.
이 등은, 자기 한몸에 그치지 않는 운명을 맡고 있다.
수령은 차츰차츰, 지면을 발바닥으로 찍으며 간격을 매꾸어 오고 있다.
거북이 같은 걸음――하지만 그 둔한 걸음이야말로 위협이다.
자세를, 중심을, 무너뜨리지 않은 채로 느리디 느리게 천천히 걷는 것은 그야말로 지난한 기술이다.
자세의 유지는 빠른 걸음이 훨씬 더 쉽게 끝난다.
자전거를 예로 꺼내면 자명한 일.
걷는 것보다도 느린 속도로 자전거를 타내는 것 따윌, 누가 할 수 있을까?
수령의 서행은, 그 어려운 기술을――중심의 완전제어를 의미하고 있다.
본능적인 두려움이, 나의 등골을 차갑게 기어 올랐다.
……즉, 이러한 것이다.
그녀는 이 보법에 의해서, 간합(間合)이 베는 간격에 달하는 순간을, 어긋남 없고 헛됨 없이 완전하게 장악해서, 최고의 기회(機)에 일도를 날릴 수가 있다.
이것과 길항하려면, 같은 전투기술을 이쪽도 손에 넣을 수 밖에 없다.
나는 긴장으로 굳어지려는 안구를 가까스로 풀고, 적당히 이완시켜서 시야를 안정시켰다.
다리는, 그 자리에 둔다.
이것도 하나의 선택이었다.
적의 보법에 대하여 이쪽도 보법으로 응해, 적의 간합 장악을 빼앗으려고 도모한다――그것도 하나의 길.
하지만 포기한다. 거기서 승부를 도전하면 아마도 이길 수 없다.
간합의 쟁탈이 되면, 무엇보다도 실전경험이 이야기한다.
기껏 수년 뿐인 병역과 몇 번인가의 시합경험만으로, 로쿠하라 무자의 역전의 실력에 대항할 수 있다고는 조금도 생각되지 않는다.
정지해서 기다리면, 간격의 쟁탈에 관해서는 어드밴티지를 양보하게 되지만, 거리의 파악에 있어선 이쪽 편이 용이하게 우위가 된다. 미속(微速)이라도 적은 움직이고 있는 이상, 이 점은 흔들리지 않는다.
거기에서 승기를 찾아내는 것이 상책이다.
「――――」
「――――」
아침안개의 속에서는 호기(呼気)도 떠오르지 않아, 상대하는 적수의 호흡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반해서 이쪽은 상대만큼 교묘하게 숨을 감출 수 있을지……어떨지.
호흡을 읽히는 것은, 행동예정표를 칠판에 적어서 보이는 것과 거의 동의다.
상대는 이쪽이 대응불가능한 때를 포착하고서 쳐들어 올 것이다.
몸을 움직이는 것은 근육이며, 근육의 출력은 호흡상태에 좌우된다.
통례, 흡(吸)보다는 지(止), 지보다는 호(呼)가, 보다 커다란 근력을 낳는다.
고로 결코, 공기를 폐장(肺臓)에 들이마시는 때를――전신의 근육이 행동력을 줄이는 순간을 감지당해서는 안 된다.
그러려면, 숨의 기세를 가능한 한 느슨하게 하는 거다.
호기를 숨기면 흡기(吸気)도 숨길 수 있다.
폐는 조용히 써야 한다…………
어느덧, 간합은 좁혀져 있었다.
소도(小刀)의 끝에 깍이는 듯이 메꿔지는 상관거리(相関距離), 그것이 정해진 수치로 접근하고 있다.
――정해진 수치.
즉, 베어야 하는 간합이다.
(보인다……)
가능한 한의 각도와 시점으로부터 거리를 검토, 확인한다.
대강, 리(糎) 단위로는 파악하고 있다.
싸울 시기는 가깝다.
그것은, 나의 기회(機)이다.
피아의 무기는 거의 같은 길이.
하지만 체격에 격차가 있고, 그것은 그대로 유효사정거리의 차이가 된다.
나의 사정거리는 적수보다 길다.
그 우월분은, 즉, 이쪽이 일방적으로 공격할 수 있는 간격이다.
잠자리가 앉을만한 속도로 그 거리로 다가오고 있는 수령은, 마치 내가 그 기회를 노리기 쉽게 배려하고 있는가하는 분위기다.
물론, 틀리다――――아니, 그렇게도 단언할 수 없는가.
