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성기도 후반부에 접어들었습니다.
이제부터는 다시 전개가 급격해지기 시작합니다.
………그로부터 2주간 남짓의 나날은, 질풍처럼 지나가 버렸다.
혼케를 설득해,
낭인집단의 이주에 마지못한 허락을 얻고,
양모와 함께, 마을의 사람들에게 설명하여,
대체로는 환영받았으며,
산으로 돌아간 수령과는 만날 기회가 없었지만,
“산적”의 내습은 뚝하고 끊어져,
마을은 오랜만의 평온을 되찾고,
혼케는, 내가 거기에 공헌한 것을 인정해 줘서,
약속대로,
독일의 의사를 초빙할 수 있도록 준비하여,
그리고.
수많은 기구와 인원을 동반해서, 고명한 박사가 야마토의 시골 마을에 방문한다――――
멘게레 박사 : 「어째서 좀 더 빨리 불러주지 않았던 건지」
멘게레 박사는――정확히는 그 뒤의 통역이――답답한 목소리로 탄식했다.
행할 의료는 전부 끝났다고, 그렇게 고해 온 후의 일이었다.
히카루의 증상은 보기에도 개선되어 있었다.
빠진 두발도 쏙 들어간 살도 돌아오지 않았지만, 여태까지 항상 휘감고 있던 죽음의 그림자, 그 절망의 기척이라고 불러야 할 것이 어딘가로 사라져 있었다.
짐승 같은 신음소리도, 이제 그 구강으로부터 들려오지 않는다.
호흡은 아주 온화한 것이었다.
……하지만.
눈동자만은,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
어둡고.
공허하고.
아무것도 보지 않는 눈동자.
마음의 소재를 엿볼 수 없는 유리색의 양눈.
그것은――그대로였다.
멘게레 박사 : 「이 의사균성광독병(擬似菌性鉱毒病)의 무서움 중 하나는
끊임없는 고통에 있습니다.
투약으로 억눌러도 한도가 있습니다.
상궤를 벗어난 격통은 환자의 정신을 침범해――」
멘게레 박사 : 「치료가 늦으면 늦을수록, 심각한 피해를 끼칩니다.
기억의 혼란과 상실, 인격의 변모, 지능의 퇴행, 분열증상……」
멘게레 박사 : 「최종적으로는 폐인화(廃人化)」
「………….
선생님……」
「여동생은」
멘게레 박사 : 「……」
멘게레 박사 : 「1년의 시간, 위독한 환자가 이 나라의 의료 레벨로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경이적입니다.
가족의 헌신적인 간호에 더해서, 환자 본인의 심신이 강인했던 것도 있겠지요」
멘게레 박사 : 「그러니까, 단정적인 것은 말씀드리지 않겠습니다.
기적적으로 회복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멘게레 박사 : 「……육체적으로는 당장, 걱정은 필요 없습니다.
체력저하에 기인하는 합병증만이 걱정입니다만, 그 위험도 시간을 들여서 육체를 회복시켜 가는 것으로
극복이 가능하겠지요」
멘게레 박사 :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여기까지입니다」
「…………」
기적.
그 한마디에 대하여 깊게 생각한 적은 없었다.
오늘이 처음이다.
그리하여, 깨달은 것이 있다.
기적. 무언가 귀에 듣기 좋은 이 단어는, 그것을 필요로 하지 않는 자에게 있어서는 말하자면 여름철의 동복――언젠가 찾아오는 겨울의 추위에 견딜 힘을 보증하는 든든한 것이며.
필요로 하는 자에게 있어서는, 겨울이 되고나서 장농의 열쇠를 잃어버린 것을 깨달아 꺼내지 못하고 있는 무의미한 면옷 같은 것이다. 실은 손이 닿지 않는 것이라 알고서, 아연해한다.
희망의 소재를 나타내는 것은 결코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기적이 가리키는 것은……
거기에 이를 때까지의, 절망적인 거리다.
「…………」
기적.
