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두르지 않는다고는 했지만 어째 텀이 점점 길어지는군요.
으음……. 이건 대책을 생각해봐야 겠습니다.
「오.
왜 그래? 뭔가 있었니」
「스바루 님.
아니요. 방금, 눈을 떴으므로. 제가 곁에 있으면 방해가 될까해서」
「그런가. 그건 다행이네.
날뛰거나는 하지 않았어?」
「안정되어 계십니다.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것 뿐일지도 모릅니다만……」
「뭐, 지금은 칼을 휘두르려 해도 무리겠지.
아무리 무자라도」
「검주도 지참하지 않았으니까」
「진타의 검주는 장갑되지 않아도 주인의 상처를 치유하는 정도는 할 수 있지만. 수타라선 무리인가.
다행인지 불행인지」
「검주의 힘이 쓰였다면, 애초에 저로서는 저항할 수도 없었겠지요」
「그것을 생각하면 역시 행운이구나.
이쪽에게 있어선」
「……어째서 저쪽은 무자인 주제에 일부러 맨몸으로 승부를 걸어 왔지?
상당한 괴짜일까나」
「아니요.
그녀는 단지, 근본이 무인인 겁니다」
「응?」
「학살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검은 어디까지나, 투쟁을 위해 쓰는 겁니다」
「……흐~음.
뭔가 보였구나? 아들이여」
「……네.
봐야 할 것을, 본 것 같다 생각합니다」
「그 아가씨, 어떻게 할래?」
「움직일 수 있게 되는대로, 산의 진지로 데려다 줍시다.
검주가 있으면 회복도 빠를테니까, 그렇게 해드리는 것이 최선일까 합니다」
「그걸로 좋아?」
「네」
「응.
그렇다면, 그렇게 하면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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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고 계십니까?」
부디……」
아픔도……그다지는」
밤에는 한번 더, 붕대를 갑니다. 땀도 닦는 편이 좋을테니까」
이번은, 양모가 있으므로」
왠지 모르게, 유감스러운 얼굴로 보였다.
……아니, 나의 눈이 이상한 것 뿐이겠지만.
식사는, 할 수 있습니까」
저녁식사는, 할 수 있다면 조금이라도. 영양이 부족해서는 나을 상처도 낫지 않습니다」
그렇지만……손을 쓰는 것도, 좀처럼은」
왠지 모르게, 기쁜 듯한 얼굴로 보였다.
……아니, 나의 눈이 삐엇을 뿐이겠지만.
「예」
「……」
「의문으로 생각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아무것도……」
「제(私)가 졌다.
……이해하고 있으니까」
「――」
반사적으로, 겸손의 말이 나올 뻔 했다.
우연이다――실력으로는 지고 있었다――한번 더 하면 어떻게 될지――라고.
그것이야말로, 승부라는 것의 의미와 가치를 우롱해, 대전자를 모욕하는 말이나 다름없다.
직전인 데서 그렇게 깨달아, 입을 다물었던 것은, 스스로 자신을 칭찬해 주어도 좋을 일이었다.
「……」
「…………」
얼버무릴 여지를 요구해서, 의미도 없이 기둥을 바라본다.
그렇게 시야 구석의 바닥을 살핀다――――그녀는 나를 보고 있었다.
지긋이.
곧은 시선을, 나에게 쏟고 있다.
……시선이 닿은 오른뺨이, 묘하게 뜨거웠다.
「……하지만……」
「네」
「조금 더……흐트러져도 좋을테지요. 정말은…….
스스로도 의외입니다……」
「힘을 다해서, 진다…………그것이.
이런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나를 응시한 채로, 무자는 그런 것을 말했다.
「……」
「처음입니다……」
「네……」
「이 정도까지, 제 감정대로 싸운 것도……그렇게 해서, 진 것도.
막부군에 있었을 때는, 없었으니까」
군인은 군명에 따르는 자이며 개인적인 싸움을 단단하게 금한다.
