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부터 악귀편에 들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쏴아아아아아…………>
「……미도우……」
「…………」
「감기에 걸려버리니까……
자, 이제 돌아가자……?」
「……………………」
이것은 영웅의 이야기가 아니다.
장갑악귀 무라마사의 이야기이다.
장갑악귀 무라마사(装甲悪鬼村正)
악귀편(悪鬼編)
쟁란은 벌판을 가득채웠다.
천문학자를 한 사람 남김없이 말문을 잃게 한 괴성(怪星)은 이제 없다.
하지만 별의 노래에 이끌린 전화까지도 아지랑이처럼 사라져주지는 않아――국내에도 국외에도, 함성의 울림이 소용돌이치고 있다.
사람은 사람을 죽이고, 사람에게 살해당한다.
사람은 죽어서 시체가 되고, 그 등에 다음 시체를 쌓는다.
하늘은 불타고, 바람은 날뛰고, 땅은 썩어간다.
「…………」
나는 살아 있었다.
확실히 스스로 자신을 죽였는데.
어둠에 가라앉아 두 번 다시 떠오르지 않았을 의식은, 어째서인지 기상을 맞이하여, 모든 것이 끝난 세계를 바라보았던 것이다.
히카루가 최후의 힘으로 나를 치유한 걸지도 모른다고, 무라마사는 말했다.
증거는 없다. 하지만 나도, 달리 짐작이 가는 곳은 없었다.
그렇다고 한다면, 히카루는 왜 나를 살렸을까.
그렇게 생각하게 되었던 것은 최근이고, 최후의 싸움 뒤 당분간은, 의문 따윈 떠오르지 않았다.
이것은 이것대로 나쁘지 않다고만 생각했다.
나에게는 약속이 있었던 거다. 마이도노노미야 그리고 양부와의 사이에――모든 것이 끝났을 때, 미나토 카게아키의 죄상을 고발해서 처형한다는.
내가 거듭해 온 악행에, 법과 정의의 심판을 내려.
목숨을 잃은 사람들의 분노와 한탄에 보답한다.
그런 약속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지켜지지 않았다.
나의 소행 전부를 아는 두 사람, 고발자여야 하는 그들은, 나를 교수대로 보내는 책무에 대해서 묵살을 관철했다.
무슨 말을 해도, 지금은 쉬라고 반복할 뿐이었다.
이윽고 바쁜 것을 이유로 면회도 허락되지 않게 되었다.
그리하여 나는 죽지 않았다.
오늘도 건조사의 문을 두드리고, 젊은 승려에게 넌지시 돌려보내져서, 똑바로 돌아갈 생각은 들지 않아 갈 곳도 없이 가마쿠라를 방황하며 걸으면서.
욱신거리는 듯한 심정을 품는다.
왜, 나는 살아있는 것인가.
살아남은 이 몸을 침식하는 것은 회한 뿐이다.
히카루를 죽인 것.
지켜야 했었던 이,
무엇과 대신해서라도 구하지 않으면 안 되었던 이를,
나의 손으로 파괴했다.
……후회한다.
무언가 방법이 있었던 것은 아닌가, 하고.
그렇게 하는 것 이외엔 없었다, 라고 생각한다면――
역시 후회한다.
죽인다면, 왜 좀더 빠르게 죽이지 않았던 것일까.
결단과 행동이 늦은 탓으로, 재앙의 규모와 피해자의 수는 터무니없게 되었다.
지금도, 남은 불이 세계를 태우고 있다.
2년전, 히카루를 곧바로 죽있 수 있었다면, 이렇게는 되지 않았다.
……후회한다.
순찰병A : 「이번은 어디라고!?」
순찰병B : 「로쿠지조(六地蔵)다!
쌀 가게에 난민의 집단이 밀어닥친 것 같아」
순찰병A : 「젠장, 여기서도 저기서도……!」
<탁탁탁탁……!>
<달려가는 병사들>
목숨의 용도를 생각한다.
후회가 가져오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럴 틈을 아껴서, 나는 보다 가치가 있는 어떠한 행동을 하지 않으면 안 되었을 거다.
