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편과 복수편도 좋지만, 역시 마왕편부터는 느낌이 색다릅니다.
번역하면서도 뭔가 두근거리네요.
<기마와 창칼의 소리. 비명과 함성>
바보 같은!」
「이 뒷마을의 소재는 요시노에도 가르치지 않았다.
아키마 님도 모른다」
「어디에도 새지 않았을 거다…….
그런데 어째서 적이!」
「……아버지……」
「어째서……」
「저것을, 봐라」
「저……진두에 선 무자를……」
「――――」
「알 거다, 아버지」
「우리의 눈에는 보인다.
보여 버린다……」
「저 검주가 어떠한 물건인지.
어떠한 유래를 가졌는지」
「오오……!」
「미, 믿을 수 없어……
믿고 싶지……않아!」
「……거짓말……」
「아내여!
너까지도 배신한 것인가!!」
「적의 손에 떨어져, 굴종해서 살아남아……
게다가, 자신의 몸을 검주로 제련해서 바쳤는가!!」
「……」
「이……이 무슨 세상인가……
이 세상에는……이미 무엇 하나……」
「무엇 하나……믿을만한 것이 없다!
충의도……혈족의 정마저……!」
「……」
「오……
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탁탁탁탁탁탁!>
<달려든다>
「아……아버지!?」
「안됩니다!」
<푸슉!>
「윽……끄……」
「우, 우라무 공?」
「목숨……버리면, 안 됩니다.
당신에게는……할 일이, 있습니다!」
「아, 안돼……치료를!」
「괜찮아요.
저, 이 정도의 상처로는, 죽지 않습니다」
「그러한 몸인 겁니다……」
「아버지! 우라무 공!」
「할아버님!」
「나는 되었다!
우라무 공의 상처를――」
「무라마사 공.
당신은 두 사람을 데리고, 도망쳐주세요」
「여기는, 제가 어떻게든 하겠습니다」
「무슨 말을 하는가!」
「무자에게 이길 수는 없습니다만……
시간을 버는 정도라면, 어떻게든 됩니다」
「자, 빨리――」
<철컹>
「빨리!」
「……」
「아버지!」
「하, 할 수 없다!」
「나는……비겁자가 될 수 없다!」
「무라마사 공――」
<철컹>
<걸어온다>
「――――」
「크――」
<슈웅――>
<콰앙!>
「……앗……」
「뭐……?」
<콰당탕!>
「이것은……무자의 화살!?
어디에서――」
「……」
「……아버지.
저거다」
「…………」
「저 검주는……」
「그래.
……아키마 님이, 구나」
근성은 썩었어도 실력은 옛날 그대로인 것 같구나. 아키마 님」
사사키가 탄바(丹波)의 쿠니슈(國衆)[각주:1]를 데리고 요시노로 전향했다……이후, 키나이는 남조가 만회할 거다」
거기까지……시시한 남자였는가!!」
무운이 나빠서 패해 죽는 것은 있어도, 적에게 굴해서 살아남지는 않을 거다, 라고……」
포위되면 일문이 전멸하는 건 피할 수 없다고 깨달은 순간」
나의 몸과 일족을 그걸 위해 던져서, 정말로 좋은 것인가……라고」
나의 충의란 그 정도……가짜에 지나지 않았던 것 같다」
배신자놈……」
하지만 무라마사, 아내분은 미워하지 마라」
「뭐가 없다는 거냐!
적의 수중에 떨어졌다면, 자해해서 죽으라고까지는 말하지 않는다――하지만 한 줄기의 절의(節義)[각주:2]는 관철하는게 당연!」
「검주를 제련해 헌상하는 자가 있는가!?
그 녀석 따윈……이미 아내도 아니고 일족이라고도 생각하지 않아!!」
「……무라마사.
너의 아내는」
「북조에 사로잡힌 후, 다른 에미시와 혼인당해서, 아이를 낳았던 거다」
「――――」
「그리고 그 아이를 방패로 이용당했다.