확실히 그녀는 배려하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나에게 절호의 기회를 노려서 치게 한다――거기를 영격해서, 제압하려고.
사정거리의 우월함으로 인해 일방적으로 공격받는다고 해도, 그것은 내가 움직이기 시작할 때까지의 이야기다.
움직임을 일으켜, 몸을 앞으로 밀어내면――당연히. 간합은 줄어들어, 상대에게 있어서도 칠 기회가 된다.
현상황은 꼭, 일방적인 우위라고는 할수 없을 거다.
그런데도 먼저 움직임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이 커다란 유리인 것은 틀림없다.
적수는 이쪽의 공세를 일절의 지연 없이 파악할 수 있어야, 그래서 겨우 호각. 그리고 실제로는 그렇게 되기 힘들다.
움직임이 늦게 일어나면 우선 피할 수 없고, 그 지연의 분량만큼 칼날의 경주에서 불리를 짊어지는 것은 자명하다.
눈 앞의 강적이라도, 그 이치로부터는 달아날 수 없다.
검속으로 만회될 가능성은 있다고 해도……
역시, 이쪽에게 있어서 나쁜 승부는 아니다.
(…………)
간합에 이르렀다.
나의, 간합이다.
「……」
기분 탓인가.
수령의 두 눈동자가, 험악함을 늘린 것 같았다.
나는 기회를 보아 넘겼다.
변함없이 부동인 채로, 적이 간격을 매꾸어 가는 것에 맡긴다.
이쪽의 유효사정거리, 적의 사정거리 밖――나의 우월적 구간은 그리 긴 것도 아니다. 곧바로 없어질 것이다.
그것을 간과하고 있는 사실이, 수령에게는 뜻밖인 모양이다.
……확실히.
병법의 상도(常道)에 따른다면, 때려넣었어야 했다.
생각하다 그만두었던 것은, 뇌리의 한마디가 걸렸기 때문이다.
(로쿠하라 신음류……)
정확히는 야규 신음류(柳生新陰流) 로쿠하라파.
일찍이 토쿠가와가 오이에류(御家流 : 신분 높은 가문에 전승되는 유파)였었던 대유파(大流儀)의 후손이다. 토쿠가와 시대 말기에 주가(主家)를 버리고 조정세력에 몸을 던져, 로쿠하라의 예하가 된 야규 아무개(某)를 선조로 하고 있다.
많은 독특한 기법을 가져, 이미 야규류라고는 말하기 어려운 면도 있지만, 막부군 내에서 융성.
분파(分派)이면서 본가를 능가하는 지위를 획득해, 지금은 그 당주는 막부 수뇌부에 자리를 가지는 일마저 있다.
당대의 종가는 야규 죠안사이(柳生常闇斎).
불세출의 달인이라 불려, 그 실력을 인정받아서 아시카가 일족의 친위대인 로쿠하라 우마야슈(厩衆)의 두령을 맡고 있다고 한다――아니. 이 부분은 별로 아무래도 좋다.
야규 신음류와 함께 도쿠가와가의 병법을 맡은 유파에, 오노파 일도류(小野派一刀流)가 있다.
이것도 또한 명유파이지만, 특히 그 오의는 저명하다.
절락(切落).
이것은 우선, 적수에게 정면을 베게한다.
상대가 공격의 거동을 일으켜, 검로를 정할 때까지 기다려――그리고나서 자기가 움직임을 일으킨다.
대적의 검격과 정대칭의 검격을.
그리고 적의 검을 맞서 쳐서, 베어서 떨군다.
그대로, 적의 육체도 끊는다……
단 일도로 수(受)와 공(攻)을 함께 행한다.
그야말로 일도류의 유파명을 체현하는 듯한 기술이다.
……그 술리(術理)를, 수령이――신음류가 모른다고는 단언할 수 없었다.
오노와 야규 양가는 같은 주인을 모시면서, 서로를 잠재적인 적으로 삼아, 기법의 훔치는 것 따윈 일상다반사였다고 한다.
그렇지 않더라도, 어느 유파의 기술이 다른 이름으로 다른 유파에 존재하는 것 따윈 드문 일도 아닌 거다. 같은 무기의 조작법을 파고 들었으니까 당연하다고도 말할 수 있을까.
로쿠하라 야규가 절락을 전하고 있어도 이상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사실, 내가 절락을 이름만이 아니라 술리까지 아는 것은 확실히 그러한 이유 탓이었다.
요시노어류에서, 이 기법은 타조(打潮)라는 명칭으로 전해지고 있다.
