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화는 각주를 적극적으로 사용해 보았습니다.
좀더 읽기가 편해졌으면 좋겠네요.
이와타 여사는, 자신도 약간 곤혹한 모습으로 끄덕였다.
평소의 노고를 위로하고 싶다, 며 도우신 님이 분부하셨다던가요」
「역시」
공무원 사회는 그런 것이겠지.
「이유를 준비해서 사퇴하는 것도 무리는 아닙니다만……」
「의심받을 뿐이겠지요.
알겠습니다. 준비를 갖추겠습니다」
「상관없지? 이치죠」
「네」
예정으로는, 노우 무대가 열리는 시각은 그 후의 작전결행을 위한 준비에 쓸 생각이었지만…….
어쩔 수 없다. 준비라고 해봐야 대단한 것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닌 거다.
원래 성공시킬 필요가 없는 습격작전이다.
퇴로의 확인만 끝내 두면 충분했다.
「복장은 이대로 좋을까요」
「뭐, 그것이 무난할까요.
도우신 님은 사복으로도 지장없다고 말씀하셨습니다만」
「무대가 장시간에 걸칠 듯 하다면, 확실히 사복이 편하긴 합니다」
정식적 노우, 즉, 첫번째부터 다섯번째까지의 모든 곡종(曲種)을 상연하는 고반다테(五番立)의 경우, 하루가 걸리는 공연이 된다. 하는 쪽도 보는 쪽도 큰 일이다.
정무에도 지장이 있을 거고, 역시 그것은 아니겠지만…….
「순서는 어떻게?」
「노우 2번, 막간에 교겐(狂言 : 희극) 1번인 것 같습니다」
「그거라면 5시간 정도겠지요.
곡에도 따릅니다만」
「5시간……」
이치죠는 넌더리가 난 듯이 투덜댔다.
그만큼의 시간, 한 장소에 계속 앉는 것을 상상한 것만으로 벌써 피로한 것 같다.
걸어 다니는 것보다 앉아 있는 편을 좋아하는 나에게는 그리 괴롭지 않지만, 이 활력의 덩어리 같은 소녀에게는 괴로울 거다.
「사복으로 해 둘까.
어느 정도는 편해진다」
「아, 아니요.
괜찮습니다」
「무리는 하지 마라.
거기서 체력이 소모되어도 곤란하다」
실전은 그 후다.
「괜찮습니다.
……막부의 행사에 사복으로 참가하는 것도, 뭔가 싫고」
「……그런가」
나에게만 닿게 한 속삭임에, 양해하고 끄덕인다.
……교조주의(教条主義)적인 소녀다.
하지만 이것이 아야네 이치죠이겠지.
그 완고함으로 피로를 견뎌낼 수 있다면 불평을 늘어놓을 필요도 없다.
「그래서 곡목은?」
「그게 발표되지 않았습니다.
니반메모노(二番目物)[각주:1]와 요반메모노(四番目物)[각주:2]의 니반다테(二番立)라고 밖에 알려져있지 않습니다」
「수라물과 잡물입니까…….
하지만 곡목을 밝히지 않은 것은 또, 어째서」
「글쎄요……?
다름 아닌 코가 중장님의 일입니다. 무언가 또 기발한 것을 생각하고 계신게 아닐까요」
어깨를 움츠리는 이와타 여사.
그 태도로부터 보기에, 그 승려 행색의 공방이 지시하는 사물이 상도를 벗어나는 것은 자주 있는 일인 것 같다.
하급 공무원까지 모아서 노우 무대를 여는 행위부터가 그렇지만.
바사라 공방의 이름은 겉멋이 아닌 것 같다.
「그럼 준비를.
개연까지 그리 시간이 없습니다」
「알겠습니다」
[ES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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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이들의 웅성거림>
정소의 공인은 모조리 중정면(中正面)[각주:3]의 장소로 돌려졌다.
기둥이 방해라, 노우를 즐기기에는 가장 사정이 나쁜 자리이지만, 신분을 생각하면 당연하겠지.
초대객의 주역인 고관들은 아직 입장하지 않았다.
하지만 유사 도우신이라 생각되는 큰 체구의 남자 모습은 이미 있었다. 지위에 어울리지 않는 가벼운 허리였지만……주최자로서 배려를 보인 것인가.
그렇다고는 해도 저 공방, 세련된 히타타레(ひたたれ)[각주:4]는 평소의 일이지만, 오늘은 거기에 더해서 감색의 두건을 쓰고 있다. 저것은 무슨 취향일까.
「아……
공주님!」
「뭐?」
「미……카게아키 씨, 저거」
이치죠가 가리키는 방향을 본다.
고관들의 입장이 시작되고 있었다.
그 행렬 속에 섞여서, 눈에 띄지 않는 복장의 젊은 여성――오카베 사쿠라코가 있다.
……무슨.
도우신 뉴도는 저 공주까지 불렀던 것인가.
「이전보다, 조금 더 기운이 난 것 같습니다」
「음……」
짐작은 있었지만 그것은 말하지 않고, 끄덕이기만 해 두었다.
나는 공주의 모습을 응시했다.
윤기있는 머리카락에 보라색의 꽃――
자라난화가 한송이, 꽂혀 있었다.
「……그런가」
「? 뭔가요?」
「아니」
대충 고관이나 그 처자들이 자리에 앉은 후에도, 정면의 중앙, 주빈의 자리는 아직 빈 그대로였다.
누가 거기에 앉는지는 알고 있다.
곧바로.
한층 더 위압적인 집단――그것은 집단의 우두머리인 인물보다 주위를 굳힌 여관이나 경호병에 의한 것이 컸다――이 나타나, 그 주빈석으로 향한다.
아시카가 시로 쿠니우지다.
이윽고 로쿠하라 대장령의 지위를 죽은 조부로부터 이어받아, 로쿠하라의……아니, 천하의 동량이 될 소년.
그리 기분이 좋지 않은 것처럼 조용히 걷던 그는, 문득, 당돌하게 얼굴의 방향을 바꾸었다.