아이의 생명이 아깝다면, 검주를 제련해라……라고」
「눈앞의 아이인가, 먼 가족인가…….
고민한 끝에, 너의 아내는 자신의 몸을 철로 했던 거다」
「……원망하지 마라……」
「………………」
상처에 해롭다, 이제 쉬게」
무라마사 공이야말로, 몸을 소중히 하세요」
「어찌 이리도……비열한……!
외도놈……도적놈들」
「용서할 수 없다……!」
「하지만 남조도 같습니다」
「무, 무슨 말을!?」
「같을 정도로 더러운 일, 많이 하고 있습니다.
아니, 좀더 비겁한 일도……」
「바보 같은!」
「정말입니다.
저는 남조의 그늘의 움직임에 관여한 적이 많았으니까, 잘 알고 있습니다」
「음모에 희생된 사람, 아주 많습니다.
그 대부분은, 아무 죄도 없는, 무력한 백성들이었습니다」
「…………」
「설마……있을 수 없어.
쿠스노키 님들이, 그런 짓을 하실 리가……」
「요시노의 분들, 나쁜 사람이 아닙니다.
모두, 훌륭한 분들입니다」
「하지만, 전에도 말했습니다.
지금은 시대가 나쁩니다」
「착한 사람들이, 나쁜 짓을 하는 세상인 겁니다」
「…………」
「그럼 나는 어떻게 하면 되는 건가……」
「……」
「누가 아군인지 모르겠다.
누가 적인지도 모르겠다」
「무엇이 올바른지 모르겠다.
무엇이 잘못인지도 모르겠다」
「무엇을 믿으면 되는 것인지 모르겠다……!」
「무라마사 공……」
「나는……
무엇을 위해서……검주를 벼리나……」
「……」
「나쁜 세상을 바로잡기 위해서……
그렇지 않습니까?」
「그 길을 모르겠는 거다!
남조의 대의마저 믿을 수 없어서는……」
「무라마사 공.
지금부터 하는 이야기를, 잘 들어주세요」
「당신에게 가르치면 안 되는 것, 실은 하나 남아 있었습니다.
그것을 이제부터, 이야기합니다」
「……?」
「저의 진짜 이름은……
니콜라스 플라멜, 이라고 합니다」
「니코……?」
「부르기 어렵겠지요. 우라무로 상관없습니다.
제가 태어난 나라와 이 야마토는, 언어가 전혀 다릅니다」
「멀리 멀리, 떨어져 있으니까」
「……우라무 공은, 천축의 사람이었는가?」
「아니요.
천축의, 더욱 훨씬 저 너머입니다」
「서방정토(西方浄土)로부터 오셨다는……?」
「그렇군요……서쪽 끝의 나라입니다.
하지만 정토는 아닙니다」
「제가 태어난 나라는, 전쟁 뿐이었습니다.
지금의 야마토와 같습니다」
「그러니까 저는, 평화로운 낙원을 원해서, 여행을 떠났습니다」
「……」
「하지만 그런 나라,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어느 나라도 짧은 평화와 긴 분쟁을 반복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평화로운 세계를 찾아 방황하기보다, 세계를 평화롭게 하는 방법을 구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리해서……당신을 만났습니다」
「……나는 일개 대장장이.
게다가 지금은, 길을 잃고 있다」
「우라무 공의 힘은 될 수 없다」
「아니요.
그런 당신이 아니면 안 됩니다」
「검주야말로 신의 자식…….
기적의 조각을 품은 성별자(聖別者)입니다」
「가장 고귀한 검주의 탄생이, 사람의 원죄를 씼습니다.
신은 만민을 용서하여, 땅을 낙원으로 하겠지요」
「그래요…….
올바른 마음을 가진 대장장이가, 진리를 원하여 망치를 휘두를 때, 고통의 시대는 끝을 고할 것이 틀림없습니다!」
「……?