잘못을 후회한다면,
적어도 갚기 위해서, 무언가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
나는, 나와 히카루에 기인하는 현세계의 혼란을 거두기 위해서, 움직여야 하는 거다.
그것이 당연하겠지. 당연한 책임일 거다.
…………하지만.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이 내가 어떻게, 세계 각지의 크고 작은 분쟁을 멈출 수 있는가.
다투는 쌍방을 검시하여, 보다 선한 측에 가세해, 악한 측을 멸하는가?
……바보 같은.
나의 선악판단에, 어느 정도의 가치가 있지.
가치기준은 여러가지이며, 선악의 판단도 여러 사람 각자인데.
무는 결국, 선악상살.
누구라도 자신의 선을 믿어 타인의 선을 멸하는 거다.
그렇다 알고서, 계속 위선의 싸움을 한다――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위선은 이미 포식했다.
무엇보다, 위선의 승리는 다음 분쟁의 온상 밖에 안 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지.
분쟁을 중재하여, 평화를 호소할까.
이상적이다.
분명, 이것이 옳다.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느냐는게 되면 이야기는 바뀐다.
선행을 하기에도 자격이 필요하다.
여태까지 실컷 사람과 싸우고, 죽여 온 자가 싸우는 것을 멈추라고 외쳐봐야, 거기에 설득력이 머물까.
누가 귀를 기울여줄까.
무리다.
완전히, 사람을 바보 취급하고 있다.
……그렇다면.
나는 어떻게 하면 되지.
어쩔 수가 없는 것인가.
「……………………」
그래.
어쩔 수가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파괴와 살육 뿐이지, 평화를 가져오는 방법은 없었다.
그러니까, 나는――
수많은 목숨을 빼앗고, 세상에 재앙을 흩뿌려 두었으면서.
심판도 받지 않고, 흩뿌린 재앙을 거두지도 못하고, 그저 막연하게 살아남아서 계속 살아간다.
그럴 수 밖에 없다.
……그렇게 하는 것 뿐인, 이 여생.
순찰병A : 「저항하지 마라!
얌전히, 빼앗은 것을 돌려줘라!」
폭동집단A : 「시끄러!
이쪽이라도 좋아서 하는게 아니야!!」
폭동집단B : 「죽고 싶지 않으면 물러나라, 군인!」
순찰병B : 「네놈들――!!」
<탕! 탕! 탕! 탕!>
<비명소리와 혼란>
「아, 크……」
「아아아――끄아아아아아!!」
나는 살아 있다…….
왜, 살아 있지.
나는 무엇을 위해서, 산 것이냐.
……무엇을 위해!!
카게아키는 오늘도 아침부터 집을 비우고 있다.
분명 밤이 깊어질 때까지 돌아오지 않겠지.
지금쯤은 또, 목적도 없이 마을을 도는 걸음으로 시간과 체력을 줄이고 있을 것이 틀림없다.
자기 목숨의 무의미함을 곱씹는듯한, 그 작업으로.
「…………」
다다미 위에 떨구듯이, 한 번 한숨을 쉰다.
생각 밖으로, 크고 깊어졌다.
누구에게도 훈계당하지는 않았지만.
그것은 큰 소리로 아우성쳤더라도 같겠지. 카게아키가 없을 때, 집에 남는 것은 나 혼자다.
이 집은 카게아키 아버지의 것이라고 하지만, 여기서 그의 모습을 보았던 적은 한 번도 없다.
마키무라라는 고용인이 있지만――그녀도 요 당분간은 외출하여 있다.
그 존재감이 옅은 사람을 언제부터 보지 않게 되었는가.
……떠올리려 해도, 할 수 없었다. 간단한 일일 텐데.
은성호와의 싸움이 끝난 이래, 심철은 어딘지 둔하다.
아마도――거기에 새겨진 사명, 존재이유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과거 5백년, 그리고 이 2년간.
만남과 결별과 싸움과 죽음.
지금은 어떤 것도, 먼 사건 같았다.
