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 한달만에 번역을 하려니까 페이스가 잘 안 오르네요.
뭐, 하다보면 다시 늘겠지요.
……눈을 뜬 순간, 뇌리를 차지한 사항은 둘.
본 기억이 없는 장소라는 것과, 머리가 무겁다는 것이었다.
어느 쪽도 이유에 짐작이 없다.
낯선 집. 이불 한 장으로 누워있다. 뇌신경계는 전위음악의 연구에 여념이 없다. 목이 마르다. 나른하다.
……뭐가 어째서, 이렇게 되었나.
현재로 이어지는 과거가 생각나지 않는다.
어딘가 깊이 묻혀버린 것 같다. 파내야 하겠지만……지금은 그것도 귀찮다.
나는 두통에 굴복하는 심정으로, 힘을 뺐다.
손발을 늘어뜨린다.
<스르륵>
<문을 열고 들어온다>
물을 한 잔, 받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천장은 물음에 답해주지 않았다.
뇌세포는 현재, 그을린 천장판보다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 확실해서 물을 의미도 없다.
만난 적이 없는 아이다――라고 생각하지만.
일어나서, 양철컵에 담겨서 내밀어진 물을 받는다.
계절의 탓이겠지, 아주 차갑다.
한 입에 다 마시면, 금속냄새가 섞인 수도수는 겉치레로도 맛있다고는 말할 수 없었지만, 그래도 기분좋게 위의 바닥에 스며들었다.
크게 숨을 쉰다.
그 순간, 배가 울었다.
……뇌보다 먼저 위장이 활성화한 모양이다.
거기까지 뻔뻔스럽지는……」
「………….
예, 그, 조금」
어린애 상대로 허세를 부리는 어리석음을 깨닫고, 한심하게 인정한다.
속의 상태로 봐서 헤아리기에, 어젯밤 내지 그것보다 전부터, 아무것도 먹지 않은 것 같다.
호흡할 때마다 꼴사나운 소리가 울린다.
「기다려」
아이는 안쪽의 부엌으로 사라졌고, 곧바로 돌아왔다.
「이거」
「……예. 감사합니다」
건네받은 것은 고구마였다.
조금 작은 것이 하나.
감촉은 차갑지만, 일단 불은 거친 것 같다.
……식사라 부르기엔 간소하지만, 물론 그것에 불평을 말할 이유는 없고, 게다가 이거라면 사양할 필요도 없을 것 같다.
감사히, 후의를 달게 받아들여두기로 했다.
「잘 먹겠습니다」
「응」
미어터지게 입에 넣는다.
차가워진 고구마는 하지만 충분히 달고 맛있었다.
1분도 걸리지 않고 배에 거두었다.
아이는 시종일관, 그런 나를 지켜보고 있었다.
「……잘 먹었습니다」
「천만에요」
「…………」
「저기, 그나저나」
느닷없이, 불길한 예감이 등골을 기어 올랐다.
그렇게 만든 것은 창 너머의 태양인가. 지금, 시간은 아침――아침 식사치고는 시간이 다소 빠를까하는 때.
하지만 식사를 한 것은 나 뿐이었다.
「당신은, 먹지 않습니까?」
「응」
「줘버렸어」
「……」
「……」
「…………」
「…………?」
「…………………………………………」
「왜 그래?」
「대단히, 죄송합니다」
뇌내세계에서 일만오천번 정도 자기자신을 구타한 다음에, 나는 손을 붙이고 머리를 숙였다.
응? 하고 아이가 고개를 갸웃했다.
「이 보답은 곧바로 하겠습니다」
「보답?」
「당신의 식사를 가로채버렸으니……」
「? ……?」
「아저씨, 곤란해했어」
「나보다」
「그러니까, 준 거야」
「……그, 그렇습니까」
더더욱 얼굴을 들 수 없게 되어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
석가불(釈迦仏)을 잡아먹은 범도 다음에 이런 심정이 된 것은 아닐까 생각했다.
쇼크 효과인지, 머리속도 겨우 각성하기 시작한다.
상황의 이해가 조금씩 진전된다.
……작은 집이다.
몇 사람이나 살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지만, 이 아이 혼자만이라는 것은 아니겠지. 갖추어진 가구로부터 봐서 양친은 있을 거다.
하지만 인기척은 없었다.
모습이 안 보이는 것은 물론이지만, 작다고는 해도 일가족이 살고 있으면 반드시 느껴질 온도도 없다.
잘 응시하면, 군데군데 먼지가 많기도 하다.
……그럼?
「? 왜 그래?」
「아니요. 실례했습니다」
생각을 끊는다.
흔한 말처럼 가정사정에 잔소리를 하는 것보다, 자신을 되돌아보는 것이 먼저이겠지.
어젯밤은……그래.