미안하지만, 모르겠다……」
「나로서는……진리 같은 건……」
「그것을 가르치겠습니다.
무라마사 공, 부디 들어주세요」
「그리고 저의 이상을 이루어주세요……」
「…………」
「먼 옛날……
그라에키아[각주:3]에, 엠페도클레스[각주:4]라는 현자가 있었습니다」
「우주의 이치를 풀어낸 인물입니다.
인간의 역사상, 진정한 예지의 소유자라 부를 수 있는 것은 그 한 사람 밖에 없습니다」
「우주의……?
그것인 이전에 들은, 그 이야기일까」
「이 세상에는 자기, 진기, 창기의 세 원기이 있다는――」
「그것은, 엠페도클레스의 생각을 제 나름대로 발전시켜 본 것입니다.
물리에는 가까워졌을 겁니다만……진리로부터는 멀어져 버렸습니다」
「……?」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세계는 4종의 원소와 2종의 힘으로 구성되어 있다……」
「 “땅” “온기” ”바다” “하늘” 의 네 가지가 “사랑” 의 힘으로 결합되고, 또한 “다툼” 의 힘으로 나누어지는 것에 의해, 세상의 만상이 나타난다.
그렇게 말했습니다」
「예를 들면 인간은 4종류의 원소가 거의 균등하게 “사랑” 으로 연결되는 것으로 인해 태어납니다.
그리고 “사랑” 보다 강한 “다툼” 의 힘――상처나 병――에 덮쳐지면 죽습니다」
「음……」
「이 이론으로, 세상의 모든 사물을 설명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라무 공, 정의란 어떠한 것인가?
또한, 사악이란?」
「정의와 사악.
선과 악입니까」
「음.
부디 가르침 받고 싶다」
「……없습니다」
「뭐?」
「그런 것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어, 없을 리는 없겠지!」
「……그렇군요.
실질적으론 아무것도 없습니다만, 단순히 사물의 보는 법으로서라면, 있다고도 말할 수 있습니다」
「보는 법?」
<달그락>
「무라마사 공.
지금, 저는 여기에 하나의 세계를 만들었습니다」
「플라스크에 소금과 물을 넣은 뒤 뚜껑을 닫았습니다.
이 닫힌 세계에는, 소금물과 공기 밖에 없습니다」
「……」
「이것을, 아래로부터 불로 가열하면」
<치이이――>
<보글보글>
「 “다툼” 의 힘이 움직입니다.
연결되어 있던 소금과 물이 나뉘어, 물은 수증기가 되어서 공기와 섞이고, 소금은 결정으로 돌아옵니다」
「음……」
「그럼.
선과 악은, 어디에 있을까요……」
「……」
「우리의 세계로 옮겨놓고, 생각해보세요」
「……소금과 물을 갈라 놓은 “다툼” 의 힘……
불이, 나쁜 것일까?」
「그렇네요.
사람의 연결, 정은 고귀한 것입니다. 이것을 갈라놓는 것은 죄악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소금과 물을 소금물로 하고 있던 “사랑” 이 정의이고, 갈라놓은 불이 사악인가……」
「하지만 무라마사 공.
잘 봐주세요」
「소금과 물은 떨어졌습니다만, 새롭게 물과 공기가 섞여서, 안개가 만들어졌습니다」
「……으음?」
「물과 공기의 사이에 “사랑” 이 움직인 겁니다.
그 말은……불은 선이기도 했던 겁니다」
「…………」
「이번은 이 세계를 식혀 볼까요」
<불을 끈다>
「안개를 식히면……
물은 물방울이 되어서 떨어집니다」
「물방울은 소금을 녹여, 다시 소금물이 됩니다」
「……」
「소금물을 만들었으니까, 식힌 것은 선의 행위로군요.
하지만 안개를 분해해 버렸으므로, 악이기도 합니다」
「으……음」
「무라마사 공. 아시겠습니까」
「선과 악은――」
「……표리에 지나지 않는다, 고?」
「그렇습니다.