수령이 나의 공격에 대하여 단순히 검속으로의 승부에 임하지 않고, 절락으로 응했을 경우――승부는 검로의 간파 다툼이 된다. 절락끼리의 맞서치기는, 상대측에 간파당한 검이 최종적으로 떨구어지는 거니까다.
그리고 그 승부는 내가 불리해진다.
이쪽으로부터 공격을 거는 이상, 그 시점에서 이미 반 이상, 검로를 정해 버린다――도중변화는 불가능하지 않지만, 그 범위는 아무리해도 좁고, 적다.
이쪽의 검을 어느 정도 보고나서 움직이는 적수와의 사이에는, 뒤집기 어려운 우열이 태어날 것이다.
가라사대, 이 검의 극에 달한 자에게 무승부는 있어도 패배는 없다――검성의 지예(至芸)라고 외경받는 까닭이다.
그러니까 보아 넘겼다.
수령이 절락 아니면 그것과 동질의 수법, 상대에게 선제를 허락하고 나서 나중에 이기는 영격기법(迎撃技法)을 알고 있는 위험성에 대하여, 고려할 가치가 없다고는 단정할 수 없다.
…………어쩌면, 나는 유일한 승기를 놓쳤을지도 모른다.
심장의 주변에 술렁술렁하며 꿈틀거리는 방황을 뿌리치고, 기분을 새롭게 고쳐 간합을 다시 잰다.
나의 우월거리는 끝나가고 있었다.
앞으로 한호흡 후……쌍방의 치는 거리가 된다.
현재 이 시점에서, 나에게는 3개의 선택지가 있었다.
우월거리에서 공격을 거는 것이 하나. 상호공격의 거리에서 공격을 거는 것이 하나. 상호공격의 거리에서 적이 공격을 걸어오는 것을 기다리는 것이 하나.
이것에 대응하는 형태로, 상대의 측에도 선택지가 있다는 것이 된다.
우선은 제1의 선택.
이쪽의 우월거리에서 공격을 걸 경우――상대가 절락 같은 기술로 응한다면, 이쪽의 패가 된다.
그렇지 않으면 검속의 차이로 승리.
제2의 선택.
서로 치는 거리에서 공격을 걸어――상대도 똑같은 공격을 걸어 왔다면 우열은 없음. 검속으로 승패가 결정된다.
적이 절락을 도모해서 기다리고 있었다면 패.
제3의 선택.
적의 공격을 기다려――바랬던대로 적이 왔다면 승.
“타조”의 검리를 나의 기량으로 해낼 수 있다면, 이지만.
적이 오지 않는다면, 정세는 움직이지 않는다.
어떤 방도도 일장일단.
선택의 결정수는, 적이 무엇을 가장 두려워하는가라는 판단이었다.
운검의 속도를 가장 두려워한다면, 먼저 스타트를 끊을 수 있는 지금이야말로 공격을 걸지 않으면 안 된다.
상호공격의 간합에 들아간 다음에는, 호각 이하의 승부 밖에 되지 않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 영격기를 최대의 위협이라고 설정한다면, 제1 ・제2의 선택은 없다는 것이 된다.
골라야 하는 것은 제3. 기다리는 자세다.
어느 쪽인가.
……하지만, 이 결단은 이미 내리고 있었다.
「……」
나는 기다렸다.
상관거리의 변화를 지켜본다.
적의 공세를, 기다린다.
어디까지나, 이 일순간은――이지만.
일순간.
간합이.
서로 치는 거리에 이른다.
「――」
「――」
나타난 결과는,
…………피아, 함께 정지.
이 시점에서, 쌍방의 의도는 노출되었다.
어느 쪽도, 상대의 공격을 끌어내서 맞서는 기술을 노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서로 알게 되었다면,
――천일수(千日手 : 교착상태)다.
적이 기다리고 있는 이상, 쳐들어갈 수 없다.
적의 공격을 기다릴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이쪽이 기다리고 있는 것은 적도 알고 있다.
적도 공격하지 못하고, 계속 기다린다.
먼저 움직이는 쪽이 진다.
서로, 그렇게 깨달았다.
즉――
상황은 지구전으로 빠졌다.
일순간.
또 일순간.
대치를 계속하고, 대치하는 채로, 시간을 보낸다.
(어떻게 하지)
이 형태에서도,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니다.
재주없이 적수가 뜻을 뒤집는 것을 계속 기다리는 것 말고도 길은 있다.
