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편을 시작합니다.
영웅편과는 비교도 안 되는 선택지 지옥으로 유명한 파트인지라 벌써부터 이래저래 골치가 아프네요.
어떻게든 해결책이 필요해 보입니다.
그 남자는 여기서 길게 이야기를 하고 갔지만, 전해졌던 것은 그리 많지 않았다.
정리하면 메모 용지 한 장에 들어가 버린다.
아마도 그것은, 그 사람이 그렇게 들리도록 이야기를 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야기의 줄거리는 여러가지고, 하지만 끝맺음은 반드시 같은 데서.
어딘가에서 한 번 만났었던 것 같은 기분도 드는 그 사람이, 무엇을 생각해서 그런 식으로 말하는지, 그것은 모른다.
하지만 그 사람이 강조했던 것은, 확실히, 나에게 정말 중요한 것이었던 거다.
그는 없어졌다.
나의 곁에서부터, 영원히.
그래.
그리고.
그를 없앤 것은 누구인가.
그 두 가지의 사실.
나는, 그것을 모르면 안 되었다.
신음하고.
번민하고.
거절하고.
절망하고.
목을 떨고.
위액을 토하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게 될 떄까지 눈물을 흘리고.
눈물이 말라서 망막이 금이 갈 때까지 두 눈을 부릅뜨고.
――그리고나서.
내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결의하기 위해서.
[ESC]
아……
아악……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이것은 영웅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런데도 죄인은 단죄받는다.
장갑악귀 무라마사(装甲悪鬼村正)
복수편(復讐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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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는 수고했어. 서장으로부터 들었데이. 또 대단히 폐를 끼친 것 같은디」
분수에 넘치는 말씀입니다만, 전날의 건은 미야 전하의 충고를 고려하지 않은 이 몸이 스스로 부른 일. 부디 염려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면목도 없습니다」
로쿠하라의 위험한 병기는 부쉈고, GHQ의 음모도 잡았어. 그리고 카게아키 군도 무사히 돌아왔어」
「그럼, 좋다고 쳐두면 되잖어」
「……옛」
발의 안쪽에서부터 달래는 목소리에, 목례로 답한다.
하치만궁 별당, 마이도노노미야 하루히로 친왕과 대면한 것도 이걸로 3번째. 존귀한 신분에는 어울리지 않는 상냥한 말에도, 역시 당황하지 않게 되었다.
에노시마의 일건으로부터 이미 일주일 남짓이 지났다.
부상과 피로도 거의 치유되어――아오에의 내습 덕분에 약간 후퇴는 했지만――궁에서 예의를 다하는데 지장은 없다.
그것이 현안이었다는 것도 아니겠지만, 나의 상태에 주의 깊게 시선을 쏟고 있던 서장은 그 눈을 돌려, 친왕의 자리를 다시 보았다. 묻는 투로 일성을 건다.
「……전하」
「응……」
「카게아키 군」
「네」
「오늘 오게 한 것은, 향후에 대한 것을 조금 이야기하고 싶어서여.
……가까이로」
「예」
무릎걸음으로, 약간 앞으로 나온다.
「좀 더」
「예……」
명받은대로, 더욱 가까이로.
발의 옆에 대기한 서장과, 무릎이 닿을락말락해진다.
무슨 일일까.
향후에 대해서라고 했지만……나에 관한 한, 여태까지와 아무것도 변함없다.
“알”은 적어도 나머지 1개――나의 무라마사로부터 빼앗은 힘을 봉한 것이――존재한다.
무엇보다 그 모체, 은성호가 건재하다.
이 둘을 격파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리해야 마침내, 나는 싸움을 끝내고……일개 범죄자로서 심판받을 수 있다.
앞으로 2기.
앞으로 2기――――와, 그 그림자에서 또 2명.
두 사람의 악과,
두 사람의 선을.
……나는, 죽이지 않으면 안 된다.
「……읏」
<시야가 아찔해진다>
「카게아키?」
「……죄송합니다.
조금……피로가」
「피로가……」
「그럼 안되지. 조금 쉬래이.
이야기는 서둘러야 하지만, 1분1초를 다툰다는 것도 아니고」
「고러체, 서장」
「예」
「아니요.
부디, 염려하지 마시길」
어금니를 깨물고, 양눈을 크게 뜬다.
있을 수 없는 추태를 드러낸 자기를, 혼신의 악의로 모멸한다.
……피로?
바보 같은. 그런 즐거움에 잠겨 있을 수 있는 몸인가.
이 손으로, 피로마저 맛볼 수 없는 환경으로 떨어뜨린 사람들에게, 뭐라고 사과하지.
얼마나 두꺼운 낯짝으로, 그런 나약한 소리를 입에 담을 수 있는가.
믿기 어렵고도 한심하다.
……하지만 요컨대 그만큼, 덜그럭거림이 와 버렸다는 것인가.
허세를 부리는 것도 한계라는 것인가……
――깨달으면 다시, 허튼 생각을 부리고 있었다.
「죄송합니다. 꼴사나운 행동을 보여 드렸습니다.
부디, 말씀의 계속을」
「괜찮은겨……?」
친왕의 작은 소리에는 주저가 있었지만, 말한대로 급해서였겠지.
바로, 포기한 듯이 끄덕인 기색이 이어졌다.
그리고 스슥하고 옷이 스치는 소리.
발의 너머에서, 친왕도 이쪽으로 접근한 것 같다.
「카게아키 군」
「옛」
「내는 말이여……이대로 야마토를 로쿠하라 좋을대로 하게 하고 싶지 않어.
진주군, 요컨대 대연연방의 속국 같은 것도 전적으로 사양이라 생각혀」
「……예」
「사실은 좀더 온건하게 일을 진행하고 싶었어」
「……」
「그치만 아무래도, 그런 말도 할 수 없겠구먼…….
