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악귀편 번역이 완료되었습니다.
이제는 전부 올리기만 하면 되네요.
조금 기다리고 있어줘」
씌인 것이 떨어진 기분, 이라고 해야할까.
심신의 가벼움은, 자신의 일인데도 당황스러울 정도였다.
살아있다.
단지, 그렇게 느낀다.
거기에 부가가치는 아무것도 없다.
작고.
무겁지 않고.
누군가이기도 하며, 누구가도 아니다.
단지 살아있다.
……결국.
자신은 오만했었다고, 생각한다.
등신대(等身大)인 자기자신을, 지금 겨우 인정한 것인가.
그렇게 생각한다.
――신(天道).
어젯밤에 들은 한마디를 떠올린다.
사람의 죄업이, 하늘, 그리고 하늘을 비추는 속세의 중지(衆知)[각주:1]가 재량하는 바에 있다면, 나 자신, 나 개인으로 그것을 운운하는 것이야말로 불손.
――――인가.
아마도……그렇겠지.
머지않아 이 몸은 심판받는다.
응보의 날은 온다고 믿는다.
――믿고,
살아간다.
(그런 것인가)
그런 것이겠지.
부엌에서 들리는 경쾌한 곡조에 귀를 맡기면서.
나는 행복――과는, 다른. 하지만 평온한, 태평한 것으로 내면이 채워져있는 것을 느꼈다.
여름의 호수에 잠긴 심정으로, 온화한 시간을 보낸다…….
[ES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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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해서.
1시간이 경과했다.
<스르륵>
아니, 별로 급한 것은 아니니까」
<다시 돌아간다>
………….
그러고 보니, 어딘가에서 어떠한 때에 물은 적이 있다.
검주 대장장이의 가문에서 태어나, 이름의 계승자라 간주된 자는, 아주 어릴 때부터 그 후의 생애 거의 전부를 대장장이 기술의 수행에 들이기 때문에――
일상생활의 잡무는 문하생, 하인들에게 전부 맡기게 된다.
…………라고.
이상을 감안해서 생각해본다.
무라마사는 과연, 요리를 한 적이 있는 것일까?
<도마 두드리는 소리가 점점……>
<탁탁탁탁탁탁>
<……타악!>
<탕!>
<탕!>
「……소리가……」
<스르륵……탁!>
「조금 더, 조금 더야」
「그,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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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탁탁……타앙! 쾅! 쾅!>
「…………」
이 집의 부엌에 도끼나 해머가 준비된 적은 없었을 거지만…….
<스르륵……탁!>
「조금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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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둥!>
<투타타타타타타타타타…………!!>
「……개틀링건……?」
아니 착암기인가……?
<스르륵……탁!>
《바로! 바로이니까!》
「그래……」
「…………」
지금, 여덟 줄기의 절족에 냄비와 식칼과 달걀과 그 외 여러가지를 쥔 친숙한 큰 거미가 시야를 스친듯하다 생각했지만……물론, 착각이겠지. 내가 아는 한, 요리에는 두 팔로 충분할 터이다.
<투둥!>
<투타타타타타타타타――――!!>
<콰앙!>
<타악――!>
<투타타타타타타타――――!!>
<콰광!>
<콰과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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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
겨우 끝났는가…….
<촤아아아아앙――――!!>
<부엌에서 번갯불이……!!>
<쿠우우우웅…………!!〉
[ESC]
……결국 내가 도와서, 아침식사라기 보다 조금 이른 점심식사가 되었다.
「아, 아니야.
이래 봬도 요리 정도는 할 수 있으니까!」
「단지……봐봐, 도구나 식재가 옛날과 다르고.
그래서야! 그래서 조금 당황했을 뿐이야!」
「……그런가」
식칼도 도마도 냄비도, 쌀도 된장도 전갱이의 건어물도, 5백년 전부터 존재하고 있었다 생각하지만.
말하지 말고서, 나는 끄덕였다.
실제로 그런 이유라도 없으면, 주방 반괴라는 결말은 납득이 어렵다.
