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법 분량이 될 겁니다.
영웅편에서 비교적 루즈한 부분인지라 한꺼번에 몰아서 올리기로 했습니다.
즐겁게 읽어주세요.
마음이 여기에 없는 상태가 되어 버린 시로 쿠니우지의 어전으로부터 퇴출해, 성안의 탐사로 돌아간다.
남방면의 성곽을 한바퀴 돌고나서 서쪽으로.
서쪽의 외곽에는 전답이나 창고, 공장시설 등이 많다.
비교적 중요도가 낮고, 그만큼 한가로운 구역이다. 10보 걸으면 순찰병의 의심 깊은 눈과 조우하는 성가심은 없다.
그것은 즉, 나에게 있어서 그리 의미를 가지지 않는다는 것이기도 하다.
빠른 걸음으로 나아가, 보다 기밀성이 높은 북부로 향한다. 시간이란 황동 같지만 황금, 낭비 따윈 용서되지 않는다.
(기연인가……숙연(宿縁)인가)
회고하고 그렇게 생각한다.
아시카가 쿠니우지와 오카베 사쿠라코――승자와 패자. 멸한 자와 멸해진 자. 미움받아야 할 자와 미워해야 하는 자.
한 사람의 소년과 한 사람의 소녀.
정말로 뜻하지 않게, 그 해후에 입회해 버렸다.
양자가 사는 세계는 나에게는 멀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하지만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느 쪽도 짊어진 것이 과중하다. 가혹하기까지.
두 명의 만남은 그 난고(難苦)를 조금이라도 완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질까. 그렇지 않으면 그 반대가 될까.
――전자라면 좋겠다.
나는 내 입장도 잊고서, 문득 그렇게 바라고 있었다.
꽃밭을 굽어보는 고갯길에서, 나는 발을 멈추었다.
여성이 몇 사람, 명랑하게 교성을 지르면서 꽃을 따고 있다.
농업에 종사하는 하급노동자의 작업이라는 분위기는 아니다. 그런대로 지위가 있는 여관의 놀이라고 보인다.
최초로 주의를 끈 것은 그 광경 때문이다.
하지만 주의를 지속시키지 않으면 안 되었던 것은, 약간 떨어져서 그녀들을 바라보는 외로운 그림자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다른 누구도 아니다.
저것은, 이치죠다.
소녀는 고요한 시선을 그 범용한 광경에 쏟고 있다.
고요함은, 무감동을 의미하는 것과는 달랐지만――일견해서 그렇다고 알 수 있을 정도로는 관계를 축적하고 있었다는 것이라 느닷없이 이해하고서, 나는 감개를 품었다.
시간을 말하자면, 아직 그다지 길지는 않을 거지만.
길이에 맞지 않은 많은 기회가 있었다. 아야네 이치죠라는 인간을 알기 위한.
저 인물은, 기묘한 소녀라고 생각한다.
인형 같다, 라는 인상과는 또 다르다.
기계와 같다고 표현하는 것이 가장 가깝다.
인형 같은 인간은, 애초에 속이 비었다.
그릇의 크기에 비해서 작은 마음 밖에 느껴지지 않으니까, 뻥하고 뚫린 넓은 잉여공간이 눈에 띈다.
그러니까 인간의 빈껍질――인형이라고 보이는 거다.
이치죠는 다르다.
잉여공간이 없다.
정의의 일념을 고집하는 그 마음은 왜소하고 협소하다.
하지만 그것이 어울려 보이는 것이다.
소녀의 육체는 하나의 의사, 하나의 이념, 하나의 목적을 담는 것만을 위한 것이다. 처음부터.
그것은 인간이 아니다.
그것은 인형이 아니다.
그것은 기계다.
일찍이 가슴에 오가지 않았던 것은 아니지만, 명확하게 언어화한 것은 지금이 처음이었다.
그 일문(一問). 기계는 불행한가.
인형은, 분명 불행하겠지.