어떻게 하면, 그것을 손에 넣을 수 있는지 모르겠다.
자신이 어떻게 하면 되는 것인지, 모르겠다.
여태까지는 달랐다. 멘게레 박사를 부른다는 명확한 목적이 있었다. 혼케와 약속한 다음은 그걸 위한 수단, 산적 문제의 해결이 목적이 되었다.
지금은 그 목적이 없다.
아니, 목적은 있지만――목적지까지의 길을 모르는 거다.
어떻게 하면……
히카루의 마음을 되찾을 수 있지?
……애초에.
정말로, 되찾을 수 있는가?
――어째서, 좀 더 빨리――
「……」
가슴에 스친 한마디는, 박사의 목소리의 회상인가.
그렇지 않으면 단순한 자책인가.
……좀 더 빨리.
좀 더 빨리, 박사를 불렀다면.
이렇게 되지 않았던 것은 아닌가.
히카루가――손을 쓸 수 없게 되기 전에,
시간이 맞았던 것은 아닌가.
……내가……
좀 더, 노력했다면!
「욧」
「!」
당돌하게 어깨를 얻어맞아 얼굴을 든다.
……들고 나서 깨달았다. 어느 새인가 나는 숙여서, 지면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대로 엎드리기 전에 나를 만류해 준 것은, 양모였다.
「왜 그래.
왜 어두운 얼굴을 하고 있어」
「……」
시치미를 뗀 듯한 얼굴과 목소리.
그것이 만들어진 것이라 한눈에 아는 만큼, 직시하는 것이 괴로웠다.
마주 보면서 말할 용기는 없어, 시선을 원래대로 되돌린다.
「……죄송합니다.
스바루 님」
「어째서 사과하지? 아들」
「저의 힘이 모자랐습니다.
좀 더 제게 능력이 있었다면……좀 더 빨리 박사를 부를 수 있었습니다」
「좀 더 빨리 히카루를 치료해 줄 수 있었고……
손 쓸 도리가 없어지지 않고 끝났습니다」
「……」
「죄송합니다」
달리 말이 없어, 그렇게 입에 담는다.
쓸모없는, 무의미한 사죄를.
미나토가에 거두어져서, 길가에서 끝났을 목숨이 살려져서 20여년.
그 은혜는 형용할 수 없이 크다.
그에 반하여, 나의 하찮은 보답이란.
소중한 계승자를 구하는 것조차 할 수 없었다.
밥버러지인 것에도 정도가 있다.
어째서 나는, 좀 더 도움이 되는 생물로 태어나지 않았던 것인가.
인간의 기량에 걸맞지 않는다면, 별로 가축이라도 상관없었다.
무위도식을 할 뿐인 남자에 비하면, 근방의 소나 말이 몇백배나 가치가 있을텐데…….
「…………」
<콰앙―!>
[ESC]
「바보 녀석」
「……불꽃이 보였습니다. 스바루 님」
「눈이 뜨였겠지.
저기 말이야, 카게아키」
「……」
「조금 전, 히카루가 잠들었어」
「……?」
기분 좋은 것 같았어」
저런 편안하게 자는 얼굴은」
카게아키」
양모의 질타는, 주먹과는 달리 상냥한 것이었지만.
그거야말로, 나의 눈을 뜨게 해 주었다.
포기.
……그런가. 나는 포기하고 있었는가.
자신의 무력함에 절망한다는 것은 즉,
자신으로서는 이제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포기한다는 것.
바보같은.
포기해도 될 리가 없다.
나의 인생이라면, 포기하는 것도 던지는 것도 내멋대로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걸려있는 것은 히카루의 인생.
멋대로 던져도 될 리가 있으랴.
히카루는……박사를 경탄시켰을 정도의 생명력으로, 이 1년을 견뎌냈는데!
그리 생각하면, 고개를 숙이고 있을 틈마저 아깝다.
그런 여유가 있다면――
나와, 너로」
너의 덕분에, 우선 히카루의 신체는 좋아졌어」
가족이라면 당연해」
「마지막까지 하자.
