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왕편은 초반부터 전투의 빈도가 높지요.
<타아아앙――!>
「……우윽!」
맞물린 첫칼과 첫칼.
그것은 허공에 불꽃을 튀기고, 서로의 팔에 충격을 달리게 했다.
무겁다.
……하지만 거의 호각인가.
이쪽이 목 안쪽으로 신음을 내는 것과 동시에 대장령도 분한 콧김을 흘렸다.
「겉보기만은 아닌 것 같구나……」
「전하께 칭찬받을 줄이야 영광의 극치」
「애송이가.
어디의 출신인지 모르지만, 실력에 걸맞은 눈도 길러두라는 거다」
「그랬다면 마이도노노미야 같은 것의 애완견으로 일생을 낭비하지도 않았을 것을」
「공교롭지만, 분별력을 기르고 있었다면 더더욱 더,
당신의 아래에서 녹을 받는 길은 택하지 않았을 거라 생각한다」
「지껄이기는!」
노성을 발하며, 발을 디뎌오는 적기.
그 거동, 타치 쥐기는 로쿠하라 신음류의 그것――다만 자기류의 변형이 여기저기서 보인다.
이 장수가 싸움에 경험이 풍부하다는 증거이겠지.
연령 60이 다가올 터이지만, 둔함은 전혀 엿볼 수 없다.
적기의 예봉을 맞이하는데, 의지할 수 있는 것은 도법 뿐이었다.
반구에 가까운 형상의 지하공간은, 학교가 하나 들어갈 정도의 넓이와 높이를 갖추었지만, 그래도 무자가 기항술 수준을 겨루는 장소로서는 도저히 부족하다.
벽면에 격돌하는 추태를 바라지 않는다면, 지면에 발바닥을 붙이고 싸울 뿐이다.
「훗……」
<자세를 뒤로 물린다>
「!!」
<휘익!>
<급히 옆으로 피한다>
「치――」
곡예(曲技)를!
상단에서 베어내린다 가장하고서 변화, 몸쪽으로 끌어당긴 타치를 일직선으로 내질러 왔다.
나의 반응이 앞으로 약간이라도 늦었다면, 결후를 꿰뚫렸겠지.
적수는 역시, 상당히 숙달되어 있다.
(……하지만)
잘도 몸놀림이 늦지 않았다고, 나는 순간, 남의 일처럼 감탄했다.
종래의 자기라면 피할 수 없었을 거라 생각한다.
오늘은 움직임이 가볍다.
갑철이 피부에 맞는다.
지금은 미묘한 위화감마저도 없어, 정말로 육체와 동일화해 버린 것처럼 느끼고 있다.
정당한 대도를 행한 결과인가.
이것이 진정한 의미로 무자가 된다는 것인가!
《상상대로, 적의 검주는 대단한 물건이야.
하지만 상상 이상이란 것은 아니야》
《무라마사라면 이길 수 있어!》
「음!」
「졸개 나부랭이가!」
「실례하지!」
검의 궤도가 교차하여, 인금(刃金)과 인금이 마주 튕긴다.
하지만――이것은 내가 상정한 범주!
「음!?」
튕겨난 타치를 그대로, 머리 위에서 빙글하고 돌렸다.
……대칭의 형태로 다시 덮친다!
요시노어류 합전예법, 메아리 치기.
<콰아아앙――!>
<충격에 밀려난다>
「큭……네 녀석!!」
어깻죽지에 도흔(刀痕)이 깊숙히 새겨져, 로쿠하라 원수가 짧게 분노를 외친다.
목덜미를 노려서 때려 넣었지만……
순간 몸을 비틀어서 가장 갑철이 두꺼운 장소로 받을 줄이야, 역시나.
《하지만 저 어깨, 또 한번 한 칼 가하면 부서져》
「……그렇게 해주진 않겠지만」
타치를 고치고 중얼거린다.
자기자신의 방심을 경고하기 위해서기도 했다.
적기는 분노로 두 눈동자를 끓이면서, 하지만 약간 먼 간격이 된 거리를 유지하고 있다.
전투방침을 맹진에서부터 신중으로 크게 바꾼 상태이다.
기세에 맡긴 저돌(猪突)은 이제 하지 않겠지.
이쪽도 대응해서 의식을 고쳐두지 않으면, 생각지 못한 불찰을 취하는 처지가 될 것 같다.
어떻게 나올까.
보기에, 적수는 내가 나오는 방식을 기다리는 자세다――하지만 기질을 생각하면 그저 계속 기다린다는 것은 아닐 거다.
기다리는 한편으로, 공격할 수를 찾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
그리고 나는 나대로, 탄탄하고 착실한 전술에 사무치고만 있을 수 없는 사정이 있었다.
전투의 장기화는 위험하다.