「내일은 제대로 할 테니까」
「아니 자중해다오」
저것 이상의 참상이라선, 마키무라 씨가 돌아오셨을 때에 심장정지를 일으킬 수도 있다.
「그래도」
「나는 아침밥을 빼도 괜찮은 쪽이다」
「그거, 건강에 좋지 않아」
「……식칼로 전자발도하려고 하는 검주를 멈추는 것도 그리 건강적인 체험은 아니었지만」
「우우……」
불만스럽게 입을 삐죽이는 무라마사.
그 곁을, 몇 몇의 어린애들이 달려갔다.
일요일의 정오. 하늘은 활짝 트인 청천(晴天).
산책에는 철호의 날씨라 할 수 있다.
딱히 목적도 없이 무라마사를 권유해서 밖으로 나왔지만, 단지 걷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기분을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날씨 좋네」
「언제나 이렇다면, 겨울도 나쁘지 않다」
「추운 것은 싫어?」
「뭐 그렇지. 남들 수준으로」
「추운 것보다는, 더운 편이 서투르지만……」
「나는 추운 것이 싫었을려나.
지금은 검주니까, 어느 쪽도 태연하지만」
「겨울의 추위는 껴입고 난방을 하면 견딜 수 있어도, 여름의 더위는 알몸이 되어도 견디기 힘들다……라고 한다만.
너의 시대에는, 그런 말은 없었나」
「없지만……
알 것 같은 기분이 들어」
「그래도」
「응?」
「춥다고 해서 불을 쓰고만 있으면……비용이 늘어나. 아니 정말로.
그러니까 겨울은, 식량이 줄어드는 것을 각오해서 데피거나, 그 반대가 되는 거야」
「덕분에 겨울에는 좋은 추억이 없네」
「아아……과연」
시대 배경의 차이가 이런 곳에서도.
현대도 겨울철의 광열비는 주부의 고민거리이지만, 연료가 미발달했고 고가였던 옛날은 한층 더 고생스러운 문제인 것이 당연하다.
「그런 점에서 여름의 더위는 어쩔 수가 없는만큼 처음부터 포기가 돼」
「발상의 전환이구나」
「뭐……그래도」
「음」
「봄과 가을 쪽이 좋은게 당연하지만」
「정말이다」
「바다 저편의 어딘가에는, 항상 봄인 나라도 있잖아?」
「그래」
「그런 곳에 살 수 있으면 행복하겠네」
「그렇구나.
조금……아쉬운 기분도 들지만」
「……그런가.
사계절의 풍취가 바뀌는 것을 즐길 수가 없는 걸」
「여름의 밤도 겨울 풍경도, 잃으면 아깝다」
「즉, 포기가 중요하고, 사치스런 말을 하면 끝이 없다는 것일까」
「글쎄?
머지않아 과학의 진보로, 좋아하는 계절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게 될지도 모르지」
「그렇게 되면 어떤 요구라도 이루어진다.
인류의 예지의 승리다」
「그렇네」
「음」
「…………」
「…………」
「그거……실은 이겼다 생각해도 진 거 아니야?」
「역시 그렇게 생각하나」
「풍취가 없는 것 같은……」
「풍취가 없구나……」
별 것도 아닌 회화.
대화하기 위해서 입을 움직인다기 보다, 입을 움직이기 위해서 대화하는듯한.
그러면서, 걷는다.
정처없이.
의의를 갖지 않은 시간.
하지만 무가치하다곤 생각하지 않았다.
이러고 있고 싶다 생각했다.
「저기, 미도우」
「응……?」
「저거, 무엇일까」
「공원인가?
……사람이 모여있구나」
「가볼까」
「응」
벤치와 아동용의 놀이기구가 몇가지 있을 뿐인, 본래라면 한적한 공원이다.
하지만 오늘만은 양상이 달랐다.
지면에 돗자리, 융단, 비닐 시트가 깔려서, 열을 이루고 있다.
그 위에는 다종다양한 물건들과, 그것을 파는 사람들.