어떤 행동을, 특정한 시점에서 보았을 때에 선이라 부르고, 역방향으로 보았을 때는 악이라 부른다」
「그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
「하지만 사람들은 이 선악을 아주 중대한 것처럼 취급하고 있습니다.
무의식으로――혹은 의식적으로」
「어째서……?」
「자신의 이익이 되는 “사랑” 을 긍정하고, 자신의 손실이 되는 “다툼” 을 부정하기 위해서입니다」
「……」
「이 독선이야말로, 사람의 마음을 묶은 악마의 저주」
「무라마사 공……이제 아시겠지요.
어째서 평화는 영원히 계속되지 않는가?
어째서 전쟁은 반복되는가?」
「그것은――
물은 물만의 사랑을, 공기는 공기만의 사랑을, 소금은 소금만의 사랑을 요구하기 때문입니다!」
「――――」
「무라마사 공……」
「그렇다면」
「세계를 바로잡으려면」
「 “독선” 을 멸하는 겁니다!」
「엠페도클레스가 찾아낸 진리를, 사람들에게 알려주세요」
「그들을 저주로부터 해방하는 겁니다!
자기만의 사랑에 사로잡혀 서로 다투는 저주로부터」
「그런 기적을 해낼 수 있는 것은……검주 밖에 없습니다.
당신이, 신의 검주를 만드는 겁니다!」
「………….
할 수 있을까……?」
「이 무라마사가……거기까지의 대업을……」
「할 수 있습니다!」
「당신에게는 기술이 있습니다.
지식은, 제가 가르쳤습니다」
「그리고 힘은, 여기에――」
<우웅――>
<빛나는 물체를 내민다>
「이것은?
수정……아니, 다르군……!?」
「……모, 모르겠다!
바보 같은, 에미시가 모르는 광물이라니!!」
「모르는 것은 당연합니다.
이것은 아마도, 지상에 하나 밖에 없는 것……」
「성해단편(聖骸断片)[각주:5].
신의 혈육입니다」
「……신……!?
아니, 안다! 확실히 이것은――터무니 없는 물건이다!」
「네.
이 돌은 사람을 불사로 만들 정도의 힘을 갖고 있습니다」
「이처럼……」
「우, 우라무 공……
그 몸은!?」
「……」
「이 돌과……같은?」
「예.
이 돌을 손에 넣고나서, 저는 나이를 먹지 않았고……몸은 점차, 이처럼 변해 갔습니다」
「전신이 변하기 전에, 당신을 만나서……
모든 것을 전할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저는……
신으로부터 받은 사명을, 완수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풀썩>
<쓰러진다>
「우라무 공!」
「……오래……
너무나도 오래, 살았습니다……」
「겨우 잘 수 있습니다……」
「안돼!
이것인가――이 돌을」
「안됩니다.
그것은 당신이 쓰는 겁니다」
「지고의 검주를 만들기 위해서」
「하, 하지만」
「부탁합니다.
당신에게 모든 것을……맡기겠습니다」
「사람을 독선으로부터 해방하는 겁니다」
「한 사람의 사랑이 아니라, 전원의 사랑을……
다툼을 일으키지 않고, 만물을 차별없이 연결하는, 보편적인 사랑을 추구하는 길로……이끄는 겁니다!」
「신의――사랑을……!
이 세계에, 부디!!」
<파창!>
「우, 우라무 공……」
「우라무 고오오오옹!!」
[ESC]
·
·
·
「듣거라.
나의 딸이여. 나의 손녀여」
싸움을 위한 것」
싸움이란 어떠한 것인가――」
정의의 현현이 아니다!」
무란 그 폭력」
이것이야말로 악!!」
싸움의 악함을 사람에게 알려, 싸움을 사람의 세상으로부터 없앤다!」
무를 제압하기 위한 검주를 벼린다!!」
나는 아버지가 정한 길에 따라, 뒤를 잇지」
하지만 나만이 아니다. 너도 제련해라」
그것은? 검주를 두 벌, 헌상한다는 것인가?」
남조와 북조에, 한 벌씩」
아버지의 이상을 체현하는 검주가 되는 것이야말로, 나의 숙원이었다」
「후고의 염려도 없다.