언제까지나 대장령이 돌아오지 않으면, 지상에서 대기하는 막부의 사졸은 이상사태의 발생을 깨닫는다.
무자를 한 무리, 보내 올 거다.
그렇게 되면 나의 운명도 궁한다.
「……후웃」
가슴의 떨림을, 호기(呼気)로 해서 밀어낸다.
초조해서는 안 된다…….
상대는 숙달된 무자다.
한 번의 불찰이 문자 그대로 목숨에 관계된다.
우선은 유혹의 술을 걸어 볼까.
그래서 낚이면 좋다, 낚이지 않아도――
<콰아아아――――!>
<등뒤에서 폭음과 분사염>
《에!?》
심장이 1회, 고동을 건너뛰었다.
전조도 없는 굉음.
합당리다.
적기가――합당리에 불을 넣고 있다.
(설마)
……기항할 생각인가!?
이 한정된 공간에서!
「떠올랐다……」
「……?」
「전장의 바람.
숨 막힐 것 같은 시체 내음.」
「구역질이 나오는――――그 냄새」
<콰아아아아아아아―――!!!!>
――――날아올랐다,
(무모한 짓을)
초조함에 졌는가.
이것은, 어떻게 재어도 자살행위……
<휘익!>
<카랑!>
<멀어져가는 분사음>
<콰아아아――!>
적기의 모습이 사라지는 것과 거의 같은 순간에 덮쳐 온 일도를 위태롭게 맞서쳤다.
정확하게 목덜미를 노리고 있던 그 칼놀림에, 피부가 곤두선다.
[ESC]
하지만, 이 다음은――
적기는 벽에 돌입해서, 자신의 무덤을 팔 수 밖에 없을 터,
<기항하며 거꾸로 수직회전>
「뭣이!?」
있을 수 없는 광경이 현현했다.
맹스피드로 벽에 돌진한 적기가, 순간, 기체를 반전시켜.
대면효과(対面効果)도 이용하여, 기세를 절묘하게 죽인다……
그리고 양 다리로 벽을 차서.
다시, 나를 노리고 덮쳐 온다!!
《농담이지!?》
<콰아아아――!>
<콰창!>
완전히 의표를 찔려서야, 피하는 것도 무리였다.
흉갑에 날끝을 받는다.
직전에 상체를 젖혀서, 경상에 그쳐 두는 것이 기껏 한도.
반격 같은 걸 하고 있을 틈은 없었다.
<멀어져간다>
……꿈이라고 생각하고 싶은 상황이지만, 꿈은 아니다.
적은 말도 안 되는, 불합리하고 규격외의 기체운동을 실현하고 있다!
<다시 반전>
<덮쳐든다>
「종회전을 할 수 있는 기체인가!?」
「네 녀석이 코를 흘리고 있었을 시절, 대륙의 전투에서……석굴사원(石窟寺院)에 틀어박혀 적의 군세를 맞아 싸웠던 적이 있었다」
「이것은 그 때 짜낸 기술이다.
애송이가, 어떻게 발돋움해도 닿지 않는다!」
<슈웅!>
<지나치며 일격>
<쿠웅!>
「저, 저 대장군……
실은 “붉은 악마” 전단(戦団)[각주:1] 출신이 아닐까」
《여유로운 말하고 있을 상황일까》
<콰아아아―!>
전혀 다르다.
한쪽은 기항, 한쪽은 주행이라서야 속력에 너무 차이가 난다.
후자의 유일한 이점이며, 본래라면 이 공간에서 크게 의미를 이룰 터였던 세밀한 동작은, 적수의 상궤를 벗어난 곡예기술로 거의 무효화되어 버렸다.
이대로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베인다.
<콰장창!>
이걸로 세 번.
……어떻게든 결정타는 피하고 있지만, 운이건 기량이건 언제까지나 계속될 리는 없다.
적기의 운동이 너무 빠르고, 너무 기상천외해서, 대응하는 수가 완전히 늦어 버린다.
반격, 영격을 실행할 수 없는 거다.
즉, 일방적으로 공격받을 뿐이라서야 패배가 시간문제다.
(어떻……하지?)
무리하게라도 손을 쓸까?
하지만 그것이 치명적인 빈틈을 만들면 거기까지가 되는 승부다.
그렇다면 이쪽도 기항해서――그거야말로 최악의 졸책이다.
나는 저런 곡예는 할 수 없다. 오늘이 첫 기항인 기사처럼 나비 헤엄을 치는 것이 고작.
허공에 뜨는 만큼, 지금보다 상황이 악화된다.
적기는 추락을 피하기 위해서, 공격할 때는 반드시 수평기항으로 오지만, 내가 지면에서 떨어지면 그 제약도 필요 없어지기 때문이다.
어느 쪽의 선택도 너무 불리하다.