무언가, 종류가 다른 시선을 느낀 것처럼.
한 방향을 본다.
……오카베 사쿠라코.
소년의 눈이 놀라움에 크게 뜨인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이 연회에서 그 모습을 볼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겠지.
확인하는 투로 눈꺼풀을 깜빡이고, 다시 본다.
그리고 놀라움의 표정은 억누르기 어려운 기쁨으로 바뀌었다.
공주의 용모를 꾸미는, 자그마한 장식을 보았던 것이다.
그가 보낸 꽃――그 한송이.
소년의 시선에, 사쿠라코 공주가 작게 미소를 돌려준다.
사람 울타리를 사이에 두고, 보이지 않는 실이 확실히 이어졌다.
「…………」
「??」
<웅성거림이 그친다>
노우가 시작되었다.
우선 처음은 니반메모노. 수라물이라 불리는, 무인의 영혼이 주역이 되는 이야기다.
“토모나가(朝長)”나 “아츠모리(敦盛)” 등 수십종류 있지만, 오늘밤 여기서 연기되는 것은――
……야마시로국(山城国)의 우지(宇治) 마을.
여러 나라를 유랑한 승려가 방문하여, 훌륭한 경색에 감탄한다.
거기에 노인이 나타난다.
승려에게 명승고적을 가르친 후, 뵤도인(平等院)으로 데려 갔다.
노인 : 《이쪽으로 와주시지요.
이곳이야말로 뵤도인이옵니다……》
회장 전체에 웅성거림이 퍼지고 있다.
큰 소리를 내는 자는 아무도 없지만, 모두가 작은 목소리로 속삭임을 나누어, 흡사 파도 칠 때의 양상이다.
――하필이면.
――어째서.
누구나 아연해하고 있었다. 목소리로 내지 않은 자도 표정으로 의문을 보이고 있다.
태연한 모습으로 무대를 보고 있는 것은, 주최자의 자리에 있는 남자 뿐이다.
승려 : 《과연 재미있는 장소입니다.
다시 이렇게 잔디를 보니》
승려 : 《부채와 같이 남겨져 있는 것은……
어찌된 일입니까》
오카베의 공주는 망연한 시선을 무대로부터 돌려 객석에 방황시킨다.
그것을 받은 두 사람, 한쪽인 쿠니우지는 아무것도 답할 수 없고, 다른 쪽인 유사 도우신은 아무것도 답하지 않는다.
사쿠라코 공주는 아무것도 얻지 못하고, 다시 무대를 응시했다.
노인 : 《옛날 이 장소에서 전투(宮戦)가 있었으니.
겐잔미 요리마사(源三位頼政)[각주:5]가 전쟁 중에 패하였습니다》
노인 : 《이곳에 부채[각주:6]를 놓고 자해를 해 버렸습니다》
「요리마사……?」
「아아……」
「요리마사라면, 그겁니까.
미나모토노 요리토모(源頼朝)[각주:7]가 거병하기 전에 모치히토 왕(以仁王)의 칙명을 받아서 헤이시(平氏)와 싸웠지만, 져서 죽었다는」
「그렇다.
겐잔미 요리마사」
「이것은 그를 주역으로 한 노우다.
하지만……어째서……」
「뭐가 이상한 겁니까?」
「생각해 봐라.
――오카베 요리츠나.
그 관직은 단죠우인, 위계는 종3위.
본래 성은 겐지이다.
어느 쪽도 그 시대의 권력에게 날을 겨누고, 패망한 장수이다.
신세까지 잘 닮았다.
코가 공방, 뭘 생각하는 거지」
노인 : 《떠난 명장의 옛 흔적이 되었으므로……
부채의 형태로 남겨져서……》
노인 : 《지금은 부채의 잔디(扇の芝)라고 합니다……》
소란은 서서히 그쳐 갔다.
이 로쿠하라 보타락성에서 연기하기에는 너무나 어울리지 않는 곡목이라고는 해도, 그것이 숙로 유사 도우신의 승인 아래에 행해지고 있다면, 누구도 불평은 넣을 수 없다.
지우타이(地謡)[각주:8]의 영묘한 목이, 정숙함을 되찾은 능악당을 채운다…….
《꿈 속 덧없는 세상(浮世)의 쉼터.
꿈 속 덧없는 세상의 쉼터》
《우지의 다리 지킴이(橋守)를 지나서,
늚음의 파도도 건넜구나》
《먼 곳에 있는 사람에게 불평하는,
나는 요리마사의 유령이라》
《이름도 밝히지 않고 사라졌도다……
이름도 밝히지 않고 사라졌도다……》
(괴롭히는 거 아닙니까?
일부러 공주님을 불러서, 이런 것을 듣게 하다니)
(……그럴지도 모르지만)
괴롭힌다. 장난이라도 막각(幕閣) 필두가 하는 일치고는, 참으로 옹졸한 기분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잠깐 텀을 두고서, 무대는 계속된다.
노인은 미나모토노 요리마사의 영혼이었다.
그가 떠난 후, 토착민이 나타나서, 승려에게 질문받은 대로 요리마사의 전설을 말한다.
승려는 요리마사를 가엾게 생각해, 그의 영혼을 제사지낸다.
그러자 그 밤. 승려의 꿈자리에――――
《피는 탁록(琢鹿)의 강이 되어.
붉은 파도는 방패를 떠내려 보내고, 하얀 칼날이 뼈를 부순다》
《세상은 우지강에 꽂힌 어살의 물결.
아아 염부(閻浮 : 현세)가 그리워라》
이 곡과 이 역할 전용의 탈, 그 이름도 요리마사.
무인의 원통함을 새긴 그것을 쓰고서, 후반의 주역이 등장했다.
조역을 이끌고, 무대를 제압하며, 그 당당한 체구의 배우는 유유하게 춤추기 시작한다.
승려 : 《이상하구나……
중의 몸으로 갑옷을 입고 경문을 읽는 것을 듣는 것은》
승려 : 《정말 듣고 있었던 겐잔미의,
그 유령이십니까》
《짙은 홍색은 정원에 심어도 감출 수 없지요.
