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까지 단숨에 가고 싶습니다만.
아마도 오늘 내일은 걸리지 않을까 싶네요.
『오우스기 사건』
코류 24년 9월, 오우스기 사카에(王杉栄)와 그 가족이 육군장병의 손으로 납치 ・살해된 사건을 말한다.
극우세력의 대두로부터 로쿠하라 정권에 이르는, 코류 20~30년대의 조류를 상징하는 한 사례로 여겨지고 있다.
오우스기 사카에는 군인의 가정에서 태어나, 처음은 자신도 그 길을 뜻해서 육군 유년학교에 입학하지만, 몇 건의 문제를 일으켜 퇴학. 이후는 지금까지의 생육환경을 완전히 부정하는 듯한 인생을 걸어 간다.
그는 에도에서 많은 사상가들과 만나, 반제국주의와 비전론에 공감한다. 그것은 군대라는 세계로부터 거절된 것에 대한 반동이었다고 한다면 그랬겠지.
하지만 그는 반동으로 인해 타성적으로 행동하는 자에는 머물지 않았다.
문단(文壇)에서, 혹은 길가에서, 오우스기 사카에는 새로운 가치관에 근거하여 정력적으로 활동하여,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었다. 좋은 의미에서도 나쁜 의미에서도, 이다.
문재(文才)가 있는 그의 논설은 사람의 마음을 흔드는 힘으로 넘쳤고, 또한 그의 분방한 인격과 생활은 사람의 눈을 끌어당겨 마지않았다. 다윈의 명저를 『종의 기원』이라는 제목을 붙여 번역 출판하는 한편, 애인에게 찔리는 것이 오우스기였었다.
그는 권위부정의 끝에 무정부주의에 도달해, 이것에 심취한다.
그리하여 오우스기파라고도 부를 사상세력을 낳았지만, 한편에서는 극우파의 격렬한 증오를 사고도 있었다.
제국주의를 신봉하는 사람들에게 있어선 단순한 비전론이나 자유주의마저 충분히 눈에 거슬린다.
무정부주의에 이르러선 완전한 적이며, 장해이며, 배제하는 이외의 대처 따윈 생각할 수 없었다.
코류 24년 9월 1일.
칸토우 대지진이 발생한다.
사가미만 북서쪽 바다를 진원으로 일어난 지진과 계속되는 화재는 칸토우 남부를 괴멸시키고, 사망자만으로 10만을 세는 심대한 피해를 일으켰다.
그야말로 전대미문의 대재해였다.
혼란 속, 이 기회를 틈타 당시 야마토에 다수 있었던 대륙에서 이주한 노동자나 반체제주의자들이 폭동을 일으킨다는 소문이 사람들 사이에 유포되었다.
이것은 물론, 당치도 않은 풍설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패닉 상태인 사람들은 허위를 식별할 능력을 상실하고 있었다.
소문은 믿음을 받아, 히스테릭한 린치 사건이 다발해, 많은 희생자가 나왔다.
그런 중에, 일부 군인들의 행동은 다소 냉정했었다.
그들은 「당하기 전에 해치우는」 군사원칙에 준거한 적극적 의사로 (혹은 더욱 적극적으로, 소문의 진위는 어쨌건 이 기회에 처리해 버리자고) 적을 확정하여 궐기했다.
지진 재해로부터 수일 후, 에도 카츠시카(葛飾)에서 10명 전후의 활동가가 붙잡혀서, 학살당한다. 가메이도 사건(亀戸事件)이란 이름으로 지금도 전해지는 참극이다.
그리고 9월 16일.
오우스기 사카에, 그 아내, 7세의 장남, 6세의 차남 4명이, 재해를 입은 오우스기의 여동생을 문병하고 돌아가는 길, 행방불명이 된다. 일가는 요코하마의 여동생댁은 나왔지만, 에도의 자택에는 돌아오지 않았던 거다.
일주일 후, 발표된 사실은 이하와 같았다.
전부터 오우스기의 존재를 꺼림칙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모 육군대위와 그 동지가 일가의 신병을 납치――
4명을 살해.
직후, 대위 이하의 장병은 자결했다.
이상.
……현재, 대다수의 사람들은 정부기관 발행의 공문서가 기재한 『오우스기 사건』의 개요에 의심을 품지 않는다.
일부의 한정된 범위의 인간만이, 공적기록은 허위를 포함하고 있는 것, 진실이 약간 빠져 있는 것을 알고 있었다.