이 녀석에게는 이미, 모든 기술을 전했다」
「……」
「내일부터 조속히, 단조에 들어가자」
「아버지의 바람이, 검주로 사람의 마음 속에 있는 칼날을 부수는 것에 있다고 안 이상은……
그 소망, 반드시 내가 완수한다!」
「음……!」
[ESC]
화살처럼 나의 앞을 스쳐 간 세월은――
여기서부터 갑자기, 뚜렷한 색채(精彩)를 잃는다.
3세 무라마사는, 이후의 사변 대부분을 자신의 눈으로는 보지 않았던 것이겠지.
몇몇의 짧은 영상과 전문으로 얻은 듯한 정보가 한덩어리로, 나의 인식 위를 미끄러져 간다.
마침내 완성한 시조 무라마사 그리고 2세 무라마사, 이 두 벌의 검주는 성능에 있어서 정점에 달하여 있었던 것은 물론이지만, 더해서 이상한 특질도 갖추고 있었다.
그것은 세이슈 무라마사만의 것이며, 두가지가 있었다.
하나는 “선악상살” 의 계율이다.
대적을 한 사람 죽였다면 아군도 한 사람. 악한 자를 한 사람 죽였다면 선한 자도 한 사람. 미운 자를 한 사람 죽였다면, 사랑하는 사람도 또 한 사람. 죽이지 않으면 안 된다.
무라마사와 결연한 무자는 이 규칙을 짊어진다.
무라마사라는 검주는 자신의 선만을 맹신해, 적의 선은 악이라 간주해서 배제하는, 그 “독선” 을 힘으로 밀어붙이는 것을 용서하지 않는 것이다.
사람들이 탁월한 무라마사의 폭위(暴威)로 소망을 이루려 하면, 자신의 손으로 그 소망을 쳐부수는 결말에 이른다.
무라마사 무자는 최강이면서, 누구보다도 무력의 행사를 자중하는 인물이 되지 않을 수 없겠지.
또 하나는 “정신동조” 의 능력이다.
무라마사는 『파장』 을 방산하여, 주위에 있는 인간의 정신에 사수의 그것을 겹칠 수 있다.
사수의 정신에 침투한 선악상살의 계율도 복사된다.
일군 전체를, 무라마사의 사상에 따르는 집단으로 변모시킬 수 있는 거다.
무자라면 갑철의 방호력으로 『파장』 의 힘에 저항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무라마사는 이 능력의 변형으로서 『알』 을 생성하는 것으로, 결국은 무자의 정신도 놓치지 않았다.
『알』 은 검주에 이식되면 내부에서 생육, 이윽고 부화하여, 검주를 『파장』 의 중계점으로 새로 만든다.
새롭게 발산되는 『파장』의 영향을 가장 먼저 받는 것은, 가장 가까이 있는 자, 즉 그 검주의 사수이다…….
무라마사의 사수에게 이기심이 있다면, 이 “정신동조” 능력을 아군에 대하여 사용하려고는 생각하지 않겠지.
적군에게 사용하여, 전의를 빼앗으려고 할 터이다.
하지만 그러니까 시조 무라마사는 검주를 두 벌 준비해서, 대립하는 양 진영에게 주었던 것이다.
쌍방의 무라마사 무자가 적에 대하여 “정신동조” 를 서로 행사하면, 한쪽만이 우세해지는 사태는 일어나지 않는다.
전장은 널리 “선악상살” 의 계율에 지배된다.
완벽――그렇게 말해도 좋았다.
시조 무라마사가 검주에 내건 이상은, 이것 이상은 없다는 형태로 결실했다.
이 검주는 반드시 세상에 평화를 가져온다.