하지만――그러나…….
《……미도우!》
「무라마사?」
<콰장창!>
<공격하고 지나간다>
「포기를 못하는 녀석.
깨끗이 머리를 내밀면, 말끔히 떨구어 줄 것을!」
「……」
「잘게 썰리는 편이 취향이라면, 그렇게 해 주지」
<콰아아아―!>
「――――」
(뭐?)
<파창!>
(맨몸――
검주를 버렸어?)
(바보 같은.
뭘 꾸미는 거지)
(어떻게 할까)
(일단 기항을 멈출까)
(――아니)
(그것이 목적인가!)
(기책으로 이쪽을 지상으로 되돌려, 승부를 다시 내려고)
(말려들 것 같으냐!!)
「그런 얕은 꾀에――」
「걸렸구나. 대장령」
「!?」
「뭣――――」
《거미집에 어서와.
……일순간의 주저만 없었다면, 당신의 승리였는데!》
<쿠웅……!>
<떨어진다>
무라마사의 실에, 갑철을 가를 정도의 강도는 없다.
하지만 붙들린 적기의 모의에 손상을 줘서, 지표로 끌어당겨 떨구는 것에는 충분했다.
최고속력으로 질주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피해 정도도 재기불능과는 멀겠지만, 성능을 크게 잃은 상태인 것은 확실.
무라마사가 발안한 책략은 성공했다.
이 기회를 잡는다.
<철컹!>
다시 장갑.
놀랄 만한 강인함으로 벌써 일어서려 하고 있는 적을 향해서, 도약한다.
「실례한다!」
「우웃!!」
반응――은, 흙!
적수는 지면에 몸을 내던져 칼끝을 피했다.
백만군의 대장에게는 있을 수 없는 모습이라 비웃기보다, 오직 그 집념에 전율한다.
일격은 필살이었다――하지만 아시카가 모리우지의 생존과 승리에 대한 갈망이 살의를 상회했다. 이렇게 밖에 생각할 수 없다.
뭐 이런 남자가 다 있는가.
공포에 가까운 것마저 느끼면서, 다리는 멈추지 않는다.
굴러서 달아나는 적기를 쫓아, 일어서는 그 순간에 일도를 가한다.
다시, 종――이라 보이고서 횡으로 후려친다.
「큭!!」
<콰아앙!>
흉갑을 가르는 날끝.
미세한 금속입자가 무수히, 은은하게 빛나며 허공을 물들인다.
하지만……얕다!
적기는 순간적으로 날아서 물러나 있었다.
피할 수 없다고 깨달은 순간, 주로 쓰는 발로 지면을 차서.
……아직도 끈질기게!
거리가 빈다.
적기가 타치를 고쳐 쥔다.
(놓쳤나)
끝낼 기회는 잃었다.
깊이 들어가는 것은 이미 위험――역격으로 보답받는다.
결착을 붙여 버리고 싶었지만, 별 수 없다.
《괜찮아. 풍향은 바뀌었어.
이쪽의 순풍이야》
「앞으로 고꾸라지는 것만 조심해 두라는 것이로군」
이쪽이라도 부상은 입었지만, 지금은 적기의 손해 쪽이 격렬하다.
방심만 하지 않으면, 힘으로 밀고 들어갈 수 있다.
전방, 좌우로 다리를 나아가, 때려박는 간합을 잰다.
하지만 적도 여간내기가 아닌 자, 일일이 교묘하게 간격을 벗어난다.
전투경험에서는 상대방에게 유리한 탓인지, 진전이 되지 않는다.
「…………」
「…………」
여기까지 와서, 마감시간――적측의 응원이라는 결말은 취하한다.
일격 받는 것을 각오하고, 단숨에 공격하러 나서야 하는가. 몇 초, 뇌리로 생각을 놀린다.
……계산상, 나에게 있어서 나쁜 승부라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무라마사.
저 검주의 바닥은 어느 정도라고 추측하지?)
《나와 거의 호각의 갑철. 반칙감의 기동성.
……이걸로 끝, 이라 생각하는 것은 너무 뻔뻔스럽지 않을까》
(아직, 있는가)
《히게키리라고 하면, 신대(神代)라고까지는 하지 않더라도 상고(上古)의 작품……누가 어떤 기술로 제련했는지도 알려지지 않은 고대유산이야.
무엇이 튀어나올지》
《최저한, 음의에 대해서는 생각해 두어야겠네.
알고 싶었던 것은 그거지?》
(그래)
음의.
무자전의 계산외 요소……계산을 근저로부터 뒤집을 수 있는 힘.
몰린 적기가 의지한다면, 우선 이것이겠지.
아마도 지금은, 실행의 기회를 엿보고 있다.
승부를 결정하려고 발을 디딘 순간, 기다리고 있었던 그것에 영격당할 가능성도 있다.
