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왕편을 시작합니다.
드디어 메인 스토리에 들어온 것이지요.
구치소로 가는 길을, 뚜벅뚜벅 걷는다.
의협심 넘치는 저널리스트를 죽인 행위는 양 어깨에 무거웠다.
죄――어딘가에 버리는 것도, 누군가에게 맡기는 것도, 결코 있을 수 없는 짐.
살아가는 한 그것은 계속 쌓인다. 그러니까 사람은 올바르게 살아서 조금이라도 짐을 줄이는 거다.
하지만 이 나는 마치 정신의 강함을 과시하는 것처럼, 살인이라는 최대의 죄를 차례차례로 떠맡고 있다.
은성호을 멈추는, 자기 일신의 욕구만을 위해서.
……나는 어리석은 것이겠지.
아마도, 가장 질이 나쁜 의미로 어리석다.
조소받아 마땅하다.
타기할 수 밖에 없는, 우물(愚物).
그렇다고 자각하고도 계속하는, 구제할 길 없는 놈.
당신은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으면 돼》
멈출 수 없으면……나를 미워하면 돼》
사용되고 있는 것에 지나지 않다」
「사용될 뿐인 도구는 죄를 짊어질 수 없다.
사용하는 인간이 죄를 짊어진다」
「증오할 값어치가 있는 것은 인간 뿐이다.
분수를 알아라, 도구」
《…………》
같은 대화를 몇번 주고받은 걸까.
2년 전의 그때, 무라마사와 결연하고나서.
지금처럼 무라마사가 먼저 말하는 적도 있고, 내 쪽에서 도화선을 끊은 적도 있었다.
하지만 결말은 매번 변함없이. 두 명 함께 입을 다물고, 서로 양보하지 않은 채로 이야기를 끝낸다.
내가 양보하지 않는 것은, 그것이 양보할 수 없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무라마사에게 있어서도, 같은 것이겠지.
그러니까 대화는 언제나 성과가 없이, 상호의 거절로 종결할 수 밖에 없다.
여태까지는, 그랬다.
[ESC]
「하지만」
《……엣?》
「――――」
갑자기 입으로 나온, 역접(逆接)의 한 마디.
그리고 계속해야 할 말은――하지만, 나의 의식야(意識野)에 존재하지 않았다.
<……저벅저벅>
원래대로 입을 다물고, 걷는다.
무라마사도, 야음에 숨어서 따라온다.
하지만 검주의 침묵은 묻고 싶어하는 성분을 포함하고 있었다.
그것은 그렇다. 갑자기 약속된 것이 무너지면, 의문도 솟을 거다.
나 자신마저 이상했다.
마가 끼인 듯한 일순간, 나는 무엇을 생각해서, 뭐라고 말하려 했는가.
“하지만”
그 말의 뒤에, 무엇을.
이미 놓아 버린 그것은, 이미 내 정신의 늪 바닥이다. 보이지 않고, 손으로 잡는 것도 할 수 없다.
이윽고는 완전히 녹아서, 사라져 버리겠지.
그렇게 되서, 뭔가 좋지 않다는 것도 아닐텐데.
나는 어째서인지, 뇌리로 실을 더듬고 있다.
늪 바닥의 무언가와 이어져 있는 실을.
……말하자면, 그 실은 정경(情景)이었다.
단, 나 자신에게 뿌리내린 것과는 다르다.
아오에의 환각세계에 사로잡혀 있는 한중간, 의식야를 뚫고 나간 세월(光陰).
그것도 역시, 아오에의 음의로 나타난 것이었겠지. 나의 마음이 아닌 곳으로부터.
나의 꿈, 나의 과거에 부합하지 않는 이질적인 그것을, 나는 본 순간에 망각해 버린 것 같다.
……어떤 연유인지, 지금의 나는 되찾았다.
확실히 본 것을, 한 번 잊었던 것도 자각하여, 그리고 내용을 생각해 내었다.
단편적이지만.
심리의 거울면에 비출 수 있다.
