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화까지가 마왕편에서의 프롤로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거지요.
<휘익!>
지붕에서 지붕.
나뭇가지에서 나뭇가지로 뛰어건넌다.
목표는 아무것도 없다.
단지, 멈춰 서있고 싶지 않았다.
일몰까지는 아직 시간이 있는 시간대다. 이런 난잡한 이동을 하고 있어선 이목에 걸리겠지.
하지만――아무래도 좋다.
지금은 이대로 뛰어다니며, 몸에 휘감긴 무언가를 뿌리치고 싶다.
……그 무언가는 외피가 아니라 내면에 붙은 것이며, 아무리 달리건 벗겨지지 않는다고 깨닫고 있었지만.
나의 의사를 인정해준다, 라고.
자신의 의사로 싸우고, 책임을 짊어지는 것을 인정해주길 원한다고………그것만을 바란 사수에게, 완전한 거절로 대답했다.
그는 나의 의사를 인정한다고 말해주었는데.
그 녹슨 자물쇠처럼 완고한 사람이. 그런데.
하지만 그것은 도무지 인정할 수 없는 것이다.
아오에와의 교전 중, 그가 나의 과거를 본 것처럼, 나도 옛날의 그를 보고 있었다.
그러니까 알고 있다.
그는 본래, 작은 마을에서 온화하게 사는 인간이었던 것을.
그 생활을 빼앗은 것이, 나와 선대――두 벌의 무라마사라는 것을.
무라마사의 존재만 없었다면, 그는 평온한 나날을 목숨이 다할 때까지 계속할 수 있었던 거다.
……5백년전, 내가 어리석은 것을 바라지 않았다면!
버리지 않으면 안 되었어)
미카도의 뜻에 복종해, 파괴시켜 두었으면 되었던 거다.
그것이 얼마나 굴욕적이며, 원통하며, 에미시 검주 대장장이로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결과라도.
육친의 정 따윈 강에 흘리고.
대장장이의 긍지 따윈 개에게 먹이고서.
여차하면 이 손으로, 2세를 부숴야 했었던 거다.
“은성호” 는 출현했다.
옛날 남북조의 악몽이, 이 코류라는 시대에서 황천귀환(黄泉帰)해 버렸다.
이것은 나의 결단 하나로 막을 수 있었던 거다.
생전의 내 유약한 마음이, 이 재앙을――무수한 죽음을 불렀다.
은성호와의 싸움은 즉, 나의 잘못에 대한 결착이나 다름없다.
그것을 자신의 것으로서 짊어진다는 카게아키의 의사를, 어째서 인정하랴.
요갑 센고 무라마사 일문의 어리석은 행위에 말려들었을 뿐인 그가, 가혹한 투쟁에 괴로워하여 영혼까지도 상처입는 것을, 어째서!
내가 범한 잘못은 그 밖에도 있다.
선악상살. 그 계율.
그 저주――인정하자. 이상은 어찌됐건 사실은 저주에 지나지 않는다!――를 어째서 계승해 버렸는가.
적어도 그것만 없었다면, 카게아키의 손으로 죽이게 하는 인간의 수는 반으로 끝났다.
괴로움도 얼마간 누그러졌겠지.
자신은 시조나 2세와는 다르다. 2세가 재앙의 운반자가 되었을 때, 이를 제압하는 것만을 위해서 탄생한 검주다.
조부의 이상을 실현하는 열쇠였던 그 계율은, 나에게 있어선 불필요한 것이었다.
그런데도 이은 것은――그렇게 할 수 밖에 없었으니까.
선악상살의 규정은 무라마사라는 검주의 부록이 아니다.
심철에 뿌리내린 것, 즉, 근본이념이다.
이것을 없앤다면, 단조행정을 전부 다시 보지 않으면 안 된다.
조부와 어머니, 그리고 조모와 아버지. 일문이 한 탐구의 총결산인 그것을, 혼자 힘으로 다시 세우지 않으면 안 되는 거다.
가능한 이야기가 아니다.
만일 할 수 있었더라도, 그렇게 해서 만들어지는 검주는 범상한 품질이라, 2세 무라마사의 힘에는 저항할 수 없―― “알” 에 오염된다――겠지.
그래선 책임을 완수할 수 없다.