《차라리 이쪽에서 걸어?》
무라마사가 말하는 것은, 같은 수단으로 선수를 치자, 라는 것이다.
――이쪽이 먼저, 음의로 공격을 건다.
하지만 상대의 수법에 따라서는, 그거야말로가 악수가 될 우려도 있다.
물과 불은 아니지만, 음의로 음의를 봉한다는 형태에 빠져 버리면 끝이다.
적의 수를 읽을 수 있으면 괜찮지만……
히게키리인가.
언제부터인가, 겐지의 장(長)임을 증명하는 보물로서 중시되어 온 명검주(名劒冑).
도적 퇴치에 귀신 퇴치, 혹은 짐승처럼 짖었다는 등, 여러가지 일화를 가졌다.
그것들을 신중히 고찰하면, 음의의 정체를 가늠해보는 것도 불가능하지는 않겠지.
하지만 내 머릿속의 한정된 지식을 지금의 한정된 시간으로 검토해 봐도, 짐작이 가는 무언가는 없었다.
검날의 예리함이 특필되고 있는 것은 확실하지만…… 어떤 검주의 전설도 같다고 말하면 그걸로 끝이다.
서로 사뿐한 걸음으로 위치를 옮긴다.
하지만 거리는 전혀 좁혀지지 않는다.
초조함은 금물이지만……
언제까지나 유예를 두어서는 안 되었다.
(좋아)
결의한다.
「!」
이쪽이 발도의 자세로 이행한 것을 보고서, 적의 주의가 날카로움을 늘린다.
험악함을 느낀 것이 틀림없다.
――공격을 건다.
단, 어중간함은 빼고서.
적수의 손바닥 안을 읽을 수 없다면, 살펴보기(様子見)의 수로 가는 것이 상도이겠지만……오히려 그것은, 지금은 위험하다고 판단했다.
전력사력(全力死力)의 일도로 임한다.
무라마사, 수궁의 태도――전자발도.
서투른 술책 따윈 쳐부술 수 있다.
이 일도라면 승부를 맡길 수 있다.
「……」
「……」
호흡을 조절하고, 때를 잰다.
무턱댄 진출은 마중 기술의 먹잇감. 공격을 건다면 상대가 나오는 순간인가, 반대로 머물러 있다가 자세가 무너진 순간인가.
반드시 어느 쪽인가 기회는 온다.
어느 쪽이지――――
<콰아아아――!>
<합당리가 분사된다>
「……!」
합당리!?
――다시, 라고?
《그걸 또 한 번 할 생각이야!?》
(무리다!)
적기의 익갑은 상처입어, 거의 죽어 있다.
합당리가 건재해도 날 수 있을 리가 없다.
무슨 생각으로!?
「샤앗!!」
「……뭣」
등을 돌려――
도망쳤어?
「머」
《앗――――!?》
「멍청이!!」
자신에게 외치고, 나는 뛰었다.
<슈왕!>
「미숙하군, 애송이!
전장에 사로잡혀서, 전국(戦局)을 보지 못했어!」
조소가 귀를 때린다.
나는 한숨 하나도 되갚아 줄 수 없었다.
(어느새――)
어느새.
어느새.
적기는 출구를 등지고 있었지!?
히게키리가 뒤참배길로 뛰어든다.
약간, 하지만 확실히 늦게, 내가 뒤따른다.
도망갈 길은 봉하고 있었다――최초의 단계에서는.
적의 곡예전술을 봉하여, 몰아넣은 시점에서도, 유일한 출입구는 나의 등 뒤에 있었을 터였다.
그것이――언제!
……그 간합의 쟁탈를 하는 도중인가!?
그야말로 최후의 반격을 도모하고 있는 것처럼 가장하면서, 기실은, 퇴로의 확보로 움직이고 있었는가!!
(전국……!)
그 말대로였다.
전투에 몰두해서, 나는 그것을 잊고 있었다.
상대를 신속히 잡을 필요가 있었던 것은 나 뿐.
적은 이 지하공간에서 살아서 달아나기만 하면, 승리조건을 채울 수 있다!
그것을 잊다니.
아니……오히려 잊지 않았던 대장령이 굉장한 건가.
이름도 알려지지 않은 자에게 습격당해, 목숨이 위험해진 상황에서, 이렇게까지 냉정함을 유지하다니.
이것이 풋내기와 오랜 강자의 차이인가.
《……지상으로 나가!》
이를 가는 듯한, 무라마사의 금타성.
늦는다.
아시카가 모리우지를 바깥으로 내 버린다.
지상에는 정예무자의 부대가 주군을 마중한다.
그 수호를 깨뜨리고 죽이는 것은……불가능.
그렇게 되면 어떻게 되지.
나는 좋다.