그것을――――
무라마사의, 기억을.
이것은 영웅의 이야기가 아니다.
누구라도 영웅일 수는 없다.
그런데도 누구라도 싸우고 있다.
장갑악귀 무라마사(装甲悪鬼村正)
마왕편(魔王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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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창칼의 소리. 함성과 비명소리>
하늘과 땅에서 다툼이 펼쳐지고 있었다.
피로 피를 씻는다――시산(屍山)을 쌓아올린다는 표현이 그야말로 걸맞는다.
지상에서는 사수가 화살을 쏘아서 적진에 빈틈을 뚫거나, 말을 탄 장수가 이끄는 병사의 무리가 긴 무기를 늘어넣고 밀고 들어간다. 천공에서는, 서로를 호적수라 확정한 무자끼리가 서로 이름을 밝히고, 구름을 찢고 바람을 타며, 격렬하게 타치를 맞댄다.
전쟁의 광경이다.
중세……그렇게 불리는 시대의.
상세히 관찰하면, 보다 정확한 구분도 가능했다.
검주의 형상, 무자의 전투형식, 보병의 무기장속(武器装束)――그것들은 이 전쟁이 겐페이 전쟁도 전국 다이묘(大名)의 항쟁도 아닌 것을 여실히 말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전장에 드문드문 보이는 깃발……
붉은 바탕에 금으로 일륜을 그린 호사스러운 비단(錦織).
그것이, 어느 쪽의 진영에도 존재한다.
그런 사태, 그런 전쟁이 일어났던 시대는, 야마토 사상에서도 드물었다.
「아버지」
옆에서 난 목소리에, 나의 목이 저절로 그쪽으로 향한다.
작은 몸집의 에미시 여성이었다.
그 얼굴을 옆에서 올려본다――올려보고 있다. 즉, 나의 키는 그녀보다 낮았다.
그녀가 목소리를 던진 것은 나한테가 아니다.
전방에 선, 남자의 등에 향하고 있었다.
「흐름이, 보였느냐」
「우리 쪽이 패배이겠지」
「그렇겠구나.
……사사키(佐々木) 놈이 또다시 장기인 배신을 했다」
화가 치민듯한 남자의 목소리.
그것을 듣고, 나도 깨달았다.
한 부대가 창의 방향을 거꾸로 하여, 조금 전까지의 동료에게 공격을 걸고 있다…….
「방도가 없군」
「아키마(飽間) 님도, 받쳐줄 수 없는 것 같아」
「……」
「그분의 적심충의(赤心忠義)도, 사사키의 배신 근성에는 당해낼 수 없나」
「그렇지 않다!」
「실제로 지고 있다……」
「한때의 일이다.
우리가 받드는 요시노(吉野)의 주상이야말로 정당한 미카도(帝), 지금 쿄(京)[각주:1]에 앉은 것은 존귀한 혈통이 아닌 참제(僭帝)[각주:2]에 지나지 않아」
「최후에는 올바른 자가 이긴다.
세상은, 그렇게 되어 있다」
「……」
「믿을 수 없느냐」
「믿을 수 없다」
「믿지 않으면 안 된다」
「내가 믿는 것은, 천상천하에 아버지 뿐이야」
「……」
「아버지에게 배운 대장장이의 기술을 믿고 있다.
아버지가 이제부터 찾아낼, 검주의 극점도 믿을 거다」
「그렇게 해서, 아버지의 뒤를 잇는다.
그것만이, 나의 천명이라 생각하고 있다」
「……그런가」
「돌아가자, 아버지.
싸움은 끝이다」
「음……」
「끝났어?」
느닷없이, 나는 목소리를 발했다.
나의 것이 아닌 목소리로.
나의 몸으로부터 생겨난 이질적인 목소리를 듣는다……
하지만 그것은, 익숙한 감각이었다.
장갑할 때마다, 이것과 같은 체험을 하고 있다.
단, 지금의 목소리는, 평상시와 비교하면, 조금 어렸다.