이름을 밝히기 전에 요리마사라 보인 것이 부끄러워》
《오로지 불경을 읽고 있습니다……》
「훌륭하구나」
「………………」
딱히, 노우에 일가견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도 배우의 탁월한 기량은 안다.
춤의 동작 하나하나에 풍격이 있다.
부채를 치고 휘두르는 동작에 무사의 기백이 넘친다.
무엇보다 훌륭한 것은 목이다.
단지 능숙한 목소리와는 분명히 격이 다르다.
정감이다.
저 주역의 대사에는, 예술적인 인터네이션과 함께 생생한 정감이 있다.
패멸(敗滅)의 운명을 받은 무인의 슬픈 심정이, 세상에서도 아름다운 가락으로 노래된다…….
이 희유한 양립.
그야말로 달인의 기술이겠지.
보는 바로, 금강좌(金剛座) 계열의 자오류(蔵王流)인가……
《관문 가는 길은 말 한 마리도 지날 틈 없어.
전하(宮)는 6번이나 낙마하시며 근심하셨노라》
《이것은 먼저의 밤, 주무시지 못하였기에.
뵤도인에서 잠시 몸을 눕히셨지만, 우지교(宇治橋)의 가운데서 물러나지 않으셨네》
《아래는 강물결, 위에 서서, 함께 백기(白旗)[각주:9]를 나부끼며 다가오는 적을 기다렸다네》
“요리마사” 후장(後場)은 요리마사가 말하는 전투의 양상을 그리는 것에 주목적을 두는 곡이다.
비극을 비극답게 만드는, 주인공의 심리묘사는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전해져 오는 듯 했다.
겐잔미 요리마사라는 남자가, 어째서 싸우지 않으면 안 되었던 것인가――무엇을 생각하고 싸웠는가.
그 고뇌.
그 비통.
배우의 일거수일투족에, 한 인간의 전부가 머문다.
《이윽고 겐페이(源平)[각주:10]의 병사,
우지강의 남북 기슭을 면했네》
《함성의 소리, 화살을 쏘며 부르짖는 소리……
파도보다도 훨씬 높은 다리를 사이에 두고 싸우는 구나》
……사쿠라코 공주가, 한 손으로 입가를 누르고 있었다.
주연의 모습에서 결국 아버지의 모습을 보아 버린 것인가.
딸에게 들려주는가 하는 목소리로, “요리마사” 는 적의 용장이 싸우는 모습을 노래하기 시작한다.
……그 이름은 타와라 타다츠나(田原忠綱). 아시카가씨의 일족(流)이다.
《타와라의 마타타로(又太郎) 타다츠나라고 밝히며,
우지강의 선봉은 나이로다 라고 말하네》
《이름도 밝히지 않은 3백여기……》
《재갈을 나란히 강물로 향하고, 조금도 주저 하지 않는다.
무리지어 있는 군조(群鳥)가 날개를 나란히 한 날개소리도 이러하랴》
《하얀 파도에……
첨벙, 첨벙, 하며……》
――보인다.
검주라는 날개를 가진 무자의 몸이면서, 굳이 병사와 함께 강에 발을 딛는 것을 선택해, 아군을 크게 고무하는 담대한 남자의 모습이.
노우의 무대는 무대가 아니다.
하나의 세계이다.
그렇게 말하는 자가 있다.
노우 악사의 역량이 충분 이상일 때, 그것은 완전히 옳다.
이미 무대는 이세계였다.
760년전의 우지강이 거기에 있다.
――혹은, 바로 지난달의 아이즈 이나와시로가.
《타다츠나, 병사를 지휘하며 가로되……》
《물이 소용돌이치는 곳이라면, 바위가 있는 곳이라 알아라.
약한 말을 하류에 세워서, 굳세게 물을 막아라》
《떠밀려가는 무자에게는 활고자(弓弭)[각주:11]를 쥐게 하면서,
서로 힘을 합쳐야 한다고 하였네》
《단 한 명의 지휘에 의해……
그 정도의 대하임에도 1기도 떠내려가지 않고 저편의 기슭으로》
최후의 방패로 삼은 요충지도 뚫리고.
기세가 붙은 적군은 아군의 진에게 노도와 같이 쳐들어간다.
차례차례로 살해당해 가는 동포……
그 중에는 무엇보다도 의지한 육친도 있다.
노장은 이미 한 사람.
《여기까지라고 생각하여》
《여기까지라고 생각하여》
잔디 위에, 부채를 놓고.
갑옷을 벗어 던지고 앉아서, 칼을 뽑는다.
그리하고, 읊는다――
사세의 1구(辞世の一句)를.
《땅에 묻힌 나무 꽃 피우지 못하듯
이 몸 역시 가련할 따름이로다》
――꽃이 피지 않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일어서서, 이렇게 끝날 수 밖에 없었던 자신을 불쌍히 여길 뿐이다.
「……아버님……!」
“요리마사” 가 떠나 간다.
유랑승의 꿈이 끝난다.
마지막까지 조용히, 무대는 막을 내린다…….
아버지를 잃은 딸의 낮은 오열만이, 능악당의 공기를 흔들고 있었다.
[ESC]
무대의 위에서는 교겐이 시작되고 있었다.
상연 목록은 『후세나이쿄우(無布施経)』. 법요를 끝마친 것은 좋지만, 결정된 시주를 시주(施主)로부터 받지 못하고 곤혹하는 주지의 모습이 참으로 우스꽝스럽다.
그 경묘한 응수는 아직도 여운이 완전히 식지 않은 흉중에 마치 식후의 차 한잔처럼 스며들어, 기분의 고양을 달래준다.
노우라는 것은 잘 고려되어 있는 것이라며, 나는 감복했다.
<웅성웅성웅성……>
「……음?」
「어라?
……저 배우」
「“요리마사” 가 아닌가……」
갑작스러운 소성(騒声)에 눈을 주니.