하지만 친왕은!?
――양부는!?
「크……오옷!!」
<바깥으로>
<슈와아앙!>
<두근>
[ESC]
「뭐」
「뭐냐……이것은……」
「――――」
시체가 넘치고 있었다.
병사.
무자.
신하.
신관.
지상에 있던 막부의 사람들.
하치만궁의 사람들이.
차별 없이, 더할 나위 없이 평등하게, 죽음이라는 동일한 운명을 향수하고 있다.
생명은, 존재하지 않는다.
조용하게 온화하게, 평온한 세계가 출현하여 있었다.
여기는 빙원(氷原)이다.
극북(極北)의 황야다.
시작과 끝이 공존한다.
부동불변(不動不変)한 3차원.
《……미도우》
메마른 목소리로, 검주가 나에게 주의를 재촉했다.
시야의 거의 중앙.
――귀인을 옮기는 우차(牛車)가, 자리잡고 있다.
해학적일 정도로 장소에 맞지 않는 물건.
그것을 가리키면서, 무라마사가 무엇을 고하고 싶은지, 이미 아플만큼 깨닫고 있었다.
이 광경을 본 그 순간에, 이미 알고 있었던 거다.
「……」
발(簀垂)이 흔들린다.
처음엔, 하얀 손가락이――
이어서 요염한 용모가.
그 안쪽에서 나타났다.
「너는……유츠즈노 츠보네」
「여기서 무엇을 하고 있지. 무슨 일이 있었나.
……너의 주인은 어떻게 되었느냐!?」
「약궁당(若宮堂)의 무용수(舞の袖)
시즈(静)[각주:2]의 실타래를 감는다」
「떠나신 임을 그리워하며.[각주:3]
……흠」
「전투도 다 끝나고 나서 올 줄이야, 멋이 없단 비난을 면할 수 없다.
이쪽이라도 보람이 없어」
「모처럼, 좋은 병사들을 상대로 즐겁게 춤추었는데.
하지만……원래 기예란 한송이의 꽃, 남의 눈에 닿지 않고 덧없이 지는 것도 규정이라는 것인가」
「음. 꽃은 아끼지 말고, 다시 피우면 된다.
이번엔 너를 적수로서, 먼저보다 더욱 화려한 춤을 연기해주마」
「싫다고는 말하지 않겠지……카게아키!」
대장령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고.
그 얼굴은 똑바로, 나에게 향해져 있었다.
히카루.
……2년만이다.
맨몸의 모습을, 이렇게나 가까이에서 보는 것은.
그 시간, 그 무렵을 생각하면 의외일 정도로, 히카루의 모습을 기억 속의 그것과 차이가 적었다.
나에게 일종의 실조감(失調感)을 느끼게 할 정도였다.
어째서 이렇게나 변하지 않았는가.
어째서 이렇게나 옛날 그대로인가.
히카루의 운명은, 처절하게까지 변모를 이루었는데.
「히카――」
「대답하지 못할까!」
나의 작은 목소리는, 다른 방향의 노성으로 지워졌다.
응? 하는 얼굴로 히카루가 그 쪽으로 시선을 향한다.
묵살당한 대장령이었다.
「뭐지.
급한 용건이 아니라면, 가족의 대화에 끼어들지 말아줬으면 하는데」
「……네,
네 녀석은 이 상황이 보이지 않는 건가!?」
나의 말을 가로막힌 것이 불흥이었던 모양인 히카루와, 곤혹을 격앙으로 연결하고 있는 로쿠하라 원수.
양자의 세계는 슬플 정도로 격절되어 있다.
단애절벽의 위와 아래.
하지만――위의 히카루에게는 모리우지와 그것을 둘러싼 모든 것이 보이지만, 아래의 모리우지에게는 막막한 하늘 밖에 보이지 않는 거다.
대장령은 지금 필요한 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유츠즈 어쩌구!
이 상황 속에서, 아무 것도 보지 못한 것은 아닐 거다」
「여의 물음에 답해라!
이것은 어찌된 영문이지!?」
「유츠즈(長庚)[각주:4]라는 것은, 세상의 눈을 속이는 거짓 이름이다.
해질녘의 별이라는 의미인 것 같다. 남이 붙여준 것이지만, 그럭저럭 마음에 든다」
우선 내 쪽을 보고서, 히카루는 친절하게 그리 해설했다.
그리고나서 다시 대장령을 본다.
「내가 했다」
「뭐를 말이지!?」
「음.
이야기가 되는 것 같은데 되질 않아」
히카루는 어째선지 굳이 이쪽을 보고서 중얼거렸다.
「이 자들을 베었던 것은 누구냐, 라 물은 것 아닌가?
그것이 나라고 말했다」
「……제정신인가? 네 녀석」
「갑자기 그런 말투는 실례일텐데」
「……당연한 말이다」
그는 모르고 있으니까.