GHQ가 저런 난폭한 수까지 써오고 있는 것 같잖어……」
로쿠하라의 악정을 묵과하고, 더욱이 소리마치 이치조 같은 공작원을 구사해서 「야마토 무자의 폭행」을 일으킨다. 대비적으로 진주군을 영웅화한다.
확실히 난폭하다면 이것만큼 난폭한 방식도 없다.
「그래서, 여.
이쪽도, 한가지 대담한 수를 쓸까……그렇게 생각했어」
「……」
「야마토를 둘러싼 항쟁을 장기로 비유하면, 그 반상을 뒤엎어버릴 수도 있는 위험한 수다. 정직히 염려는 닦을 수 없다.
하지만……정세는 임박해졌다. 아마도」
「……우리가 기대할 정도의 시간은 주어지지 않겠지. 그럼에도 관계없이 단지 좌시한다면, 그것은 야마토의 미래를 내던지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생존의 길은 개척하지 않으면 안돼」
「……서장……」
뇌까림의 음량으로, 부른다.
그것은 다음을 재촉하기 위해서였는가, 제지하기 위해서였는가, 스스로도 판단할 수 없다.
왠지 우회하고 있는 서장의 말이, 최종적으로 어디에 이르는지, 깨닫지 못할 정도로 나도 둔하지는 않았다.
「적의 세력은 극히 강대하다.
대하여 우리는 약소 그 자체다」
「하지만……싸울 방법은 있다」
「상투수단입니까」
「아아.
상투수단이다」
약소세력의 상투수단.
경찰직에 있는 인간으로서 결코 인정할 수 없을 그 행위를, 하지만 서장은 묵시했다.
「……거기까지 몰려있다고……」
「정말로 몰리기까지 이제 시간이 없다, 라는 의미이지만」
사형판결이 내려져 버리면 그걸로 끝. 집행까지 몇년이 있더라도 이미 죽음의 운명은 뒤집을 수 없다, 라는 것인가.
……부정은 할 수 없다.
「표적은……」
「……」
「진주군일 리가 없습니다.
만일 순조롭게 진주군의 수뇌를 괴멸시키더라도, 대신 할 장교단이 국련(国連) 본부로부터 파견되어 올 뿐」
「오히려, 진주군을 흥분시켜, 급진적인 행동으로 몰아냅니다……완전한 역효과.
그렇다면」
친왕도 서장도, 아무것도 말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 침묵――부정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대답이겠지.
「……노리는 것은 다른 쪽」
「……」
「옥(玉)[각주:1]을?」
「그렇게 되는구먼」
「그래서, 야마토는 구해질까요」
「옥을 잡으면 승리라는 건 아니지만. 현실은 장기와 다르니께.
단지, 흐름은 크게 바뀔 거여」
「……」
「카게아키.
가마쿠라 막부 이래의 정치적 전통을 알고 있겠지」
「……권위와 권력의 분리입니까?」
「그렇다.
가마쿠라 막부는 야마토 전토에 지배권을 수립함에 있어서, 구래의 지배자, 즉, 조정을 멸망시킨다는 수법을 취하지 않았다」
「타국이라면 그렇게 하는 것이 당연했겠지만.
과거에 후지와라(藤原) 정권이나 헤이시(平氏) 정권의 전례가 있으니, 그 형태를 계승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했겠지……」
「하지만 후지와라씨나 헤이시가 조정권력과 밀착한 것에 비해서, 겐지(源氏)는 조정으로부터 거리를 벌렸다. 조정은 쿄토에 그대로 둔 채로, 동쪽의 가마쿠라에 새로운 도읍을 만들었다. 정권과 조정을 분리했다」
「자기들의 정권을 조정에 승인시키는 형식을 취하는 것으로, 조정의 권위를 보장하면서 그것을 지배의 대의명분으로 이용하고……
그런 한편, 조정의 정치개입은 배제했던 것이다」
「좋은 점만 취하는 이 수법은 이후로도 끝없이 계승되고 있다.
매우 짧은 시기의 예외적인 시대를 제외하고, 현재에 이르기까지」
「로쿠하라조차 이 전통은 깨뜨리지 못했다.
권위와 권력의 이중구조는 이미 야마토에 뿌리내리고 있다.
이것을 억지로 뒤집는 것보다, 이용하는 편이 훨씬 이익이 크니까다……」
「……」
교과서적인 해설이다.
하지만 물론, 역사교사의 흉내를 내는 것에 서장의 목적이 있는 것은 아닐 거다.
「……열쇠는 거기에 있다.
즉, 야마토의 정권은, 지배력을 확립하는데 있어서 반드시 조정의 지지를 필요로 한다」
「이미 지배를 확립한 정권에게 있어서, 조정은 용건이 끝난 신여(神輿)[각주:2]에 지나지 않는다.
다음은 다른 자에게 이용되지 않도록, 조용히 창고 안에 들어가 있어 주면 그걸로 좋다」
「하지만 이제부터 지배를 확립하는 정권은 신여를 창고에 재워둘 수 없다.
신여를 메고 행진해서, 그 위광으로 사람들의 머리를 숙이게 하지 않으면 안 된다」
「…….
만약 그 신여에 의사가 있고, 무언가를 할 욕구도 있다면――」
「그렇다.
신여에 의지하고 싶은 자로서는, 들을 귀를 가지지 않을 수 없겠지?」
「……그걸 위한 옥 잡기……」
「지금, 로쿠하라의 지배는 확고하다.
하지만 그 지배의 정점을 잃게 한다면……」
「로쿠하라 막부는 아시카가 모리우지라는 걸물의 호완(豪腕)으로 정리되고 있는 면이 강하다.
누가 후계자로서 서건, 전대 정도의 완력을 발휘하기에는 시간이 걸린다」
「그렇게 되면 당연히, 아깝게 밀려나는 자도 많을 거다」
대장령 아시카가 모리우지가 없어지면, 로쿠하라의 지배체계에는 균열이 들어간다.