「시장?」
「벼룩시장이구나」
그런대로 이상 규모의 도시라면, 적당한 광장을 써서 그때그때에 열리는 자유시장이다.
가마쿠라에서도, 딱히 드문 행사는 아니다.
하지만 최근의 높은 빈도에는, 역시 시세가 관련되었겠지.
가마쿠라로 도망친 전재난민(戦災難民)이, 당장의 생활비를 얻기 위해서 가지고 온 물건들을 판다.
혹은 몸 하나로 도망쳐 온 난민이, 적은 소지금으로 저가의 물건들을 구입한다.
쌍방의 요구를 채우는 거래터가 요구되어 준비된다.
이 시장도, 인파의 상당수는 어느 쪽인가를 목적으로 하는 난민이라 생각되었다.
다만,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은 시민 판매자와 구매자도 드문드문 보인다.
나는 당황스럽게 주변을 둘러보는 무라마사를 재촉해서, 그 중 하나에 접근했다.
「네, 어서오세요~!
한번 집어보세요~!」
외견은 작은 체구이지만 위세는 좋은, 젊은 여성점주의 목소리로 맞이되어, 깔개의 앞에 허리를 떨군다.
취급하는 물건은――조각, 차사발, 항아리, 귀금속의 세공물…….
고물(古物)이 아니라, 공동품이라 부르지 않으면 실례일 것 같은 것 뿐이다.
아마추어가 팔 수 있는 물건이라고도 생각되지 않는다. 아마도 여기는 본직 골동상의 출점이겠지.
「흠……」
「……미도우, 이런 거 좋아했지」
「아는 건가」
「왠지 모르게」
「왠지 그런 오라가 나오고 있어요」
왠지 점주한테도 동의받았다.
「……좋은 것을 비치하고 있군요」
「아, 압니까? 압니까?
캬아~, 기뻐지네요, 딱 좋은 봉과 만나다니!」
「자아, 팍팍 봐주세요!」
「……지금 뭔가, 이상하지 않았어?
이상하다고나 할까 불온하다고나 할까」
「그런가?」
점주에게 권유받은 대로, 눈에 띄는 물건을 하나 집는다.
텐모쿠(天目)[각주:2] 차사발――화려한 색채이지만…….
「역시로군요, 손님. 그거 좋은 물건이에요.
우라센(裏千家)가의 최고장인도 절찬한, 마루야마 가에이(丸山雅永)의 공작 텐모쿠입니다」
「호오……이것이」
「물론 위작 확정.
상자도 있고, 뚜껑 뒤에는 제대로 우라센가 장인 직필이 틀린 것 투성인 서명도」
「……역시 뭔가가……」
「가격은?」
「사실은 만 정도 됩니다만, 최근은 경기가 나쁘고, 손님은 눈이 높은 사람이고……」
「3천엔으로 어떨까요?」
「그거 싸군요」
정말이라면 이지만.
후반은 흉중에 봉인하고, 차사발을 원래 위치로 되돌린다.
그 옆에는, 맛이 깊은 색을 한 항아리가 있었다.
「이쪽은……」
「시가라키야키(信楽焼)[각주:3]에요.
헤헤헤~, 이 녀석도 좀처럼 없는 일품이라」
「괜찮지요? 이 노송나무 문양」
「상당히」
「유약은 없지만, 거기가 또 맛이지요」
「확실히……」
「감촉도 훌륭해요.
부디부디, 손님」
점주에게 손을 잡혀서, 항아리까지 잡아당겨진다.
「음……」
「어떻습니까~?」
「좋은 피부입니다」
「왠지 이렇게, 관능적이고……등골에 오싹오싹 오지요?」
「네」
「아아~…….
손님과 이런 걸 하고 있는 것만으로, 저도 점점 이상한 기분이……」
「점주님……」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거야!!」
「항아리지만」
「항아리인데요?」
「……그, 그래……」
「그래서, 어떻습니까 손님」
점주는 나의 손을 쥔 채로, 그 손등에, 스르륵하고 손가락을 기었다.