[ESC]
「――――」
나가쿠라 사요는, 청소하던 손을 문득 멈추었다.
바닥에, 작고 검은 얼룩이 있다.
오래된 핏자국 같은.
그 사건의 뒤, 더러워진 바닥판은 전부 벗겨져, 새로운 것으로 갈았을 거였다.
그런데――간과한 것이 있었을까.
사건은 이미, 20년 가까이나 옜날의 일이다.
완전히 무관계한 단순한 얼룩이라고 생각하는 편이 자연스럽다.
하지만 노 시종은 연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흔적으로부터――――그 날의 광경을.
카나에 : 『할머님……이상해요.
정말로 이상해요』
카나에 : 『이 사람들, 총탄을 피하지 않았어요』
카나에 : 『그런 거, 제대로 보면 간단히 피할 수 있는데……』
카나에 : 『그렇지요?』
카나에 : 『안 그래요, 할머님――』
카나에 : 『어째서 이 사람들은……
나처럼, 시간을 멈추지 않았을까요?』
[ESC]
피부가 곤두선다.
손끝은 떨려서 걸레를 떨어뜨렸다.
그 기억.
이 공포는, 언제 파내도 강렬한 그대로였다.
도무지 마모되지 않았다.
아마도――나가쿠라 사요가 언젠가 생애를 닫을 때까지, 빛바래지 않겠지.
「…………」
급속히 회색으로 물들어 가는 밖의 풍경을 보고서.
거기서 열리는 전투의 막이, 주인의 패배라는 형태로 닫히는 일은 결코 없을 거라고, 시종은 심중 깊이 확신하고 있었다.
――――만약, 그런 결말이 있을 수 있다면.
그것은 사요의 주인이 스스로의 의사로 패배를 선택할 때 뿐이겠지.
맹금의 모습으로 나무 꼭대기에 내려서, 어둡게 빛나는 기체는 나를 내려다 보고 있다.
내려다 보고 있다――업신여기고 있다.
단지 일방적으로 생명을 약탈하기 위해 왔다고.
말하자면 수렵을 즐기려 왔다고.
오만한 의사를 감추지도 않고, 나를 바라보고 있다.
무의식 중에 손이 움직여, 앞가슴을 움켜쥐려 한다.
……잊으려 해도 잊을 수 없다.
양부를 죽인 기사!!
원수를 갚고자 하는 념이 가슴에서 날뛴다.
피의 맥동과 함께 충동이 전신을 달려, 목적을 유일한 것으로 정해서 달려나가려 한다.
그리하면 안 되는 이유가, 어디에 있을까.
그런 것은 어디에도――
(……!)
삶겨진 뇌장의 일부가, 일순간에 식었다.
설마……이 기사도, 저것의 동료라는 것은 아닐까?
미나토 카게아키에 대한 정당한 증오를 가진 것은……
그렇다면, 나에게 이 기사를 미워할 자격은 없다.
하지만 나의 감성 부분은 그 추측에 전혀 동의하지 않았다.
……그 괴물기와 눈 앞의 기사는, 아무래도 다르다.
악의와 살의에 둘러싸여 있는 것은 같지, 만.
그 괴물의 그것이 복수에 미친 말로인, 본래는 선의이며 애정이었던 것이 뒤집힌 것이었음에 비교해,
이 기사의 그것은, 나쁜 의미로 순수했다.
비틀림도 광증도 없다. 굳이 말하자면 근간부터 비틀려서 미쳐 있다. 착오의 결과가 아니라 올바른 존재방식으로서, 악의와 살의로 채워져 있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근거는 아무것도 없다.
양부를 살해당한 원한으로 나의 눈에 흐려졌을 뿐이라고도 생각된다.
……확인의 필요가 있었다.
「……기사.
아무래도 문답무용인 상태지만, 그 부분을 굽혀서 한 건을 묻고 싶다」
「……」
「당신은 미나토 카게아키에게 복수를 맹세한 자인가.
나에게 육친을 살해당해, 그 원한에 걸고 나의 목숨을 노리는 자인가?」
「…………」
「그렇다면 이쪽에겐, 칼날을 받을 용의가 있다.
같은 이유에 의해 나를 처단하려는 분이 이미 한 분 계시므로, 그 쪽과 상담하게 되지만……」
「어떠한가?」
대답은,
목소리도 아낀 조소였다.