그 명연기를 과시한 노우 악사가, 객석에 나타나 있었다.
게다가 노우의 의상 그대로이다.
……무엇을 하고 있는 건가.
이상해하는 것은, 본인을 제외한 전원이겠지.
무슨 일이냐며, 경비의 병사가 남자에게로 달려 간다.
「……?」
하지만 그들은 바로 물러났다.
“요리마사” 의 무작법을 꾸짖지도 않고, 몹시 당황한 모습으로.
노우 배우는 마치 아직 곡의 한중간에 있는가하는 동작으로, 유유하고 아름답게 발을 미끄러뜨리며 나아 간다.
향하는 그 앞은――오카베의 유희(遺姫).
쿄고쿠가의 장졸일 것인, 주위를 굳히고 있던 남자들이 격앙해서 허리를 든 것도 일순간의 일.
금새 송구스러워하는 태도로 칼자루에 건 손을 떼어낸다.
결국 막는 자도 없이, “요리마사” 는 사쿠라코의 앞에 섰다.
그리고 의상을 벗고, 두건을 떼어내고, 얼굴에 손을 대어――
「――앗!」
「!!」
――유사 도우신!?
바보 같은.
그렇다면 주최자인양 앉아있는 남자는 도대체……
……누구지?
저 특이한 남자는.
주위의 인간이 놀라면서도 심한 책망은 하지 않는 것으로부터 헤아리기에, 수상한 자는 아니겠지만.
나로서는 본 기억도 없는 남자였다. 그것은 즉, 널리 알려진 막부고관은 아닌 것을 의미한다.
아무튼, 그 남자가 두건을 쓰고 유사 도우신 뉴도의 카게무샤(影武者)[각주:12]를 맡고 있었다는 진상인 것 같다.
놀래켜 버렸을까요」
안된다, 안된다라고는 알고 있었지만, 나는 원래 이런 행동을 좋아하므로」
노인의 장난이라 생각하고, 부디 물에 흘려주시겠소이까!」
공주는 아연한 모습으로, 대답하는 말도 없다.
쿠니우지 이하의 열석자도 대소동이하다.
……누가 생각할까.
코가 공방이나 되는 자가, 슬쩍 노우가쿠(能楽) 극단 속에 섞여들어가 주역인 체 하고 있었다고……!
이치죠의 목소리는 중얼거림치고는 약간 컸지만, 지금이라면 누구에게 들려도 비난받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당신이……그 “요리마사” 를……」
어째서」
……훌륭한 춤이었습니다」
「오우! 오우!
다름아닌 사쿠라코 님에게 칭찬받을 줄이야, 참으로 기쁘구려!」
뺨을 느슨히 하며, 뉴도 공방이 손뼉을 울린다.
그 앞에서, 공주는 곤혹의 정도를 더욱 더 깊게 할 뿐이다.
……그래. 확실히, 훌륭한 재주였었다.
그렇기 때문에 납득이 가지 않는 것이다.
높은 기술은, 예능의 명인으로 알려진 바사라 공방의 일. 이제와서 놀랄 것도 없다.
하지만, 그 정감――
사라져 가는 자의 비애를, 저렇게나 멋지게 불러낸 것은 어째서인가.
수많은 적대자를 벌레와 다름없이 밟아 죽이고, 돌아보지 않았던 로쿠하라의 대간부(大領袖)가……어째서.
「이보시오……
사쿠라코 님」
「……」
「듣자하니, 각로들의 여러 자문에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던가요.
특히 먼저의 전쟁에 관한 이야기가 되면, 조개와 같은 침묵……」
「그것은……」
「아니, 기분은 알고 있소.
패자는 입을 다무는 것」
「입을 열면 자신의 도리가 넘쳐 나온다.
하지만 싸워서 진 후에 도리를 말해서 무엇이 될까. 싸움에 진 개의 짖음이야, 떳떳치 않은 일이야하며 비웃음받아, 오히려 도리를 더럽힐 뿐이 아닌가……」
「그러면 명도(冥途)의 동포에게 면목이 서지 않는다.
……그렇겠지요? 공주」
「…………」
그렇다.
오카베 사쿠라코는,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숨을 삼키고 마주 응시하는 공주로부터 문득 얼굴을 돌려.
유사 도우신은 좌중을 바라보았다.
「들었는가, 일동!
사쿠라코 공주가 포로의 몸을 감수해서, 입을 다물며 연명하고 계시는 것은, 패배를 부끄러워하기 때문도 세상을 등지고 있기 때문도 아니다」
「묵묵히 사는 것이야말로, 패해 죽은 자의 명예를 지키는 길이라서지!
모르겠나! 비록 운 좋게 목숨을 건진 여자라고, 세상의 조롱을 사더라도――」
「그것은 반면, 깨끗이 끝난 자들에 대한 칭찬도 된다!
수치를 잊은 듯이 행동하는 여자의 모습을 볼 때, 사람들은 오카베의 용맹한 무사를 떠올릴 것이다!」
「공주는 오카베의 이름을 더럽히지 않고 후세에 남기기 위해서, 자신을 버림돌로 여기고 계신다!」
「――――!!」
……이 무슨.
그것은――거기까지는 생각이 미치지 않았다.
그것이, 사쿠라코 공주의 진심이었는가.
…………들으니, 납득이 가지 않는 점은 아무것도 없다.
틀림없이, 저 공주님은 그런 각오로 살고 있었던 것이겠지.
가슴의 안쪽에 몰래 간직하고서. 그 날의, 이치죠의 도려내는 듯한 질문에조차 결국 전부는 밝히지 않고서.
그런 점에 있어서도, 두려운 것은 유사 도우신 승려.
어쩜 이리도 인심의 미묘함에 통달한 것인가.
「그 아버지에 그 딸이다!
과연 천하에 알려진 요리츠나 공이다. 자녀에게의 훈도가 나쁘지 않아. 기린(麒麟)으로부터 둔한 말은 태어나지 않는 것……」
「우리도 이러하지 않으면 안 된다.