「조금 비쌉니다만, 손해는 입히지 않아요?」
「얼마나 합니까?」
「손님의 잘생긴 얼굴에 져서……」
어루만지는듯한 움직임으로, 손끝이 숫자를 그린다.
「…………」
「이 정도로」
「그것은 점주님, 저로선 힘듭니다」
「야~ 곤란하네요~.
이건 에도나, 어쩌면 그 이전의 물건이라. 이것 이상 싸게는 못해요~」
「에에이, 하지만 별 수 없네.
장사가 되지 않지만, 손님을 위해서……이걸로 어때요!?」
「글쎄요……」
「……슬슬 손, 떼어놓는게 어떨까……」
「부탁해요~ 손님.
저한테도 생활이 있으니까~」
「여기선 기분 좋게 이 가격으로 타협을 합시다」
「하지만 이건 고민스럽군요」
「그렇게 말하지 말고요.
사주신다면……저 손님의 댁까지 제대로 전달할 거에요?」
「약간의 서비스도 할 수 있을지도」
무언가 의미심장하게, 점주는 말했다.
왠지 몸을 대어 온다.
「……………………」
「미 ・도 ・우」
「무라마사?」
「그 항아리, 갖고 싶은 거야?」
「뭐, 나쁘지 않다고는 생각한다」
「그럼 10분의 1로 깎아」
「……갑자기 말인가?」
「어~이어이어이어이!
언니, 조금 귀가 길다고 나대는 건 곤란한데요!!」
나의 손을 뿌리치고, 점주는 난폭한 어투로 말문을 끊었다.
작은 몸집인데 내려다보는 눈길로, 무라마사를 흘긴다.
「우리 물건에 흠을 잡는단 걸려나? 그렇지 않으면 값을 후려친단 걸려나?
어느쪽이건 그런 걸 했다간 이미 소중한 손님이 아닌데요!!」
「어느 쪽도 아닙니다.
올바른 가격을 매겨 주었을 뿐이야」
「괜찮을까나 그런 말을 해도!?」
「흥」
「카악~, 북극의 곰 무서운 줄 모르고!
이렇게 되면 철저히 승부야, 귀 빙글빙글 돌아가는 언니!!」
「돌겠냐!」
「그럼 한가지 가르쳐주셔야겠네!
이 오래된 시가라키 항아리와 지금의 웃기는 평가, 무슨 도리로 맞춰지는 건지!」
「도리랄 정도의 이야기는 아니지만」
「달아나는 수작은 듣지 않아요!」
「……오래된 거 아니잖아. 이거」
「――――」
「무, 무, 무슨 말일까나앗!?
이건 틀림없이 옛날 에도의――」
「미도우, 에도라는 건 언제야?」
「백년 정도 전에 끝났던 시대다」
「너무 허세를 부렸네.
실제로는 그 반도 아니잖아」
「언니, 적당하게 아는 체는 안돼는――」
「22년하고 4개월」
「……옛?」
「22년하고 4개월이야. 이 항아리가 만들어지고나서.
당신, 이것의 유래를 알고 있다면 계산해봐」
「딱 맞을 거니까」
「……………………」
「거기까지 아는 건가」
「나를 뭐라고 생각하는 거야」
「골동폼을 볼 줄 안다고는 생각한 적도 없었다」
「그것은 그렇지만.
그래도 흙이나 광물로부터 만들어진 것이라면, 그 나이 정도는 한눈에 안다니깐」
「……아아~젠장……이러니까 에미시란 것들은…….
장사를 해먹을 수가 없어……」
「이제 됐어요……그 가격으로 가지고 가요……」
완전히 풀이 죽은 점주는 물러나서, 무릎을 움켜쥐고 주저앉았다.
……왠지 조금 불쌍하다.
「어떻게 할래?」
「그만두지.