검주로서의 죽음이 가까워져, 모든 기능이 쇠약해지고 있는 것인가.
(……하지만)
그것은 심철의 일부분을 제외한 것.
조금도 멀어지지 않은 것이 있다.
검주로서 둔마(鈍磨)되는 것에 비례해서, 육체를 갖고 있었을 무렵의 감성이 어디선가 눈을 떠, 그 부분이 한 가지를 강하게 생각하고 있다.
카게아키.
……나의 사수.
그는 존재이유를 잃으면 죽음으로 향하는 검주와는 다르다.
비록 사는 이유를 잃어도, 심장은 움직이고 혈액은 돌아, 아무것도 변함없이 살아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
수치와 회한에 몸을 태우면서.
「……」
이런 결말을 바라진 않았다.
살아남아 준 것은 기쁘다. 하지만 괴로워하기 위해서 살아남길 바랐던 것은 아니었다.
충동적으로 자살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은만큼, 다행이었다고 생각해야 할까.
하지만 그가 그렇게 하지 않은 것은, 자기자신에게 도피를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모든 것을 내던져서 편해진다는 길을 택할 수 없다.
죽어버려서는 곤란하다.
하지만 이대로는――――마찬가지다.
오뇌(懊悩)를 모으고 모아, 달아날 방법을 모르면, 머지않아 안쪽으로부터 부식한다.
몸이 죽느냐 마음이 죽느냐의 차이에 지나지 않는다.
(어떻게든 하지 않으면……)
강하게 생각한다.
무라마사는 이제 쓸모없다. 잠들어도 썩어 문드러져도 좋다.
하지만 그를 이대로 둘 수는 없었다.
·
·
·
모래에 물을 뿌리고 있는듯한 것이라고, 스스로 생각한다.
술병을 기울여, 잔에 따른다.
잔을 입가에 옮겨, 흘려넣는다.
맛도 향기도 모른다.
그저 뱃바닥에 출렁거리는 것이 모여가는 것을 느낄 뿐이다.
그 반복.
「…………」
어리석은 짓을 하고 있다.
맛있는 것도 아닌데, 어째서 계속 마시는 것인가.
취해서 기분이 풀리는 것도 아니다.
기분 좋은 졸음이 찾아와 주는 것마저 아니다.
가슴은 전혀 덥혀지지 않고, 졸음은 언제까지나 멀다.
전혀 쓸데가 없는 술이다.
무엇을 위한 건지 모르겠다.
나 자신과 잘 닮았다.
「……」
「……」
곁에서부터의 시선을 알아차리고는 있었지만, 나는 눈을 맞추지 않았다.
술을 따라, 잔에 옮기는 작업에 몰두한다.
원래,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하지만 옛날에는, 다소의 맛이라면 이해할 수 있었다.
양모가 술이나 담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 나도 배운 탓이다.
담배는 전혀였지만, 술은 마시면 마실수록 알맹이에 통한다고 일컬어지는 대로, 다소는 교육의 성과도 올렸다.
그 시절의 감각을, 지금은 전혀 떠올릴 수 없다.
지독하게, 맛이 없다.
맛이 나지 않는다는 것은 이렇게나 불쾌한 것이냐며 놀랐다.
마신다.
독의 맛은, 독의 기억을 낚아냈다.
한입마다, 뇌리로 번뜩이는 것이 있다.
사람의 얼굴.
죽은 자의 얼굴이다.
이 손으로 죽인 인간.
틀림없는 대량살육의 죄.
결코 용서받을 수 없다.
심판받지 않으면 안 된다.
……하지만 나는 심판받지 않았다.
그렇다면 살아서 무엇을 하지.
죽은 자에게 보답하는 무언가를 하는가.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도대체, 무엇이냐.
미나토 카게아키란 무엇이냐.
이런 인간이 있어도 되는 건가.
마신다.
술은 부식제 같았다.
오장육부를 침식하는 소리가 들린다.
마신다.
질척질척하게.
마신다.
질척질척하게, 스며든다.
마신다――
「…………」
문득 깨닫으면, 술이 멈춰있었다.