잘 들어, 너는 후퇴한 것도 굴러 떨어진 것도 아니야」
「앞으로 나아간 거다.
그걸 믿어라」
「……」
「멈춰서서 뒤를 보고서, 아~ 역시 다른 길이 좋았다, 라고 끙끙거려도 나아질 게 없겠지.
그것보다 앞이야, 앞」
「네.
멈춰 서 있을 틈 따윈 없었습니다」
양모의 말에, 강하게 끄덕인다.
그래. 지금 해야 할 일은, 손으로 더듬어서라도 앞으로 나아가는 것.
길의 어두움에 두려워서 움츠려 있어도,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는다!
같은 종류의 병의 사례를 수집한다……거기서부터 회복례를 찾아, 효과가 있는 치료법을 찾는다……할 일은 얼마든지 있다.
바보처럼 뜰을 바라보고 있을 사이에, 할 수 있는 것부터 손을 대어 가야 했었다.
……자신의 나약함에 정말로 기가 막힌다.
「정말이지, 손이 가는 아이구나」
「……네.
이 나이가 되어서 여기까지 보살핌을 받다니. 부족함에 송구스러울 뿐입니다」
「부끄러워해라 부끄러워해. 바보아들 녀석.
그래도 뭐~, 보살핌을 타는 아이일수록 귀엽지~」
꾸깃꾸깃하고 나의 머리를 난폭하게 쓰다듬으면서, 웃는 양모.
……나에 비하면, 이 분은 얼마나 강한지.
오랫동안 곁에 있었으면서, 이 강함을 본받을 수 없었던 것이 부끄럽고, 화가 난다.
적어도 지금부터는, 이런 폐를 끼치지 않도록 하지 않으면.
「멘게레 박사는 아직 본가에 머물러 있을 터입니다.
재빨리 내일이라도 만나서, 히카루의 상태에 대해 보다 자세한 이야기를 묻고 오겠습니다」
「응응」
「우선 오늘은, 」
「응」
「아무래도 한계인 듯하므로 기절하겠습니다」
<풀썩>
[ESC]
「응?」
「…………」
「어라?
카게아키, 너 어째서 정수리로부터 피가 줄줄 나오고 있어? 게다가 왠지 목의 골격이 유쾌하게 비틀려 있고」
「마치 마운틴 고릴라에게라도 맞은 것 같~은……」
「…………」
「꺄―――――――――――――――!?
저저저정신차려라 아들이여―――! 엄마를 살인범으로는 만들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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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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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동생을 구하자고, 마음에도 새롭게 맹세한다――
하지만 오직 그것을 위해 매진하는 것은 용납되지 않았다.
직장이 있으니까, 가 아니다.
회사에의 휴가요청은, 연장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혼케가, 머리얹기의 의식 실시를 선언했으니까다.
미나토(皆斗)가의 법에서, 미나토의 제사장(祀司)――즉 무희의 계승은, 차대가 될 여자가 일정한 연령에 달함으로써 행하기로 되어 있었다. 그 연령보다 먼저도, 나중에도 안 된다.
계승의례――머리얹기의 의식을 목전에 두고 히카루가 병으로 쓰러졌던 것은, 혼케가 노경에 들어서 맞이한 최대의 통한이었던 것임이 틀림없다. 당대의, 최후의 큰일이 정리되려던 차에 덜미를 잡혔으니까.
하지만 멘게레 박사의 치료에 의해 히카루의 육체는 차도를 보였다.
그날 이래, 발작은 한번도 일으키지 않았다.
머리얹기의 의식 때, 계승자가 해야 할 일은 정해진 의례를 정해진 대로 해내는 것 뿐이다. 그것은 복잡하면서 번잡하지만, 그리 기술도 자기판단도 필요없다.
지금의 히카루라도, 시중드는 사람이 붙는다면 할 수 있는 일이었다.
혼케가 보자면, 이 기회를 놓칠까 보냐――라는 바였을 것이다.