4공방을 중심으로 한 파벌이 표면화하여, 대립을 시작하게 될 것이다.
――그 대립을 틈탄다.
어느 파벌에 접근해서, 미야 전하의 존재가 상징하는 조정 권위를 이용시킨다.
그리고 담보로 정치적 발언력을 획득한다.
요는 그러한 전망인가…….
「하지만 막부의 동요를 GHQ가 간과할까요」
「간과해주지 않을 거여.
그래도 최악의 사태는 되지 않어」
로쿠하라 막부의 동요를 호기라고 파악해, 진주군이 공격을 건다――
그건 없다고, 친왕은 보증했다.
「원래부터 진주군은 막부가 무서워서 손을 물리고 있는게 아니고.
점령한 다음에 국민의 반발을 사지 않도록, 여러가지로 공작하며 기회를 재고 있는 거잖어?」
「네」
「그렇다는 건, 『나쁘고 강한 막부』의 이미지가 흔들리면, GHQ의 작전은 후퇴혀.
약한 막부를 뭉개주더라도 국민이 고맙게 여길 의리는 없으니께」
「……과연.
GHQ가 움직인다면, 막부의 동요가 수그러들어 다시 가열찬 압정을 개시했을 경우나, 」
「혹은 대립이 충돌이 되어서, 내전의 발발에 이르렀을 경우지.
그렇게 되면 이미 야마토 국민은 진주군의 힘에 의한 안정을 바랄 수 밖에 없어질 거다」
「당연히 GHQ는 그렇게 되도록 책동하겠지요」
「힘든 싸움이 되겠구먼.
하지만 승산은 있어……」
「『악의 로쿠하라』의 이미지를 모리우지와 함께 버리게 하고, 조금 더 온화한 통치를 하는 막부로 새로 만들게하는 거여.
세금을 내리고, 군도 축소해서」
「새로운 막부를 국민이 받아들이믄, 이쪽의 승리여.
진주군이 나설 막은 없어져」
「…………」
말만큼 간단한 일이라고는 도저히 생각되지 않는다.
하지만 친왕은 그것을 감안하고서 승산이 있다고 말하고 있는 거겠지.
친왕의 정치력은 미지수이지만, 적어도 사고능력은 명석하며, 또한 가마쿠라에서의 황족대표라는 복잡한 역할을 큰 과실없이 해내왔던 실적도 있다. 나 같은게 구태여 해야 할 쓴소리는 없었다.
의문을 품어야 하는 점은 달리 있었다.
「……하지만.
아시카가 모리우지라는 옥을 잡는다, 그런 장군수가 있을까요」
「망루 울타리(矢倉囲い)[각주:3]의 적진에 금(金)[각주:4] 1장으로 돌진하는 것과 같은가」
「네」
상대는 야마토 무가의 동량(棟梁)[각주:5].
백만기를 칭하는 군병의 정점에 선 남자인 거다.
365일, 보타락성의 천수각에서 군세에 겹겹이 둘러싸여서 지내고 있을 것은 아니겠지만…….
어디에 갈 때에도, 우마야슈(厩衆)나 호우코슈(奉公衆)라 불리는 정예 친위대가 곁을 따른다고 한다.
어설픈 방식으로 수급을 들 수 있다고는 생각하기 어렵다.
「그 장군수가 열려있어.
조만간에 행해지는 봉도참배는 알고 있제」
「예…….
겐지의 장이 하치만궁에 참배해, 올해 1년간의 무운을 감사함과 동시에 내년의 무운을 기원하기 위해, 타치를 봉납하는 의례라던가요」
많은 사람들의 환시 속에서 대대적으로 행해질만한 제의는 아니므로, 나는 그 이상에 대한 것을 몰랐고, 물론 본 적도 없다.
상당히 중요한 행사일 거라고는 상상이 가지만.
「그려.
그리고 봉납하는 칼은 두 자루」
「지상과 지하에, 한 자루씩」
「……지하?」
「하치만궁의 제전은 둘이 있당께. 처음으로 들을 거여.
겉의 제전 안쪽에 있는 뒤참배길을 빠져 나가면, 꽤~나 깊은 곳에 또 하나」
「요건 극비인디.
남한테 말하면 안뒤여」
……성채의 구조인가.
사찰은 토지의 사람들에게 있어서 마음의 지주.
그 때문에 옛날은, 병난(兵難)의 때에 성을 대신해 거점으로 기능하도록, 방위설비가 갖추어지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닛코 토쇼우궁(日光東照宮) 등은 그 가장 좋은 예일테지.
양명문(陽明門)으로 이름 높은 그 신사는, 토쿠가와가가 궁지에 빠진 에도성 철수전이 되었을 경우에 대비한 최종거점이기도 했었다고, 일설에 전해지고 있다.
토쇼우궁이 토쿠가와 일문의 수호신이었던 것처럼, 하치만궁은 겐지의 씨족신.
고금동서의 성채의 정석인 지하구조를 지니고 있더라도, 놀랄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
「그래서, 말이여.
지하 제전에의 봉도(奉刀)는 겐지 장자와 시중인인 신관만으로 하지 않으면 안뒤여」
「……그것은」
너무 사정이 좋지 않은가.
「하치만타로 요시이에(八幡太郎義家)가 겐지 장자의 명목으로 최초의 봉도를 거행한 이래의 전통이여.
부적당하다고는 해도, 쉽사리는 바꿀 수 있는게 아닌기라」
「……」
「말하고 싶은 것은 안다.
그렇게 노골적인 호기를, 저쪽이 경계하지 않을 리가 없다는 거겠지」
「그것도 있습니다만……」
「물론, 경계는 하고 있다.
여태까지도 대장령은 관례대로 단신의 봉도를 하고 있었지만, 결코 무방비는 아니었다」
「하치만궁 내부는 원래부터 주변 일대에 직속의 무자들에 의해 경비망을 깔아, 의심스러운 것은 개나 고양이 한마리 지나갈 수 없는 경계 속에 의식을 끝마치고 있었다.