하나는, 서로 물러난다.
이러한 형세가 되었을 때는, 역량을 서로 인정하고, 승부를 무승부로 하는 것이 절도있는 무인의 행동이라는 것이다.
또 하나는, 유혹을 건다.
공격을 건다――고 가장해서, 적의 반격기를 끌어내어 헛치게하고, 그런 후에 제압하는 거다.
어느 쪽이건 이 상황은 타개할 수 있다.
하지만……선택은, 할 수 없었다.
전자는 논외다.
서로 이 승부에 거는 것이 있는 이상, 무사의 미풍을 거스르더라도 물러날 수 없다.
후자도 역시, 고려할 가치가 없다.
시원스럽게 유혹기술에 걸려줄 만한 상대라고 믿었다면, 여기까지 막히기 전에 얼마든지 방법은 있었다.
(……하지만)
적이 그 수를 사용하는 것은, 충분히 있을 수 있었다.
상대가 마침내 밀어닥쳐왔다――라고 해서, 당장에 어서오라며 물었다간, 위험할지도 모른다.
싸움에 익숙한 자는 그러한 비수를 반드시 가지고 있다고 한다.
판별이 중요하다.
적의 공세, 그 진위의.
과연, 순간에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있을까.
그것은, 곤란하겠지……만.
(가려낸다면 이긴다)
거짓을 거짓이라고 간파할 수 있다면, 유혹에 넘어간 체를 하면 된다.
그렇게 적이 응해온 데를, 노려서 제압한다.
……응했다고 보인 것이, 실은 그거야말로 적의 흔들기였다, 라는 사태마저도 일어날 수 있지만.
그렇다고는 해도, 이쪽으로부터 유혹기술을 거는 것보다는 기다리는 편이 유리할 것이다.
그리하여 결국.
――계속 기다린다.
기다린다.
적의 움직임을 기다린다.
적도, 기다린다.
나의 움직임을 기다리고 있다.
(시작하고부터……지금까지, 7호흡하고 반)
초단위로는 어느 정도일까.
아니――생각할 것도 없다.
승부의 한창에 실시간 따윈 이렇다 할 의미가 없다.
그것보다는 호흡수의 파악이 의미가 있다. 호흡상태는 체력상황으로 직결하니까다.
현시점에서 문제는 전혀없다.
지구력에는 자신이 있는 편이다. 아마도 눈앞의 원 군인에게도 뒤떨어지지 않을 것이다.
만약 대치자가 그 점에 대해서, 나의 자신감을 반대로 한 불안을 품고 있다면――
머지않아 반드시, 걸어 온다.
(그렇다.
그녀는 온다)
확신한다.
생각해보면 수령은, 나보다 우월하다는 자부를 가지고 이 대전에 임하고 있다. 전날의 패배가 잘못이라 증명하려고.
대하여 나는, 실력으로 뒤떨어진다는 것을 의심하지 않았다.
내 쪽이 이 대치를 계속하는데는 아무 지장도 없다.
하지만 그녀는 다르다. 이대로 막상막하의 대치를 유지하는 것은, 자신이 실력으로 우월하다는 애초의 싸움 동기를 부정하는 것과 마찬가지라, 싸움의 의미를 잃어버리게 한다.
그러니까 공격하지 않을 수 없다.
그녀는 자신의 역량을 증명하기 위해서, 반드시 온다.
「――」
(온다……)
―――――――――――――――――――――――――――――――――――――――――――――――――――――――――――――――――――――――――――――――――――――――――――――온다.
<미세하게 앞으로 나온다>
「!」
「……」
…………그렇게 왔는가!?
그녀는 확실히, 나섰다.
하지만――그것은 나의 예측을 완전히 벗어난 것이었다.
수령은 발을 딛어, 살짝……하고 앞으로 나왔다.
단지, 그것 뿐이었던 것이다.
즉, 다시, 간합을 채우기 시작한 거다.
(안돼)
얼굴로부터 핏기가 가시는 것을 느낀다.
거울에 비추면 망령처럼 창백한 얼굴을 볼 수 있을 거다.
적수가 의도하는 바가 어디인지, 손에 잡힐 듯이 알았다.
깨닫는 것이 너무도 늦었지만.
(나의 간합이 살해당한다)
이렇게 밖에, 해석할 수 없다.
말할 것도 없이, 도검에는 간합이라는 것이 있다.
그것은 정확히는 칼날이 닿는 범위――가, 아니다.