아직 깨닫지 못했으니까.
「너에게 들으면 상처받는데……」
「여를 우롱할 생각인가!」
「곤란하군. 귀찮은 남자구나」
《어느 쪽이냐면, 저쪽이 옳은 기분도 들지만》
「어째서?」
「네 녀석이 했다, 고……?
꿈 같은 이야기도 대충 해두어라. 네 녀석의 어디에 그런 힘이 있다고 지껄이는가!」
「그것은 물론――」
「………….
조금 전부터, 나 혼자만 입이 바빠」
《사람의 상대를 일일이, 성실하게 하기 때문이다.
사소한 것은 적당히 놓아둬라》
「으음. 하지만 무례는 좋아하지 않아.
하는 것도 당하는 것도」
「네 녀석, 유츠즈――」
「……별 수 없나」
「먼저 그쪽부터 끝마치기로 하지.
육위대장령, 아시카가 모리우지 경」
「뭣이……?」
「너를 만나러 온 용무는 다른 게 아니다.
이 히카루가, 패(覇)를 묻기 위해서다!」
<파창!>
천천히 뻗어지는 팔.
미소짓는 입가.
읊어지는 서구(誓句).
「귀신을 만나면 귀신을 벤다」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벤다」
「……백은의 검주……?」
「네 녀석――설마, 」
「츠루기의 이치는」
「여기에 있노라!!」
<파장창!>
「――은성호, 라고!?」
「네 녀석이 그 살육마……?
그럼」
「……그럼,
네 녀석을 거느리고 있었던 것은, 」
「대장령!
그 부근의 세세한 일은 나중으로 돌려라!」
「너는 지금, 자신의 근간을 히카루에게 추궁당하고 있다」
「뭐……?」
「아시카가 모리우지!
천하에 무를 펼치려 하는 자. 히카루와 같은 길을 요구하는 자」
「나는 패도의 선배에 대하여 예절을 표하겠다.
그 그림자를 뵙고 가르침을 청하마」
「패란 어떠한가!」
「――――」
「대답하지 못할 이유는 없을 거다」
「……핫.
여가 하루에 두 번이나 하민(下民)에게 대도(大道)를 물음받을 줄이야!」
「패를 알고 싶은가, 은색의 괴물!」
「음!」
「그렇다면 알아라!
……빼앗는 것이다!!」
<흔들리는 대지>
<쿠르르르릉――――!!!!>
「히카루!?」
「여는 천하를 원한다.
그러니까 빼앗는 거다」
「이처럼 말이야!
네 녀석의 목 따윈 필요없지만, 여의 길을 막고 선다면 베어 낼 수 밖에 없으니」
《…………》
「히게키리의 비검(秘太刀)은 사냥감의 찌꺼기도 남기지 않지」
「유귀(幽鬼)처럼 어두운 밤에 숨어 피를 마시고 있는 정도는 보아넘겨 주지만……
여의 앞에 뻔뻔스럽게 모습을 보일 줄이야, 으스대는 것도 정도가 있을 거다. 천지!!」
히카루 : 「과연. 그런가」
<어디선가 들려온다>
「……!?」
히카루 : 「패란, 즉, 강탈.
이론의 여지는 조금도 없다. 지당하다」
히카루 : 「이 히카루도 전적으로 찬동한다!」
「――――」
히카루 : 「너는 오로지 야마토를 원하는 것이구나.
자기자신의 존재를 걸고 요구하는가!」
히카루 : 「거기까지, 이 나라를 바라 마지않는다고」
「……흥.
별로 야마토가 아니라도 상관없다」
히카루 : 「……?」
「우연히 야마토에 태어났으니까, 야마토에서 패를 외쳤을 뿐이야.
다른 나라라도 상관없다」
「여의 패업을 세울 수 있는 장소이기만 하면――」
히카루 : 「잠깐 기다려」
「……어디에 숨었지……?
모습을 보여라, 흉적!!」
히카루 : 「그래서는, 사랑이 없을텐데!!」
<콰아아아아앙――――!!!!>
「오옷!?」
「뭣……크으!!」
「이놈……실망시키고 있어!
성실하게 듣고 있던 이쪽이 바보로 보이지 않느냐!」
「네가 사칭하는 패는 패가 아니다!」
「으……상처가 없다고!?
바보 같은!」
「네 녀석, 뭐하는 자――」
「사람의 이야기는 제대로 들어!!」
<콰아아앙――!!>
<뒷걸음질치는 히게키리>
「끄헉!?」
「패란 강탈.
거기까지는 옳다」
「하지만 빼앗는 것이란 뭐지?
――바라서, 요구하니까 빼앗는 것일텐데!」
「요구한다는 건?