게다가 대장령 자신도 검주를 떼어놓지 않는다……」
「의식의 전에 당연히 제전의 안은 철저히 조사되니까, 미리 자객을 잠복시키는 것도 무리.
어떻게든 잘 얼버무렸다고 해도, 무자인 모리우지를 잡을 수 있는 것은 무자 뿐」
「가마쿠라에 로쿠하라와 적대하는 무자는 없으니께, 결국은 어찌할 수가 없는거여.
……뭐, 이러한 것이지만. 지금의 우리라면, 어느 쪽도 어떻게든 될 거여」
「자객을 보내는 것은 간단하구먼. 시중인을 가장하면 되는 이야기여.
그리고 무자인 모리우지는……같은 무자로 쓰러뜨릴 수 있어. 있을 리가 없는, 하치만궁의 무자로 말이여」
「…………」
「일이 성공리에 끝난 다음은, 지하제전을 뛰쳐나와 단숨에 시외까지 도주한다.
이것은 허를 찌르면 가능할 거다」
「경비하는 병사는 대장령의 시체와……
누군가에게 습격당해서 기절해 의복을 빼앗긴, 진짜 시중인을 발견할 수 밖에 없다」
「남은 문제는……
가짜 시중인이 어떻게 검주를 몰래 가지고 가게 할까, 그 정도구먼」
「……그럼, 그 후의 일에 대해서」
「어떻게 꾸미더라도, 하치만궁에서 아시카가 모리우지가 살해당한다면, 그 용의는 우선 미야 전하에게 걸립니다. 문답무용의 보복을 받을 우려도 있지 않을까요」
조정에 시위를 당기는 것은, 야마토의 인간에게 있어서 최대의 죄 중 하나.
그리 안이하게는 결단할 수 없겠지만……하지만 로쿠하라라면, 하지 않을 거라고는 단언할 수 없다.
「그 점은 뭐어, 괜찮을 거여.
로쿠하라가 알리바이를 준비해 주었고」
「……?」
「미야 전하로부터 자객를 보내도, 로쿠하라에게는 보복을 가할 힘이 있다.
하지만 그렇게 서로를 뭉개더라도, 막부가 얻는 것은 아무것도 없어」
「미리 막을 수 있다면 그보다 나은 일은 없는 거다.
……그러니까 봉도참배의 사이는 미야 전하를 인질로 잡는다」
「인질?」
「봉도참배의 당일, 나는 보타락에 남겨진데이.
교토의 조정이 보내는 봉폐사(奉幣使)[각주:6]의 접대 명목으로」
「……하치만궁 별당에 계신 미야 전하와 봉폐사가, 제례에 참가하지 않습니까?」
「그려.
어느 쪽도 대리자가 파견되지」
「나는 참배가 끝날 때까지 봉폐사 씨와 둘이서, 보타락성에서 차를 마시지 않으면 안뒤여.
주위를 군대에 빽빽이 둘러싸여서……」
「시시한 짓하믄 바로 그 목을 떨어뜨린다, 라고 모두 눈으로 말하는겨.
오오, 무셔라」
「……………….
아니, 그것은. 즉」
「암살 같은 걸 했다간, 미야 전하의 몸이 바로 위험해진다는 것이?」
확실히, 알리바이적인 효과도 있겠지만…….
「그런디, 꼭 그렇지는 않어…….
거기가 정치의 묘한 부분이지만」
「대장령 모리우지가 건재한 동안의 미야 전하와, 없어진 후의 미야 전하는 의미가 다르다.
모리우지의 실추는 로쿠하라의 권능의 동요를 의미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암살에 하치만궁측이 관여한 확고한 증거라도 있다면 별도이지만……
그것 없이 미야 전하를 숙청했다간, 동요는 치명적이기까지 가속할 거다」
「그 정도의 계산도 할 수 없는 자가, 모리우지 사후에 권력을 잡는 4공방 중에 있다고는 생각되지 않아」
…………즉.
로쿠하라는 친왕의 불온한 행동을 제약할 수 있도록 인질로 잡았다. 하지만 친왕이 실제로 행동을 일으켜, 성공해 버리면, 간단히는 처리할 수 없게 된다――라는 것인가.
「…………」
「정말로 묘한 이야기입니다」
「솔직히 말해도 괜찮어.
바보 같은 이야기라고 생각하지?」
「……예……」
「실제로, 바보스런 이야기여.
이런 기가 찬 일을 로쿠하라가 깨닫지 못했다고도 느껴지지 않지만」
「결국, 교만이 있다는 것이구먼.
나같은 얼간이에게 어떻게 될 리가 없다고 생각하니께, 손쓰는게 어설퍼진 거여……」
「호호」
「……」
그렇다면.
로쿠하라에게 그 교만을 심은 것은――다름아닌,
「카게아키?」
「아니요」
……문득, 바닥없는 늪을 엿본 심정이었다.
목덜미의 습기를 닦는다.
정치세계의 모습은, 나 따위의 이해를 넘는다.
이거 이상, 추궁해야 할 것은 없는 것 같았다.
「장황한 이야기가 되었구먼.
뭐, 말하려던 것은 알아줬다고 생각혀」
「……옛」
「결단의 때여」
「……」
「야마토 역사의 흐름을 바꾸기 위해서……결단할 때가 왔어. 카게아키 군.
지금 밖에 없어……지금, 움직이지 않으면 안돼」
「…………」
「……카게아키」
「어떻게 할려……?」
지금까지, 굳이 생각하는 것을 피해 왔던 문제.
하지만 이제, 직면할 수 밖에 없었다.
누가 그것을 실행하는가.
……잘 알고 있었다.
꺼림칙할 정도로.