말없이, 입의 일그러짐마저 갑철의 아래에 봉하고,
기사는 시선과 분위기만으로 조롱하고, 웃어 보였다.
――무슨, 시시한…….
그렇게 고하고 있다.
「네 녀석……
역시」
「…………」
<철컹!>
그리고 기사는, 석궁을 겨눈다.
내가 아니라――
동쪽.
산장이 있는 방향으로.
말 없는 의사표시는, 이번에도 명쾌했다.
――네가 꾸물댄다면, 먼저 저쪽부터 끝마친다.
「역시, 오오토리 대위를 노리고 온 추격자인가!」
「……」
「그렇게는 두지 않는다!!」
순간, 죽음을 조용히 기다리는 심경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대신해, 들끓는 격정이 소용돌이친다.
「무라마사.
앞으로 한 번만……어울려 다오」
「앞으로 하나만,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 생겼다」
《미도우》
「부탁한다」
오오토리 대위를 죽이게 할 수는 없다.
그녀 이외의 인간이, 나를 죽이게 할 수도 없다.
이 기사와 싸운다.
이――
양부를 죽인 기사와!
싸운다!!
「귀신을 만나면 귀신을 벤다.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벤다」
「츠루기의 이치는 여기에 있노라!」
<파창!>
<슈우우웅――!!>
<슈와아앙――!!>
<슈와아앙――!!>
《……머리를 눌렸어!》
「고도우세는 상대방인가.
저 갑철이 갖춘 독특한 광채, 역시 겉멋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해석할 수 있어?》
「저건 휘채갑철(輝彩甲鉄)이다」
서양 단철술에 극상의 3종이 있어.
성은갑철(聖銀甲鉄), 옥보갑철(玉宝甲鉄), 휘채갑철(輝彩甲鉄)이라 한다.
성은갑철은 성별(聖別)의 강금(鋼金)으로서, 마를 물리치는 힘이 있다고 한다.
옥보갑철은 견뢰무비, 거상(巨象)은 커녕 성에게 밟히더라도 형태를 바꾸지 않는다고 전설에 구가된다.
그리고 휘채갑철은――
「검주가 날개옷이라 느껴질 정도로 경량이라던가.
그 때문에, 출발이 이상하게 날카롭다」
《서전의 상위치(上位置)는 약속된 거나 마찬가지인 거네.
……제법 하잖아》
《하지만 중량이 가벼운 것에는 단점도 있어!》
「그래」
지기 싫은 기질을 일으킨 무라마사에게 수긍해 둔다.
전부 들을 것까지 없이, 말하지 않은 부분은 짐작이 되었다.
돌진력을 그대로 타격력으로 전환하는 무자에게 있어서, 체중의 가벼움은 검격 위력의 가벼움이기도 하다.
적기의 장검이 일격필살을 해내는 것은 어렵겠지.
높은 곳으로부터 공격해 내려오는 적수를 맞아 싸우지 않으면 안 되는 이 형세, 꼭 나의 결정적인 불리는 아니다.
<우측으로 튼다>
……다만.
그것도, 적이 격투전으로 승부하는 한에서의 이야기다.
원거리 무기에는 기체 중량의 많고적음 따윈 관계없다.
적기가 장검이 아닌 저 대형의 석궁을 써 온다면, 경량의 불리는 아무것도 없었다.
무자궁은 보통의 총포화기 따윈 비교도 되지 않는 위력을 가졌다. 타치의 일격에 웃돌지언정 뒤떨어지지 않는다.
활에도 장궁, 단궁 외 각종이 있지만, 그 중에도 석궁의 파괴력은 특필해야 할 것이 있다고 전해 듣는다.
야마토에서는 발달하지 않았던 무장이지만, 무자의 강력(剛力)에 기계의 보조를 더하여 비로서 감아올리는 것이 가능해지는 강현(強弦)으로부터의 회전화살은, 두꺼운 흉부갑철조차 간단히 관통한다고 한다.
고위력인 반면, 연사가 되지 않기 때문에 적기도 남용은 하지 않고 사용할 데를 고를 거라고 생각되지만…….
그 무기에 대한 대처를 우선으로 생각한다면, 공중전의 권유에 응해서는 안 되었을 거다.
가림물 없는 공중보다도, 지상에서 산림에 숨어서 싸우는 편이 이쪽에게 있어선 사정이 좋았다.