무라마사 : 「어머님. 전쟁, 끝났어?
이제, 하지 않아?」
「……」
「……」
뉘앙스의 어긋남은, 부외자인 나의 귀에도 명백했다.
어린 목소리의 주인――내가 잘 아는 자――은, 두 명의 대화를 오해하고 있다.
여성의 쪽이, 작게 고개를 흔들었다.
「아직이다.
아직, 계속된다」
무라마사 : 「언제까지?」
「알 수 없다」
무라마사 : 「……싸움은, 언제부터 한 거야?」
「네가 태어나기 전부터, 줄곧이다」
무라마사 : 「내가 태어나기 전?」
「그렇다」
무라마사 : 「어머님은?
어머님이 태어났을 때는?」
무라마사 : 「전쟁, 없었어?」
「……있었다」
무라마사 : 「할아버님은?」
「……」
무라마사 : 「할아버님이 태어났을 때는?
전쟁, 없었어?」
「……」
「있었지」
그 전람(戦嵐)은, 백년에 걸쳐서 야마토 전토에 불어닥쳤다고 전해지고 있다.
남북조 쟁란.
나의 검주――무라마사가, 살고 있었던 세계.
「아버지.
아키마 님이 오셨다」
「오」
촌티나는 에미시 마을의 소박한 저택.
거기에 나타난 것은, 당당한 풍채의 무인이었다.
한 고을의 일군을 맡는 장령이 틀림없다.
일개의 에미시와는 하늘과 땅 정도의 신분차가 있을……거지만, 집주인은 일어나지도 않고, 인사다운 인사도 하지 않았다.
무인에게, 그것을 불쾌해하는 기색은 없다.
……그러한 관계인가.
「무사해서, 다행이다」
「보고 있었나」
「음」
「사사키도 대단한 녀석이야.
배신할 때와 장소를 결코 틀리지 않는다」
「요시노산의 분들은 위계 정도는 인심 좋게 주어야 했다.
녀석의 호소를 흘려듣자마자, 이 꼴이다」
「욕심만 챙기는 패거리 따윈 필요없다.
어차피 돌아누울 남자라면, 처음부터 적으로 돌려두는 게 나아」
「……그 자는 그 자대로 이치는 통하고 있지만.
영지를 원하고 관위(官位)를 원해서, 북에서 남으로 남에서 북으로 바쁘게 돌아다니는 것도,
일족을 지키기 위해서다」
「본말전도일텐데.
장이라면, 대의를 수호하기 위해 일족의 힘을 써야 한다」
「일족을 지키기 위해서 대의를 버려선, 뭐가 무인인가」
「음……」
「아키마 님은 비록 일족이 남김없이 멸족하는 형편이 되건,
북조(北朝)의 쪽으로 전업하지 않으실 거다」
「당연하다」
「이 이세국은 신궁(神宮)이 있는 곳.
백성이 미카도를 우러르고, 역적을 미워하는 마음은 어느 나라보다도 강하다」
「결코 위제(偽帝)에게 고개 숙이지 않는다」
「음」
「이기지 않으면 안 돼……」
「그걸 위해서는, 이다.
무라마사. 너의 힘이 필요하다」
「……」
「입으로 내지는 않지만, 미카도는 기다리기 어려우신 것 같다.
쿠스노키(楠木) 공도」
「음……」
「세이슈 쿠와나(勢州桑名), 센고 마을의 대장장이장은, 고로 마사무네의 재래라는…….
그 소문이 미카도의 귀에 닿아, 검주 단조의 칙령에 내려지고――벌써 3년」
「아직 안 되는가」
「아직이다」
「너의 검주를 쿠스노키 공이 몸에 두르고, 남조(南朝) 전군을 인솔하여 밀어닥치면, 북조 따윈 하룻밤 사이에 멸망하겠지」
「야마토의 백성이 기다리고 바라마지않는 평온이 마침내 찾아올 거다……」
「나도, 그렇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가벼이 단조를 결단할 수 없다」
「재시도는 안 되니까……」
「아직 연구가 끝나지 않았나」
「그렇다기보다도, 방향이지」
「방향?」
「아키마 님은 지고의 검주란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시지?」
「힘이 강하고, 갑철은 단단하고, 날개는 날카롭고 빠른――」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나?」
「……아니」
「얼마나 역량이 있는 대장장이라도, 만능의 검주는 제련할 수 없다.