박사가 귀국하자마자 벌써 의식의 일정까지 결정해 버렸다.
나로서는, 지금 당분간은 히카루를 쉬게하여 체력을 되찾게 하고 나서로 하고 싶었다.
머리얹기의 의식은 반나절이나 걸려, 체력 부담은 적지 않다. 그러니까 여태까지는 무리였던 것이다.
지금이라도, 아직 위험하다.
하지만 박사의 초빙으로 큰 은혜를 입은 이상, 나나 양모도 혼케에게 면전에 대고 강하게 말할 수는 없었다.
마음을 써서 보좌하면, 히카루의 부담도 가볍게 해 줄 수 있을 거다…….
그렇게 생각하고, 부득이하게 타협해서, 혼케의 요망에 따랐다.
그리고 오늘――――
양모의 축사주상(祝詞奏上)은 언제 들어도 훌륭했다.
단조로운 가락 안에 형용할 수 없는 깊음이 있다.
몇년이나 걸쳐, 수천회 수만회를 반복하여, 비로서 완성되는 영창이다.
주상 중, 참석자는 얼굴을 숙이고 기다리는 것이 규정이지만, 그런 것이 없더라도 자연스럽게 얼굴은 내려갔을테지.
말석에서부터, 마루의 위를 미끄러뜨리듯이 시선을 던져, 상태를 엿본다.
무례하지만 어쩔 수 없다. 본래 참례의 자격을 가지고 있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열석하고 있는 이상, 책임을 게을리 할 수는 없었다.
혼케를 시작으로, 미나토(皆斗) 여러 집안의 요인들이 좌우 2열로 나뉘어서 늘어선 저 편.
어머니에게 뒤따르는 모습으로, 히카루가 있다.
좌식의자(座椅子)에 등을 기대어, 멍하니 있으면서 축사에 귀를 맡기고 있는 것 같았다. ……지금까지는, 이변은 없다.
이 제전에서의 본의례(本儀礼)에 앞선 제의(諸儀)에서 이미 피로가 축적했을테지만, 아직 한도를 넘을 정도는 아닌 것 같다.
저 좌식의자는 예법에 따른 것일 리가 없어, 몹시 혼케의 불흥을 샀지만, 역시 필요한 조치였다.
눕혀두어도 좋다면 또 이야기는 바뀌지만.
이 정도라면, 끝까지 무사히 넘어갈 것이다.
하지만 방심은 할 수 없다.
혼케의 신경을 이것 이상 자극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만약 무슨 일이 있었을 때에는 신속히 대처할 수 있도록 준비해 두지 않으면 안 되었다. 나는 시선을 빼면서도, 히카루의 상태에 의식을 모았다.
양모의 축사가 순조롭게 끝났다.
평소의 제사라면, 이 다음은 신찬(神饌)이나 타마구시(玉串 : 비쭈기나무의 가지에 베 또는 종이를 단 공물)를 바칠 뿐이다.
하지만 오늘은 다르다.
이 다음에는 『선보임(顔見せ)』라고 통칭되는, 머리얹기 의식의 핵심이라고 말해야 할 제례가 들어간다.
미나토(皆斗)의 어르신들이 한 번 퇴장.
……이윽고 돌아온다.
무가 의복(武家装束)으로 몸채비를 갖췄다.
타치를 차고서.
그들은 무장하고 있었다.
어디까지나 의례용에 지나지 않지만.
그리고 의식은 일단, 시작으로 돌아간다.
다시, 문(御扉)――신 앞의 문을 여는 거다.
물론, 그것은 이미 열려 있었다.
축사의 주상 전에. 축사는 제신(祭神)에게 바치는 거니까, 그 전에 문을 열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하지만 그 때에――즉, 통상의 제의에서 열리는 문의 안쪽에는, 또 한장의, 다른 문이 있다.
속문(奥御扉)이라고 한다.
이것은 이 머리얹기의 의식 등, 특히 중요한 제사에서 밖에 열리지 않는다.