――사랑하니까 요구하는 거다!」
「사랑하여, 바라서, 빼앗는다!
그것이 패도!!」
「아시카가 모리우지!
너는 최초의 한 걸음부터 착각했다!!」
<쿠웅……!>
<더욱 밀려난다>
「커흑……!?」
「최초에 사랑이 없으면 원하는 것도 아니고 패도 아니다!
허영에 지나지 않아!」
「너는!
단지! 『천하를 잡은, 멋진 이몸』에 도취하고 싶을 뿐이 아닌가!!」
<쿠우웅!>
히게키리는――
대장령 아시카가 모리우지는, 그리해서 어딘가로 날아갔다.
「………………」
《………………》
「흥.
시시한 수고를 들였다」
불쾌하게 토해 버리는 은성호.
팔짱을 끼고, 아주 화가 치밀고 있는 상태이다.
마음에 들지 않는 문답을 했다――그 정도의 여운 밖에 엿볼 수 없다.
싸움의 잔재를 나타내는 것 따윈, 전혀 없었다.
실력의 수준은 조금 전에 통감한, 히게키리――상대(上代)의 대명물과 숙달된 사수로 이루어진 강력한 무자를 타도해 두었으면서. 호흡 하나 흐트러지지 않는다.
은성호.
이 마물.
이 은성호를, 나는 쓰러뜨리지 않으면.
……얼어붙은 뇌장으로, 최저한의 상황판단을 한다.
하지만 이길 수 있는가.
너무나도 자릿수가 다른 이 괴물에게, 이길 수 있는가.
나의 힘으로――
《……미도우》
「――――」
문득, 다가붙는 듯한 온기를 피부에 느꼈다.
이상하게 믿음직한 감촉.
나는 혼자가 아니다.
……그렇다. 그랬었다.
할 수 있다.
나는――우리는 싸울 수 있다!
「히카루!」
「시시한 일로 기다리게 해 버렸구나」
「검주와 함께, 오늘은 상태가 좋아 보인다.
좋은 일이다」
「자아, 즐기자, 카게아키!
서로 빼앗고 서로 요구하여, 서로를 전부 맛보기로 하자!」
조금 전의 우울함 따윈 벌써 잊은 모습으로, 기쁘게 말하는 히카루.
투쟁을 친근한 것처럼 말하며 요구하는 그 모습은――이미 멀다.
너무 멀다.
「너는……무엇을 바라지?」
「……음?
이번에는 네가 히카루에게 패를 묻는가」
「괜찮겠지!」
「……」
「하늘의 아래에, 널리 무의 법을 펼친다.
……천하포무!」
「무의……법?」
「싸운다, 라는 것.
죽인다, 라는 것」
「단지 그것 뿐인 법이다」
「그것은」
틀렸다.
스바루 님이――양모가 가르친 길은,
「이제 와서 잠꼬대를 하진 않겠지, 카게아키?
슬슬, 너도 무라마사를 이해했을 텐데」
「……!」
「……알고 있는, 가.
좋아, 그래야 말로다」
「그렇다면 이야기도 편해지지.
히카루는 이 무로 세상을 비춘다」
「사람이 사람인 채로, 보잘것없이 뭉쳐서 서로 몸을 기대는 시대는 여기서 끊는다.
누구나 바라는 대로 살고, 싸우고, 죽이는――그런 시대를 인도하겠다!」
「――시대?」
「시대 같은 건 오지 않는다.
그래선 멸망이 있을 뿐이다」
인간의. 세계의.
의미도 없는 최후가.
「그렇다!」
「윽……!?」
「사람이 사라져……
최후에 싸워서 남은 자는 하늘을 자칭할 자격을 얻는다!」
「여기에 히카루의 패도가 있다」
「바보 같은!」
「음. 어딘가 이상했나?
……아니, 그렇지 않을 거다」
「논리적으로 생각해서, 신이라 칭할 수 있는 방법은 이것 밖에 없다!
인류 전원과 싸워서 이긴다!!」
「――――」
「그걸 위해서는, 우선 전인류를 싸움의 무대로 올리지 않으면 안 되지만……
무라마사의 오염파로 히카루의 심격(心格)을 사람들에게 옮겨 줄 수 있는 것은 뜻밖의 행운이었다」
「칼날을 보면 달아나려 우왕좌왕할 뿐인 취약한 사람들을 내몰아서 등뒤를 베는 것은, 비겁비열(卑怯卑劣). 바라는 대로 싸우는 사나운 짐승으로 만들고, 대등하게 싸워야만, 승리가 의미를 갖는다」
「나는 공정한 투쟁으로 정점에 서겠다.
그렇게 해서 신에 이르면――히카루의 목적도 이루어진다」
「……목적?」
그 앞에, 아직 무언가 있는 것인가……?