그렇다면 무라마사……여기에 있는 것 중에도 제일 오래된 것은 어떤 거지?」
「으~응……
거기의 작고 둥근 거」
「이 차그릇인가」
구석에서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던, 문림형(文琳形)[각주:4]의 그것을 집어올린다.
「후, 후후……핀포인트네요…….
그건 싸구려처럼 보이게 하고서, 전문가가 귀한 물건 겟이라고 크게 기뻐할 때에 값을 올려서 실망시키는 함정이지만……」
「당신, 근성 완전 비틀린 거 아니야?」
「귀로 캐스터네츠 칠 수 있는 언니한테는 이제 거스르지 않아요……적정가격으로 부디~…….
그래도 그것 이상 깎는 것은 제발 용서를……」
손끝으로 먼지를 닦으면 과연, 윤기는 명품이라 부를만한 것이었다.
상아로 된 뚜껑도 좋다.
뚜껑을 들어 안을 보면, 거기에도 먼지가 쌓여 있었다.
치우기 위해서 숨을 불어넣는다.
「……쿨럭」
「뭐하는 거야」
「생각했던 것보다 심했다……」
얼굴에 날린 먼지를 손으로 닦는다.
「기다려.
지금 닦아 줄 테니까……」
「자, 이쪽 봐줘」
「음……」
「당신은 이따금 어린애 같은 짓을 하네」
「그런가?」
「그래.
정말이지」
「귀에까지 날아갔어」
「……손가락이 들어가면 간지럽지만」
「참아」
「반대쪽도인가?」
「물론.
자, 고개 돌려줘」
「응……」
「……그게……손님…….
왠지 장사의 방해라고나 할까……보고 있으면 독신의 쓸쓸함이 몸에 사무친다고나 할까……」
「우웃……왠지 눈물 나왔어.
노닥거릴 거면 저쪽 가줘요……」
몇 개의 가게를 본 후에 벤치에 허리를 내린다.
인파 속을 헤엄치고 다닌 탓으로, 나름대로 다리가 지쳐있었다.
「후우」
「고생시켰구나」
「나도 즐거웠고.
하지만 돌았던 거, 비슷한 가게 뿐이네」
「그래.
그런 가게……즉 골동품점이지만」
「어른이 되면 그걸 하자고, 어렸을 때에 꿈꾸고 있었다」
「그랬어」
「옛날의 이야기지만…….
어린 마음에 그린 꿈은, 아직 가슴에 남아있다」
하늘의 끝을 응시했다.
덧없는 무언가를 잡듯이, 나는 주먹을 쥐었다.
「어둑한 가게 안에서 하루종일, 곰팡내나는 공기를 들이마시면서, 만력(万暦)[각주:5]의 항아리를 계속 닦는다……. 그래. 그런 생활을 동경했다」
「……흐, 흐응……」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그건 모르는 거잖아?」
「……?」
「지금부터 해도, 괜찮잖아」
「…………」
「그런가.
……그렇구나……」
「응」
「……너는?」
「에?」
「무언가, 없었던 건가.
어렸을 때의 꿈은」
「………….
나는, 태생이 태생이었으니까」
「에미시의 대장장이 집안에 태어난 자는 검주가 되는 것 이외의 장래는 생각하지 않아」
「그런가……」
어차피, 사람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하나 뿐이다.
하지만 그래도……처음부터 선택지가 주어지지 않았다는 것은, 쓸쓸한 것처럼 느껴졌다.
「뭐……
완전히, 란 것은 아닐려나」
「있는 건가?」
「정말 조금, 좋구나하고 생각한 거라면.
어렸을 때에……」
「궁중의 여관(女官)은 매일 예쁜 의상을 입고 있다고 들어서.
나도 되고 싶다고, 무심고 생각했던 적이 있어」
「……어머님이 들어서, 굉장히 혼났지만……」
「궁중의 여관인가」
단순한 연상으로 쥬니히토에(十二単)[각주:6]가 떠올랐다.
실태는 어떨지 모르지만――어렸을 때의 무라마사가 동경한 것은, 역시 그런, 눈부신 의복이겠지.