주모자와 공모자 이외에, 이런 이야기를 털어놓을 수 있는 자가 있다면, 그것은 실행범 밖에 있을 수 없다.
그리고 이 두 명이, 권모술수에 대한 의견을 일부러 나 따위에게 요구할 리가 없었다.
지금 추궁당하고 있는 것은 나의 의견이 아니라.
나의, 의사다.
――아시카가 모리우지를 이 손으로 죽일 수 있는가 없는가.
「……윽……」
무릎 위에 둔 손이, 조금씩 떨고 있다.
꼴사납게도. 하지만 아무리 억누르려고 해 보아도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살인의 생각을 부리는 한, 이 떨림은 멈추지 않는다.
……이해는 가능하다.
납득도 할 수 있다.
원수대장(元帥大将)의 죽음은 역사의 회전점이 될 수 있을 거다.
친왕의 인도를 적절히 얻으면, 야마토의 「좋은 미래」로 연결도 될 거다.
한편, 팔짱을 끼고서 사태의 추이를 오직 지켜보고만 있으면……
GHQ가 야마토의 완전점령을 해내거나, 혹은 로쿠하라가 그 구축에 성공해서 전제지배를 반석으로 하거나.
어느 쪽이라도, 그리 즐거운 미래도는 아니다.
지금이 기회라고 하는, 친왕의 생각은 안다.
아마도――올바르다.
야마토국의, 비교적 행복을 정(正)으로 삼는다면, 친왕이 분명히 옳다.
그렇게 인정하는 것은, 할 수 있다.
하지만.
(죽이는 건가……)
[ESC]
은성호와는 아무 관계도 없는 곳에서.
멋대로 목숨의 가치를 재어.
한 사람의 인간을, 필요없다, 라고 결정하고.
죽이고.
――그리고 또 한 사람, 죽인다.
「……」
「……」
대답을 재촉하는 기미가 없는 것은 고마웠다.
그것은 아마도, 두 사람 다 나에게 시키려 하는 일의 의미를 통감하고 있어서일 것이다.
이 몸은 저주받은 무라마사.
적을 베고, 뒤집은 칼날로 벗도 벤다.
모리우지를 베면, 또 한 사람 누군가를 베지 않으면 안 된다.
누군가……
그것은, 예를 들면,
「――――」
……나에게는, ……그런 것은, ………….
「……카게아키」
「……」
「있잖어.
위안이 될지 어떨지는 어쨌든, 이것은 말해두는디」
「죄의식을 가질 필요는 없어. 카게아키 군은.
얼마나 참혹한 일이 되어도, 명령한 것은 나여. 책임도 나」
「카게아키 군은 괴로워하지 않아도 됭께」
그것은 친왕 나름의 배려였겠지.
그리고 그 이상의 의미는 없었다. 왜냐하면 일의 문제는 그곳이 아니다. 누군가에게 죽음을 강요한다――지워 버린다는 중대한 사실이야말로 문제다.
책임의 소재 따윈 2차적인 안건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데다 더욱이, 마이도노노미야의 말은 나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었다.
조직에서 행동의 책임을 명령한 인간이 짊어지는 것은 당연하지만, 명령받은 사람이라도, 승낙여부의 선택이 허락되었다면 그 결단에 책임을 지지 않으면 안 된다.
모르는 얼굴을 자처하라는 것은 무리한 이야기다.
나는 틀림없이 나의 책임에 의해서, 결단하게 된다.
대장령과 또 한 사람, 내 가까이의, 죄도 없을 인간을 죽이는지 아닌지를.
…………어떻게 검토해도, 결론은 같은 길을 걸었다.
「미야 전하――」
「덧붙여서 말해두는디」
「――옛……?」
대답을 하려고, 입을 열려 했을 때 기선을 제압당한다.
나는 심리적으로 약간 고꾸라졌다.
「책임의 이야기는, 이번 건에 한한 것이 아니여.
여태까지의 카게아키 군의 행동, 전부에 대해 말한 것이여」
「카게아키 군을 은성호의 추적에 보낸 것은, 내가 인정한 것이니께」
「……미야 전하……
그것은, 」
틀렸다.
은성호 추토(追討)는, 원래가 나의 사명.
친왕에게는 관계가 없다.
「그러니까 말이여. 모리우지의 건과 은성호의 건이 전부 정리된 후, 카게아키 군의 죄를 물을 생각은 없어.
구치소로 돌아가지 않아도 되는겨」
「너의 몸은 맹세코 자유롭게 해줄게.
한가롭게 쉴 곳도 준비할 거래이」
[ESC]
――――――――――――――――――――――――
――――――――――――――――――――――――
――――――――――――――――――――――――
―――――――――――――――――――――――.
뭐,
라?
뭐라고?
뭐라고――――말했지? 지금?
「그러니께, 어쩔려?
잠시간만 더, 참고서 힘을 빌려주지 않을려」
「…………」
「서장」
「내가 아니라, 미야 전하께 대답해라」
「당신에게 묻고 싶은 거다.
……이런 농지거리를, 왜 입다물고 듣고 있지」
「농?」
「입을 삼가해라, 카게아키.
어전이다」
「…….
설마, 당신도 알고서라는 건가」
「지금의 이야기는……」
「……」
「……」
「아아.
그렇다」
<탕!>
……앉아라」
2년 전, 확실히 약속했을 거다」
미야 전하께서 말씀하신 대로다」
죄와 책임의 소재는 의심할 것도 없다」
그러니까, 나는 너의 행동을 허락한 거다」
당연한 일일텐데?」
「타인에게 책임을 맡긴 기억은 없다」
「너에게 기억이 없더라도, 세상의 도리에 비추면 그렇게 된다.
너의 소망대로 법정에 나가도, 판단은 같다」
「죄와 책임의 우선은 하게 된 자가 아니라,
하게 한 자가 진다」
「명령받은 적 따윈 없다!