오랜 세월에 걸쳐 계속된 남북조의 난을 온건하게 종식시킨다.
시조 무라마사는 그렇게 믿었다.
2세 무라마사도 믿고, 3세 무라마사도 의심치 않았다.
[ESC]
…………하지만.
사실은 그렇게 되지 않았던 것을, 후세에 사는 나는 알고 있다.
남북조의 시대는――
그 최후에 미증유의 섬멸전쟁을 일으켜, 불과 1년으로 당시의 모든 인구의 1할 혹은 2할 이상이라고도 일컬어지는 사망자를 내고, 폐막에 이른 거다.
재앙의 검주.
3대로 끊어진 요갑의 일문, 센고 우에몬노죠 무라마사의 이름을 역사에 새기고.
그곳은 우아하며, 하지만 차분한 분위기였다.
어딘가의 대궐 안뜰……그런 운치이다.
그 장소에서, 나――무라마사는 엎드려 있었다.
전방의 계단에는 누군가가 서서, 이쪽을 내려다 보고 있는 상태였다.
사람은, 그것 뿐.
주변의 기색은 있지만, 멀리한 것 같다.
폐, 폐하께 고용되고서는――」
익숙하지 않은 말씨는 필요없다」
……폐하.
그럼, 이 분이 미카도인가. 아마도 남조의.
일절의 계승을 허락치 않는다」
알겠, 습니다」
조상에 거슬러 올라가, 일족이 모조리 몰살하는 꼴을 당하더라도 원망할 말은 없는 바」
가문 단절.
중세의 가치관에 있어서 그 일이 어느 정도의 무게를 가지는가. 현대인은 알 수 없는 일이다.
단지, 무라마사의 양손의 떨림과……
흰모래 위에 방울져 떨어지는 물방울로부터, 헤아릴 수 밖에 없었다.
모든 것은 죄 때문에. 부른 재앙 때문에.
재앙.
무라마사의 마음에 그 실상이 비쳐, 나의 마음에도 비친다.
나는 알았다.
남북조 시대 최후의 참극――거기에 감춰진 진실을.
――――단 하나의 사고가 모든 것을 미치게 했다.
시조 무라마사가 주어진 북조군의 주장(主将)은, 당시, 견뢰한 정치기반을 가지고 있다곤 말하기 어려운 상황에 있었다.
지배자라기보다도, 여러 장수의 이해조정역이라는 입장에 가까웠다.
정치의 재능이 뛰어난 친동생의 힘을 빌려서, 겨우 군을 정리하고 있었던 거다.
사소한 정세의 변화, 이해관계의 변동으로부터 적의를 사서, 어제까지의 부하가 대드는 경우도 한번만이 아니었다.
그것은 그가 무라마사를 손에 넣고 아직 그리 지나지 않은 때의 일이다.
출진전의 어수선함에 섞여서 자객이 주장의 곁까지 가까워져, 갑자기 덮쳐들었다.
싸움에 익숙한 주장은 반사적으로 발도해서, 자객을 베어――
죽여 버렸던 것이다.
무라마사의 계율이 가진 구속력은 절대적이다.
적을 죽인 그는 자신의 의사에 따르지 않고 칼날의 방향을 되돌려, 옆에 선 아군을 베어 죽였다.
공사양면에서 그를 지지해 주고 있었던, 가장 사랑하는 남동생을.
……그 날로부터, 북조군은 광기의 집단으로 화했다.
발광한 주장이 “정신동조” 의 파장을 무차별적으로 방산하여, 전군에 자신의 광기를 만연시켰던 것이다,
광장(狂将)이 인솔하는 미친 병사의 무리를 맞이하여――
2세 무라마사를 가진 남조측의 주장은, 광기의 『파장』으로부터 아군을 지키기 위해서, 미리 전군을 자신의 정신영향하에 두는 것 밖에 수단이 없어졌다.
이리하여 전례가 없는 지옥적인 투쟁이 지상에 발현한다.