문 안에 봉쇄된 것은 년에 한번도 바깥 공기와 만나지 않는 거다.
두꺼운 철문은 마치 성문이다.
골동품이나 다름없는 싸움 장비(戦支度) 중 몇이, 그것을 보아서인지 긴장에 떨려서 가느다란 금속음을 울려세웠다.
미나토(皆斗) 일족의 중핵인 그들은 모두, 알고 있다.
자신들의 무장의 의미도, 철로 된 속문의 의미도.
작법대로, 양모가 열쇠(御鑰)를 써서 문의 자물쇠를 연다.
무겁고 단단한 소리가, 무언가의 개방을 고했다.
양모는 열쇠를 되돌리고, 이번엔 문을 열기 위해서 무릎걸음으로 나아간다.
소정한 자리에 도착해, 손을 대었다. 문이 열리기 시작한다.
거기에 맞추어, 열석자(나를 포함한)는 일제히 앞으로 숙였다.
오오오오――하는 경필(警蹕 : 신전의 문을 열때 신관이 내는 소리)을 합창한다.
좌우의 문을 열기 위해, 그것을 2회.
속문의 개방이 완료한다.
그리하여――저 너머.
미나토가의 최비(最秘)는, 나타났다.
하나는 백은의 여왕개미.
하나는 심홍의 거미.
어느 쪽도 벌레의 상을 하고 있으면서 도저히 벌레답지 않은 크기.
사람과 나란히 할 정도의 체구이다.
그 몸은 강철.
극한의 업으로 단련된 강철.
검주다.
그것도, 현대 전장의 주역인 수타물(数打物)이 아니다.
대장장이가 육체와 혼을 전부 바쳐서 비로서 완성되는……
진타검주(真打劒冑)이다.
고래――그리고 현재에 이르러도 그렇듯이, 검주의 소지는 무사계급만의 특권이다.
하지만 미나토씨는 그 계층의 변천에 관계없이, 일관해서 이 2벌을 사장(死蔵)해서 계승해 오고 있었다. ……극비리에.
미나토가는 “사악한 것” 을 봉하는 조칙을 미카도(帝)로부터 받들어 이 땅에 뿌리를 내린 씨족.
이 검주야말로, 일족 만세(万世)의 사명인 그것이었다.
그 이름도, 유래도, 내가 자세히 아는 바는 아니다. 결코 풀어 놓아서는 안 되는 것이라고 전해 들었을 뿐이다.
하지만 눈으로 보면 요연한 것, 검주에 얽혀있는 기색의 이요(異妖)는 상궤를 벗어나, 흉(凶)의 향기로 가득차 있다.
천언만구(千言万句)도 이 한번 보는 것 같지는 않으리라.
누가 보아도, 이것은 미래영겁 봉해 두어야 하는 것이라고 단정할 것이 틀림없다.
가라사대, 그것에 접하는 것을 금한다.
가라사대, 그것을 말하는 것을 금한다.
――미나토 일족, 최대의 금기.
피의 흔적은 커녕 먼지 부스러기마저 없이 빛나는 갑철이, 아름답지만 공포심을 떨게했다…….
「…………」
「……!」
양모의 티 안나는 눈짓을 받아, 광택에 매료되어 있던 자신을 되돌린다.
양모는 히카루를 부축하여 어떻게든 일어서게 해, 검주의 앞까지 이끌려 하고 있는 중이었다.
고작 몇 걸음 정도의 거리. 하지만 지금의 히카루에게 있어선 충분히 가혹한 거리다. 무언가 일어난다면 이 때가 가장 위험하다. 멍하게 있을 때가 아니었다.
기분을 고쳐서, 히카루의 뒷모습에 주의를 집중한다.
이 날에 대비해 손발을 풀어둔 성과가 있어선지, 양모에게 반은 안기는 듯하면서, 위태로우면서도 한걸음 한걸음 나아갈 수 있었다.
보행 같이 몸에 배어든 동작은, 타인이 재촉해 주면 가까스로 하지 못할 것도 아닌 듯하다.