과음해서, 무라마사 상대로 흐트러진 행동을 하고, 그 결과 뛰쳐나와 마을을 배회한 거다.
운동한 탓으로 술이 돌아서, 만취했다――지금이 되어서 자각한다.
역앞에서 묘한 설교를 듣고, 거기서도 행패를 부렸다. 그리고, 그 다음에……
그래, 무언가 말다툼을 벌이는 사람들과 조우한 거다.
나는 그 사이로 들어가서,
「…………」
들어가서――
어떻게 되었던가.
거기서부터 기억이 없었다.
「……그.
제가 어째서 이 집에 있는지, 가르쳐주실 수 없겠습니까」
얼빠져 보이는 질문을 한다.
하지만 그것 밖에 방법이 없다.
「그게」
「어제, 아저씨가」
「네」
저는 아직 20대입니다, 라고 쓸데없는 말은 끼우지 않고 맞장구만 친다.
「싸움을 말리고」
「그 다음에, 자버렸으니까」
「데리고 왔어」
「…………」
「과연」
딱 5초간을 들여서, 나는 이해했다.
즉, 이 아이는 어젯밤의 한 장면을 어딘가 가까이서 보고 있었다. 그래서 취해서 쓰러진 나를 친절하게도 집까지 옮겨들어 주었다.
……아니. 그래선 조금 이상한가.
이 아이의 힘으로 나의 체중을 들어올릴 수 있을 리가 없다. 옮긴 것은 가족, 아마도 부모님이겠지.
그렇게 되면, 그쪽에도 감사를 하지 않을 순 없을 거다.
「양친은 어느 쪽에?」
「아버지하고 어머니?」
「예」
「없어……」
「직장일까요」
「으으응」
「없는 거야」
「…………」
이번에도 5초, 필요했다.
한 가족분의 세간이 갖추어진 집. 하지만 온도는 낮다. 먼지.
……그런가.
이 아이의 양친은 없는 것인가. 지금은, 이제.
「아버지는, 군대에 갔어」
「바로 돌아온다고 말했어」
「하지만 편지가 와서」
「어머니가 울었어.
아버지는 이제 오지 않는다고」
「…………」
「그리고나서……
어머니도 없어져버렸어」
「……어디에 가셨습니까?」
「몰라……」
「………………」
진하게 우린 차를 마시고 싶어졌다.
바랄 수가 없는 그것 대신에, 혀 뒤쪽에서 솟은 침을 삼켜둔다.
……쓰다.
하지만 그 의식 덕분에 어떻게든, 침강(沈降)하려던 마음을 앞으로 되돌릴 수 있었다.
「생활은 어떻게――
아니요. 식량은 어떻게 하고 계십니까?」
「야채가게 씨」
「도와주면, 밥을 줘」
「그거하고, 배급」
……배급인가.
그러고 보니, 식량배급제도가 부분적으로 부활했었다. 정세가 개선되지 않으면, 머지않아 다시 전면적으로 그렇게 된다고 내다보고 있다.
대다수의 사람에게 있어선 불행일 그 변화는, 이 고아에게는 몇 안 되는 은혜가 된 것이다――변화의 원인인 전쟁으로 부친을 잃은 것을 생각하면, 완전히 얄궂을 뿐이지만.
어쩌면 조금 전의 고구마가 그 배급품이었겠지.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먹어도 될 것은 아니었다.
「늦어서 죄송합니다만, 저는 미나토 카게아키라는 사람입니다.
당신에게는 대단히, 신세를 졌습니다」
「이름이야?」
「네」
「카게아키?」
「그렇습니다.
괜찮다면, 당신의 이름도 들려주세요」
「응」
[ESC]
「히카리」
「――――」
「에?」
「히카리……」
그 아이는 반복하면서.
나의 손등에 서투르게, 한 글자를 썼다.
히카리(光).
……그 한 글자를.
제게 아이가 있었다면, 같은 이름을 붙였겠지요」
미소였던 것일까.
쭉 일자로 다물렸던 입가가, 처음으로 조금 다른 형태가 되었다.
호흡이 괴롭다.
지금의, 완전한 기습에 나의 심장은 뛰어올라, 진정시키는데 필사적인 힘을 들이지 않으면 안 되었다.
……이것이 기연이라는 것인가.
화제를 찾는다.
진정될 때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싸움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네」
말하고 나서 깨닫았지만, 확실히 이것은 신경쓰이는 일이었다.
기억은 도무지 판연하지 않지만……상당히 험악한 분위기가 아니었을까?
이런 세상이다. 누구나 살기를 띄고 있다.
그대로 난투까지 진행되었다면――부상자 한두명 정도로는 그치지 않을 전개가 되었다, 일 수도――
「아무렇지도」
「……아무렇지도?」
「응」
「괜찮았어」
「…………」
「그, 즉.