잔이 움직이지 않는다.
팔이 눌려있다.
「그 정도로 해줘」
「무라마사……」
「오늘은 이제 쉬어줘……」
애원하는듯한 목소리.
나를 염려하고 있는 것은, 눈만 봐도 알았다.
……어째서지.
나를 염려할 필요가, 어디에 있지.
어째서 그런 짓을 하지.
「……응……」
내가 잔으로부터 손을 떼는 것을 보고서, 안도하듯이 한숨을 쉰다.
그 팔을, 나는 되잡았다.
「엣?」
「술을 멈추라고 말한다면……」
사실, 알고 있었다.
나를 구하는 것이 있다면 술 따위가 아니라.
지금 만지고 있는 이것이라고.
내가 매달릴 수 있는, 유일한 것.
「네가, 대신해라」
「……꺅!」
무라마사 : 「미, 미도우……?」
카게아키 : 「……」
깔고 누른 몸은, 검주인 주제에 아주 뜨겁다.
술로 체온이 내려간 탓으로, 그렇게 느낀지도 모르겠지만.
그리고 부드럽다.
왠지, 산토끼를 생각나게 만드는 것이 있다.
카게아키 : (뭘 하고 있는 거지)
자문.
이 마당에 이르러, 할 일은 아니었다.
나는 무라마사를 범하려 하고 있다.
누구의 눈에도 그렇게 보인다.
무라마사도, 설마 오해는 하지 않았을 거다.
이미, 얼버무릴 수도 없다.
그러니까 계속한다.
목덜미에 입을 가까이 대어, 혀를 눌렀다.
무라마사 : 「……웃……」
한번 핥아, 맛본다.
그것 뿐인 행위에, 무라마사의 몸은 과도한 반응을 보였다.
움찔 물결친다.
……하지만, 거기까지.
뿌리치는 모습도, 밀어젖히는 모습도 없다.
눈동자에는 얇게 눈물의 막이 퍼지기 시작했지만.
저항은 하지 않았다.
이렇게 된다고 생각했다.
무라마사――
이 사람이 아닌 여자는, 나를 거절하지 않는다.
용서해 줄 거다.
그러한 타산이, 처음부터 있었다.
카게아키 : (천하다……)
자신에게, 그렇게 생각한다.
하지만 그럼 어떻다는 건가.
지금까지는 천하지 않았다고라도 말하는 건가.
천박했다. 누구보다도.
그저 표면을 수선하고 있었을 뿐이다.
이제 되었다.
이제 그런, 쓸데없는 짓은 그만뒀다.
천한 자는 천하게 행동하는 것이 상응.
가라앉아라.
가라앉아버려라.
무라마사는 용서해준다.
이런 나라도――
카게아키 : 「……」
무라마사 : 「……」
무라마사 : 「으음……!」
무언가에 이끌려서, 입술을 빨았다.
머리째로 안고, 혀도 타액도 상관없이.
맞닿은 점으로부터, 무라마사의 당황이 바로 전해져 왔다.
하지만 달아나지 않는다. 하는 대로다.
이걸로 좋다.
이대로, 끝까지.
의복을 벗기고――
카게아키 : 「…………」
주저할 이유 따윈 없는 거다.
탐닉해버리면 된다.
아무도 비난하지 않는다.
아무도.
나 자신만 눈을 감으면, 분명 아무도.
[ESC]
「……욱……」
「크, 오아아아아!!」
「……미도우!?」
<벌컥!>
<뛰쳐나온다>
<탁탁탁탁탁!>
틀렸다.
나는 이제 틀렸다.
최처, 최악이다.
내가 나한테 견딜 수 없다.
나는 나인 것이 고통스러워 견딜 수 없다.
다른 무언가로.
개라도 고양이라도.
개구리라도 개미라도 좋다.
어떤 것이라도 좋으니까 변하고 싶다.
어떤 것이라도 미나토 카게아키보다는 낫다.
바랄 수 있다면, 돌이 좋다.
아아.
돌이 되고 싶다.
죄에는 벌을.
법을 범한 자에게는, 법의 심판을.