군인이 질 때는 즉 황야에 시체를 드러낼 때이다.
……과연, 어느 쪽도 그녀가 경험했을 리는 없다.
「그러니까……
당신 뿐입니다」
「……나를 패배시킨 사람은……」
「……참으로, 영광입니다」
어떻게든 실례가 되지 않는 말을 파내어서, 작은 소리로 중얼거린다.
스스로도 놀라울 정도로, 거기에는 실감이 담기지 않았다.
오늘 아침의 대결을 몇번 되새겨봐도, 이 팔로 승리를 주울 수 있었던 것이 믿기 어렵다.
어떤 행운의 난쟁이가 나에게 아군이 되어 준 것인지. 혹은 전생의 공덕인가. 어느 쪽이건, 짐작은 전혀 없다.
작은 목소리의 대답을 들었는지, 아닌 건지…….
그녀는 약간, 이불의 자락을 입가로 끌어올리면서 계속했다.
「……그리고……그.
제가……피부를 허락한 남자분도……」
「……」
「……………………」
――무슨 말을 하라고.
이번에야말로, 말을 전혀 찾을 수 없었다.
단지 본능의 지시에 따라서 행동한다.
「식사의 준비를 해 오겠습니다」
「앗……」
철수.
<스르륵…… 탁>
「……」
「……미나토……
…………카게아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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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들어라, 알고 있지, 카게아키.
우선 중요한 것은 식사의 온도다. 이건 반드시 뜨겁게 해 둘 것.
그렇지 않으면 후우후우 불어 줄 이유가 없어져서 본말전도다」
「식힐 때에는 자연스럽게 입을 대주면 포인트가 높다.
어디까지나 자연스러게 하지만 반드시 깨닫게 하도록 해라! 잘 들어라. 여기 어려우니까」
「최종단계! 수저를 뻗어서 먹여 준다.
이 때는 손안을 보지 마! 상대의 눈을 봐라. 눈과 눈으로 서로를 응시해라. 괜찮다. 흘리면 흘린대로 또 다른 진전패턴이 있다」
「자아, 해 봐라, 아들이여!!」
「네」
<밖으로 치운다>
「양모가 실례했습니다」
「아, 아니요」
우우, 우우우우~~
「그게……」
아들이 괴롭혀요~~
「신경쓰지 마시길.
공복이실 터이니, 바로 식사를 하겠습니다」
「예에」
「그럼 부디.
안심을. 이미 적온(適温)입니다」
「……」
「……혹시, 고양이혀이십니까?」
「아, 아니요.
잘 먹겠습니다」
죽을 떠올려 내민 수저를, 수령 여성은 흠칫흠칫 입에 머금었다.
약간 당황하는 분위기였지만, 먹고 데여서 혀에 화상을 입은듯한 기색은 없다.
괜찮다고 보고서, 나는 다음의 한 스푼을 떠올렸다.
「맛에 불만 등은」
「없어요……」
「죄송합니다.
적어도 좀 더, 구색이 있었다면 좋았을테지만」
보리와 쌀을 거의 반반, 거기에 알을 하나 떨어뜨렸을 뿐인 죽이다.
미각의 면에서도 자양(滋養)의 면에서도, 쓸쓸함은 금할 수 없다.
「최근은 이 마을의 식량사정도 뜻대로 되지 않아.
상당히――」
「……」
나의 말에, 그녀는 거북한 모습으로 침묵을 지킨다.
역시 이 궁핍함에는 불만이 있었는가――라고 엇나간 것을 3초만 생각한 후에, 나의 둔한 두뇌는 간신히 깨달았다.
……실수했다.
이래서는 야유다.
식량부족에 한 역할을 한 인간의 면전에서 이런 이야기를 하면, 필연히 그렇게 된다.
하지만 지금 것은 완전히 뜻밖이었다.
「……막부의 식량 관리가 아직 엄격하므로.
도시지역에서는 완화가 시작되고 있다고 합니다만, 지방이 혜택을 받는 것은 당분간 후이겠지요」
「다만, 현 상황에서도 종전 직후에 비하면 훨씬 낫습니다.