「……흠」
「뭐야?」
「아니.
……할 수 있다면, 이라 생각했지만」
「그 꿈을 이루어주는 것은 아무래도 어려울 것 같다」
일순간 눈을 깜빡이고 나서, 무라마사는 웃음을 터뜨렸다.
「괜찮아. 바보네.
아무것도 모르는 어렸을 때에, 조금 동경했을 뿐이니까」
「비록 여관이 될 수 있는 인연이 있었더라도, 나는 검주가 되는 것을 선택했어」
「……」
「검주가 되었으니까, 당신을 만났어」
「그것은 우연한 운명이었을지도 모르지만…….
2개월전의 그 때, 당신은」
「나를――
필요하다고, 말해줬지?」
소중한 것을 주워올리듯이.
무라마사는 그렇게 말하고, 작게 웃었다.
「……」
「그러니까, 괜찮아」
「여러가지 것이 있어서 여기까지 왔어……그 과거 전부를 긍정할 수는 없어. 실수는 셀 수 없을 정도로 있어.
하지만 검주가 된 것만은」
「지금은……그렇게 해서 다행이었다고, 생각해」
「……무라마사……」
고동이 갑자기 격렬해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몸 여기저기에서 묘한 열을 느낀다.
이 심정은 무엇인가.
아무튼 진정하려고, 나는 무라마사로부터 시선을 돌렸다.
「왜 그래?」
「아니」
「조금 이상해」
「그렇지 않다」
「무슨 생각하고 있어?」
「별달리는」
「흐응?」
「……뭐냐?」
「정신간섭해서 읽어볼까 해서」
「그만둬」
「농담이야.
그런 거 하지 않아도, 가르쳐주는 거지?」
「……우……」
「…………」
「얼버무리려 하고 있네」
「아~……그래.
조금 전의 이야기다」
「조금 전의?」
「궁중의 여관」
「그건 이제 되었다니깐」
「너를 조정에 보내는 것은 무리지만.
……거기에 가까운 것을, 유사체험시키는 정도라면,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 무슨 말이야?」
「조금 생각이 있다」
[ESC]
「…………그래서」
「이것이, 『가까운 것』?」
「해석 나름으로는」
「그거 분명……오해라든가 곡해라든가 하는 거네……」
역앞 지구에 있는 호텔의 방.
의상 제공은 1층의 옷 대여점――파티 등으로 수요가 있으니까, 호텔 안에 그런 부류의 점포가 있는 것은 드문 것도 아니다.
풍부한 물품 가운데, 가장파티용으로 분류되는 한 벌이 나의 요망을 만족시켰다.
「완벽하다」
「이거, 무엇인지 물어도 될까?
……어느 쪽이냐면 그다지 내 쪽이 먼저 묻고싶진 않지만……」
「귀인을 섬기는 여성이 입는 옷임은 틀림없다.
서양의, 이지만」
「정말일까……」
「아니, 좋다.
아니, 훌륭하다」
「칭찬해주는 것은 기쁘지만.
……왠지 지금의 당신, 글러먹은 병 걸린 것 같아」
「병은 병이지만, 아마도 지구상의 남성 과반수가 앓고 있는 병이니까, 신경쓰지 말아다오」
「뭐인 건지.
그래서 나는 이 모습으로 어떻게 하면 되는 거야?」
「그렇구나…….
차를 대접받을까」
「도구는?」
「테이블 위의, 그거다」
「이거……?
흐응. 바다를 넘으면 차의 도구도 이런 식이 되는 구나」
「장소가 바뀌면, 이니까」
「조금 기다려줘」
<달그락달그락……>
<챙그랑!>
「와, 왓……
미안, 이런 거 써본 적이 없으니까!」
「흘려버렸어, 닦지 않으면」
「……헉……」
「어째서 감동하고 있어!?」
「아니. 아니아니.
나도 참……조금 흐트러졌다」
「위험하게 영혼을 전부 빼앗길 뻔했다」
「어디에야……」
「상관말고 계속해다오.