예를 들면 통상은 날끝만 닿는 거리를, 간합의 안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날끝만으로 베어들더라도, 상대에게 큰 부상은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피륙을 찢는 정도로 그친다.
적의 골육(骨肉)까지 도검이 가를 수 있는 간합이란, 날끝 3치 아래로부터 1척 정도 범위의 칼날이 상대에게 접하는 거리라고 한다. 그 해당부분을 칭해서 물타(物打)라고 부른다.
물타의 간격을 넘겨도, 밑돌아도, 도검의 살상력은 손상된다.
베어서, 가르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하지만 일격필살이라곤 할 수 없는 것.
지금은 쌍방이 상대를 물타에 해당하는 거리에 두고 있다.
하지만……이대로 수령이 간격을 계속 채운다면.
상관거리가 나의 물타 간격보다 줄어든다.
그리고 그 시점에서는, 적측은 아직 이쪽을 물타의 범주에 두고 있다……
그래.
대치가 되어서 교착하기 이전에는, 어느 면에서는 나의 유리를 보증한 사정거리의 우월이, 이번에는 화근이 된다.
최저사정거리도 내 쪽이 기니까.
이윽고는, 적수만이 일방적으로 나를 벨 수 있는 간합이 된다. 그 의미는 즉 나의 패사(敗死)다.
그런 가까운 간격(近間)으로부터의 검섬을 막아내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타인의 지혜를 빌릴 것도 없다.
소위, 품에 들어오게 했다라는 형상이다.
체격이 뛰어난 자가 뒤떨어지는 자와 겨룰 때, 가장 위구하지 않으면 안 되는 사태다.
가까운 미래에 약속된 궁지를 회피하고 싶다 바란다면, 그렇게 되기 전에 결착을 붙일 필요가 있겠지.
하지만 그 앞에 기다리는 것도 사지(死地)다.
공격을 걸면 반격당한다.
그것은, 잘 알고 있다.
섣불리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은 아무런 변함도 없다.
단지…………이쪽에 한해서, 시간제한이 설치되었을 뿐이다.
움직이면 죽음.
기다리면 죽음.
(물러날, 까……?)
묘수(妙手)인 듯한 것이 문득, 뇌리를 스쳤다.
……일단 후퇴한다.
적이 전진하는 것과 같은 속도로 물러나, 간합을 유지한다.
그러면 유리하게는 되지 않아도, 교착상태는 계속된다……
(안돼)
하지만 나는 자신의 발상을 일축했다.
후퇴하면 그 순간, 나는 죽은 몸이 된다.
전진해서 적에게 때려넣는 세력(勢力)을 잃는다.
그야말로, 그녀에게 있어선 승기다. 요격의 우려는 없고, 또한 체중이 뒤로 흐르고 있다면 방어도 버티기가 먹히지 않는다. 베어서 무너뜨리는 것은 간단하다.
그녀가 그 승기를 잡지 못할 것이라고 믿는 것은 과연 어설프겠지.
적수, 즉, 내가 취할 수 있는 수단의 하나로 후퇴를 고려에 넣지 않았다고는 생각할 수 없다.
물러나면 반드시 물어뜯으러 온다.
……달아날 장소, 없음.
시간벌기의 책략마저도.
시간은 오직 상실에 상실을 거듭해,
나의 죽음을 의미하는 시각으로 가까워져 간다.
양팔에 쥐어진 타치가 의미를 잃는, 그 거리가 접근한다.
……원래부터, 이 적수를 죽일 작정은 없는 거다.
살상력을 잃는, 그 자체는 괜찮다고 쳐도 좋다.
하지만 타격력의 감쇠가 살상력 이하 제압력 이상으로 잘 수습될까라고 하면――
뻔뻔스러운 기대일 거다.
살상력이 있다는 것은, 뼈까지 끊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것이 없다는 것은, 뼈는 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대로 간합이 침범되고, 그래서 서로를 베게 되었다고 치고――거기다 속도가 우월해, 먼저 이쪽의 칼날이 상대의 몸에 달했다고 쳐서.
나의 타치는 적의 어깨죽지를 몇 리 도려내겠지.
하지만 적은 멈출 리 없다.
일순간의 백분의 일 정도의 시간 뒤, 적의 칼날이 도달해서, 나는 뼈부터 내장까지 힘껏 갈라져서 끝이다.
패배다.
그렇다면 서로 치기가 아니라――
일방적으로, 일격을 가할 수 있다면? 그 일격으로는 승부를 결정짓지 못하더라도, 상대를 약화시켜, 흐름을 유리하게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닌가.