알겠는가!? 여러분!!」
「오카베를 본받아서 일족을 훈육해라!
무문(武門)의 성쇠 따윈 결국 그때의 운. 우리 로쿠하라의 영화도 언젠가는 끝을 맞이할 거다. 그 때에 꼴사나운 행동이 있어서는 안 된다……」
「스러질 때는 화려하게 스러지자!
비록 그것이 묻힌 나무의, 환상의 꽃일지라도……스러진 후에, 열매가 맺히는 일도 있을거니!」
「……도우신 님……」
――예.
――예에.
필두 공방의 대갈에, 이론을 외칠 수 있는 자가 있을 리가 없다.
모두가 일제히 엎드린다. 나도 그걸 모방했다.
이치죠의 머리를 힘으로 함께 누르면서.
(…………)
(눈에 띌 텐데)
(죄송합니다)
막부의 일동은 어쨌든, 이쪽에게는 머리를 내리지 않으면 안 되는 의리 따윈 없으니까 기분은 안다.
나라도 숙인 것은 자세 뿐이다.
……하지만.
약간은, 진심으로부터의 예도 섞여 있었겠지.
장소에는 유일하게, 머리를 내리지 않는 인간이 있다.
아시카가 시로 쿠니우지다.
유사 도우신은 그쪽으로 몸을 돌렸다.
「불길한 것을 아뢰었을까요.
전하, 용서를」
「아니, 사과할 것 없다……」
소년의 표정은 반발의 대극에 있다.
깊은 감명에, 이마까지 달아올라 있었다.
「잘 말했다, 도우신 승려!
이 시로, 어두운 밤에 등불을 얻은 심정이다」
「과분한 말씀.
참으로 감사드립니다」
깊숙이, 코가 공방은 주군에게 예의로 답했다.
그리하고 다시, 공주를 돌아 본다.
……어두운 밤에 등불.
그것은 저 젋은 왕자의, 본심의 발로이겠지.
그가 바란, 오카베의 공주와 함께 걸을 수 있는 미래.
대단히 험하다고 생각된 그 길도, 옆에 유사 도우신과 같은 이해자가 모신다면――어쩌면, 해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사쿠라코 님…….
그 각오가 참으로 훌륭하다고 생각하오. 우리 로쿠하라, 결코 공주의 방해는 하지 않을 것이외다」
「…………」
「묵묵히, 살아간다……
아버님의 긍지를 지킬 수 있으면 좋겠군요」
「……네」
「하지만, 이오.
우리는 오카베를 말하고 싶소……」
「이러한 걸물이 있었다, 라고……
우리와는 결국 길을 달리해, 서로 활시위를 당기는 관계가 되었더라도, 결코 사념(邪念)이 없고 사욕도 없이」
「오직, 자신의 정도(正道)를 관철하기 위해서.
이길 수 없다고 알았던 싸움에 굳이 임하여, 훌륭히 스러져 갔던……그런 영웅이 있었다고」
「대대손손으로 전하고 싶구려…….
오늘, 이 둔한 소(鈍牛め)가 서투른 춤을 보였던 것도 그것을 위함」
「……」
「사쿠라코 님은, 아실까요.
나와 요리츠나 공이 어깨를 나란히 해서, 함께 싸웠던 적도 있다고……」
「엣?
……아, 아니요. 처음 듣습니다」
「저것은 벌써……35년이나 전이 될까요.
로제 상대의 대전이 있었소」오우, 돌아가신 공도 계셨다오」
난공불락의 뤼순(旅順) 요새」
동토가 한가득히 혈육으로 끓었소」
전과는 하나도 손에 넣지 못하고, 미운 성벽에는 상처도 입힐 수 없었지요」
오히려 격추당해, 탄약을 지상의 아군에게 흩뿌리는 마당」
3명이서, 그 지옥을 바라보았지요」
무인에겐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생명의 무상함, 싸움의 무정함이 가슴에 메여서, 눈물이 멈추지 않았소……」
쥬타로는, 그런 나를 때렸소. 병사의 죽음에 운다면, 땡중이라도 되어 버리라고」
조용히 바라보고 있었소」
병사가 돌격을 반복하고, 반복하는만큼 시체를 쌓아가는 언덕을 단지, 바라보고 있었소」
피가 배이고 있었소. 깨물어서 끊어졌겠지요……」
사령부에 돌아가, 요리츠나 공이 무엇을 진언했는지. 사쿠라코 님……아시겠소」
「아니요……」
「203고지는 관측과 포격에 절호의 장소.
이것만 취하면, 틈을 보고선 이쪽의 제공권을 위협하러 오는 농성군의 머리에 뚜껑을 덮어줄 수도 있다. 전쟁의 흐름이 바뀐다」
「고로, 지금이야말로 저 언덕을 포격해야 한다――고 했소.
……적 뿐만이 아니라, 아군도 와글거리고 있는 장소에」
「읏!? 그런」
「노기 장군은 물론, 일언지하에 거절했소……제(帝)의 백성을 나의 포로 쏠까보냐, 면서.
하지만 요리츠나 공은 물러나지 않았소……생각해보면 강정(剛情)한 기질은 그 무렵부터였소」
「폐하의 백성을 무의미(有為)하게 죽게 해 온 것은, 오늘, 여태까지의 각하다.
오늘 이제부터는, 폐하의 백성에게 유의미(有為)한 죽음을 주겠다……라고」
「장군을 향해 단언했었지요.
명문(名族)의 출신이라고는 해도, 일개 장교에 지나지 않은 몸이 말이오. 기가 막힌 담력이오」
「하지만 그 진정(真情)이 노기 각하를 움직여서, 포격을 결행시켜, 우리 군세로 마침내 203고지를 탈취시켰소. 승부의 추세는 하룻밤으로 뒤집혔소」
「……요리츠나 공은, 참으로……
사람을 살리는 법, 그 진실을 알고 있는 분이었소……!」
「……」
「요리츠나 공은, 이런 이야기를 공주에게 들려주지 않았소이까」
「……네.