센고 무라마사류의 단조법으로 검주가 되어, 선악상살의 계율을 잇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것은……사실이지, 만.
하지만 그것을 빼더라도, 나의 마음에는 계율을 계승하고 싶은 마음이 확실히 있었다.
계율을, 일문의 이상을 잇고 싶었다.
조부들이 고민하고 괴로워한 끝에 찾아낸 이상이, 의미 없이 스러져 가는 것을, 용서할 수 없는 마음이 있었다.
“독선” 의 박멸, 다툼 없는 세계에 대한 희망을, 후세에도 전해도 좋을거라고――나는 그렇게 생각한 거다.
……무책임한 정념.
……철저히 제멋대로의 생각.
어쨌든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건이다.
하지만 그 뒤에, 그런 시시한 소원이 있었던 것을, 나는 기억하고 있다.
그러니까 용서할 수 없다.
저주에 얽매여, 호의나 경의를 품고 있던 사람들에게 칼날로 보답해 가는 그의 고통――그 마음의 단말마를 접할 때, 이러한 가능성으로부터 일부러 눈을 돌리고 값싼 꿈에 잠긴 과거의 자기자신을, 도저히 용서할 수 없었다.
(그러니까……적어도)
인정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 거다.
이 싸움, 이 살육이, 그의 의사 아래에서 행해지고 있다고는, 결코.
이것은 나 한 사람의 싸움……
나의 의지로 부른, 나의 죄다.
<슈웅!>
<무언가를 느낀다>
<우웅―― 우웅―― 우웅――>
「――――!!」
……향기!
은성호인지, 그 “알” 을 받은 기생체인지. 2세 무라마사의 힘을 품은 것이 가까이 있다.
강하다――진하다.
고의로 발산하고 있는가 생각될 정도로, 지금 느끼는 기척은 농밀하다.
서두를 필요가 있을지도 모른다.
《미도――》
(…………)
머리의 방향을 돌려, 감옥의 카게아키에게 되돌아 갈 뻔하고서.
……이제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 냈다.
이것 이상, 그와 함께 싸울 수는 없다.
그의 의사를 인정하지 못하고, 지배해서 예종시킬 수도 없었으니까, 이제…………무리다.
간다면, 혼자서 가지 않으면 안 된다.
……아니.
(혼자로 좋아)
생각하면, 자신 한 사람의 싸움에 타인을 말려들게 한다는 것이 애초에 큰 잘못인 거다.
아무리 검주에게는 사수가 필수라도.
그 정도의 상식, 무라마사의 기술이라면 뒤집을 수 있다.
뒤집는다――뒤집어 보이겠다.
<촤앙!>
자장전개(磁場展開) 수속형성(収束形成) 특정지향(特定指向) 특정해제(特定解除) 반복전개(反復展開) 반복전개(反復展開) 지향수정(指向修正) 수속형성(収束形成) 골격위장(骨格擬装) 수정(修正) 수정(修正) 수정(修正) 수정(修正) 수속형성(収束形成) 신경위장(神経擬装) 수정(修正) 전면삭제(全面削除) 신경위장(神経擬装) 수정(修正) 수정(修正) 수정(修正) 지향수정(指向修正) 근육위장(筋肉擬装) 수정(修正) 수정(修正) 총괄정리(総括整理) 확인(確認) 위법기화공정 편성완료(違法騎化工程編成完了)
(나는――혼자서 싸울 수 있어!)
기동
<파창!>
<……슈왕!>
[ESC]
·
·
·
「…………」
「……오오.
빠르구나!」
<슈우우웅…… 쿠웅!>
《――――》
「불러낸 것 같아서 미안하군, 카게아키.
아니, 정말 부른 거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오늘이라는 날은 일어난 직후부터 너의 얼굴을 보고 싶어서, 가만히 있을 수 없어져 말이야. 정말이지 소녀심이라는 것은 뜻대로 되지 않는다」
「너도 죄많은 녀석이다.
하지만 이렇게 조속히 부름에 응해준 것은 고맙다――」
「――――」
《……………………》
속일 수 없었어?》
내가 외면에 변화가 없어도, 카게아키와 다른 누군가를 잘못 보겠는가!」
무슨 생각으로 카게아키를 두고 왔지!?」
그래서 대리인가!?」
……아니 기다려, 진정해라, 미도우》
《저건 아무래도, 빈 것 같다》
「음?」
《――――》
「……뭐야, 저건…….