무희가 계승자를 부축해서 옮기는 것은 적지 않게 모양이 나지 않지만, 이것은 완전히 다행스런 일이었다.
비틀비틀하며 어떻게든, 히카루가 신좌(神座)의 앞까지 도착한다.
그 때 제전을 채운 안도의 숨은, 아마도 본인을 제외한 다른 전원의 것이었다.
오늘의 가장 중요한 일 『선보임』은 이것으로 거의 완료다.
미나토(湊斗)의 제사를 관장하는 무희의 대가 바뀌는 것을, 제사의 대상인 2벌의 검주에게 확실히 전했다고 간주된다.
모두가 한숨을 쉰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좋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철그렁!>
갑작스러운 소음에, 그 장소의 전원이 뛰어올랐다.
어디까지나 심리적, 표정적이라는 것이지만. 실제로 그렇게 할 정도로 자제심을 빠뜨린 자는 없었다.
그 대신, 시선이 한점에 집중한다.
열석자의 한 사람――아연해하고 있는 노인의, 그 발 아래.
철물(金物)이 있었다.
칼 장식이다. 무언가의 박자로, 떨어뜨려 버렸던 것이다.
혼케의, 격노를 가득 채운 시선이 꽂힌다.
허둥거리며, 그 노인은 장식을 줍고, 품에 넣었다.
――그것은, 하지만, 그것 뿐인 일.
그 때의 이변은, 단지 일개 사소한 일에 머물지 않았다.
나는 그것을 목격하고 있었다.
……왜, 그렇게 되었는지는 모른다.
히카루가 소리에 반응해서, 그렇게 되었는가.
혹은 히카루를 지지하고 있던 양모가 놀라서 되돌아 봤을 때, 그렇게 되어 버렸는가.
경위는 모른다.
하지만 사실로서.
히카루의 손끝이, 백은색의 개미에 걸려 있었다.
――제의에서도 결코 만져서는 안 된다고 엄히 금해져 있는, 그 검주에.
「――――」
우선 처음에, 깨닫고 있었던 것은 나 뿐인 듯 했다.
하지만……나의 응시가 주의를 끌었겠지.
「아」
「……!!」
양모와 혼케가 나의 시선을 쫓아, 거기를 깨달아――
큰일났다는 한 마디를 압축한 듯한 작은 소리와, 소리마저 되지 못한 비명이 동시에 올랐다.
즉석에서, 양모가 히카루의 손을 원래 위치로 되돌린다.
그 작업은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모이기 전에는 완료되어 있었다.
「…………」
「…………」
「…………」
삼자삼색.
각각의 의사를 담아서 시선을 교환한다.
가장 강력했던 것이 혼케의 파괴광선 같은 분격의 안광이었던 것은 의심할 것도 없지만.
가장 즉실적(即実的)이었던 것은 양모의 그것이었다.
『아무것도 보지 않았던 것으로』
……………….
결국, 그렇게 하는 것 말고 수가 있을 리가 없었다.
혼케는 이갈이를 섞고, 나는 쓴웃음을 포함해서, 한번 한숨을 쉰다.
만진 순간에 그 검주가 거대화해서 불을 뿜기 시작했다는 거라면 몰라도, 그런 사태는 되지 않았으니까, 눈꼬리를 세워도 방법이 없다. 지금은 아무튼 제의를 무사히 마치는 거다.
……혼케로서는, 그렇게라도 타일러서 자신을 납득시키는 말고는 방법도 없었겠지.
규정의 준수를 무엇보다 존중하는 늙은 총령의 흉중을 생각해서, 나는 동정했다. 동정 따위를 받아도 기뻐하지 않을테지만.
적어도 이 다음은, 평온히 의식을 진행시켜 드리지 않으면 안 된다.
그렇게 생각해서, 주의를 히카루에게 되돌린다.
――그, 순간이었다.
최후의 이변은.
[ESC]
<빛난다>
<사아아아……>
「…………뭣――」
「우오!?」
「헤?