게다가……만약 그렇다고 해도」
「2년 전의――일의 발단은 어떻게 처리할 생각이냐」
「……카게아키……」
「그 때……나는 죽였다.
당신들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곳에서다」
「잊지는 않았겠지.
서장――키쿠치 아키타카……」
「……」
「당신의 아내를 죽였다!!
내가! 이 손으로다!!」
「……………………」
「사고다」
「――크읏!」
「나는, 네가 아내를 죽였다고는 생각하지 않아」
「죽인 거다.
어떻게 부정하려고 해도, 그것이 사실이다!」
「나는 그렇게는 생각하지 않는다.
네가 뭐라고 말해도」
「그건 사고다……카게아키.
범인은 존재하지 않아. 불행하게도 희생되었던 자가 있을 뿐이다」
「큭……」
「그럼……당신은……
무슨 일이 있어도……나를……」
「……」
「크――아아앗!」
<퍼억!>
<땅을 내리친다>
「……카게아키.
모리우지 암살을 너에게 강요할 생각은 없다」
「은성호의 건도다.
이제 무리라고 말한다면, 내가 무라마사째로 맡겠다」
「……」
「하지만 미야 전하의 자비는 받아라.
너는 충분히 일했다……안식을 얻을 자격이 있는 거다」
「자비 따윈 필요없어!
안식도, 사면도, 기만도 도피도, 거절이다……!」
「나는 단죄를 원하는 거다!
내가 범한 죄악에 걸맞는 응보를!」
「누구라도 좋다. 나 이외의 인간이라면 누구라도.
엄정하고 무자비한 누군가가……나의 죄를 열거하고, 하나하나를 탄핵해, 형을 재서 집행해 준다면 그걸로 좋다」
「사형으로 해 준다면 된다.
그것이――――정의일텐데!!」
「…………」
「카게아키 군…….
너, 죽고 싶은 기가……?」
「아니요, 미야 전하」
발의 안쪽으로부터의 물음에 머리를 좌우로 흔든다.
죽음――몇번이고 보아 온, 몇번이고 타인에게 떠밀어 온 그것이 자신의 몸에 닥친다. 그 상상은 한없이 무섭고 역겹다.
피부에 소름이 끼치고, 위액이 치밀어 오를 정도로.
「저는 죽고 싶지 않습니다.
죽음은 무엇도 웃도는 공포입니다. ……진흙 투성이가 되고 분뇨를 마셔서라도 살아남고 싶다고 생각할 정도로, 저는 죽음을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그 공포로, 나는 투쟁의 틈새에 무수히 흩뿌려진 죽음의 함정으로부터 달아나, 목숨을 건져왔던 것이다.
삶의 집착(生き汚さ)이 상당하다고, 스스로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라믄――」
「그렇기 때문에 저는 죽어야 하는 겁니다.
마이도노노미야 전하」
「죽고 싶다고 바래서 죽는 것은 안락으로의 도피에 지나지 않습니다. 아무런 처벌도 아닙니다.
그것은 단지 자살이며, 속죄의 포기입니다」
「저는 무엇보다도 죽음을 기피하면서, 그 죽음을 수많은 타인에게 강요해 왔습니다.
사벌(死罰)은 이러한 자한테야말로 주어지지 않으면 안 됩니다」
「…………」
「그러니까……미야 전하.
부디 제게는 올바른 처벌을!」
나는 엎드렸다.
「정의의 집행을!
사형의 선고가 내려진다면, 저는 반드시, 비참하게 울부짖고, 자비를 구걸하고,
이 손으로 죽여 왔던 사람들에게 새삼스러운 사죄를 외쳐」
「교수대에 오를 때까지의 시간 전부를 들여서 괴로움에 몸부림칠 겁니다.
미야 전하, 부디!」
「미나토 카게아키에게는 그러한 최후를 준다고, 마이도노노미야 하루히로 친왕의 어명으로 여기서 약속받고 싶습니다……!」
「……」
「안된데이……」
「미야 전하!」
「카게아키 군이 죄의식을 버릴 수 없는 것은 어쩔 수 없데이. 뭐, 싹둑 포기하라는 쪽이 무턱댔을지도 모르고. 그래도여. 그렇다해서 죽으면 어쩌라는겨」
「죽어도 아무런 속죄도 되지 않잖어……?」
「그것은 산 자의 도리!
애초에, 죽은 자에게 갚을 방법 따윈 없습니다.
그들은 이미 아무것도 말할 수 없고, 아무것도 바랄 수 없습니다」
「적어도 동등한 징벌을 베풀어, 균등하게 할 수 밖에 없습니다」
「…………」
「말하는 것은 모르는게 아니지만.
……역시 안된데이」
「너는 죽으면 안되여.
나는 납득할 수 없데이」
「……서장!」
「죽은 자에 대해 생각한다면, 그들 대신에 살아서 무언가를 해라.
네가 죽는 것에는 아무 의미도 없지만, 무언가를 한다면 의미가 생긴다」
「……익!!」
안된다.
알지를 못한다.
이 두 사람은 아무것도 모른다.
의미가 이렇다 저렇다는 문제가 아닌 거다.
하물며 속죄의 문제도 아니다.
단지, 죄와 벌의 문제다.
죄에는 그 무게에 걸맞는 벌이 주어져야 하는 거다.
그것이 사람 세상의 원리.
세상의 질서가 아닌가.
양모.
닛타 유우히.
후키. 후나……
그 사람들을 죽인 내가 벌받지 않는다면,
그들은 무엇을 위해서 올바르게 살았던 건가!?
「……카게아키 군……」
「……대장령의 건은 사퇴하겠습니다.
부디 용서를」
「……이걸로 실례합니다……」
「…………」
<쏴아아아아……>
오오토리 주종과 합류해, 귀로로 접어든다.
외출할 때는 없었던 비가 천지의 틈새를 채우고 있어, 나는 하치만궁에서 우산을 빌리지 않으면 안 되었다.