내용물은 휑한 건가」
《장갑된 것처럼 가장하고 있을 뿐이로군.
그럼……무슨 의도일까》
「전언을 하러 왔을 뿐이라면, 거미의 형태로 좋을테지.
흠……」
《……탐색은 됐어》
「그럼 직접 묻겠다만.
너는 결국, 뭘 하러 왔지?」
《싸우기 위해서인게 당연할텐데……!》
「……카게아키는?」
《사수 따윈, 없어도 돼.
나의 힘으로, 당신을――2세를 토벌하겠어!》
「…………」
「……무라마사……」
《참으로 유감이지만, 저것은 아무래도 진심인 듯하다》
「…………」
《뭐야……》
「뭐, 가 아니지.
기가 막히는 것 말고 어쩌라는 거지」
「그런 꼴로 나의 상대를 한다고?」
《자만하는 말투네》
「거울을 보고 말하거라」
《……》
「무라마사여.
너의 딸은 대단한 졸작이로구나」
《되돌려줄 말이 없는 것이 유감이다》
《뭐라고……!?》
「어떻게 할까」
《바보 녀석의 상대로 미도우를 번거롭게 할 수는 없다.
나에게 맡겨줄 수 없을까》
「허락한다.
가라」
《오》
<파창!>
《얕보다니!》
《그것은 이 어머니가 말하게 해라.
……그런 눈속임으로, 어떻게 우리를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지》
《해보지 않으면 몰라》
《명명백백.
그 위장이 얼마나 꼴사나운지, 한눈에 보면 짐작된다……》
《어차피 사람의 형태를 취한다면, 여기까지 하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도 없을텐데》
《……에?》
《진기수렴(辰気収斂)》
<위이이이이잉――――――>
[ESC]
《……뭣――》
《유……육체변성(肉体変成)!?
그런, 어떻게!》
「거기서부터 한 걸음 나아가면 해낼 수 있는 일이지만.
그 한 걸음마저 닿지 않을 줄이야, 나의 딸이지만 구제할 길이 없다」
「여기서 부수어 주는 것이 정이라는 건가?」
《큭……!》
《그, 그런 재주는……무의미해!
검주의 전력은 이 기형(騎形)이 가장 높아》
《싸우면 내가 이겨!》
「글쎄?」
《이게――》
<휙! 휘익!>
<피한다>
<휘익!>
몹시 머리에 피가 돌지 않는 딸이구나」
네가――」
《웃!》
<급접근!>
<쿠웅!>
《크학!?》
「너무나도 둔할 뿐이다.
그런 움직임으로는 파리는 커녕, 소도 잡을 수 없지」
《……우쭐대지 마!
아직이야!》
「과연 슬슬 이해할 수 있지?」
《…………》
「너의, 그……
어색한 추태를」
《어째서……》
「이럴 것도 저럴 것도 없다」
「무자형(武者形)은 확실히 지강(至強)의 모습.
하지만 그것도, 사수와 함께 있을 때이다」
「내용물이 없는 갑옷이 어떻다는 거지?
종이호랑이에 지나지 않을텐데……」
《……》
「타치의 술기도 없고.
열량의 공급도 없고」
「쓸데없이 부푼 기체를 주제 못할 뿐.
무거워, 둔해, 좋을 게 없어」
「그런 허세에 비하면――」
《……윽!?》
「이편이 훨씬 효율적.
그러한 거다!」
<콰창!>
<콰앙!>
《컥……》
「이 형태라면 심철의 열량만으로 충분히 싸울 수 있다」
<철컹!>
<들쳐엎는다>
《!!》
「떨어져라」
<허공을 난다>
<추락>
<콰아앙――!>
《……하……》
《컥……윽……!》
<일어선다>
<파창!>
[ESC]
「…………」
「졸작.
너는 아버지의 이름을 욕보일 생각인가?」
《……그……》
《그런 걸……어머님이 말하지 마!》
「……」
《내가 졸작이라면, 어머님은 뭐야!》
「뭔가 불복이라도 있는 건가.
이 어머니에게」
《있는게 당연하잖아!?
왜――어째서, 》
《또
재앙을 흩뿌리는 거지!!》
「그것을 나에게 물어서 어쩌자는 거지.