몇번 실패해도 좋다」
「하지 않습니다.
바로 다시 탈 테니까, 기다려」
<달그락>
「…………」
「……?」
<달그락>
「…………」
「……있지」
「뭐냐」
「시선이 신경쓰여」
「어째서일까」
「희미하게 사악한 념을 느낀다고나 할까」
「글쎄」
「……상스러운 거, 생각하지 않았어?」
「음. 생각하고 있다」
「부정해줘!
달아날 장소가 없어지잖아!」
「그러니까 긍정했다」
「아, 안돼니까.
이런 곳에서」
「하지만 그 옷을 가지고 나갈 수는 없으니까」
「…………」
「…………」
「……………………」
「……………………」
하아아아아.
무라마사가 깊이 탄식했다.
별 수 없는 것처럼, 이쪽을 바라본다.
「……정말.
어떻게 했으면 좋겠어?」
「설명하지.
뭐, 간단한 거다」
무라마사 : 「……변태. 발칙한 인간」
카게아키 : 「무례한」
존경하라는 것이 무리한 구도이지만.
무라마사를 꿀려서, 무릎 사이에 넣었다.
이미 융기한 것과 직면하는 자세다.
무라마사 : 「이런 것을 들이대다니……진짜」
카게아키 : 「원망할 거면 자신의 복장을 원망해다오」
무라마사 : 「덮어씌운 거, 당신이잖아!」
카게아키 : 「나도 유혹된 희생자에 지나지 않는다」
무라마사 : 「영문을 모르겠어……」
카게아키 : 「무라마사. 손을 빌려다오」
무라마사 : 「손?」
카게아키 : 「오른손」
무라마사 :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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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양 아래의 귀가길.
일행은 당연하다고 해야할까 토라져 있었다.
그런 걸하고, 그런 걸하고, 자그마치 그런 것까지 하다니!」
「감사는 하고 있지만」
「……그런 거, 또 시킬 생각은 아니겠지?」
「…………」
「알고 있나, 무라마사.
아침노을은 비의, 저녁노을은 개이는 조짐이라 자주 일컬어지지만, 일단의 근거는 있어서――」
「말을 돌리지 마」
혼나면서, 가도를 걸어간다.
노상의 인적은 이미 드문드문, 한산해지고 있다……만, 그런데도 낯의 활기를 떠오르게 하는 여열(余熱)이 어딘가에 남아있는 것 같았다.
적막하게 보이지 않는 것은 그 탓이겠지.
――그런데.
<웅성웅성>
「……?」
「잘 들어, 애초에 남녀간의 인연이란 것은――」
「……무슨 일일까?」
「모르겠다」
교차점의 길 옆에 열명 정도, 사람이 모여 있었다.
서로 얼굴을 마주보며 말을 나누는 모습은, 잡담의 그것과 달리, 아무래도 그리 온화하지는 않다.
가까워져 보면, 안에 한두 사람, 호흡을 흐트리고 무릎을 꿇은 사람도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마치 짐승한테 쫓겨서 도망나온 것 같은 풍경이다.
「무슨 일이 있으십니까」
시민A : 「응, 아아…….
또 분쟁이 있었던 것 같아서」
시민B : 「그것도 상당히 격렬한 게.
말려들어갈 뻔해서, 간신히 도망쳐왔어. 이 사람들」
「……그렇습니까」
이미 일상이지만.
또, 칸토우의 어딘가에서 총화가…….
적어도 조기에 진정되어주기를 빌 수 밖에 없다.
「장소는 어디일까요.
역시 보소 반도의――」
시민B : 「아니, 틀렸어.
여기야」
「……가마쿠라!?」
시민B : 「아아.
키타카마(北鎌倉) 쪽의……어디랬던가」
[ESC]
시민A : 「건조사야.
미야 님이 계시는」
시민B : 「그래그래, 그 부근이었지」
하치만궁의 재건은 아직 착수도 되지 않은 상태다.
마이도노노미야는 변함없이 건조사에 임시로 거처하는 몸이다.