……법은, 무엇을 하고 있지?
손금을 보는 사람 : 「죄송합니다~.
손금의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만~」
손금을 보는 사람 : 「손을 봐도 괜찮을까요?」
나는 여기에 있다.
살인의 죄를 거듭한, 심판받아야 하는 남자가 여기에 있다.
법은 어쩌고 있지.
왜 심판하지 않아.
왜, 이 머리를 치지 않는 거냐.
죄인을 사형에 처하는 것은 잘못이며, 살려서 보응을 치르게 해야 올바른 처벌이라고 말하는 인간이 있다.
……그 이치도 모르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것은, 죄인이 갚을 방법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 성립되지 않는 이치다.
손금을 보는 사람 : 「우와아, 멋진 손금이군요!
당신 같은 사람과는 처음 만났습니다」
손금을 보는 사람 : 「음, 하지만 이건……
가까운 미래에 파란이 보입니다. 당신은 인생의 분기점에 도달한 것 같습니다」
내가, 어떻게 갚지?
이 손으로 죽인 사람에게, 이제 와서 어떻게 갚는다는 것이냐.
나의 책임이 없다고는 꿈에서도 말할 수 없는 현세계 각지의 전란에서 죽어 갔던 사람들에게, 어떻게 갚을 수 있지.
아니, 갚기 이전의 이야기일 텐데.
나는 연이 얕지 않은 전세계의 전화를 그저 좌시하고 있다. 야마토의, 대륙의, 유럽의――혈풍혈하(血風血河)를 멈출 수가 없다. 적어도 이것 이상 사람을 죽게하지 않도록 움직이는 것마저도, 할 수 없다.
나는 지금 현재도 사람을 죽이고, 계속 죽이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수백명, 수천명이나.
손금을 보는 사람 : 「당신은 무언가 고민하고 있군요? 그렇습니까, 그렇겠지요.
실은 지금, 바로 근처에 저의 선생님이 강연회를 열고 있습니다」
손금을 보는 사람 : 「당신도 참가하시면 고민이 해결될지도 모릅니다. 예, 분명 해결됩니다.
참가비는 고작 5백엔이니까……자, 갑시다!」
……그러니까. 어째서.
나는 단죄받지 않지?
왜, 살아있지……?
실수다.
이것은 실수인 거다.
누군가의. 무언가의.
연설하는 남자 : 「지금의 세상에는 재앙이 가득 차 있다!
전쟁은 언제까지나 계속되고, 희생자는 오로지 늘어간다」
연설하는 남자 : 「끝내는 하늘까지도 미치기 시작했다.
이윽고 커다란 재해가 일어날 것이다」
연설하는 남자 : 「어째서 이런 일이 있어났는가!?」
모든 재앙은 내가 이끌었다.
나다. 나다. 나다.
그러니까 나를 어떻게든 해 줘.
내가 이렇게 느긋하게 있는 것은 이상하다. 잘못되었다…….
연설하는 남자 : 「이것은 당신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책임이 있다.
타인의 탓으로 해서는 안 된다」
연설하는 남자 : 「당신이 오늘의 재앙을 불러버린 것이다!」
그렇다그렇다.
완전히 그 말대로다. 누가 부정 따윌 하겠는가. 의문을 끼울 여지도 없는 거다.
인정한다. 그러니까 가르쳐 줘.
나는 어떻게 하면 되는 거지.
연설하는 남자 : 「당신들이 범한 실수를 가르치지.
떠올리길 바란다. 당신들은 누가 이 나라의 주인이라 생각하고 있지?」
연설하는 남자 : 「그래, 미카도다.
하지만 당신들이 우러르는 지금의 미카도는 가짜다!」
연설하는 남자 : 「5백년전, 남북조의 분쟁에서 남조 쪽이 승리해서, 지금에 이르는 황통(皇統)의 근원이 되었다.
하지만 그때, 정통한 조정은 북조였다!」
연설하는 남자 : 「올바른 황통이 사라지고, 잘못된 황통이 세워져서……신슈우 야마토는 더럽혀져버렸다.