무언가를 택하고, 무언가를 버리지 않으면 안 된다」
「그 선택이, 정해지지 않은 건가」
「음」
「무엇이 최선, 무엇이 지고인가……란 말이지?」
「지고의 검주란, 아키마 님.
역할을 다하는 검주가 틀림없다」
「어떠한 자의 도움이 되고,
어떠한 자를 토멸하는가,
……우선 그것을 확정하지 않으면, 무엇도 시작할 수 없다」
「아군은 남조, 적은 북조일텐데?」
「보다 깊고. 보다 세세하게다.
역할이 명확하면 할수록, 검주의 성능을 특화시킬 수 있다」
「……과연」
「기능을 정하려면 우선 목적을 정할 필요가 있다. 요는 그런 거다」
「그래서 전장 순례인가」
「음」
「결론은 낼 수 있을 것 같나?」
「아직, 걸리겠구나.
아직……쓰러뜨려야 하는 적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사사키 같은 걸로는 부족해」
「그런가…….
알았다. 너의 생각은 슬며시 쿠스노키 공에게 전해 두지」
「미카도의 귀에도 들어가겠지.
두 분도 납득하실 거다」
「미안하군」
「뭐. 너와 나의 사이다.
서먹한 말은 필요 없어」
「너는 마음껏 연구를 계속해라.
그 사이는, 내가 반란군(賊軍)들로부터 요시노를 지켜보이겠다」
「……부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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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히 기분이 나쁜 것 같지만」
지난달, 쿠스노키 님이 함락시켜서, 미카도는 8년만의 귀경을 해낸 직후이지 않은가!」
「낙중수호(洛中守護)[각주:4]를 배명받은 아카마츠(赤松)의 군세는 무엇을 하고 있었나」
「그 아카마츠가, 배신했던 겁니다」
「……뭐라고」
「북조에 팔았다!
도읍과, 미카도를」
「미카도가 북조의 손에!?」
「……」
「그럼……남조는, 이제부터」
「아키마 님은 요시노의 황자가 즉위하신다고 말하셨다」
「……」
무라마사 : 「도읍의 이야기야?」
「……」
무라마사 : 「아버님은?
아버님, 도읍에 있었지?」
「……」
「……아버지」
「……사위님이……
궁정 대장장이(御番鍛冶)의 말석에 더해지는 영예를 입었으면서, 미카도를 버리고 달아날 거라 생각하나」
「…………」
무라마사 : 「어머님.
저기, 아버님은?」
「……………………」
무라마사 : 「할머님……
아버님은?」
「…………」
무라마사 : 「……할아버님……?」
「…………」
[ES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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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마을도, 오랜만이다」
「음……」
「아키마 님, 잘 오셨습니다」
「오! 몰라 보았다.
에미시는 정말로, 눈 깜박할 사이에 커지는구나」
「어느 쪽이 무라마사의 딸이고, 어느 쪽이 손녀였는지, 얼빼고 있으면 착각할 것 같아」
「……그건 과언이다.
이 녀석은 아직도 어린애」
「대장장이의 기술도, 겨우 기초가 되었을지 어떨지 하는 중이다」
「그렇지만 키는 어머님보다 조금 더 커」
「음」
「후후……」
「오랫동안 각지를 전전하고 있었던 것 같지만」
「음.
보람이 있어서, 아카마츠놈의 배신으로부터의 퇴세를 겨우 반은 만회했다」
「포로의 몸으로 세상을 뜨시지 않으면 안 되었던 선제(先帝)의 원통함, 조금은 풀 수 있었을까.