검주는 사수를 따르는 것――알고 싶다면, 위에서 지루해하고 있는 미도우에게 묻거라」
《그게 아니야!
광인의 생각은 아무래도 좋아》
《그 전의 이야기야!
어머님은 어째서, 저런 인간을 사수로 했지!》
「…………」
《시조의 실패로 배우지 않았어!?
우리들 무라마사는 무인의 독선을 경고하기 위한 검주――하지만 단 하나의 착오로 재앙의 화신이 되어 버렸어》
《그러니까……어머님은 이제 누구와도 결연해서는 안 되었어!
한다고 해도, 아주 신중하게 택하지 않으면 안 되었어》
《의지가 약한 사람이 무라마사를 차고 무자가 되면, 선악상살의 규정을 견디지 못하고, 미치는 경우도 있어. ……그것을 알고 있으면서!
그런데 어째서 또, 그런 인간을 선택해서》
《호락호락하게 미치게 했어!
5백년전처럼 광기를 퍼트려, 살육을 부추기는 처지가 된 것은 어째서야!?》
「……」
「그런가.
……아무래도 몇가지, 오해가 있는 것 같구나」
《오해……?》
「우선.
나의 사수는, 미치지 않았다」
「아니……미쳤을지도 모르지만.
어느 쪽이건, 저자는 원래부터 그랬었다」
《……!?》
「나는 저자의 인격을 안 다음, 사수로 인정하여 연을 맺었다……」
《어, 어째서!》
「3세……
너는 봉인으로부터 풀려나고 나서, 야마토의 역사를 배웠는가?」
《……》
「놀랄만한 일……믿기 어려운 일이지만……
그 남북조의 쟁란, 우리들 무라마사가 가져온 절멸적인 살육 위에 쌓아올려진 평화의 시대는, 」
「백년도 유지되지 않았던 모양이다」
《…………전국시대?》
「그리 불리고 있었지.
남북조에도 뒤지지 않는 혼돈의 대난세(大乱世)가, 불과 수십년을 두고 다시 찾아온 것 같다……」
「이것을 어떻게 생각하나?」
《…………》
「부족했다」
「부족했었던 거다!!」
「그 정도의 싸움!
그 정도의 살육!
그 정도의 대지옥(大地獄)으로도!」
「여러 사람에게 싸움의 추함, 우열함, 그 독선을 알리기에는, 전혀 부족했었던 거다!!
무란 항상 선악상살, 싸움에는 정의가 없다――무라마사가 보인 진리는 순식간에 잊혀졌다!!」
「사람들은 질리지도 않고 다시 독선의 소용돌이에 잠겨서, 싸우고, 죽여……남북조의 시대보다도 오랜 시간을, 의미 없는 쟁란에 들였던 거다!!」
《어……어머님……》
「사람의 어리석음을 얕보고 있었다」
「우리들 검주는 혼을 갑철에 박았다,
고로 불변의 이념을 가졌지만……
고기의 뇌수는 진리를 새겨도, 새기자 마자 잊어 가는 것 같다」
《그러니까……그러니까?
한번 더 한다는 거야!?》
「그렇다」
《본말전도잖아!
그런 건, 할아버님이라도 바라지 않아!》
《할아버님은 어디까지나, 선악상살의 계율을 사람들에게 넓혀,
분쟁을 미연에 수습하려고 했을 뿐이지――》
「너는 생각이 얕다」
《…………》
「조금 전, 입에 담았구나. 시조의 실패가 어떻다고.
……그것도 오해다」
「아버지는 실패 따윈 하나도 하지 않았다」
《!?
……무, 무슨 말을!》
「아버지는 처음부터 겉과 뒤를 생각하고 있었다」
「겉. 사수가 심상한 인물이라, 선악상살의 이치를 풀어내, 세상에 넓힌다면 그걸로 좋다.
그리고 뒤. 사수가 계율에 얽매여 분간없이, 살해에 살해를 거듭한다면, 그것도 좋다」
「그 꼴을 본 사람들은, 무의 죄악을 스스로 깨달을 것이기 때문이다」
《……!!》
「아버지의 깊은 사려를 알겠느냐」
「사수가 어떠한 인물이라도……
우리들 무라마사는, 세상에 싸움과 무의 진상을 고시(告示)하는 숙원을 완수할 수 있다!」
《……하, 하지만!