타조(打潮)――절락의 검리로 적의 검을 봉하고서 베면.
혹은 몸놀림을 구사해서 일격을 피하면……
(상상화다)
뇌내실험에 실패해, 그 안도 포기한다.
이상의 실현에는, 나의 능력한계와 물리법칙의 무시가 어찌해도 필요불가결한 것 같았다.
거리가, 너무 가깝다.
기술을 부릴만큼의 여유가 없다.
여기까지 품이 먹혀 버려서는, 이미 이쪽은 막무가내로 타치를 내리치는 이외의 선택을 잃었다.
그 외에는 기껏해야, 입다물고 베이는 정도이겠지. 타치를 방어하러 내미는 것도, 역시 무리다. 늦는다.
……방도가 없다.
없다.
(……졌는가)
아직 일합마저 타치를 맞대지 않았다.
하지만 이미 승부는 정해졌다――그런 것인가하고, 생각한다.
그것은, 일찍이 느낀 기억이 없는 절망이었다.
져서는 안되는 승부이다.
여동생의 운명을 짊어진 승부이다.
「모친으로서는, 함께 죽어 주는 정도일까」
――더욱이, 또 한 분의 목숨도.
그런 싸움에,
……지려하고 있다.
그 소망이 심혼의 깊숙이로부터 새로운 힘을 불러일으켜 주는 일은 없었다.
세상은 거기까지 나에게 사정좋게 되어있지 않았다.
그것이 부르는 것은 단지 깊은 절망이었다.
그리고 동요였다.
<귀울음이 들린다>
<키이이이이이……――――>
자기에 대한 질타도 절망을 앞두고서는 공허하다.
시야가 급속히, 색을 잃기 시작했다.
열량을 잃은 무자가 빠진다는, 회전증상(灰転症状)과는 다르다. 극도의 긴장이 혈류를 어지럽히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의미는 비슷한 것이었다.
……자괴(自壊).
나는 스스로 무너져서, 패하려 하고 있었다.
자각하더라도, 억제가 듣지 않는다.
의식이 혼란하고, 산만해지고, 현실인식이 이상해진다.
적은 눈앞에 있다)
스스로에게 타이르는, 그 목소리가 멀다.
내가 어디에 있는 것인지, 알 수 없게 된다.
……위험해.
신체감각이 사라진다.
자신의 신체를 잃는다.
이 동요가 표면화하면 끝이다.
어찌할 수 없는 빈틈이 되어서 나타날 것인 그것은, 적수에게 있어서 기다리던 순간이 틀림없다.
즉, 참사(斬死)……
아무 대응도 하지 못하고.
(그것은, 안돼)
자기 한 사람의 사정으로 죽어선 안 되는 몸이다.
유랑하는 오체(五体)의 감각을 만류하려고, 발버둥친다.
그것은 빠진 자가 지푸라기를 잡는 것을 닮아있었을 것이다.
모든 노력은 영의 시행착오에 지나지 않고, 유익한 것을 아무것도 결실시키지 못한다.
나의 심신을 떠밀어 흘려내려고 하는 악의의 물결은, 위안 정도로도 약해지지 않고, 비웃으며 목적을 이룬다.
감각은 우선, 아래로부터 소실했다.
……하반신이 없다.
어딘가로 사라져 버렸다.
아니, 그럴 리가 없다――눈을 아래로 향하면 확고하게 있을 거다.
하지만 그러고 싶어하는 안구를, 설마 마음대로 하게 둘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적은, 앞에 있는 거다……!
사소한 탄력으로도 아래를 향해 버릴 것 같아진 시선을, 필사적인 마음으로 정면으로 고정한다.
그렇게 하면 하지만, 하반신이 없다는 바보같은 의심을 불식할 수가 없는 것이었다.
이제는, 서있는 것이 의심스럽다.
하늘에 떠 있는 것 같은 심정.
타치를 쥐고, 하늘을 난다……
그러면 마치 무자라며, 나는 몽상 같은 것을 생각했다.
무자라면, 양 다리가 정말로 없어져도 그리 곤란하지 않다.
말하자면 자세제어용의 부품에 지나지 않으니까.
(부러운 일이다)
이라는 약간 얼빠진 상념까지 떠오른 것은, 내가 관짝에 한발을 들이고 있는 증거였을지도 모른다.
그런 사이에도 시간은 흐르고, 대적은 접근한다, 즉, 죽음은 육박하고 있었다.