그대 사위님의 원통함도……」
「……」
「……」
「……그래서, 그쪽의 분은?」
「오.
이 분은 쿠라마산(鞍馬山)의 학승(学僧)이시다」
「우라무(浦夢)라고 합니다.
부디, 잘 부탁드립니다」
「……」
「대단히 깊은 학식을 갖고 계시지.
오랫동안 남조의, 그늘의 상담역 같은 것을 해주시고 계셨다」
「호오……」
「나도 몇 번이나 신세를 졌어.
요전날도 상담을 걸다가, 그 때에 문득, 너에 대해 이야기해 봤더니――」
「지고의 검주를 구하고 있다 들었습니다.
그것은 매우, 매우 흥미 깊은 명제입니다」
「부디, 제게 협력하게 해주세요」
「――이리 말씀하셨다」
「협력?
……대장장이의 소양이라도 있으신가」
「아니요. 대장장이의 기술은 모릅니다.
하지만 저는 넓은, 아주 넓은 세계를 돌아다녔습니다」
「여러가지 학문을 알고 있습니다.
검주도 많이, 보아 왔습니다」
「……흠」
「어떤가.
그 모양이라면 아직 검주의 연구가 끝나지 않았을테지?」
「시험삼아서, 우라무 공의 지혜를 빌려봐도 손해는 없을 거다」
「뭐어……
그리 말한다면, 굳이 거절할 이유도 없을까」
「보면 알겠지만 궁핍한 마을, 쿄의 생활에 익숙한 분에게는 필시 부자유스런 점도 많을 거라 안다만……. 그런데도 괜찮겠나」
「상관없어요.
감사합니다. 무라마사 공」
「부디, 잘 부탁드립니다」
「……」
「무라마사 공은, 계산은 특기입니까」
「……이상한 말을.
계산이 서툴러서야, 검주 대장장이를 감당하겠나」
「그럼 대답해주세요.
육십이만오천오백구십이에 칠만팔천사백이십일을 더하고, 십오만육천오십구를 빼며, 그리고나서 3배로 하면, 얼마가 됩니까?」
「…………기다려보게.
지금, 산가지(算木)[각주:5]를――」
「후후후.
산가지를 써도, 답을 내는데는 시간이 조금 걸리겠지요」
「조금이야」
「이것을 사용해 보세요」
<스슥― 슥― 스스슥―>
「……이것은?
무언가의 기호로 보이지만」
「천축(天竺)의 숫자입니다」
「숫자? 이것이?」
「네.
이것이 1, 이것이 2, 이것이 3……입니다」
「흠…….
그럼 이 둥근 기호는 10인가」
「아니요, 다릅니다.
그것은 제로입니다」
「제로?」
「없다, 라는 것을 나타냅니다.
공백을 나타내는 숫자가 0입니다」
「? ……?」
「없는 것을, 어째서 숫자로 나타내지 않으면 안 되지?」
「……」
「아아――!?」
「왜 그러지」
「아니, 왜 그러지가 아니야, 아버지!
이것은 터무니 없는 발견이다!!」
「뭐라?」
「우라무 공, 이 숫자로 10을 나타내면……
혹시 이렇게 되는 건가?」
「네. 1과 0을 늘어놓습니다.
종이 아니라, 횡으로 늘어놓는 것이 올바른 방식입니다만」
「아버지, 봐라.
이 숫자를 사용해서, 조금 전의 계산을 하면――」
<슥― 스스스슥―― 슥슥――>
「백육십사만삼천팔백육십이.
순식간이다……」
「――――」
「어떻습니까.
천축의 숫자를 사용하면, 계산이 쉬워지겠지요」
「십, 백, 천이란 숫자를 없애고……
1에서부터 9, 이것에 0을 더한 10개의 숫자로 모든 수를 나타낸다……」
「단지 이 연구만으로, 계산의 수고가 줄어드는 것인가!」
「실은 이 숫자와 계산법은, 좀더 이전부터 야마토에 전해져 있었습니다.