이것저것을 말하는 것은 사치일지도 모르겠습니다」
「…………」
괴로운 보충을 해 보았지만, 효과가 있었던 것처럼은 보이지 않았다.
사양할 것 따윈 없는 허술한 죽을, 수령은 그야말로 먹기 어려워하고 있다.
……어쩔 수 없다.
이렇게 되어버린 이상은, 정색할까.
어차피, 말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인 거다.
「수령님」
「……네」
「재차 부탁 드립니다.
마을에 대한 약탈 행위를, 부디 멈추어 주셨으면 합니다」
머리를 내린다.
약속을 방패로 삼는 말투는, 굳이 피했다. ――그럴 필요도 없다.
「…………」
차용서를 들이미는 행위에 이르지 않더라도, 그녀는 스스로 생각해 내서, 그것을 고려한다. 어째서인지 지금은 그렇게 믿을 수 있었다. 그렇다면 말은 삼가하는 편이 예절에 맞는다.
실제로 수령은 생각에 잠긴 상태였다.
하지만 표정은 적지 않게 아픔을 품고 있다.
그것은 분명――약속에 대해서 생각하면서도, 준수하는 방향으로 생각이 나아가지 않아서일 것이다.
그것은, 그렇다.
산적단은 별로 괴롭히려는 목적으로 약탈행위를 저지르고 있었던 것이 아니다. 그들 나름대로 절박한 사정이 있었던 것이다. 네, 그만둡니다, 라고 갈 리 없다.
도적의 사정 따위 알 바냐고 말해 버리면 끝이다……만, 현실적으로 해결의 방책을 얻으려면, 그들의 입장도 고려하지 않고서는 끝낼 수 없다.
나는 잠시 생각한 후, 다시 입을 열었다.
「지금, 당신들이 살고 있는 산……」
「……?」
「뒤로 돌면, 일손을 잃어서 방치되어 있는 전답이 있습니다.
거기에 들어가면 어떻습니까」
「…………」
「저희를……
이 마을에 맞아들인다는……?」
「네」
「……」
「물론, 현단계에서는 저 한사람의 사안입니다.
하지만……산적 행위의 폐지와 장래적인 마을의 식량공급이 약속된다면」
「당신들의 이주, 그리고 충분히 수확을 얻을 수 있을 때까지의 생활물자 공여.
이것을 마을 사람들에게 인정시키는 것은 불가능하지는 않습니다」
「미흡하나마, 제가 힘을 다하겠습니다.
양모도 협력해 주시겠지요」
「어머님……?」
「조금 전의 분입니다.
이러한 말투는 무엇하지만, 마을에 대하여 강한 영향력을 가지고 계십니다」
「저희 미나토(湊斗)가는 평민 신분, 하지만 미나토(皆斗) 본가의 선조는 이 부근을 다스리고 있던 영주입니다. 그러한 배경이 있으므로」
「……아아.
그래서……」
납득한 투로 끄덕인 것은, 영향력 운운과는 다른 일에 대한 것 같았다.
수령의 왼손이 무의식적인 듯한 동작으로 상처를 누른다.
「어느 정도의 불만은 나오겠지만, 대부분은 평화와 실익을 요구하는 방향으로 기운다고 생각합니다.
당신이 집단을 잘 통솔해, 여태까지 심각한 충돌을 일으키지 않았던 사실도 유리하게 움직입니다」
「……」
「하지만 우선은, 당신들의 의사가 중요.
……어떨까요. 이 제안, 받아들여주실 수는 없겠습니까」
고할 것을 고하고, 입을 다문다.
눈깜빡임도 멈추고 응시하는 앞, 수령의 양 눈동자 속에서 흔들리는 망설임이 있었다.
공리의 면만 보자면, 우선 문제가 없을 안이다.