그렇게 더럽혀진 것이 지금, 수많은 재앙이 되어서 우리를 덮치고 있는 거다!」
연설하는 남자 : 「당신들은 야마토 국민으로서 올바른 길로 돌아오지 않으면 안 된다!
그릇된 길을 버리지 않으면 안 된다!」
올바른 길.
그릇된 길.
내가 선택한 길이 잘못이고.
지금부터라도 올바른 길을 다시 선택할 수 있다면, 꼭 그러고 싶다.
하지만.
……무엇이 올바르고, 무엇이 그릇되었을까.
돌이켜 보면, 어떤 것이건 잘못이었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그 하나하나는, 이미 선택할 여지가 없이 결정되어 있었던 것이 아닌가――그 이전의 잘못에 의해서.
그렇다면 근원은 어디냐.
어디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나는 다시 시작할 수 있지?
연설하는 남자 : 「올바른 미카도를 받드는 거다!
그것은 누구일까, 나이다!」
연설하는 남자 : 「이 나, 쿠라사와(倉澤)야말로, 북조의 후예……
쿠라사와 정통제(正統帝)인 것이다아아아아아!!」
연설하는 남자 : 「당신들은 교토의 위제(偽帝)를 폐하고, 대신에 나를 모시지 않으면 안 된다!
북조를 부흥하는 거다!」
연설하는 남자 : 「그렇게 하면 나는 야마토에 태평을 주리라!
능위(稜威)[각주:1]에 의해 이룰 것이다앗!」
연설하는 남자 : 「왜냐하면 짐은 올바른 미카도……
현인신(現人神)이다!!」
연설하는 남자 : 「짐은 신이다아아아아!!
부복하라, 나의 신민이여어어어어!!」
신.
신이 평화를 가져오는가.
……신?
신이란, 그 신인가.
그건 고대의 예언이 말하는 최후의 구원자인지 뭔지이고, 지상의 구제를 이루기 위해서 나타난 것이었을까.
세상 모든 것이 바로잡히고, 나의 살인도 없었던 일이 되어, 누구나 행복을 되찾을 수 있었는가?
그렇다면 무엇인가.
나의 최대의 과오란, 그것을 파괴한 것인가.
무슨 짓을 한 것인가.
그렇다면, 그렇다면……
「신……」
연설하는 남자 : 「오오! 나의 백성이여!
그대가 최초로, 올바른 길로 되돌아왔다!」
연설하는 남자 : 「북조의 제위를 탈환하기 위해 함께 싸우자!」
「신이여」
연설하는 남자 : 「자아, 다른 자도 무엇을 하고 있나!
그를 따라서, 나의 손을 잡는 거다!」
연설하는 남자 : 「거짓된 미카도를 계속 우러르는 자는 구원받을 수 없다!」
「신」
「네가, 세계를 구하기 위해서 왔다면」
연설하는 남자 : 「오옷!?」
<멱살을 잡힌다. 웅성거리는 군중들의 목소리>
「어째서 나 같은 것한테 살해당했나!?
신이……어째서냐!」
연설하는 남자 : 「잠깐, 당신, 우익의 사람……!?」
「구하려면 제대로 구해라!
나 따윈 밟아뭉개면 되었을 텐데……」
「네놈이 성실하게 했으면!!」
연설하는 남자 : 「기, 기다려! 죽이지 말아줘!
그만둡니다. 북조 정통제 역시 그만둡니다! 퇴위해서 법황으로――」
「아아아아아아아악!!」
솟구친 분통째로, 신을 던져버렸다.
우갸아아아, 하고 비명을 지르면서 그것은 쏜살같이 달려서 떠났다.
……어찌할 방법이 없다.
이미 신은 죽었다.
잘못을 전부 없애주는 편리한 존재는 어디에도 없다.
어찌할 방법이 없다.
이미 모조리 다, 어찌할 방법이 없는 거다.
왜, 살아있는 것일까.
왜, 걷고있는 것일까.
여기는 어디일까.
모르겠다.
왠지, 모르는 것 투성이다.