조금 형태는 바꾸었지만……」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가치를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독점해서, 감추어 버렸습니다」
「그러니까 퍼지지 않았습니다」
「음……」
「모처럼 바다를 넘어서 전해졌는데 묻혀버린 지식은 그 밖에도 많이 있습니다.
물론, 정말로 미지의 지식도」
「우라무 공은 그것을 아는 것인가」
「네」
「……가르쳐 줘!
아니, 부탁하네. 가르침 받고 싶네」
「부디!」
「머리를 내리지 말아 주세요.
가르치겠습니다. 저는 그걸 위해서 왔습니다」
「무라마사 공에게, 저의 지식 전부를 드리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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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마사 공.
당신이 지고의 검주를 구한다면, 3개의 원기(源気)에 대해서 모르면 안 됩니다」
「3개의 힘?」
「이 우주의 근원적인 힘입니다.
저는 이것을, 자기(磁気), 진기(辰気), 창기(創気)라고 부릅니다」
「…………」
「자기라는 것은, 자석의?」
「네.
자석이 서로를 끌어당기고, 서로 반발하는 힘입니다」
「나머지 둘은 아시겠습니까?」
「아니」
「진기란, 모든 물체에 갖추어진 것입니다.
다른 물체를 끌어당기는 힘입니다」
「……?」
「지금, 저는 돌을 주웠습니다.
손을 떼면, 이렇게」
<툭>
「돌은 지면에 떨어집니다」
「……」
「이것이 진기입니다」
「? ……?」
「…………」
「즉――물체가 떨어지는 것은, 대지의 진기가 끌어당기고 있으니까다……라고?」
「그렇습니다.
당신은 언제나 이해가 빠르군요」
「……」
「……그럼 창기란?」
「기소(基素)를 엮어 물체를 만들어내는 힘입니다」
「기소?」
「물체를 철저히 미세하게 미세하게 부수었을 때, 최후에 남는 것――이제 이것 이상은 부서지지 않는 것을 기소라고 부릅니다」
「만물의 소재입니다.
이것을 다종다양하게 조합시켜, 풀꽃이나 광물이나 곤충이나 우리들을 만들어내는 힘이 창기입니다」
「그것은……신불(神仏)의 위업을 말하는 건가?」
「그렇게 말해도 상관없습니다」
「……창기.
거기에 자기……진기……?」
「무리하게 이해하려고 하지 말아주세요.
초조해하는 것, 서두르는 것은 두뇌의 기능을 방해합니다」
「학문에 지름길은 없습니다.
천천히, 배워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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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부터 묻고 싶었지만……」
「네?」
「우라무 공은 무엇 때문에 검주에 흥미를 가진 건지?」
「이상합니까?」
「삼라만상을 규명한 분이 어째서 무구 따위에게 구애되는 것인지……
아직 납득이 가지 않는군」
「칭찬해주시는 것, 영광입니다.
하지만, 저는 아직 아무것도 모릅니다」
「설마」
「아니요. 정말로 아무것도 모르는 겁니다.
제가 정말로 알고 싶은 것은, 아직 아득히 멀리 있습니다」
「우라무 공의 지식으로도, 아득히 멀리?」
「바다에 떨어진 한 알의 사금(砂金)을 찾는 심정입니다」
「……상상도 가지 않아」
「신의 사랑」
「?」
「어디에 있는지 모릅니다.
어떤 형태를 하고 있는지도……」
「하지만 저는 믿고 있습니다.
검주는 인간에게 주어진 날개. 하늘에 이르는 단 하나의 방법……그렇다면, 」
「이것을 궁구한 끝에, 원하는 것이 있다고」
「…………」
「무라마사 공. 당신과 만났던 것은 천명입니다.
저는 당신을 만나기 위해서, 이 동쪽 끝의 나라까지 온 것입니다」
「부디 저를 이끌어주세요.
……황금의 여명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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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불타는 소리. 사람들의 고함과 비명>
「아버지, 이제 안 된다!