다른 사정이 없었다면, 그렇게 했을 상황이다.
지상에 머무는 이쪽에 대하여, 적이 전의를 지속시켜 주면 좋지만, 시원스럽게 기분을 바꾸어 오오토리 대위에게 향할 가능성도 있다. ……그렇게 되었을 경우, 출발이 늦은 이쪽이 따라잡을 가망은 없다.
그래선 곤란하다.
적기의 변심에 대비한다면, 이쪽은 전술적인 불리를 감안하고 하늘로 올라, 기동력을 확보해 두는 것 외에 선택할 길이 없었다.
저 기사가 우선 나부터 노려 온 것은, 이렇게 오오토리 대위를 일종의 족쇄로 이용하는 의도도 있었을지도 모른다.
<슈욱!>
<달려 내려온다>
일단, 대적은 석궁의 사용을 삼가한 것 같다.
장검을 뽑아, 강격(降撃)해 왔다.
빗나가 버리면 뒤가 없는 병기인 만큼, 역시 결정적인 국면까지 아낄 생각이겠지.
검으로 이쪽을 약화시켜, 움직임을 멈추고 나서――인가.
그렇다면 그 의도를 꺽어주겠다.
「검의 승부에서 웃돌아, 몰아넣어, 저 석궁을 쏘게 한다」
《그것을 막고서 잡는다.
……존명!》
《원거리 무기에 의지하는 무자 따윈 결국, 사도야.
그 부분을 가르쳐 주지 않으면!》
적기는 오른손에 장검, 왼손에 석궁을 쥐고 있지만――
저것은 방패이기도 한 건가?
방패도 석궁과 마찬가지로 야마토의 무의 세계에서는 경시되어 온 것이다.
어떻게 써 올지, 나로서는 그다지 조법(操法)의 짐작이 가지 않았다.
서양검술과의 대전경험은 적다.
에노시마에서 죠지 가겟트 소령과 검을 섞기는 했지만――그의 무기는 양손으로 쥐는 대검이며, 야마토의 무자도법과 그리 크게 다른 부분은 없었다.
검과 방패를 동시에 조종하는 술은 미지의 영역이다.
즉, 억측을 돌려도 별 수가 없다.
적의 수중을 읽을 수 없는 때는 섣불리 책략을 놀리지 말고 정공법으로 누르는 것이 견실하다.
방패로 막고, 검으로 베어 오는 것은 알고 있는 거다. 그렇다면 이쪽은 한 칼로 적의 공수를 쳐부수면 끝나는 이야기.
<슈욱!>
타치를 상단으로 쥔다.
투구각을 내려 적기의 배로 들어가면서, 베어 내린다――
――거기에 반응해, 적수가 방패를 내밀었다고 보인 순간.
나는 타치를 하단으로 돌리고, 투구각을 끌어올려, 적기의 등으로 빠지면서 베어 올리는 한 칼을 날렸다.
「!!」
<타앙!>
<튕겨 올라가는 적기>
「……음!」
적수의 대응은 극히 총명했다.
견뢰한 갑철방패에, 나의 타치는 철컹하고 막혀 있었다――
이쪽의 위공(偽攻)을 간파한 거다.
하지만 역시 막는 것만으로 기껏이었던 듯하다.
장검이 나에게 내리쳐지는 모습은 없어,
<쿠웅――!>
《흉부갑철에 손상!
위험해……한발로 부서질 뻔 했어》
「찌르기인가!!」
몇 가지의 이해를 한 마디에 담아서 토해낸다.
참격이 선으로 갑철을 끊는데 비해, 찌르기는 점으로 갑철을 꿰뚫는다.
한 점에 집약되는 힘의 정도는 참격에 비할 바가 아니라, 단 일격으로 갑철을 돌파하는 것도 불가능하지 않다.
적수와 같이 경량의 기체조차.
하지만 한편, 점 공격인 찌르기는 상당한 솜씨로도 용이하게는 고속기항하는 무자를 포착할 수 없다.
야마토의 무자도법이 일부 유파를 제외하고 찌르기의 유효성을 높게 평가하지 않는 것은 그 때문이지만…….
그 결점을, 적의 검술은 방패와 조합시킨 것으로 극복하고 있다.
즉, 상대의 공격에 대한 방어를 방패에 맡기는 것으로, 검은 표적이 품으로 들어올 때까지 대기시킬 수 있다.