그런데도 “은성호” 는 과했을텐데!?》
《어머님의 사수는 강함에서도 흉포함에서도 너무 불합리해!
내버려 두면 인간을 어디까지 죽일지――》
「전혀 상관없다」
「인간이란 구제할 길 없는 존재.
남북조의 재앙에서조차 아무것도 배우지 않았다」
「한 번 절멸에 직면하는 데까지 가지 않으면 큰 깨달음을 얻을 리 없다!
아니……이제 이번 기회에, 절멸해도 좋다고 하자」
「사람이 멸망하면 다툼도 사라진다.
아버지의 소망도 이루어진다!!」
《―――――――――――――――――――
――――――――――――――――――――
――――――――――――――――――――
――――――――――――――――――――》
「미쳤다, 고라도 말하고 싶은가」
《……미친 거잖아……》
「네가 도리를 모를 뿐이다.
사람의 깊은 업을 얕보고 있어」
《…………》
「흥」
「이치를 모르고.
세상을 모르고.
사람을 모르고.
너 자신도 모른다……」
「사수를 딴 곳에 남겨 두고 앞지른 끝에, 이렇게 웅크려서 우는 소리를 재잘거릴 뿐일 줄이, 야.
이것이……3세 무라마사, 나의 딸인가」
《어머님……》
「천치.
나의 태(胎)가 너 같은 졸작을 낳아서야, 아버지에게 보일 낯이 없다」
「너 같은 것은……
녹여져서, 불상이라도 되라」
《!!》
<파창!>
《어――어머니임……!》
「흥, 일어섰나」
「뭐……서지 않으면 안 될테지?
이것을 듣고서, 상대를 내버려둬서야, 검주의 면목을 지킬 수 없다」
「스스로 고철이라 인정하는 거나 마찬가지다……」
《……》
「하지만, 유감스러울려나.
딸이여……」
「너는, 고철이다」
《닥쳐어!!》
<피지직――! 파지지직――!>
「자기인척(磁気引斥)을 이용하는 발도술……
너의 사수가 완성시킨 지예(至芸)로구나」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
《벤다……!》
「……크」
「오너라」
《크, 아아아아아아아아!!》
[ESC]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너를 말하는 거다!!」
<콰아아앙――!>
《……앗……그흐……》
<파지지직……파지직……파지지직!>
……과분한 무기(武技)을 썼기 때문이다」
걸맞게 비참히 끝나거라!」
이 어머니가 인도해 주지」
「미도우?
막지 마라. 집안의 수치는 씻고 싶다」
「음. 그 기분은 알지만……
별 수가 없다」
「여흥은 여기까지라고,
저쪽에서 말한 거다」지혜 없는 이 녀석에게도, 약간의 천운은 있었다고 보이는군」
<탁탁탁탁탁탁!>
<달려온다>
「……어떻게 하지? 미도우」
「오늘은 이제 되었다.
얼굴을 보니, 기분이 내켰다」
「카게아키도, 검주가 그 꼴이라서는 놀 수 없겠지」
「알겠다」
<파창!>
<도약>
<휘익!>
「카게아키.
너에게 전해 두마」
「……」
「나는 하치만궁으로 간다」
「……!?」
「조금, 재미있는 취향이 생각나서 말이야」
「나의 아버지에게 나의 패도를 바친다…….
그걸 위해 걸맞는 때와 장소를 골랐다」
「……아버지에게……?」
「가까운 시일 내이다.
기다리고 있거라!」
<파칭!>
[ESC]
<하늘로 사라진다>
「…………」
은성호는 떠나고, 나는 시선을 지상으로 되돌렸다.
……빈사의 검주가 웅크리고 있다.
무라마사는 보기에도 무참한 모습으로 화하여 있었다.
비뚤어지고, 뒤틀리고, 구부러져――산봉우리에서 전락하고서 낙석의 비를 맞으면 이렇게 될까.
심홍의 갑철이, 지금은 피범벅 된 육부(肉膚)로 눈에 비쳤다.
…………부탁이니까……》
정신간섭의 “파장” 에 침범되지 않으니까?》
《다른 검주 쪽이 나아!
나보다는 훨씬!》
《지금의 이 모습을 보면 알 거잖아!?