전쟁의 이야기는 좀처럼 해 주지 않으셨습니다. 어릴 때에는, 조른 적도 있었습니다만」
「그렇겠지요. 그렇겠지요.
요새함락의 공훈은 의심할 것도 없이 요리츠나 공의 것이었지만, 본인은 한번도 자랑한 적이 없었소」
「오히려, 생애의 수치로 삼으셨소.
아군을 쏘는 것을, 장군에게 권유한 것을」
「후회는, 없었지요…….
하지만 부끄러워하셨소」
「그런 분이셨소.
공주의 아버님은……」
[ESC]
「……아버님……」
「나는 말이오. 사쿠라코 님.
그런 요리츠나 공의 여러 업적을, 묻히게 해 버릴 수가 없소」
「후세에, 그 남자의 생애를 올바르게 전하여 남기고 싶소…….
그와 같은 시대를 산 이상에는, 그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오」
「……」
「괜찮겠소? 사쿠라코 님.
우리가 요리츠나 공을 이야기해도……」
「……네……」
「……넷……」
저 공주의 몸속에, 단단하고 차갑게 솟아 있었던 준령(峻嶺)――
그것이 지금, 흔들린 것 같았다.
……긍지에 걸어서라도 자신의 입으로는 말할 수 없었던, 아버지의 싸움.
그것을 로쿠하라가 이야기한다고 한다.
아니――코가 공방은 이미 말해 보였다.
백만 마디보다도 웅변하는, 한 번의 춤으로.
「부디 좋으실대로…….
도우신 뉴도님」
「음, 그런가. 그런가…….
감사하오. 공주」
「아니요…….
……단지……」
「응?」
「듣는 것은……괴롭습니다.
지금처럼……제가 몰랐던 아버지의 모습을 들으면……」
아버지를……만나고 싶어서……!」
그렇겠구려」
요시키요!」
공주의 눈물에 당황한 모습으로, 유사 도우신은 어느 사이엔가 배후에 대기하고 있던 시동을 부른다.
멀찍이서도 미모(美貌)라고 알 수 있는 그 시동은 재빠르게, 차 주전자와 찻잔을 주인에게 거넸다.
사쿠라코 님, 한 잔 드시지요」
죄송합니다」
「아버지를 생각해 딸이 우는 것에 이상할 게 뭐가 있을까요. 무슨 죄가 있을까요.
아무것도 부끄러울 것 없소. 자아, 공주」
「네……」
사쿠라코가 받은 찻잔에, 도우신이 차 주전자를 향한다.
큼직한 찻잔에 찰랑찰랑 부어지는 술.
공주가 그것을 마신다.
……그 광경을, 능악당의 모든 사람이 보고 있었다.
막부 정치를 움직이는 백관(百官).
그 가족.
그들을 통솔하는 아시카가 시로 쿠니우지.
전원이 보았다.
무엇인가――상징적인 회화(絵画)로서.
(……어떻게 할까)
나는, 고민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어떻게 할까.전선의 병사가 자기판단으로 작전방침을 변경하는 것 따윈, 원칙적으로 용서되지 않는 일이지만.
지금은 그럴 필요가 있을지도 모른다.
당초의 계획은――혹은 그 포기는. 과연 친왕의 이익에 부합할까…….
결단에 망설이며, 나는 이치죠를 보았다.
어쩐지, 위 근처가 근질근질해서)
뭘까요 이거……)
신경은 쓰였지만, 계속 머리를 맞대고 밀담하고 있어서는 주위에 의심을 산다.
지금은 공방과 공주의 일막(一幕)을 주목하고 있는 게 당연했다.
나는 몸의 방향을 되돌렸다.
……기분탓…………인가?
저 기묘한 카게무샤, 지금, 이쪽을 보고 있었어……?
흘러간 물은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소」
하지만 모습을 그리워하는 것 정도는 할 수 있을 거니」
이것을 받아주시구려」
말하고 도우신은 차 주전자를 시동에게 돌려주곤, 다른 것을 손에 쥐었다.
탈이다. 조금 전까지, 자신이 쓰고 있었던 것.
죽은 요리츠나 공을 떠올리며, 내가 조각했소」
서툰 솜씨이지만……요시츠나 공과의 여러 추억을 새겨넣었다 생각하오」
공주의 수중에 두어주지 않으시겠소이까」
기꺼이」
넘겨받은 탈에 매료되면서.
멍하니, 사쿠라코 공주는 대답했다.
애지중지하듯이, 요리마사탈의 뺨에 손가락을 긴다.
정말로……아버님의 얼굴 같아……」
「네……」
요시츠나의 시체로부터 벗겨낸 뼈로 만든 것이니까요」
……뭐라고……」
사쿠라코 공주가, 묻고 있다…….
겨울 하늘 아래서 말려 둔 세탁물처럼, 딱딱하게 굳어진 목소리로.
9할 가량 공백화한 의식의 나머지 1할로, 나는 어쩜 이리도 추악할까, 하고 생각하고 있었다.
무너져 가는 미소를 억지로 유지하고 있는 공주의 얼굴이――정말로 더럽고, 추하게 보였다.
사람은, 이 정도로 추한 얼굴도 될 수 있는 것인가.
반해서, 대면하는 승려의 아름다움은 어떠할까.
무한의 기쁨.
다할 바닥이 없는, 이 세상 모든 것에 대한 애정.
그것이, 그득하게 차 있다――바야흐로 천상의 미소.
석존(釈尊)이 내려온 것 같았다.
코가 공방――유사 도우신 뉴도는, 익살스러운 손짓을 해 보였다.
끼익끼익, 하고……」
살을 없애고……」
뚝딱뚝딱, 뚝딱뚝딱하고」
무대에 나갈 때는 두건으로 가려 버리지만, 그러한 곳이야말로 손을 소홀이 하지 않고 마무리하지 않으면 전부 글러먹게 되어 버리니……」
이야, 상당히 좋은 뼈였지요」
이것도 깎아서 정리하지 않으면 안 되는가하고 생각했지만, 예쁜 형태를 하고 있어 주어서 살았소」
「아――그」
「그것도……아버님의……」
「아니요?