한쪽은, 닥치는 대로 모든 것을 파괴하고 죽이려 하는 마수(魔獣)의 무리.
한쪽은, 적병을 한 사람 죽일 때마다, 어깨를 늘어놓고 싸우는 벗도 한 사람씩 죽여가는 비통의 군단.
말세의 상 그 자체였다.
이 세상에서 인간의 생명은 가을 밭의 벼처럼, 아무렇게나 베여서, 삼도천 너머로 흘려졌다.
얼마나 되는 사람이 죽고, 얼마나 되는 마을이 사라졌는가……
정확히 아는 자는 아무도 없다. 알려고 하는 의욕을 가진 자도 없었겠지.
난의 한복판에서 사람들은 단지 살아남기 위해서 필사적이었고, 난이 끝난 뒤는 세상의 참상에 그저 아연해했을 뿐이었다.
신들린 힘을 발휘한 시조 무라마사와 북조 주장에게 남조의 장과 그 휘하 13기가 도전하여, 마침내 이를 토벌해내서 난의 근원을 끊었을 때――가로되 「지금 야마토에서는 사람보다, 시체고기를 먹는 개나 고양이가 번성하고 있다」…….
어느 법사의 탄식이다.
「무라마사여……」
「……」
「그대들 일문에게 악심(悪心)이 없었던 것은 잘 알고 있다.
난세를 수습하고 싶었겠지……」
「원인을 가리자면, 백성의 고난도 돌아보지 않고 싸움을 계속한 짐의 죄야말로 무겁다…….
조금 더 빨리, 북조와 화해했다면, 이런 결말은 되지 않았다」
「…………」
「머지않아 짐의 죄는 하늘의 벌을 받겠지」
「하지만……그런데도 무라마사여, 짐은 사직을 맡은 자로서, 국토에 재앙을 부른 그대들을 용서할 수 없다. 특히 그대의 조부와 어미는……」
「시조 무라마사는 산산히 부서져서 이미 흔적도 없다.
쿠스노키의 2세 무라마사는 깊이 상처 입었지만……아직 사라지지 않았다」
「이것을……이대로 둘 수는 없다」
「……!」
「가까운 시일내에 부수고, 녹여서 쇳덩이로 되돌린다.
그렇게 알거라」
「……기, 기다려주시길……
폐하!」
「……」
「부디……그것만은!」
「2세 무라마사를 부수지 말라는 것인가」
「에미시에게 있어서, 검주가 되는 것은 숙원.
전장에서 죽어, 흙에 썩는 것도 또한 숙원」
「하, 하지만……
한번 검주가 되고나서, 싸움이 없는 장소에서 철조각으로 되돌려서 폐기되는 것은――에미시로서, 대장장이로서 죽음보다 타옥(堕獄)보다 더한 통곡입니다!」
「……그런가.
그랬었지……」
「하지만 싸움으로 묻으려면, 한번 더, 그 무서운 검주를 누군가에게 장갑시키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한 짓을, 짐이 허락한다고 생각하는가」
「…………」
「무의 그릇은 전장에서 썩지 않으면 안 되는 것……
그것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차라리 봉인되어서, 영겁의 잠에 들어 잊혀지는 것을 바랍니다」
「부디, 폐하……!
이 머리를 바쳐서, 부탁드립니다」
「……」
「조금 전, 폐하는 인정해 주셨습니다……
조부와 어머니에게 악심은 없었다고. 난세에 막을 내리고 싶었을 뿐이라고」
「그 말씀대로입니다!
저의 선조가, 무엇을 그르쳤다고 해도, 그 소망만은……옳았을 겁니다……!」
「2세가 검주로서 가장 비참한 최후를 맞이한다면………그 이념까지도 더럽혀져 버립니다!」
「…………」
「흙에 묻어 주셔도 상관없습니다.
바다에 가라앉혀주셔도 상관없습니다」
「하지만 부디, 녹이는 것만은 용서를……」
[ESC]
「……」
「땅에 묻어도, 파낼지도 모른다.