마을에 있어서는 지극히 명쾌. 약탈이라는 마이너스가 논밭의 부활로 플러스로 바뀌는, 이런 맛난 이야기는 없다. 과거의 경위를 없었던 것으로 할만한 가치가 있다――아마도.
산적화한 낭인집단에게 있어서도 그렇다.
지금의 생활이 언제까지나 계속된다고 생각할 정도로, 낙천적이지 않을 것이다. 머지 않아 중앙이 안정되면 막부도 지방의 치안을 살피기 시작한다.
최종적으로는 악한 역도로서 목이 걸리는 말로가 기다릴 뿐이다.
하지만 무기를 버리고 마을에 녹아들면, 그러한 최후는 피할 수 있다.
아무 문제도 없다.
……그러니까.
만약, 그런데도 제안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
그 이유는――
수령의 표정 변화가, 말에 앞서서 모든 것을 전하고 있었다.
「……수령님……」
「저희들은 무사입니다.
미나토 카게아키」
그 목소리는, 병상에 눕기 전의 그녀의 것이었다.
단단하고, 강하고, 차갑다――흡사 갑철처럼.
갑철.
……취약한 맨몸을 덮어 가리는 장갑.
「무사입니다」
반복되는 한마디는, 변명의 울림을 띄지 않았다.
약정을 거스르는 수치를 확실히 삼키면서.
그녀는 나에게 용서를 청하는 것도 하지 않았다.
수치를 모르는 얼굴을 만들고 있었다.
그러니까, 나는 거듭할 말을 잃었다.
이해한다.
그녀는 무사다.
긍지 있는 무사다.
그리고, 장(将)이다.
많은 무사를 수하로 둔.
자기만이 아니라, 그들의 긍지도 지킬 책무를 짊어진――장인 거다.
그녀가 무사를 버릴 수 있을까.
아니.
그녀가 부하에게 무사를 버리게 할 수 있을까.
아니.
「…………」
「…………」
식어 버린 죽을 정리해서 일어선다.
등뒤로, 말은 걸리지 않았다――시선만이다.
<스르륵…… 탁>
뒷손으로 미닫이를 닫고, 후하고 탄식한다.
바람의 차가움이, 어째서인지 괜히 싫었다.
「……」
「……나이지만……
정말 수치를 모르는구나……」
「무사……
이것이 무사라는 것이라면」
「……정말로, 시시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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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 간단히는 되지 않는가」
아침 식사의 자리.
어젯밤의 대화를, 나는 양모에게 보고했다.
그 탓인지, 맛은 잘 알 수 없었다.
무엇을 먹어도 묘하게 쓰다.
산적단과의 다툼을 평화롭게 수습한다……
일조일석으로 정리될 일은 아니며, 충실한 노력이야말로 필요, 그것은 이미 이해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나는 어젯밤의 일건에도 그렇게 충격은 받지 않고, 그 후에 곧바로 잠들었지만.
……실제론, 정신의 안쪽에서는 나름대로 낙담이 있었던 것 같다. 양모에게 설명하는 과정에서 발견해 버렸다.
무심코, 목이 약간 숙여진다.
양손을 모아 잘 먹었습니다를 하면서, 양모는 작게 웃었다.
후지산의 정상까지 가려면, 맨 아래서부터 차례차례로 올라가는 수 밖에 없어」
하지만 그런데도 동요를 죽이지 못한 만큼, 아직 모르는 부분이 있는 것이겠지.
그 부분은 후지산의 정상으로 날개로 날아가고 싶어한다. 무자라도 아니라면, 떨어질 뿐인데.
서두른다면, 돌아가라.
나는 자기자신을 훈계했다.
만일에도 상처가 곪고 있는 듯 하다면, 의사를 부르던지 하는 수를 쓰지 않으면」
……그나저나 너 말이야. 수령님 수령님이라니, 그 아가씨의 이름――」
<쿠당!>
배를 가르자.
……생각은 결국, 거기로 자리잡았다.
천천히 몸을 일으킨다.