…………에?」
………….
《…………》
어쩜 이리도 이상한 일이.
설마 이 감옥 속에서, 누군가와 대면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손님.
너는, 누구냐.
《……나(冑)는――》
《무라마사(村正)라고 한다.
검주, 이다》
호오……
검주인가.
《그렇다》
무기인가.
《확실히.
나는 무(武)의 그릇이다》
과연.
사람을 지키고, 다툼을 멈추기 위한 힘이구나.
《…………》
그럴테지?
《아니.
그렇지 않다》
……무의 힘이 아닌 건가.
《무이다》
그럼?
《무란, 싸움을 멈추는 것이 아니다》
호오.
《흉법(凶法)이다.
살법(殺法)이다》
《무란, 단지 목숨을 빼앗는 힘을 말한다》
흠.
하지만 어머니와 오빠는 그렇게 말했다.
창을 멈춘다고 적어서 무의 한 글자.
투쟁을 수습하고 평화(和)을 이끄는 것이 무도(武道)이다, 라고.
《…………………….
그런, 가》
《역시, 이미 올바른 무는 잊혀졌는가.
시시한 위선이 버젓이 통하고 있는가》
《내 아버지의 고투(苦闘)는 보답받지 못한 것인가!!》
………….
《칼날을 보거라……
화살촉을 보거라……》
《그 날카로움은 살을 파내기 위한 것이다.
내장을 뚫어서 찢기 위한 것이다》
《어째서, 거기에 기만을 쌓지?
얼토당토 않은 장식으로 가리지?》
《지키기 위한 힘!
평화를 가져오는 힘, 이라고!》
《어째서, 위선으로 진실을 감추는가!?》
《칼날을 봐라!
유일한 진실은 거기에 있다!》
《이 날카로움은――
사람을 죽인다!!》
《무란 오직 그것 뿐!
그 밖에는 한점도 없다!》
………….
으음.
정말, 알기 쉬운 이야기로구나.
도검은 사람을 상처입혀 죽이기 위한 것.
그것은 그렇다. 그렇게 정해져 있다.
실은 나도 이상했던 거다.
어째서 그런 것을 쥐고서 평화를 입에 담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냐고.
『세계인류가 평화롭도록』이라든가 쓰여진 깃발을 흔들면서라면 알겠지만…….
무도라는 것은 잘 알 수 없는 것이다, 정말이지.
《……왜곡되었으니까다.
진실된 무는, 단순하며 명쾌한 것》
흐음.
하지만, 무라마사 어쩌구.
《뭐지》
내 어머니의 무는, 평화를 요구한다고 말했다.
그럼, 네가 말하는 무의 끝에는 뭐가 있는 거지?
《…………》
《무는, 단지 미쳐날뛸 뿐인 힘》
《살법이다. 흉법이다.
자기의 칼날을 선(善)이라 하고, 적의 칼날을 악(悪)이라 하지만, 세상에 선악의 규정은 단일한 것이 아니다. 고로 누구나 자기의 선함을 믿고, 적의 악함을 미워한다》
《고로.
무가 일살(一殺)한다면, 일선일악(一善一悪)을 함께 멸한다》
《고로.
무는 선이 아니다.
무는 악이 아니다》
《죽일 뿐인 살법이다》
《……살법의 끝은 자명하다.
강한 이만이 살아남고, 약자 전부는 사라지리라》
그 끝에는.
《……》
《사회는 사라진다.
문명은 무너진다.
생명은 시들어 버린다》
《유일한 최강자만이 남을테지》
《……무가 도달하는 곳은, 거기이다》
호오……
호오.
그래서 그 마지막 사람은 무엇이지.
《글쎄, 로군.
신일지도 모르지》
――――신인가.
《섬기는 자가 없다곤 해도.
세계를 부술 정도의 무의 극인(極人), 신이라고 부르는 것말곤 방도가 없을테니》
그런가.
……그런가.
……그런 수가 있었나.
《……?》
핫,
핫!
하――――――――――――――――――――!