이쪽은, 그대의 친오빠」
「오카베 쥬우베(岡部十兵)의 뼈라오」
「――――――」
「……이보시오, 사쿠라코 님.
조금 전은 이 잔에 입을 대고 술을 마셨구려」
「어떠했소……?
피를 나눈 오빠의, 골수의 맛은」
「 , , , 」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카아핫핫핫핫핫핫핫핫핫핫핫핫핫핫핫핫핫핫핫핫핫핫핫핫핫!!」
「그럼」
한바탕, 웃는다――
이 능악당 안에서 단 혼자서, 자기 좋을대로 웃으며 즐긴다.
그, 악마적인 쾌소를 조금도 흐뜨러뜨리지 않은 채.
힘을 잃은 공주의 손을 잡고, 무대의 위로 끌고 나온다.
어느새 쿄겐사(狂言師)들은 물러나 있었다.
빈 공간에 지금 선 것은, 공주와 불승 두 사람 뿐.
「4번째는 잡능(雑能)이라 하지만……
진수는 광녀물(狂女物)에 있지!」
「자!
멋지게 춤춰주시구려, 사쿠라코 님!!」
꺗!
「하하하, 왜 그러지?
자아, 아버지가 왔다고. 그대의 아버지가 왔어」
싫어…… 아버님! 아버님!
「좀더 좋은 목소리를 들려주어라!
자, 이쪽은 그대의 오빠다. 한번 더 입을 맞추어 줘라!」
아아……
아아아아아아아악!!
「그거야!
그 목소리야!」
「핫핫핫핫핫핫핫핫!!」
「……땡중……」
<척>
「――――」
「미나토 씨?」
(……움직이지 마라)
(어째서)
(잘, 봐라)
(지금 움직이면, 아무도 구할 수 없다)
(큭……!!)
「……도, 도우신!
도우신 승려!!」
「그……그만해!
그런――무도한!」
「가만있자……」
「……」
「지금, 무언가 말씀하셨습니까?
전하」
「뭐, 뭣이?」
「공교롭게도 이 사람, 지금은 춤의 한중간입니다.
예인(芸人)은 부모의 임종이라 듣더라도 무대를 떠나서는 안 되는 것이 규정」
「용무는 이것이 끝난 다음에 들을 터이니.
지금은 부디 용서해 주시길」
「얼간이!
그것을 그만두라고 말하고 있다!!」
「이런, 이런.
풍아(風雅)를 이해하지 못하는 곤란한 어린 군주구려……」
「무슨 일이 있어도, 라고 하신다면.
누군가에게 명해 보면 어떻소이까?」
「뭐라고……」
「이 코가 공방.
유사의 도우신 뉴도를」
「이 무대로부터 끌어 내려라……고.
가신들에게 명하시지요」
「…………」
「가――
가라!!」
<침묵한다>
「무엇을 하고 있나!
짐의 명령을 듣지 못했는가!」
「도우신 승려를 막아라!!」
<침묵한다>
「그, 그대들……」
호우코슈A : 「우리들 호우코슈(奉公衆)는 전하를 수호해 드리는 것이 의무」
호우코슈B : 「쿠가 중장님에게 거슬러서는, 해낼 수 없는 것이 형편입니다」
「……윽」
「누――누구라도 좋다!
도우신을 막아라!」
「누군가!
도우신을 막아라!!」
<침묵한다>
「……왜 아무도 대답하지 않지!
누군가! 누군가――」
「흉하다, 풋내기가!!」
「!?」
「왜, 아무도 너의 명령을 듣지 않느냐……?
정해져 있지. 그런 것도 알 수 없는 것은 너 뿐이야」
「장식품 신여(神輿)가 갑자기 말을 꺼내봐야, 누가 거기에 따르지!?
성가시다고 생각할 뿐이다!」
「신여라면 신여답게 조용히 앉아 있어라!
메어 주고 있는 이쪽의 방해가 되지 않도록 말이야!?」
「잘난 듯한 입은……
누구에게도 의지하지 않고, 자신의 손으로 도우신 중놈을 끌어낼 수 있는 힘을 제 것으로 하고나서 해라!」
「……아……
………아으…………」
<풀썩>
「……카핫. 필요없는 방해가 들어왔구려.
기다리게 했소, 사쿠라코 님」
「다시, 가겠소……」
「――힉……」
「싫엇!
뭘 하는 것이냐!」
「춤에 꽃이 없어서야 말이오.
공주는 좋은 꽃을 가지고 계신 모양」
「부디, 모두에게 보여 주시지요」
「놓아라!
놔라, 천것!」
「크핫.
좋은 목소리로다 좋은 목소리로다!」
사쿠라코 공주의 반항도 허무하다.
그야말로 춤과 같은 멋드러짐으로, 하얀 나신이 드러난다.
「싫엇……!」
「오우오우, 그렇게 부끄러워 할 것 없소.
감추어야말로 꽃……이지만 그것을 허락하지 않는 것이 사람의 업」
「흐트려서라도 끄집어 내어주지요!」
포학에 떠는 풍만한 유방이, 무대의 백광 아래에 드러난다.
「――――」
「――――」
있을 수 없는 처사를 받은 공주와.
영혼이 뽑힌 모습으로 주저 앉은 소년의.
시선이, 순간――
얽히지도 않고서, 서로를 쏘아 맞힌다.
「핫핫! 좋구려, 공주!
실로 화려, 실로 미려」
「실 한가닥 두르지 않은 알몸뚱이에, 자라난화 한송이!
이것은 참으로 좋은 맛이오!」
「큿……!」
공주는 가까스로 자유로워진 왼팔의 끝을 움직이곤, 머리카락에 꽂혀 있던 꽃을 잡고 뽑았다.
그대로 꽉 쥔다. 쥐어서 뭉갠다.