적병의 숫자는 백이나 이백 정도가 아니다」
「이대로는 몰살이다!」
「……이놈들……」
「어머님, 상처가……!」
「상관하지 마라.
빗나간 화살에 스쳤을 뿐이다」
「어머니보다 자신을 걱정해라.
타서 무너진 집의 깔개라도 되었다간, 살아날 수 없다」
「으, 응……」
「아버지, 아무튼 지금은 물러나자.
뒷마을(裏里)까지 달아나면, 녀석들도 쫓아올 수 없다」
「……」
「아버지!」
「……어째서냐.
북조의 군이 여기까지 쳐들어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럴 리는……」
「나가시마(長島)를 넘지 않는 한은 북조는 여기까지 올 수 없다……입니까?」
「우라무 공……」
「그럼 나가시마는 떨어졌겠지요」
「바보 같은!
지금, 나가시마를 맡은 것은 다름아닌 아키마 님이다」
「그분이라면 비록 만의 대군을 적으로 삼아도 며칠은 버틸 터……」
「싸운다면, 그렇겠지요.
하지만 싸우지 않으면, 어떻습니까?」
「뭐, 뭣이!?」
「아키마 님이 북조의 군세를 그냥 지나치게 했다면……」
「허튼 소리를 하지 마라!!」
「……」
「확실히 지금 세상, 무인이라면 어느 놈도 오뚝이야.
북조로 구르고 남조로 구르며, 풍향에 따라 깃발을 바꾼다」
「하지만 아키마 님은 다르다!
그분은, 」
「……그분만은……」
「무라마사 공……」
「……아버지.
지금은 생각하지 마라」
「지금은 도망치지 않으면 안 된다.
잊었나. 아버지는 야마토 제일의 검주를 벼리라고, 선제로부터 칙령을 받은 몸」
「여기서 목숨을 위태롭게 해서는 안 된다!」
「할아버님」
「……큭」
「……살아남은 것은 이것 뿐인가」
「어머님.
……할머님이, 없어」
「…………」
「없어……」
「없다면, 있지 않은 것이겠지」
「……그런」
「……」
「……웃……」
「운다면, 어딘가에 숨어서 혼자 울어라.
여기서는 그만둬라」
「아버지의 앞에서는」
「……………………」
「……할아버님……」
「…………어째서냐…………」
「어째서, 그분이……
아키마 님이……배신 따윌!」
「착각은 아닌 것인가……?」
「……나가시마로부터 도망쳐 온 자가 그리 말한 거다.
진실이겠지」
「…………오오」
「이럴 수가……
…………이럴 수가앗!!」
「……」
「……우라무 공……」
「네……」
「나는 잘못 본 것일까……
그분을……」
「아키마 님은 정말 좋은 분이었습니다.
요시노에서는 저를 수상한 주술사(呪い師)라면서 기피하는 사람도 많았습니다만, 아키마 님은 항상 저를 감싸 주었습니다」
「……그럼……어째서……」
「……」
「좋은 사람에게, 불의를 강요한다…….
그러한 시대가 있습니다」
「지금이 그렇습니다.
지금은 악한 세상인 것입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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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금 돌아왔다」
하지만 모두 상당히 성이 나 있었어」
검주 제조의 칙명을 받고서, 이미 10여년이 지났다……」
무라마사는 육체를 버리는 것에 겁을 먹은 것인가, 라고까지 들었다」
하지만 이미 우라무 공도――」
제가 아는 한의 지식을 무라마사 공에게 주었습니다」
여기서 더 무엇을 원한다는 거지?」
지고의 검주의 모습이, 여전히 보이지 않아」
전보다도, 알 수가 없어져 버렸다」
그러면 안 되는 건가」
쿠스노키는 6대에 걸쳐서 남조에 충의를 다하여 온 가문이 아닌가」
아직 요갑이 탄생하지 않은 과거의 이야기입니다.
이 작품의 모든 것이 시작된 원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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