이 몸은 적어도 무자다. 그에게서 받은 상처는 깊었지만, 중요한 기관까지 해한 것은 아니다. 하루 있으면 나름대로 회복한다.
할복 정도는 할 수 있을 거다.
당장이라도. ……할 리는 없지만.
여기서 배를 갈랐다간, 완전히 민폐스럽기 짝이 없을 뿐이다.
다다미 한장을 엉망으로 할 뿐인 이야기가 아니었다. 어떠한 형태이건, 자신이 여기서 죽으면, 산에서 기다리는 일족들은 마을과 전쟁의 발단을 열 수 밖에 없어진다.
그래선 무엇을 위한 자결인지 알 수 없다.
산에 돌아가, 남동생들에게 사정을 설명하고나서다.
이 배를 가르는 것은 두 번에 거친 약정위배의 치욕을 짊어지고, 최소한의 사죄를 위해서.
그렇게하지 않으면 안 된다.
어젯밤, 무사로서 그의 제안을 거절한 것처럼.
무사로서.
무사란 무엇인가.
――그것은 백성을 무력으로 지배하는 존재이다.
무력으로 다스리고, 무력으로 지키고, 무력으로 빼앗는다.
그것이 무사다.
적어도――
백성에게 응석부려서 사는 것은 아니다.
어젯밤, 그는 말했다.
전답을 줄테니까, 거기서 살라고.
자비를 보였다.
선의를 보였다.
그러니까 받아들일 수 없었다.
백성의 후의에 매달리는 것은, 무사의 길은 아니었으니까.
약탈을 하여, 백성에게 꺼림받고 미움받고 업신여겨지는 삶의 방법이라면 수용할 수 있다.
그것은 무사의 길의 하나다. 가장 하찮은, 가장 저열한, 하지만 무사의 형태의 범주다.
산적으로 전락하더라도, 무사로는 있을 수 있다.
하지만……그가 뻗은 손을 잡는다면, 이미 무사가 아니다.
무사로는 있을 수 없다.
무사 따위, 그만둬 버리면 돼)
그렇게 생각한다.
그것이 제일 좋은 것이 틀림없다.
누구에게 있어서도――이 마을에 있어서도, 자신과 일족에게 있어서도.
하지만 알고 있었다.
무사란, 단순히 일개 직업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심혼의 형태다.
무사로서 태어나 자란 자는, 끝까지, 무사로 밖에 있을 수 없다.
그리고――
그러니까……결코, 사람의 정 따위는 구걸해선 안 된다」
신념을 읊조린다.
――그래. 무사에게 그럴 자격은 없다.
그의 제안이, 무엇보다도 산적――그들에게 있어서는 그 이외의 무엇도 아니다――의 앞길을 염려한 끝에 나온 것임은 명백하다. 물론 그 뿐만 아니라, 마을과의 이해를 맞춘 것도 있다 하더라도.
마을의 사정만을 생각한다면, 단지 나가라고 말하면 끝나는 이야기다.
그것을 알고 있으니까, 받아들일 수 없었다.
만약, 나가라고만 들었다면――그것은 그것대로 물론 받아들일 수 없지만, 괴로워할 필요는 아무것도 없이 끝났을테지.
일족의 우두머리로서, 부하에 대한 책임을 다하기 위하여, 후안무치하게 약속을 잊고 요구를 퇴짜놓아, 철면피라 미움받을 뿐인 이야기였다.
결과는 변함없지만, 훨씬 단순명쾌하다.
혹은――
만약 그의 요구가, 이 자신 한 사람의 신명에 머무는 것이었다면.
……그것은 고민하지 않고 받아들였겠지.
그는 나에게 이겼고――
(……그렇네)
거기서 깨달았다.
그의 제안에 대한 거절, 그 근저에 있는 것.
그는 나에게 이겼던 것이다.
그러니까 그에게 무언가를 빼앗긴다면 납득이 간다.
하지만 승리한 그에게, 패배한 자신이 무언가를 베풀음 받는다는 것은――
(마치 먼지 같아)
그거다.