《……무엇으로 웃지》
기쁨으로.
《기쁨?》
무라마사여.
너는 히카루에게 길을 보였다.
히카루가 가야 할 길을, 지금, 보였다!!
《……뭐라고?》
나는 아버지를 빼앗겼다.
태어났을 때부터, 빼았겼었다.
되찾지 않으면 안 된다.
하지만 그것은 사람의 윤리가 허락하지 않는다.
《……》
아버지는 어머니의 것.
딸이 빼앗을 수는 없다.
빼앗긴 자인 이 히카루는,
다시 빼앗는 것이 허락되지 않는다.
《……과연.
그래서, 이 감옥이었는가》
그래.
존재의의를 완수할 수 없는 이상, 여기에 가라앉는 것 밖에 없었던 거다.
하지만――
무(武)인가!
올바른 무!
거짓을 버린 참된 무!
그 끝에 신으로의 등극이 있다면……
히카루의 길은 닫히지 않았다!
신이 되면 된다!
신이 되면 사람의 법은 무효!
아니, 그것도 파괴하면 된다.
무가 미쳐날뛴 끝에 사람의 세계를 멸한다면, 사람의 법이라도 사라짐이 도리.
무인가!
무도인가!
그 길을 나아가 주마.
세계를 멸해서 신의 자리에 오르자.
아버지를 되찾기 위해서!!
《…………》
《너는, 미친 자인가》
《까닭은 모르지만, 아버지를 원한다면 힘으로 차지하면 되는 것 아닌가.
세계를 멸한다고까지 외치는 의사가 있다면, 주저 따윈 없을텐데》
아니.
그래선, 아버지는 손에 들어오지 않는다.
아버지라도 사람의 법에 심혼을 묶여 있다.
신체는 힘으로 붙잡을 수 있더라도, 마음은 뜻대로 되지 않는다.
히카루의 것이 되어주지 않는다.
그러면 아무 의미도 없다.
……그러니까.
그 법을 부순다!
그리고 히카루는 신이 되어――
합법적으로 아버지를 빼앗는다!
완벽하다!
그렇다면 아버지는 이 히카루를 인정해 주실 거다!
그 품안에, 히카루가 돌아가는 것을 허락해 주실 거다!
《………….
말했을 터이다. 무의 끝에 있는 것은 멸망 뿐》
《네가 무를 요구해, 무에 의해 지존의 자리에 오른다고 한다면――
그 아버지도 칼날로 죽이지 않으면 안됨이 도리》
무슨.
그렇다면, 아버지도 신으로 만들면 된다.
히카루와 동등한 힘을 가진 신으로 해 버리면 된다.
그러면 서로 멸하지 않고 멸해지지 않으며, 영겁, 함께 있을 수 있을 거다.
《……》
《…………》
《……괜찮겠지.
흉험한 재앙(凶禍)같은 자여》
《그렇다면 그 감옥으로부터 나와, 나를 손에 넣어라.
나는 너의 반신이 되어, 무를 표하지》
오!!
감옥――그래. 여기는 감옥이다.
감옥이었어.
이 감옥에는 열쇠 따윈 없다고 생각했었다…….
이 쇠고랑은, 나의 소원을 허락하지 않는 어머니의 손이다.
이 쇠고랑은, 나의 소원을 허락하지 않는 사회의 손이다.
너의 존재는 용서받지 못한다.
그러니까 거기에 있어라, 고 하는 세계의 목소리다.
저항할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아니, 저항한다는 생각조차 떠올리지 못했다.
……틀렸구나.
무에 의해서라면, 이 억압은 뒤집을 수 있다.
내가 이 녀석들보다 강하면, 이런 감옥 따위, 산산조각으로 부서지는 것이구나!?
세계는 나에게 굴복하여, 나를 신으로 맞이하는 것이구나!
히카루는――――
아버지를 도로 뺐을 수 있는 것이구나!!
<쿠르르릉!>
<감옥이 부서진다>
마침내 만났습니다.
……만나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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