어느새인가 뇌수가 빠진 모양이다.
주우러 가볼까…….
아니, 되었다.
어차피 그다지 도움이 되진 않는다.
내버려둬라.
쓸데없는 것은 없는 편이 가벼워 좋다.
그게 당연하다.
그나저나, 여기는 어디지?
본 기억이 있는 것 같은 없는 것 같은.
사람이 있다.
물어볼까.
「실례.
뇌수를 찾고 있습니다만 모릅니까?」
뚱뚱한 남자 : 「너희들, 왜 이런 시간까지 어슬렁대고 있지? 아앙!?
역시 수상한 녀석들이구나……」
말상의 남자 : 「다리를 부순 것만으론 부족한 거냐.
이번엔 무엇을 할 생각이었지!?」
큰 체구의 난민 : 「아니야!
우리도, 수상한 녀석이 없는지 돌아보고 있었어」
작은 체구의 난민 : 「다리를 부순 녀석이 나오면, 잡자고 생각해서……」
뚱뚱한 남자 : 「핫. 잡힐 리가 없을 텐데.
범인이 범인을 찾고 있지 마!」
큰 체구의 난민 : 「그러니까, 정말로 아니야!
우리는 하지 않았어!」
말상의 남자 : 「시치미를 떼긴.
너희가 아니면 누가 하지!」
……음.
왠지 붐비고 있는 것 같다.
사람은 열 명 가까이나 있지만, 서로 말하는데 바빠서 아무도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는다.
이건 안 된다.
손금에 따르면 여기는 인생의 분기점이다.
어떻게 해서든 그들에게 이야기를 들어서 뇌수를 버릴지 신에게 지불한 5백엔을 되찾을지 결정하지 않으면 안 된다.
모든 것을 북조 부흥을 위해서…….
「길을 묻겠습니다.
신인지, 뇌수인지, 열반이나 지옥으로」
「아아, 저라도 좋습니다.
그겁니다. 자신 찾기」
큰 체구의 난민 : 「하?」
작은 체구의 난민 : 「뭐야 당신……
우왁, 술 냄새!」
「어째서일까요.
아무도 취하진 않은 것 같습니다만」
말상의 남자 : 「……어이. 누구야, 이런 주정뱅이 데리고 온 것은」
뚱뚱한 남자 : 「모른다고.
멋대로 다가왔을 텐데?」
작은 체구의 난민 : 「저기, 당신.
미안하지만 지금, 혼잡한 와중이라서」
「그렇습니다. 혼란스럽습니다.
제가 왜 살아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어느 분인가 아시진 않습니까?
바라건대 가르침을 받고 싶습니다」
말상의 남자 : 「아주 정중한 주정뱅이구나……」
뚱뚱한 남자 : 「아~, 이런 건 아무래도 좋아!
아무튼 너희들! 다리에 대해선 잊을 생각 없으니까」
큰 체구의 난민 : 「그러니까, 우리는――」
「다리란 무슨 일입니까」
작은 체구의 난민 : 「아니……봐봐. 저쪽의 강에 떨어져 있지.
부서져서, 건널 수가 없어」
「과연. 이건 안됩니다.
하지만 제가 생각컨대――젓가락[각주:2]을 건널 수 없다면 포크나 스푼을 건너면 되는 거 아닐까요」
작은 체구의 난민 : 「……」
큰 체구의 난민 : 「상대하지 마……」
말상의 남자 : 「저 다리는 말이야, 우리의 생활에 필요했었어」
뚱뚱한 남자 : 「이대로 끝낼 것 같아.
변상해라!」
큰 체구의 난민 : 「변상이라니……그런」
뚱뚱한 남자 : 「할 수 없다면――」
「포크를」
큰 체구의 난민 : 「포크?」
뚱뚱한 남자 : 「너희들 전원, 내쫓을 뿐이다!」
「포크로」
큰 체구의 난민 : 「포크로!?」
뚱뚱한 남자 : 「누구와 이야기하는 거야!