필중의 간합이 되어서 찌르기를 내지를 수 있다.
같은 것을 타치 밖에 가지지 않은 무자가 하면, 기다리는 사이에 베여서 끝나거나, 잘해봐야 양패구상이겠지.
이것은 그야말로, 방패와 장검이라는 무장에 있어서 가장 효율적인 운용법의 하나임이 틀림없다.
<좌측으로 튼다>
「이런 건가……」
《감탄하는 것은 좋지만.
당하고 있기만 하는 건 사양이야》
「물론이다.
그럴 생각은 조금도 없다」
이 일전은, 결코 양보할 수 없는 승부.
오오토리 대위에게, 이 위험한 자객을 보낼 수는 없는 거다.
그녀는 미나토 카게아키에게 있어서, 다른 누구로도 대신할 수 없는 존재.
지켜내지 않으면 안 된다.
나를 올바르게 죽이는 여성이니까.
<슈웅!>
(그럴――까?)
바람을 가르고, 겨울하늘을 달리면서.
뇌리에 문득 자문이 스친다.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서 싸운다.
나는 정말로, 그러한 진지한 소망에 근거하여 싸우고 있었을까.
아니――그런 소망을 품고 싸워도, 괜찮은 걸까?
무엇을 지키려고 싸웠던 적은, 과거에도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 지켜낸 것이 하나라도 있었을까?
양모는 지킬 수 없었다.
에노시마에서도, 하야 소년과 남매들을 지킬 수 없었다.
미나토 카게아키의 검에 무언가를 지키는 힘 같은게 있을까.
없을, 거다.
만약 있다면……
어째서, 바로 요전날에도, 양부를 죽게 해 버렸나.
――――그렇다.
미나토 카게아키의 검은, 누군가를 지키기 위한 검이 아니다.
누군가를 죽이기 위한 검.
나 자신의 지향 따윈, 아무래도 좋다.
사실로서 그랬었다.
그렇다면――지금도.
필승을 기한다면, 그렇게 해서는 안 되는 건가.
죽이는 거다.
단지, 죽이는 거다.
이유는 충분.
저것은 양부의 원수.
떠올려라…….
눈앞에서 아키타카 님을 잃는, 그 악몽의 순간, 나는 약속한 것이 아니었나.
자신과, 원적과, 운명에.
반드시 죽인다, 라고.
복수한다고.
《……미도우?》
「――――」
겨루기의 간합에 임한다.
적기는 역시, 방패로 막고 검으로 찌르는 자세다.
공수의 균형이 잡힌 우량한 전형(戦形).
간단히는 무너뜨리기 힘들다.
하지만 그렇다면, 사력을 내서 무너뜨리면 되는 거다.
<아래로 파고든다>
무자도법의 정조, 오른 상단으로 타치를 잡는다.
그리하고 돌진.
최종거리에 들어가는 일순간, 자세를 바꾼다.
하단으로 돌려, 적기의 배면으로 빠지면서 베어올리기.
「――――」
찰나, 적은 경계의 기색이 팽배했다.
당연하리라……이쪽은 한 번 깨진 수법을 다시, 그대로 쓰려고 하고 있다.
범부라면 방심할 상황이라도, 보기에도 수라장을 빠져나온 이 적수에게 있어선 정반대의 국면이나 다름없겠지.
하부로 돌린 방패의 방어는 견고하며 유연, 힘 승부에도 변환의 술에도 대응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무의미하다.
<슈웅!>
<그대로 간격에 든다>
「……?」
적의 경계 안에, 곤혹의 파문이 퍼진다.
……이 순간. 어떤 충격도 그 방패를 덮치지 않았다.
나는 베어올리는 일섬을, 날렸다――고 보이는데 그쳤다.
베어들지 않고, 타치를 왼쪽 한 손으로 바꿔쥐기만 해 둔다.
오른팔이 비었다.
……적기는 주저를 품었다곤 해도, 동작에 반영시키지 않았다.
망설임 없는 날카로움으로, 장검의 찌르기를 내질러 온다.
조준은 무서울 정도로 정확.
전의 일합으로 도려낸 장소를 다시 찔러, 이번에야말로 관통을 기한다――만, 이번엔 이쪽의 방패가 대기하고 있다.
<카랑――!!>
왼손의 타치로 방어.
그리하고서,
나는 오른팔을 휘둘러 넣었다.