바다에 가라앉혀도, 끌어 올려질지도 모른다」
「그리해서, 무라마사의 검주가 야마토에 돌아와……
다시, 지상을 지옥으로 바꿀지도 모른다」
「……읏」
「무라마사여.
머리를 바친다는 말에, 거짓은 없겠지」
「예――옛!」
「용서를 받을 수 있다면, 언제라도」
「좋다.
그렇다면 3세 무라마사, 그대에게 명한다」
「그리고, 어미와 함께 어딘가의 산그늘에 잠들어라.
바라건대 영겁토록」
「하지만……그대를 함께 봉하는 이유는, 다른게 아니다.
알고 있겠지」
「……」
「장래, 누군가가 봉인을 깨뜨려, 2세 무라마사를 손에 넣었을 때.
그대도 또한 사수을 구해라」
「그리고 어미를 감시하는 거다.
그대의 조부가 바란대로, 세상에 평화를 이끄는 힘으로서 쓰여진다면 좋다. 하지만 만약 당세와 같이, 재앙의 무자가 되어 버렸을 때는――」
「그대가 2세 무라마사를 토벌하지 않으면 안 된다」
「…………」
「그것을 할 수 없다면, 역시 2세 무라마사는 부술 수 밖에 없다」
「대답해라, 3세.
그대는 어미를 토벌할 수 있는가……?」
「하――할 수 있습니다!
반드시, 말씀대로 하겠습니다!」
「괜찮겠지」
「그렇다면 반복해서 말해두겠다.
검주가 된 그대가 무인과 결연하는 것은, 어미가 해방되었을 때 뿐」
「그때가 찾아올 때까지는, 누구와도 대도의 의식을 거행해서는 안 된다」
「네」
「하나 더.
조부의 비법으로 검주가 된다면, 그대도 그 무서운 능력을 갖추겠지」
「사람의 마음을 침범하는 “파장” 을 조종할 거다」
「……옛……」
「짐은 그것이야말로, 그대 조부의 유일한 착오였다고……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대의 조부는 너무 서둘렀던 것이다.
소망은 올발라도……인심을 억지로 따르게 하는 것은 너무나 성급했다」
「고로……그리되었다……」
「…………」
「무라마사여. 명해두지.
“파장” 의 사용은, 짐의 이름으로 금한다」
「어떠한 이유가 있더라도, 이 금령을 깨뜨렸을 때는, 그대는 이미 짐의 신하가 아니다.
조적(朝敵), 역적이다」
「……!!」
「알겠나.
이 사항, 확실히 명했다」
「옛……!」
「……음……」
「기원하고 있겠다, 센고 우에몬노죠 무라마사.
그대와 어미가, 두 번 다시 눈을 뜨지 않기를……」
「오랜 세월의 끝에, 해방되는 일이 있었더라도……그때야말로 그대 조부의 소망을 이루기 위해서 쓰여지기를」
「그대와 어미가 싸우지 않도록……
천지신명에게 빌어 두겠다」
「…………」
[ESC]
……그리하여, 무라마사의 과거는 끝났다.
무라마사는 검주가 되어――
어머니와 함께, 한 사람의 무자에게 맡겨져서, 산속의 땅에 봉해진다.
백은의 여왕개미와 심홍의 거미.
두 벌의 검주는 길고 긴 시간을, 잠 속에서 보냈다.
――――――――그 날까지.
요갑의 탄생에 관련된 회상이 끝났습니다.
니콜라스 플라멜의 유지를 이어서 세상에 평화를 가져다주려고 했던 시조 무라마사의 이념은 처참한 참극으로 끝을 맺습니다. 그리고 미카도가 기원한 것과는 달리 히카루와 결연한 2세는 또다시 세상을 지옥으로 만들고 있지요. 안타까운 일입니다.
그러면 본격적으로 마왕편으로 들어갑니다.
* 검주회전일록에 '무라마사의 아내' 항목 추가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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