「그것은, 조금 전에도 말했겠지?
그런 말은 몇 번이나 입에 담게 하지 않는 거다」
「…………」
「……사랑……?」
「가슴에 불꽃이 있기 때문에……
육체는 단련되어, 싸우는 강철이 된다」
「서로를 죽여대는 것이……인간이라는 것에 대한 너의 애정이라고라도 말하는 거냐」
「설마.
……아니, 그랬다면 좋았겠지만」
「애석하게도, 히카루의 마음은 인간 전부를 사랑할 수 있을 만큼 웅대하지는 않았다.
이 마음은, 단 한 명에게 향해지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
카게아키, 처녀에게 이런 말을 시키지 마라. 아무리 가족인 너라도, 가슴 속에까지 들여서야, 그……간질거린다」
「……」
――안된다.
이해할 수 없다.
어떤 것도 연결되지 않는다.
나의 의식야에서 히카루의 인물상이 선을 엮지 않는다.
몽환과 대화하고 있는 것 같다.
「미쳤어……」
「그렇지 않다」
「미쳐 있다!
망가져 있다!」
「너는……2년전……
산적단과 마을 사람들을 함께 다 죽여 버렸을 때에, 미쳤다!」
――무라마사의 계율에 얽매여서.
「나의 여동생은……
히카루는, 그 때에 죽었던 거다」
<스릉>
「너는 한 마리의 마물에 지나지 않아.
……벤다……」
「…………」
「미치지 않았다」
「듣지 않는다」
「아니, 들어라.
히카루는 처음부터 전부 알고 있었다」
「무라마사가 어떤 검주인지」
「……읏!?」
《…………》
「알고서, 나의 것으로 한 거다」
「그리고 너에게도 주었다……」
「너의 손으로, 어머님을 죽이게 하기 위해서!」
「―――――――――――――――――――
――――――――――――――――――――
――――――――――――――――――――
――――――――――――――――――――」
「후후」
「……뭐라고……」
「뭐라고 말했지, 히카루!!」
다시 급전개입니다.
이전이었다면 고전했을 강적인 모리우지를 상대로 어느 정도 우세를 잡았던 카게아키와 무라마사.
그리고 그런 상황에서도 냉철한 판단력으로 상황을 역전시킨 모리우지의 노련함.
하지만 절정에 달하려 했던 전황은 은성호의 출현에 전부 뒤엎어져 버렸습니다.
* 검주회전일록에 '히게키리' 항목 추가 예정.
* 검주회전일록에 '무라마사', '은성호', '신카이', '갓산종3위', '마사무네', '도타누키', '나부세', 수타 용기병 3종(88식/90식/94식)에 독립형태 삽화 추가.
- 리히트호펜 서커스. 1차대전에서 활약한 독일의 전설적인 기사 만프레트 폰 리히트호펜(Manfred von Richthofen)이 이끌던 부대의 별칭. "붉은 남작", "붉은 악마"라 불리며 두려움 받았던 그의 기술을 배운 이 부대는 리히트호펜 서커스 혹은 플라잉 서커스라 불리었다. [본문으로]
- 여기서 시즈란 옷감을 말함과 동시에 헤이안 시대 말기의 유명한 가무 기녀였던 시즈카 고젠(静御前)을 가리킨다. 춤에서는 야마토 제일이라 칭송받았으며, 당시 겐지 최강의 무장이었던 미나모토노 요시츠네(源義経)의 애첩이었다. [본문으로]
- 위와 아래의 대사는 문부성창가(文部省唱歌) '가마쿠라'의 가사이다. 가사의 원본은 시즈카 고젠이 부른 것으로 유명한 노래. 시즈카 고젠은 요시츠네가 형인 요리토모(賴朝)의 숙청으로 쫓기는 몸이 되자, 떨어지게 되었고, 그 와중에 요리토모에게 잡히게 된다. 요리토모의 명령으로 원치 않은 춤을 추던 그녀가 요시츠네를 그리워하면서 부른 노래가 '시즈야 시즈 실타래를 감듯이 옛날로 돌아갈 수 있으면 좋으련만' 이다. [본문으로]
- 초저녁의 금성을 의미한다. [본문으로]
'번역 - 장갑악귀 무라마사 > 마왕편(魔王編)'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장갑악귀 무라마사 마왕편(魔王編) - 9 (4) | 2014.04.13 |
---|---|
장갑악귀 무라마사 마왕편(魔王編) - 8 (9) | 2014.04.05 |
장갑악귀 무라마사 마왕편(魔王編) - 6 (8) | 2014.03.30 |
장갑악귀 무라마사 마왕편(魔王編) - 5 (5) | 2014.03.30 |
장갑악귀 무라마사 마왕편(魔王編) - 4 (4) | 2014.03.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