자신은 그것이 제일 견딜 수 없는 거다.
그의 자비를 받는 것으로……
자신이 그에게 있어서 전혀 취할 가치도 없는, 비소한 존재로 영락해 버리는 것을 허락할 수 없었던 거다.
그의 승리에 보답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렇다면 제안을 받아들여 달라고 말하겠지만)
그 제안으로 많은 것을 받는 것은 어디까지나 자신과 일족.
다음으로 이 마을이다. ……그는 아니다.
너무나도 사정이 좋은――우리에게 있어서!――그 제안을 순순히 받아들여 버리면, 자신은 그의 발밑에조차 닿지 않는 작은 존재라고 인정하는 것이 될 것이다.
그가 눈을 향할 가치도 없는, 기억에 둘 것도 없는, 시시한 것으로 전락할 것이다.
세상에는 민폐스런 여자도 있었던 것이다.
무심코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해 버려서, 쓴웃음 짓는다.
역시 배를 가를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그에게 보답하지 않으면 납득이 가지 않고, 하지만 보답한 것도 없이, 고집을 부리고 있는 여자 따윈 방해가 될 뿐.
적어도 이런 자신을 처리해 주는 것이――
<쿠당!>
<히카루!>
히카루의 발작은 일몰부터 심야에 걸쳐 자주 일어난다.
오전중, 특히 아침이라는 것은 드물다.
그리고 그러한 때는 반드시, 평소보다 더욱 심한 증상을 보인다.
다리를 부탁합니다!」
여동생의, 병들어 쇠약해진 육체의 폭주를 결국 억누르지 못하여, 양모에게 조력을 구한다.
대답은 없다. 나의 목소리보다 먼저 양모는 행동하고 있었다. 괴상한 모양으로 굴절해 가는 무릎을, 직전에 잡는다.
안도에 가슴을 끌어내릴 새도 없었다.
그 일순간, 나의 주의가 빗나간 틈을 찌르듯이, 히카루의 목이 떠올라――
그것은 완전히 치명적이다!
절박하게 여동생의 머리를 안아들이는 것에 성공한다.
양손으로――가능한 한 빠르게, 가능한 한 부드럽게――지금은 분명 건강한 인간의 새끼 손가락 정도의 강도조차 없을 목을 지지해서――
그 순간에, 마른 가지를 밟아 꺾는 듯한 메마른 소리가――
…………들리지 않았던 것을, 하늘에 감사한다.
그 순간이, 발작의 정점이었다.
천천히, 조금씩이지만……히카루의 광태(狂態)가 온화해져 간다.
내 심장의 고동의 진정은, 어쩌면 그것보다도 늦었다.
아슬아슬 세이프?」
훌륭해, 아들이여」
아들」
그렇지?」
알고 있습니다……」
……한번 더……몇번이라도. 산적을 그만둬 주시도록……」
히카루를 고칠 수 있는 의사를 혼케가 불러 주시게 하려면, 그것 밖에 없습니다……」
히카루는 내가 보고 있을테니까」
부탁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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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령의 식사가 끝날 때까지, 방책을 요구해서 뇌의 전기능을 구사했다.
어떻게 하면, 그녀의 뜻을 뒤집을 수 있을까.
무수한 잔재주가 떠올랐다.
그리고 그 전부를 기각했다.
결국.
채용할 수단은 하나 뿐이었다.
베개의 위에 있는 수령보다, 더욱 낮은 데까지 머리를 내린다.
다다미의 주름이 잘 보였다.
그것은 거듭거듭, 알았습니다」
어젯밤 전해들은, 짧은 대답을 떠올린다.
반박의 틈 따윈 어디에도 없었다.
그러니까 재차 논파하자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거기를 감히 청합니다――부디」
「……」
「이 마을을 위해서」
당신들을 위해서, 라고는 말할 수 없었다.
산적을 그만둬 주셨으면 합니다」
재주도 없이, 오직 부탁한다.