그렇달까, 방해되니까 저쪽에 가라, 주정뱅이!!」
「……?」
뚱뚱한 남자 : 「너야! 두리번거리지 마!」
「저는 취하지 않았습니다만」
뚱뚱한 남자 : 「어떻게 봐도 취했어!」
「이럴수가.
저는 취해 있었던 겁니까……」
「그럼 조금 더, 주정뱅이답게 행동하는 편이 좋겠군요」
뚱뚱한 남자 : 「충분해!!」
말상의 남자 : 「어이, 상관하지 말라니까」
뚱뚱한 남자 : 「알고 있어.
……잘 들어라. 한번 더 말해두지」
「네」
뚱뚱한 남자 : 「너한테가 아니야!」
말상의 남자 : 「그러니까……」
뚱뚱한 남자 : 「알고 있어!
잘 들어라, 난민들! 변상하거나 나가거나 어느 쪽인가다!」
큰 체구의 난민 : 「……자기 멋대로만 말하다니!
우리는 하지 않았다고 말했잖아!」
뚱뚱한 남자 : 「알까보냐!
어차피 너희들은 방해야!」
큰 체구의 난민 : 「뭐라고!?」
「싸우지 말아주세요」
뚱뚱한 남자 : 「이제 됬으니까 너는 어딘가 가라!」
「아니요.
싸워서는 안 됩니다」
「나쁜 것은 저이니까」
말상의 남자 : 「하아?」
「당신들이 서로 비난해서는 안 됩니다.
저를 꾸짖으면 되요……」
「재앙을 낳은 것은 나다.
내가 나쁘다. 나를 꾸짖어라. 나를 벌해라」
큰 체구의 남자 : 「……」
작은 체구의 남자 : 「……」
「그렇게 해줘.
어떻게 당해도 좋아. 죽여줘도 상관없다」
「그러니까」
「……그러니까아……」
<쿠당!>
밤하늘이 펼쳐져 있다.
달이다.
쪼개진, 달이다.
……어째서 저렇게.
그렇다.
히카루가, 걷어차서 쪼개버렸던 거였다.
정말이지 개구쟁이 녀석이다.
「하핫」
「하하, 하하하」
우스웠다.
달이 쪼개져 있는 거다. 우스워서 견딜 수 없다.
지면 위에서, 구르며 웃는다.
배가 아프다. 너무 웃어서 아프다.
아아……우스웠다.
하지만.
저기, 히카루?
어째서 너는……
나도, 저런 식으로 때려부숴주지 않았지.
어째서, 나를 데리고 가지 않았어?
어째서…………
[ESC]
말상의 남자 : 「……어이.
이 녀석, 어떻게 하지?」
뚱뚱한 남자 : 「어떻게라니……알겠냐」
큰 체구의 난민 : 「…………」
작은 체구의 난민 : 「…………」
뚱뚱한 남자 : 「……젠장.
왠지 바보 같아져버렸어」
말상의 남자 : 「나도야.
……오늘은 물러나자고」
뚱뚱한 남자 : 「그래……」
힘겨운 싸움 끝에 은성호를 쓰러뜨린 카게아키와 무라마사.
하지만 기적처럼 살아남은 카게아키도, 사명을 끝낸 무라마사도 그리 행복해보이진 않는군요.
그럼, 악귀편을 시작합니다.
영웅편이 이치죠에게, 복수편이 카나에에게, 마왕편이 히카루와 챠챠마루에게 포커스를 맞춘 이야기였다면
이번 악귀편은 카게아키와 무라마사의 이야기입니다.
'번역 - 장갑악귀 무라마사 > 악귀편(悪鬼編)'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장갑악귀 무라마사 악귀편(悪鬼編) - 6 (3) | 2014.10.04 |
---|---|
장갑악귀 무라마사 악귀편(悪鬼編) - 5 (8) | 2014.09.20 |
장갑악귀 무라마사 악귀편(悪鬼編) - 4 (0) | 2014.09.20 |
장갑악귀 무라마사 악귀편(悪鬼編) - 3 (2) | 2014.09.20 |
장갑악귀 무라마사 악귀편(悪鬼編) - 2 (5) | 2014.08.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