이미 제정신이 아니었겠지.
주먹으로부터 즙이 떨어져도, 계속 뭉개었다.
「꽃에 죄는 없거늘.
지독한 짓을 했군요」
「별 수 없이, 대신의 꽃을 받겠소.
자아! 다리를 여시오!」
「그만해!
이……수치도 모르는 것이!」
「핫핫핫!
수치를 모르는 걸로는, 지금의 공주에게는 당해낼 수 없소」
「보시오……
시집가기도 전의 숫처녀가, 많은 이들에게 엉덩이 구멍까지 드러내고 있소!」
「――――!!」
「이야, 눈이 호강하는구려!
위는 큰 꽃송이, 아래는 작은 송이」
「어느 쪽도 사랑스러운 꽃입니다!」
「윽……우우……」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어느 쪽도 봉오리.
이래서는 조금 흥이 없소」
「그럼, 이 중놈이……
피어나게 해 보여 드릴까요!」
「――!」
「그……그만둬……」
「후후」
「큭……!」
「음. 음?
이거 좋구나, 이거 좋구나」
「거셀 거라고 생각했었지만……
의외로 스스륵하고 들어갔구려」
「혹시 공주.
사람들 앞에서 피부를 드러내는 것을, 즐기고 계셨는지?」
「……아윽, 이……놈!」
숨도 쉬지 못하는 사쿠라코 공주에게.
코가 공방은 빙긋 웃으며, 마음까지도 범하려고 한다.
「핫핫핫!
그렇다면 그렇다고 말씀하시면 되었을 걸!」
「나도 기합이 들어갔을 것을……
이와 같이!」
「아――」
「윽……」
「크……윽……!!」
「옳지, 피었다!
멋지게 피었소!」
「선명한 빨강이 하얀 바탕에 빛나는……
우아한 꽃이십니다!!」
「……코가……공방……!」
「유사, 도우신……!!」
「호오? 호오.
무언가 음색이 바뀌었구려」
「그렇다면 이쪽도 맞추기로 할까.
……이보게, 사쿠라코 님. 조금 전, 로쿠하라의 입으로 오카베를 말하는 허락을 받았지?」
「…………」
「공주의 입으로 오카베는 말할 수 없다.
그렇다면 공주는, 우리 로쿠하라를 말해라」
「자아자.
말이 목에 걸려 있다면, 떠밀어 줄 터이니……!」
「으극……!」
「오카베의 공주여!
로쿠하라를 말해라!」
「――외도(外道)!!」
「참으로!」
「사람도 아니야!」
「참으로!」
「귀축(鬼畜)! 악마!
지옥의 바닥에서 온 놈들!!」
「참으로!!」
사람들의 면전에서 알몸이 되어, 윤간되고 있는 공주가 매도한다.
윤간하는 뉴도는 도취되어 듣는다.
그것은, 무섭기까지 맞물리는 교합이었다.
「참을 수 없군! 참을 수 없어!
이 무슨 관능적인 가락일까!」
「저도 모르게 성불해 버릴 뻔 했구나!
공주여, 내가 왕생해 버리지 않도록, 확실히 잡아 두어 주시게!」
「이 희열은 현세만의 것.
이것이 있다고 알면, 나는 비록 극락에서부터라도 돌아올 테니까!」
「그럼, 가겠다!」
「크……아아!!」
「아버지와 오빠에게 잘 보여라!
원수의 씨를 받는 모습을……꼼꼼히!」
「!?
뭣――그런」
「오우, 날뛸 거 없어.
그렇게 기뻐하지 말게나」
「초조해하지 않더라도, 제대로 임신시켜 줄 테니까.
그 다음은……국화의 꽃일세」
「그쪽도 상당히 멋지다고?
후핫핫핫핫핫핫핫핫!!」
「싫어어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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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적인 전개입니다.
……사실, 이번화는 마지막 부분을 자를까 말까 고민 많이 했습니다만;
일단, 최대한 노출을 줄이는 선에서 올리기로 하였습니다.
아무튼 유사 도우신의 똘끼가 제대로 나타난 화였습니다.
갖 피어났던 쿠니우지와 사쿠라코의 인연을 잔인하게 짓밟아버리는 전개에 충격을 받은 사람도 적지 않았다지요.
영웅편 전체를 통틀어도 임펙트에서는 손에 꼽는 장면입니다.
- 고반다테의 2번째. 무인의 영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일명, 수라물(修羅物). [본문으로]
- 고반다테의 4번째. 1~3, 5번째에 속하지 않은 모든 곡목이 들어간다. 일명, 잡물(雑物). [본문으로]
- 정면과 협정면(脇正面)의 사이. 무대에서 대각선쪽 자리. [본문으로]
- 무가의 예복. [본문으로]
- 미나모토노 요리마사(源頼政) : 헤이안 시대 말기. 타이라(平) 씨족이 정권을 잡고 폭정을 일삼던 헤이시(平氏) 정권 시절에, 타이라노 키요모리(平清盛)에게 무사로서는 파격적인 종3위의 벼슬을 얻을 정도의 신임을 받았으며, 미나모토(源) 씨 유일의 종3위로 이름 높았기에 겐잔미(源三位) 요리마사라고도 불리었다. 이후, 고시라카와(後白河) 천황의 아들 모치히토 왕(以仁王)과 함께 반란을 일으켰다가, 토벌당한다. [본문으로]
- 과거에는 부채가 군을 부리는 지휘봉의 역할을 했다. [본문으로]
- 모치히토 왕과 요리마사의 사후, 모치히토 왕이 각지에 날렸던 헤이시 토벌의 칙령에 따라 거병하여, 헤이시 정권을 무너뜨린 무장. 이후, 가마쿠라 막부를 세우는 인물이기도 하다. [본문으로]
- 무대 뒤에서 합창하는 자들. [본문으로]
- 여기서는 겐지의 깃발 [본문으로]
- 겐지와 헤이시 [본문으로]
- 시위를 거는 활의 양 끝머리 부분 [본문으로]
- 대역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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