아무도 부상은 입지 않았다는?」
「응」
「그렇습니까」
그건 잘 되었다.
다행스런 일이다.
자세한 사정은 전혀 모르지만……여하튼, 폭력을 쓴 다툼이 되지 않았다면 그보다 나은 일은 없다.
더욱이, 이런 아이의 곁에서.
「하지만……어째서」
「아저씨」
「네?」
「아저씨가, 말렸어」
「…………제가?」
「그래」
「……………………」
「그것은……어떻게?」
「그게」
「…………」
「포~크……?」
「포크?」
「응.
젓가락하고, 포크」
「? ……?」
의미불명이다.
하지만……
(그런, 가)
어쨌든, 나는 싸우는 사람들을 수습한 것 같다.
(……그런가……)
나는――
다툼을 멈출 수 있었던 거다.이런 나라도, 그런 걸 할 수 있는 거다.
뺨에 손을 댄다.
왠지, 핏기를 되찾은 듯한 열이 있었다.
스스로 깨닫기 전에 간파된 것이 부끄럽다.
「실례. 별일 아닙니다.
하는 김에, 그 후에 대해서 입니다만」
얼버무릴 겸, 내던져두고 있던 의문을 묻는다.
「노력했지만, 움직이지 않아서」
「곤란해하고 있으니……
언니가 와 주었어」
「언니?
양친 외에, 가족이?」
「으으응.
모르는 사람이야」
……이 아이가 나를 옮기려다 곤란해하고 있는 참에, 여성이 지나가다 도왔다?
「그 분은 지금 어디에?」
「그게」
「거기」
「거기?」
가리키는 방향으로, 돌아본다.
작은 집의 작은 현관문――
언제부터 거기에 있었을까.
무라마사가 팔짱을 끼고,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밖으로 나왔다.
보기에, 여기는 가마쿠라시의 중심부에서 약간 벗어난 부근 같다.
그리 포장이 잘 되지 않은 길을 따라서, 작은 집들이 처마를 늘어놓고 있다.
……거북하다.
아직 한마디도, 말을 나누지 않았다.
무라마사로서는, 원망을 품고 있겠지. 당연하다.
나로서는, 어젯밤의 추태를 떠올리니, 입이 무거워질 뿐이었다. 당연하지만.
어떻게 해야 할까.
손이 닳도록 사과할 수 밖에 없는 것은 알고 있지만…….
「있지」
「……?」
「조금……기운이 났어?」
「…………」
「그래.
그럴지도 모른다……」
「그래……」
「……」
「……」
「무라마사」
「뭐야?」
「……어제의 일이지만」
「――――」
「으, 으응」
「……아, 그……」
「미안했다」
「……」
「사과한다고 끝날 일도 아니지만……」
「……괜찮아, 별로.
신경쓰지 말아줘」
「그럴 수는 없다」
「……나는……」
「나, 나는 말이지.
당신이 바란다면, 」
「아무튼 약속한다.
바보 같은 짓은 그것 뿐이다」
「…………에?」
「그런 짓은 이제 두 번 다시 하지 않는다」
그렇다. 그런 실태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
가슴에 새기듯이, 강하게 단언한다.
「…………」
「그……그래……」
「절대로다」
「흐, 흐으응?」
「천지에 맹세하지」
「우후후후후후후후후후후후후후」
「……무라마사?」
「뭐야?」
「역시……화나 있는 건가?」
「어, 어째서?」
「아니, 왠지 모르게……」
「나의, 어디가, 화내고 있는 것일려나?
이렇게, 아주 밝게, 웃는 얼굴이잖아?」
「그, 그렇구나」
인왕상(仁王像)[각주:1]의 입가만 에비스(恵比寿)[각주:2] 님으로 바꾼듯한, 훌륭한 미소다.
「기……기분 탓이었나?」
「그, 그래.
기분 탓이잖아?」
「그럼……괜찮지만……」
「훗, 후후후.
미도우도 참, 이상한 말 한다니깐」
「그, 그래……미안」
「후후, 후후후후후후후후후후」
여기는 어디냐.
북극해인가.
온난습윤기후의 나라라곤 생각할 수 없는 이 한기는 도대체 어디에서 불어오는 거지?
이것도 이상기상일까.
「……하아. 정말」
「됬으니까 돌아가자, 미도우.
별로 용무는 없겠지?」
「그래……아니」
「조금, 해보고 싶은 일이 있다」
「?」
우선은 작은 은인을 위해서 식사를 조달.
그러고 나서――
변함없이 여심을 잘 모르는 카게아키였습니다.
그나저나 카게아키에게 작은 위로를 준 아이의 이름이 히카루와 같은 글자를 쓴다는 것은 확실히 묘한 인연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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