밑도 끝도 없이 준비성이 좋은 나가쿠라 시종이 어딘가에서 꺼냈으므로, 늙고 젊은 여성 2인조는 자기몫의 우산을 쓰고 있다.
카나에양의 그것은, 흰색의 무지(無地)[각주:7].
마음이 든 건지, 손안에서 놀려서 빙글빙글 돌리고 있다.
기분이 좋은 것 같았다.
「어머나.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는 것이 아닌가요, 할멈?
비는 싫다고, 누가 결정한 것도 아닐텐데요」
「과연. 그렇군요.
은혜의 비라고도 말하고」
「그래요 그래요.
……우후후후후후후후후후후」
「어, 어떻게 되신 겁니까, 아가씨!?
돌연히 그러한 악마적 수상쩍음으로 가득찬 인간 밖의 웃음소리를 흘리다니……
이 사요, 무심코 돌을 던질 뻔 했사옵니다!」
「우훗……
비의 은혜는 농업만의 것이 아니라――」
「남녀의 연애에 있어서도 은혜가 되는 겁니다!」
「( ゚ д゚)?」
「쏟아지는 비……
젖는 블라우스……
그리고 비치는 속옷!」
「자연현상을 이용한 자연스러운 한편 강력한 섹스어필이 남성분의 하트를 확실히 캐치하는 겁니다!
이거야말로 확실히, 천신의 귀모(鬼謀)!!」
<콰르르르르릉!!>
「오오……그것은 확실히 무서운 책략!
역시, 이 사요년의 주인이신 분은 수준이 다릅니다」
「우훗훗……」
「하지만 아가씨.
그것은 실은 단순한 치녀(痴女)와 종이 한 장 차이라고나 할까요,
일부러 하고 있는 시점에서 평범한 치녀입니다」
「훗……그 정도의 리스크에 겁먹어서야 사랑의 성취 따윈 꿈 속의 꿈!
사랑이라는 과실을 손에 넣으려면, 만용이라 불릴 정도의 용기가 필요합니다!」
「저기, 카게아키 님도 그렇게 생각하시죠?」
「네」
「역시.
그럼, 저의 있는 힘껏 낸 용기……받아 주시겠나요?」
「네」
「아앙, 지금 거 들었어요, 할멈?
마침내 저의 마음이 통한 거군요……!」
「축하드리옵니다, 아가씨!
뭐 어떻게 봐도 완벽하게 무시당하고 있을 뿐입니다만」
건성으로 들은 대화는,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흘러 떠나갈 뿐이다.
머리 속은 이미 다른 것으로 차지되어 있었다.
알게 된, 친왕과 서장의 진의.
――그들은 미나토 카게아키를 심판할 생각이 없다.
내가 범한 죄는 보아넘겨져 버렸다.
법에 비추어져, 걸맞는 응보가 주어지는 일 없이.
모든 것을 아는 제3자인 그들에게 그 의사가 없는 이상은 필연히 그렇게 된다.
……바보 같은.
그런――바보 같은 일이.
허락되어도 좋은 건가.
좋을 리가 없다…….
「……」
「……그러고 보면, 왠지 기운이 없으시군요. 카게아키 님.
왜 그러시는 걸까요」
「글쎄요? 그런 걸까요.
음울한 얼굴, 다가가는 것만으로 주가가 내려가 버릴 것 같은 불경기스런 기색……평소대로의 미나토 님으로 보입니다만」
「그래도 평소의 카게아키 님이라면, 제가 이만큼 유혹을 걸면 『쫑알쫑알 시끄러워 암캐가, 어차피 나의 이것을 원하겠지!?』라든가 외치면서 덮친다고 생각하지 않나요?」
「듣고 보면, 그런 기분도 듭니다」
「하치만궁에서 무언가 있으셨을지도」
「무언가란」
「남성분을 이렇게나 소침시켜 버리는 일이니까……」
「예」
「……불능?」
「기다려요」
「고추 서지 않게 되어버렸을까……」
「기다리라고 했잖아, 아가씨」
「이 나이로 신허(腎虚)라니…….
어떻게 해야하죠, 사요, 『서지 않는 카게아키 님도 좋아합니다!』라고 말씀드리고 싶지만 오히려 상처입혀 버리는 걸까?」
「그럴달까 그게 어째서 하치만궁에서 판명되는 겁니까」
「……………………」
「퐁」
「당신 이미 인간으로서 글렀군요.
아가씨」
「……」
비의 소리도 어딘가 멀다.
그런데도 젖은 가죽구두의 감촉은 생생하여, 음울해서 견딜 수 없었다.
피부를 찌르는 냉기가, 신경에 거슬린다…….
「아……카게아키 님,
잠깐 기다려주세요」
「――예」
한 박자 늦게 호소를 알아차려, 발을 멈춘다.
조금 전까지 오른쪽 옆에 있었을 하얀 우산은, 어느새 사라져 있었다.
하치만궁과 서장댁의 딱 중간, 겐지산 기슭 부근.
산으로 이어지는 길을 바라보면서, 오오토리 대위는 나로부터 몇 걸음만큼 후방에 멈춰 서 있다.
「무슨 일이지요?」
「제니아라이 변재천(銭洗弁財天) 님에게 가려면, 이쪽의 길로 가면 되나요?」
「――――」
제니아라이벤텐(銭洗弁天).
가슴의 안쪽을, 무언가가 따끔하게 찔렀다.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은――생각해서는 안 된다.
「……네.
이 길을 똑바로 가면, 10분 정도로」
「조금 참배하고 와도 상관없을까요.
저, 아직 갔던 적이 없어서」
「이쪽은 가마쿠라에 오고 나서 이래저래 분주해서, 관광을 하고 있을 여유도 없었으니까요…….
에노시마 정도일까요?」
「그것도 관광이라고 하기엔 조금 바빴던 것 같은」
「알겠습니다.