――이제 별 수 없다.
가까스로 제정신을 유지하고 있는, 마음의 얼마 안 되는 일부분.
거기에 매달려, 나는 각오를 정했다.
이렇게 된 이상은, 벨 수 있는 동안에 베어들어갈 수 밖에 없다.
상대는 기다리고 있다. 요격으로 제압당할 우려는 짙다. 극히 짙다. 승산은 적다――만, 이대로 밀고 들어오는 것을 기다리고 있어선 적기는 커녕, 전무가 된다.
희미한 광명에서 활로를 찾아낼 뿐이었다.
그걸 위해서――우선 하반신을 되찾는다.
머리에 피가 몰려, 하반신의 감각을 상실한 상태에서는 막무가내로 베려드는 것마저 뜻대로 되지 않는다.
마음의, 계속 동요하는 부분은 망각하고, 평정한 부분에 모든 의사를 싣는다……그리고 사지를 재확인한다.
몸을 지금도 지지하고 있을, 2개의 다리를 찾는다.
……진정해라.
여기는 하늘이 아니고, 나는 무자가 아니다.
그러니까 다리는 확실히 있다.
다리의 디딤에 의지하지 않는 것이 무자의 도법(刀法).
하지만 여기는 지상이다. 발기술을 잊고서는 충분한 일격은 달성할 수 없다.
다리를 써서 딛지 않으면,
위력도, 간합도――――
「!」
그 일순간.
……모든 게 이어졌다.
마음은 현실로 복귀했다.
감각은 정상으로 돌아왔다.
팔과, 다리와, 허리와, 척추, 그리고 칼의 소재를 파악한다.
시야는 아찔하지 않아, 오차가 없는 정보를 입수한다.
내가 복원된다.
흩어질 뻔한 자신이라는 것이, 지금 다시 한점에 수렴한다.
그, 잠시 후.
간합은 마침내, 나의 최저사정거리를 나누는 데로 도달하여――
<자세가 살짝 낮아진다>
나의 베는 간격은.
사라지지 않고, 유지되고 있었다.
수령에게도, 그것은 전해졌겠지.
바로 베어들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의 증거다.
나는 단지 중심을 이동시킨 것에 지나지 않는다.
다리는, 그대로.
양 무릎의 각도를 바꾸어 허리를 조금 후방으로――체중을 뒤로. 몸이 흘러 버리지 않을 정도로, 정말 미묘하게.
그걸로 변화는 끝났다.
발을 딛고 베는 자세로부터, 그 자리에서 베는 자세로.
평소부터 익숙한, 휘두르기의 형이다.
하늘의 투쟁에 대비한, 발놀림을 스스로 봉하는 무자의 단련.
통상, 지상에서는 실전적인 의미를 갖지 않는 타치 휘두르기의 형태이다.
발판이라는 것이 있는 싸움에서는, 발디딤의 이익을 버리는 우행 밖에 의미하지 않는다.
어디까지나, 통상은.
이러한 상황이라면――적수에게 품안까지 먹힌 상태이라면, 그 어리석음은 역전한다.
참격의 간합을 축소한다는 효과를 낳는다.
그야말로, 만사(万死)에 일생을 쥐는 길이었다.
적의 깊은 침입을 맞이한, 이 간합――
발디딤을 버린 나에게는 절호한, 물타처(物打処)가 상대를 포착하는 간격이다.
생각해보면, 지극히 단순한 일.
하지만 베려면 발을 딛는 것――이라는 고정관념이, 그 단순한 발상을 용이하게는 허락해주지 않았던 것이다.
(위험했다……)
절벽에 떨어질 뻔한 몸을 손가락 하나로 지지했다.
그야말로 그런 심경이었다.
――안도해서, 한숨을 흘릴 틈 따윈 없었지만.
사지는 벗어났다.
그리고, 상황은 여기서 궁해졌다.
수령은 이쪽의 변형을 인식했으면서, 거취에 망설이지도 않는다.
변함없이, 정교하고 치밀하기 짝이 없는 서행 전진을 계속하고 있다.
이 현황.
이쪽에게 있어서는, 이미 벨 뿐인 간격이다. 하지만 아직 섣부르게 걸 수는 없다.
나에 비하면 사지가 짧은 적수의 측은, 어느 정도 간합의 여유를 남기고 있었다.
이 정도로 가까운 간격에서도 절락, 혹은 그 이외의 반격기(応じ技)를 내지를 수 있다. ……아직, 기다릴 필요가 있었다.