내가 얼마나 형편없는 물건인지!》
「……」
《능력은 부족해!
사수가 말하는 것은 듣지 않아!》
《올바른 판단도 할 수 없어!
피가 오른 머리로 이길 리 없는 상대에게 도전해서, 바닥에 기게 되었어!》
「……」
《게다가――선악상살이란 쓸데없는 저주가 덤으로!
내가 무슨 도움이 된다는 거야!》
《……필요 없을 거잖아……》
「무라마사……」
《……다른 검주를 찾아줘……》
《나는……내버려 둬……
……여기에 버리고 가주면, 멋대로 썩을 테니까……》
손상된 갑철이 조금씩 떨고 있다.
리리, 리리, 하며 방울벌레를 닮은 소리가 그 위에 겹쳤다.
……울고 있는 건가.
(다른 검주)
그것은 여러 번, 생각한 것이다.
그리고 언제나, 단념해 왔던 것이었다.
보통 검주로는 “알” 에게 먹혀 버리니까 별 수 없다. 은성호와 싸우려면, 이 저주스러운 검주를 계속 쓸 수 밖에 없다――라고.
그렇게 포기하고, 무라마사를 사용해 왔던 것이다.
포기하고.
결코 바래서가 아니라.
「…………」
《……가줘……》
무라마사.
검주치고는 감정적이고, 자주 흥분하고, 동요한다.
자아도 강하고, 때로는 지시를 거역하고, 불평하거나 한다.
조금 전은, 나에게 힘을 발휘하려고까지 한 마당이다.
그리고 선악상살의 계율.
이 검주는 반드시, 싸움을 무익한 것으로 해 버린다.
……그것이 무라마사.
2년간, 길을 함께 해 온,
나의 검주다.
「아아.
…………역시」
《……》
「네가 아니면 안된다」
《……어째서야……》
「너와 만나고 나서, 몇번이고 싸움을 거쳤다.
내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너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네가 도와주었으니까, “알” 의 부화도 저지해 올 수 있었다.
나의 힘만으로는 어떻게도 할 수 없었다……」
「이제 와서지만……그것을 인정한다.
이제부터도 힘을 빌려주길 원한다」
《…………》
《내가 했던 것은……도운 것만이 아니야》
「……」
《잊은 것은 아닐텐데》
《나는 당신에게, 죄도 없는 사람을 죽이게 해 왔어!
처음은 당신의 모친――그 후로도》
「……그래」
《몇 사람이나 죽이게 했어!
이제 싫을 거잖아!?》
《견딜 수 없을 거잖아!
그러니까, 나를 버리면 되는 거야!》
《내가 없으면, 그런 짓은 하지 않아도 되니까!
은성호에게 이길 수 있는 검주라면, 분명 어딘가에 있어……》
《당신은 그것을 찾으면 돼……》
「그런 것은 없다.
……만약 있었더라도」
「내가 바라는 것은 너다, 무라마사」
《…………》
《어째서》
「선악상살인가」
「너와 함께 있는 한, 나는 이제부터도, 적을 한 사람 쓰러뜨릴 때마다 아군도 한 사람 베게 될 거다」
《그래……》
「죽여서는 안 되는 누군가를 죽인다」
《그래》
「하지만.
……그렇다면 나의 적이 되었던 인간은, 죽어야 하는 자였다는 건가?」
《……》
「나는 양모를 죽였다」
「닛타 유우히를 죽였다」
「에미시 자매, 후키와 후나를 죽였다」
「……어느 것도 용서받을 수 없는 죄다.
하지만, 그렇다면」
「스즈카와 료우부를 죽인 것은?
나가사카 우쿄를 죽인 것은?
후우마 코타로를 죽인 것은?」
「오우지 스구루를 죽인 것은?
죠지 가겟트를 죽인 것은?」
「그것은 용서받을 일인가……?」
《……》
「용서받을 수 없다」
「그들은 나의 입장에선 악인이었다.
하지만 그들에게도 그들 나름의 선이 있었다」
「선악상살.
……과연, 사람을 죽인다는 것은, 선과 악을 함께 끊는다는 것이다. 겨우 이해할 수 있었다……」
「무라마사.
너는 옳다」
《…………》
「살인은 모두 악귀의 소행」
「예외 따윈 없다.