그 부근에서 분쟁?
그렇다면 당연히, 조정에 적의를 가진 세력――진주군내의 강경파, 로쿠하라의 일부 과격파, 등등――에 의한 마이도노노미야 습격인 확률이 높다.
친왕의 몸이 위험하다.
아니, 거기에 그치지 않는다――그 부근에는 주민도 많은 거다. 실제로 이렇게 피난자가 있다.
심대한 피해가 나올 거다.
――막지 않으면.
「무라마사!」
어딘가 근처에 몸을 감출 장소를 찾아서, 장갑하자.
무자의 다리라면 건조사는 눈앞의 거리.
늦지 않는다.
달려가서, 참극을 미연에,
[ESC]
「……아……」
깊은 두 눈동자가, 끓어오른 사고를 일순간에 진정시켰다.
……나는, 어떻게 하자는 것인가.
쟁란의 장소에 뛰어들어서 평화를 호소하는 것인가.
그것은 나한테는 무리라고 이미 깨달았는데.
다툼을 멈춘다면, 무력을 이용할 수 밖에 없다.
전날, 야쿠자 4명을 상대로 했을 때처럼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순 없겠지――아마도 무장한 군이 상대다. 필연적으로 목숨의 쟁탈전이 된다.
죽이는 건가. 적을.
선을 지키고 악을 토벌하는 위선에 다시 잠기는 건가.
그리고 위선을 없애기 위해서, 더욱 죽이는 것인가.
아군도.
……할 수 없다.
할 수 있을 리가 없다.
「미도우」
「…………」
「돌아갈까……」
「……」
모임으로부터 떨어진다.
무라마사도, 조용히 늘어섰다.
땅거미 아래, 집으로 이어지는 길을 걷는다.
뚜벅뚜벅.
……그리해서.
뭐라 할 일도 없는, 평범한 일요일은 끝났다.
하나의 침상 안에 따스한 것과 함께 눕는다.
「…………」
「…………」
「……저기, 미도우」
「응……」
「어딘가, 멀리 가지 않을래?」
「……」
「어딘가……조용한 곳에」
「……그렇구나……」
「그렇게 할까」
「응」
잔다.
가라앉도록. 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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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말의 공허함은, 입에 내기 전부터 알고 있었다.
조용한 장소는 없다.
다툼이 없는 토지는, 어디에도.
있지도 않은 것을 요구한다면――
그것은 도망치고, 그저 계속 도망칠 뿐인 여로가 되겠지.
하지만 비록 그렇게 되었더라도.
――이 사람은 이제, 싸워서는 안 된다.
싸움을 잊고 살아야 한다.
「……읏……」
그 확신.
그 확신은, 하나의 고민을 부른다.
미나토 카게아키라는 사람에게, 싸움을 잊게 하지 않는 결정적인 요인이 있다면, 그것은 무엇인가.
무기다.
검주다.
여기에 있는 무라마사다.
나와 함께 있는 한, 그는 싸움을, 과거의 기억을, 결코 잊을 수 없겠지.
――낮의 대화.
검주가 되는 것 이외의 길을 바라지 않았고, 후회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것은 정말이다.
하지만 지금은……
(바뀔 수 있다면)
다른 무언가가 되고 싶다.
검주는 아닌, 별도의.
철도 아니고 칼날도 아닌 것으로.
……지금 옆에 있는 사람을.
슬픔 없이 포옹할 수 있는 것으로.
평온한 하루였습니다.
속죄에 대한 사명감을 덜어낸 덕분에 그 동안의 무거운 분위기가 많이 사라졌지요.
뭐, 여전히 카게아키는 변태신사였습니다만.(웃음)
하지만 세상이 혼란스런 이상 싸움을 잊을 수는 없지요.
더이상 싸우지 않기로 결정한 둘은 도피행을 결심했습니다.
악귀편은 마왕을 쓰러뜨린 악귀에게 주어진 잠깐의 휴식기간.
이 짧은 이야기도 슬슬 끝이 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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