반해서 적은, 대치초기의 나와 닮은 상황에 있다.
이쪽에 반격기의 여지는 없다. 대응책은 서로 치기 뿐. 그렇다면 당장이라도 선수를 취해, 머리카락 한올만큼이라도 빨리 검을 상대에게 닿게하는 것이 최선책이다.
하지만――오지 않는다.
간합을 차츰차츰 깎으면서, 나의 호흡을 잴 뿐이다.
어째서인가.
확실한 부분은, 분명하지가 않다.
하지만 어쩌면……이것도 자기에 대한 자부심 까닭인가.
종이 한장 차의 승리보다도, 나를 협박해서 꾀어낸 요격에 의한 완승을 바라는 건가.
확실히 시시각각 두께를 더하는 살기는 나의 공포심을 부추긴다.
정신의 고삐를 아주 조금이라도 느슨하게 하면 그 순간이라도, 아우성치면서 마무가내로 베어들어 버릴 것 같을 정도로.
충동을 견디려면 의지력의 총동원을 필요로 했다.
――앞으로 조금, 앞으로 조금, 참지 않으면 안 된다.
최후의 고비가 머지않아 찾아온다.
간합은 이대로 좁혀져……
결국 적수도, 단지 벨 뿐인 거리에 이른다.
서로에게 반격기에 사무칠 여지는 이미 없다.
오직 서로를 베어들어, 검속을 겨룰 뿐인 간합으로.
책략도 방도도 기술도 없다.
조건은 대등. 의심할 것도 없는 호각의 승부.
어느 쪽이, 빠른가.
어느 쪽이, 강한가.
일도를 마주 휘둘러서, 그것을 결정한다.
최후의 고비.
최후의 싸울 기회(戦機)다.
……간합은 근접.
손을 뻗으면 닿을 정도의 거리에, 나의 적은 있다.
그 얼굴은,
――호수의 수면 같다.
그녀는 산적이다.
전직 로쿠하라인, 존경할 수 없는 경력을 가진, 어떻게 보더라도 좋아할 수 없는 여자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은, 순수한 무인이며――오직 그것 뿐인 존재였다.
한결같은 힘.
「――――――――」
「――――――――」
아침해가 비쳤다.
[ESC]
<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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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제사 : 「그럼, 스바루 님……
이것들이 붕대. 그리고 금창약(金瘡藥)입니다」
조금 전에 비치품을 전부 써버려서~. 이걸로 살았어」
약제사 : 「……네.
하지만, 그……」
「응~?」
약제사 : 「……괜찮은 겁니까?」
「괜찮아」
약제사 : 「……네에」
「아~, 하지만, 우선 발설은 하지마」
약제사 : 「네」
카게아키 : 「…………」
「…………」
「……」
「……혹시……」
「……――」
「깨어나셨습니까」
「……」
「움직이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상처가 상합니다」
「……」
「……」
「……이 치료는……」
「네.
제가」
「……」
「……」
「……피부를……
…………그……」
「…………실례」
「여하튼, 처치는 시급을 요하고 있었으므로」
「……」
「……」
「…………」
「……자리를 뜨는 것이 좋을까요」
「……쭉, 거기에?」
「응급의 처치는 했습니다만, 여하튼간에 의료는 전문외. 언제 어떠한 용태의 변화가 있을지도 모르니. ……그렇다고서, 당신의 사정을 생각하면 경솔하게 의사를 부를 수도 없고」
「적어도 무슨 일이 있으면 바로 응할 수 있도록, 대기하고 있었습니다」
「……」
「뭔가, 바라시는 것은 있습니까」
「……아니요. 별로……」
「그렇습니까.
그럼, 부디 그대로 쉬어주십시오」
「……」
「나중에 다시, 상태를 보러 오겠습니다」
「……네」
<스르륵>
<문을 닫고 나간다>
「…………」
「……졌어.
…………진 거구나…………」
대단히 정적이면서도 치열한 승부였습니다. 가장 이 작품다운 싸움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한순간의 판단미스가 즉시 죽음으로 이어지는 심리전이 인상 깊지요.
평소에 수련했던 발디딤을 쓰지 않는 무자도법의 상단세가 승리의 열쇠가 된 것도 멋집니다.
다만, 이런 고요한 승부가 맞지 않는 경우는 지루한 장면이 되었겠지요.
이 게임이 취향을 많이 타는 이유 중 하나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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