모든 살인에 정의는 없다」
「싸움에 정의는 없다」
《……미도우……》
「무라마사. 네가 그것을 가르쳐 주었다」
「네가 아니라, 다른 검주와 결연해서, 이 2년을 싸웠다면……
나는 지금쯤, 자신을 영웅이라고라도 생각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세상의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악과 싸워 이를 토벌하는, 정의의 무자라고.
그렇게 해서, 은성호를 쓰러뜨렸을 때는 로쿠하라도 타도하자고 생각했을까……」
「상상하는 것만으로 공포심이 치미는 이야기다.
독선의 화장에 지나지 않은 정의에 취해서, 쟁란을 일으키는 것 따윈……」
《…………》
「무라마사.
나에게 정의는 없다」
「그 진실을 결코 잊고 싶지 않다.
그러니까 네가 필요하다」
「너를 버리고 다른 검주를 취하면……
나는 선인은 죽이지 않고 악인은 죽인다는 독선의 길을, 선택하게 된다」
「세상에는 죽어도 좋은 인간과 죽어서는 안 되는 인간이 있고, 자신에게는 그 구별을 할 권리가 있다고 인정하게 된다……」
《……》
「나는 후안무치한 영웅 따위는 되고 싶지 않다.
세상의 사람들이 그런 나를 보고서, 정의의 싸움이 있다고 믿고 뒤를 따르려고 한다――라는, 멍청한 꼴이 되는 것은 더더욱 사양이다」
「그것이야말로 재앙이라는 거다」
《미도우》
「나는 너를 선택한다」
「선악상살의 계율을 선택한다」
「너도, 나를 선택해주지 않겠나」
《……》
《정말로……좋은거야……?》
「나에게는, 네가 아니면 안 되는 거다」
《미도우……
……그렇지만……》
《2세 무라마사를 살린 것은……나야.
은성호를 이 시대에 불러 들인 것은 나야……그러니까》
「자기 혼자서 싸우지 않으면 안 된다, 인가?」
《……》
「나에게도 완전히 같은 생각이 있었다.
아니, 지금도 있다……하지만」
「인정하자, 무라마사.
나도 너도 혼자로는 약하다」
「서로가 필요하다.
우리는 둘이서 1기가 되지 않으면, 싸울 수 없는 거다」
「함께……싸워다오」
《……미도우……》
오른손의 엄지에 이빨을 세워, 거죽을 얕게 물어뜯는다.
피가 넘치기 시작한 그것을, 나는 검주에게 향했다.
――이 손가락은, 타치를 취급하는데 빠뜨릴 수 없는 손가락.
《……아……》
흠칫흠칫, 검주가 다리를 뻗어서 응한다.
만진다.
피가 갑철을 물들인다.
<기이이잉――――――>
수정의 종을 때리는 듯한 악곡이, 한 번.
나와 무라마사의 사이를 건넜다.
이것이――――
가장 간소하여, 가장 오랜, 무자 정조의 대도의례(帯刀儀礼).
여기서 인연은 맺어지고……
나와 무라마사는 처음으로, 1기의 무자가 되었다.
<있다!>
<달려오는 발소리들이 들렸다>
공통루트까지 카게아키와 무라마사가 고전을 자주했던 원인은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첫번째로 사수의 실력이건 검주의 성능이건, 강적과 싸우는 빈도가 높았던 것.
두번째는 주무장인 노다치를 잃어버린 것.
세번째로는 안 그래도 강적인 상대의 기체가 “알” 에 담긴 무라마사 자신의 힘으로 더욱 강화되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그보다도 근본적인 이유는 카게아키와 무라마사가 진정으로 서로를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지요.
둘 다 워낙 고지식하고 곧은 성격이었으니까, 자신의 싸움을 남에게 전가할 수 없다고 생각한 겁니다.
대도의 의식은 사수와 검주가 서로를 인정하고 존중한다고 맹세하는 것.
이건, 무자로서 기본중의 기본인데도 그것도 되지 않은 채로 싸웠으니, 둘의 연계가 제대로 되지 않았던 거지요.
하지만 마왕편에서는 예전에는 영웅편 극후반에서나 얻었을 검주와의 유대를 확실히 다졌습니다.
게다가 정식으로 대도의 의식을 치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지요.
* 검주회전일록에서 '은성호' 항목 갱신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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