<휘익!>
「!!」
요시노어류 합전예법.
급소치기의 7단째, 몽침(夢枕).
적기와 교차하는 순간, 갈고리 형태로 굽힌 팔을 상대의 안면에 걸어――
피아의 운동 에너지로 적기의 목뼈를 부수는 술.
걸리면 끝장.
결코 깨어나지 않는 꿈의 바닥으로, 가라앉아 간다.
<옆으로 빠진다>
「――치」
완전히 의표를 찔렀다 생각했지만……
적수의 즉응력은 탁월했다.
문자 그대로 간발의 차이로, 머리를 가라앉혀서 나의 오른팔을 지나가게 했다.
투구를 스치는 데까지 육박한 것 같다. 팔의 안쪽에 약간 충격의 여운이 남아있다.
앞으로 한 걸음.
아니 반 걸음인 데서, 간파당했다.
「……후, ……후후」
기분탓인가.
……귓구멍을 때리는 것이 있다.
열공의 경역(界域)에, 낮은 웃음소리가 퍼지고 있다.
모멸은 아니다. 희롱도 아니다.
그것은, 희열의,
「다음은 잡는다……」
《……미도우》
「적정(敵情)」
《………….
170도 상방, 거리 620》
《반전――》
<슈웅!>
<하강 -> 상승으로 속도 확보>
[ESC]
《!! 저건》
「……음」
《미도우, 적기가!》
지적될 것도 없이 보이고 있고, 의미도 알 수 있다.
하지만 그 의도는 간단명료한 것이 아니었다.
대적의 전형이 변모하여 있다.
검을 집어넣고――자세를 잡는 것은 석궁.
예리한 촉이 나에게 조준점을 맞추고 있다.
궁전병(弓箭兵)에게 있어, 그것은 전혀 이상하지 않은, 정조의 행위라고 한다면 그 말대로다.
하지만――이상한 것은 시기.
너무 빠르다.
이쪽은 아직, 손상다운 손상을 받지 않았다.
열량의 소모라도 경미한 정도다.
즉, 속력은 손상되지 않았다.
건재한 기동성능으로, 최대한도의 회피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
그 사실은 적이라도 알고 있을 거다.
그런데 왜, 지금 쏘는 것인가.
적기의 활은 속사성이 뛰어난 수렵활이 아니다.
대극인, 살상력을 높이고 연사성능을 희생한, 현을 감아올릴 필요가 있는 석궁이다.
농밀한 단시간 중에 종결하는 무자의 전투에서, 이것을 사격할 기회는 어찌해도 한정될 거다.
아마도 한번 뿐. 두번째는 과연 있을지 어떨지.
그렇다면 필중필살의 기회까지 온존하는게 당연.
상당히 우열한 자라도 아는 이치다.
그 이치에, 적은 등지려 하고 있다.
왜?
(초조해졌다, 기라도 하다는 건가)
그 정도만으로.
패해 죽는 예감에 겁먹어, 동요해, 겉치례는 관계없이 승부를 정하러 나왔다――고?
……도무지, 그렇게 담이 작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어째서?
…………아니.
<슈웅!>
<다시 하강과 상승>
나는 사고의 수렁으로부터 자기자신을 뽑아냈다.
사격에 대비해, 속력의 확보를 개시한다.
적이 의도하는 바가 어디에 있건, 이쪽에게 있어서 이것은 호기다.
상대의 비장의 패를 낭비시킬 찬스.
잡지 않을 수는 없겠지.
이 일시(一矢)를 회피하면, 추세는 크게 기운다.
적기가 다시 검을 바꿔쥐고, 자세를 고치는 사이에, 만반의 준비를 하고 덮칠 수 있다.
그 상황에 이른다면, 승리는 정해진 거나 마찬가지인 거다.
GHQ의 자객은 여기서 떨어진다.
양부의 원수는 여기서 죽는다.
카나에 양에게 도착하지 못하고.
「――――」
눈 깜빡임을 금하고, 나는 적영을 확인했다.
충만해 가는 살의가 해방되는, 그 일순간을 재기 위해서.
휘채갑철의 기사도 또한, 나를 응시하고 있었다.
나의 심장인지, 숨통인지, 혹은 뇌수를……일전(一箭)으로 뚫기 위해서.
카게아키가 블러드 크루스와 제대로 싸우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겠지요.
버로우즈와의 전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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