엎드려서, 부탁드린다.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었다.
논하려고 해도, 결론이 이미 나왔다.
마을과 그녀들의 이해조정은 실현될 수 없었다.
그녀들은 이해만으로 움직이는 존재가 아니었으니까.
그녀들은 무사.
무력에 의하여 서는 자.
이 마을에서 그녀들이 무사이자고 바란다면, 확실히, 산에 진을 쳐서 도적이라도 할 수 밖에 없다.
정규군을 쫓겨난 몸으로는, 그 이외엔 어쩔 도리도 없다.
결론은 나와 있다.
그러니까 부탁한다.
사리가 통하지 않는 일을 그런데도 통하게 만들고 싶다 생각한다면.
부탁하고, 빈다. 그것만이 유일한 길이다.
신념을 굽히라고.
무사를 버리라고.
처음으로 수령이 입을 연다.
차가운 말이었다.
차가운――말이었지만.
얼굴을 숙인 채로, 내심으로 고개를 기울인다.
수령의 말은, 활자적으로 해석하면 냉철했지만.
하지만 그 어조는, 내용에 걸맞는 차가움이 완전히 빠져 있었다.
어딘지 꾸짖는 듯한 울림은 있지만, 차가움과는 다르다.
같은 울림으로 반복되는 말에, 당황하면서 응한다.
의도를 잘 모르겠다.
말해야 할 것이 없습니까?」
아무것도 없습니다」
나의 대답에, 깊숙이 탄식.
그녀는――착각이 아니라면이지만, 진심으로, 기가 막힌 것 같았다.
집은 단순한 평민, 이라고 말했습니다만」
……어떤 의미인가.
나쁜 면으로만」
그러한 인간을 곁에서 보면」
몰랐어요. 이런 것이군요……」
그런 것을 혼잣말로 중얼거리고, 여걸은 미소지었다.
마치, 자조하듯이.
……진의를 파악할 수 없다.
그녀는――무슨 말을 하고 있는 것일까.
무엇을, 알고서――
저도……저의 병사들도. 무사를 버리는 것이 도리일지도 모릅니다」
병사의 설득은 제가 맡겠습니다」
저희들 일당을 받아들이는 것에 대하여, 당신의 확약을 받을 수 있겠습니까」
반드시……제가, 책임을 지고서」
거의 반사적인 대답을 돌려주면서.
머리의 내용물은 사태의 진전에 따라갈 수 없었다.
――뭔가, 그래.
호박이 넝쿨째 떨어진 것 같지만.
설마?
저의 기모노 품에, 붓통과 종이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만」
들은대로, 그녀의 수화물을 정리했었던 장소로부터 요망한 물건을 꺼내어 준다.
그녀는 그 종이에 술술하고 무언가를 썼다.
되돌려진 종이를 받는다.
거기에 쓰여진 내용은 간결했다.
나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것.
두 번 다시 약탈을 행하지 않는 것.
그리고, 화압(花押 : 붓으로 한 서명)
……그야말로, 내가 원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이거야말로 나에게, 무슨 일이 있어도 필요한 것이었다.
이것이 있으면――
히카루를 구할 수 있다!!
……하지만, 어째서.
어째서, 돌연히.
설마 듣고 있었을 줄은」
툭하고.
기묘하게 그리움을 느끼는 어조로, 수령은 쌀쌀맞게 응했다.
서약서(誓紙)를 정중히, 곁으로 둔다.
손가락을 가지런히 하여, 나는 한번 더, 깊게 예의를 차렸다.
저는 거래에 응했을 뿐입니다」
부디 잘 부탁드립니다」
카게아키의 끈기있고 성의있는 태도가 마침내 결실을 맺었습니다.
그리고 여태까지는 밉상이었던 여수령이 급호감으로 돌아섰던 화입니다. ㅎㅎㅎ
마지막 자존심 때문에 도적으로라도 검을 쥔채 살아가려고 했지만, 이 사람도 심지에는 무사다운 긍지가 있었던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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