안내해 드리지요」
「아뇨아뇨, 그런. 똑바로겠지요? 그럼 저 혼자서 괜찮습니다.
곧바로 돌아올테니까, 여기서 기다려주세요」
「사요, 카게아키 님을 부탁해요」
「예. 맡겨 주세요」
조금 빠른 어조로 이야기가 정리되자, 카나에양은 재빠르게 골목길로 들어가 버렸다.
불러 세울 새도 없었다.
하얀 우산을 배웅하고, 후하고 숨을 쉰다.
솔직히, 안도하는 부분도 있었다.
지금은 무엇을 하는 것도 귀찮다.
제니아라이벤텐까지는 표고(標高)로 수십미터도 없지만, 그런데도 지금의 자신에게는 짐이 무겁다.
그녀의 귀환을 비 아래에 내내 서서 기다리고 있는 편이 훨신 편했다. 오히려 그러면 바라던 바였다.
아무것도 떠올리지 않고,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있을 수 있다.
나가쿠라 시종은 묵묵히 서서, 제대로 된 기척마저 느끼게 하지 않는다. 이쪽의 심경을 읽어서, 배려를 했을지도 모른다. 그것은 그것대로 마음이 괴로웠지만――지금은 그런 것도 생각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왜 오오토리 대위는 시종을 남겼을까.
함께 데리고 가면 좋았을 것 같지만.
그러고 보니 겐지산으로 향하기 직전, 둘이서 무언의 시선을 교환한 것처럼 보였지만――그것은――
……그만두자.
지금은 사리를 생각하면 지독히 지친다…….
「…………」
곧장 돌아온 카나에양을 맞이해서, 다시 걷기 시작한다.
슬슬 해질녘이 가까웠다――이 날씨론 주변 어둠의 미묘한 변화 외에 그렇다고 알 수 있는 무엇도 없었지만.
카나에양의 얼굴은 조금 전보다 그림자가 진하다.
……그것은 꼭 밤의 기척만이 이유는 아닌 것 같았다.
「무슨 일이 있으셨습니까, 아가씨」
「……아니요.
대단한 일은 아니지만」
「조금, 싫은 이야기를 들어서……」
「벤텐 님에서?」
「예. 궁사(宮司) 님이 마침 계셨으니까, 신사의 내력을 여쭸어요.
그랬더니――」
「실은 이 신사는 해저의 도시에 잠든 낙지 같은 모습의 신님을 모시고 있습니다, 고라도 들으셨을까요」
「그것은 굉장히 싫지만 그게 아니라.
……입구가 동굴로 되어 있는 재미있는 신사였으니까, 아이들에게는 좋은 놀이터겠군요 라고 말했어요」
「그랬더니 궁사 님이 어두운 얼굴을 하시고,
조금 전까지는 기운찬 4인조가 자주 왔지만, 지금은 이제 없다……라고」
「예……?」
「……네 사람 모두, 불행한 꼴을 당해 버렸습니다 라고요.
한 사람은 근처의 대나무숲에서 실종했고, 그 뒤로」
[ESC]
<두근>
――――!?
「한 사람은 잔혹한 사건에 말려 들어가, 양눈을 잃어 버렸고.
한 사람은 같은 사건에서 손발을……」
「세상에」
<두근>
「마지막 한 사람은……
자신의 집안에서, 누군가에게 살해당해 버렸습니다 라고」
「목을――깨끗하게 잘린 것 같아요」
<두근>
「참혹한 이야기로군요……」
「정말로.
어디의 악마가 그런 짓을 했을까요」
「밝고, 정말 좋은 아이들이었던 것 같은데……」
베어 버리다니, 말이죠」
「용서할 수 없어……」
「용서할 수 없군요……」
「하지만 범인은 잡히지 않은 것 같아요.
벌을 받지 않은 거에요」
「태평하게 어딘가에 살아있는 겁니까……」
「예.
죄도 없는 아이를 죽이고, 자신은 살아있어요」
「그 무슨 야비한」
「지금도 어디선가, 자기만이 불행하다는 얼굴을 하고서, 빗속을 걷고 있을 거에요.
이제 비에 젖는 것도 할 수 없는 아이들은 잊고서……」
「이 세상은 부조리한 것이옵니다」
「정말로 그렇네요.
아이는 죽고, 아이를 죽인 악마는 살았어요」
「어째서 반대가 아닌 걸까」
「어째서 반대가 아닐까요」
「저기, 카게아키 님」
「어째서?」
<흔들리는 시야>
<……풀썩!>
「……미나토 님?」
「어떻게 되신 건가요?
정신차리세요!」
「아――――아아――――」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나만이 살아있는 거지.
죽이고 죽이고 죽이고 죽여서, 몇 명이나 되는 사람을 비도 없는 세계로 쫓아버린 주제에, 어째서 나만은 지금도 비를 맞으며 걷는 것이 허락되는 거지.
이상하다.
불합리하다.
부조리다.
용서받을 수 없다.
나는 벌받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런데, 용서받으려 하고 있다.
나의 죄를 아는 자가, 나의 죄를 책하려고 하지 않는다.
용서하고……게다가 공적이라 칭하여……안식을 준다고 말한다.
어째서.
어째서――그런 불합리가 통하는 거냐!
「아――아」
「아아아아아아아……!!」
[ESC]
<쏴아아아아……>
「…………」
오오토리 카나에는 남자를 내려다 보았다.
웅덩이에 무릎을 꿇고, 소리 뿐인 구토를 계속하는 그 남자를.
차갑게――――
아니.
따스하게.
상냥하게.
감싸는 듯이, 뜨겁게.
……오오토리 카나에는 미소지으며, 남자의 등을 응시하고 있었다.
시작부터 카게아키의 멘탈이 심히 좋지 않습니다.
저지른 죄에 대한 처벌을 원하는 그에게, 구원은 무엇보다 견딜 수 없는 처사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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