사람의 형태로 갖추어졌으면서 사람이 될 수 없으니까.
하지만 기계는 어떨까.
기계로서 만들어져 기계로서 기능하는 기계.
그것은 불행한 것인가.
나로서는 대답을 낼 수 없었다.
아는 것은 하나 뿐이다.
그것이 불행하건 행복하건, 기계는 자신에게 주어진 단일기능을 계속 완수한다.
망가질 때까지 쭉.
발소리를 듣고 돌아 본 이치죠가 목소리를 높였다.
부른 것은 실명의 쪽이었다. 주의해 두지 않으면 안 된다――만 지금은 그런 기분이 들지 않아, 나는 말없이 끄덕여서 답해 두었다.
어차피 아무도 듣지는 않는다.
꽃을 따는 소녀의 집단은 자신들의 회화에 몰두하고 있다.
「아니요, 아직 도중입니다」
당연한 것처럼 대답하는 이치죠.
……여기는 성의 서부이다. 이치죠에게 할당한 조사구역과는 완전히 반대다. 하지만 나는 이것도 일일이 지적은 하지 말아 두었다.
그녀를 혼자서 가게 한 시점에서 예측하고 있던 일이다.
「미나토 씨의 쪽은 어떻습니까?」
「나름대로 수확은 있었다.
자세한 것은 나중에 이야기하자」
「네」
쾌활한 목소리다.
하지만 가까이서 보면 그렇지 않아도 특이한 소녀의 인상은 더욱 명료했다.
이치죠를 잘 관찰한 자가 한 사람이라도 이 성에 있으면, 금새 정체가 전부 발각되는 것은 아닐까.
……그렇게 생각할 뻔한 것은 역시 편집적이었겠지만. 시선을 되돌려, 꽃밭의 아가씨를 본다.
정신의 지평에 있어서의 격차는 어느 정도일까.
옆을 바라보면, 이치죠도 나의 시선을 쫓고 있었다.
만약 이 공간, 이 시간만을 자를 수 있다면, 그 세계는 단 두 단어로 묘사가 족하리라.
다른 표현은 특별히 필요없다.
「나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퉷, 하는 불온한 소리가 말에 이어진다.
소녀는 문자 그대로 침을 뱉었다.
길가에서 이름도 모르는 풀이 항의한다.
좌우로 펼친 잎을 격렬히 흔든다. 그것은 화내며 팔을 휘두르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관찰하지 마세요.
무심코 해버렸을 뿐입니다」
「그리, 공무원답지는 않구나」
「죄송합니다」
「불쾌한가.
평화와 행복은」
「네.
곱씹는 듯한 음성으로, 소녀가 응한다.
눈동자는 적을 보고 있었다.
부러운 건가? 저 광경이」
마치 도발과 같은 물음을, 딱히 연구도 더하지 않고 던져 본다.
다른 인간이라면 의도가 전해지지 않았을 데이지만, 이치죠라면 잘못 받아들일 리 없다.
그렇네요」
아니나 다를까, 이치죠는 어조를 높이지도 않고 대답해 왔다.
하지만 거기에는 분노가 있었다――표적이 나는 아니겠지만.
「단지 그것만이라면 별 상관없어요.
세상에는 빈부의 차이가 있다는 것 뿐인 이야기입니다. 그것은 그러한 것이라고 밖에 생각하지 않습니다」
「나는 프레하노프(Plekhanov : 러시아의 공산주의자 혁명가)가 아니니까」
반세기 정도 옛날, 유럽에서 공산주의라는 사상에 근거해 국가를 만들려고 한 운동이 있었다.
자본주의와 결별해 완전한 평등사회를 만들려고 한 사상……그것은 하지만 너무나 현실로부터 괴리했기 때문에,
구하자고 바랐던 빈민층의 지지조차 얻지 못하고, 권력자층으로부터는 당연한 탄압을 받아, 이미 사라졌다.
처형장의 이슬로 스러지기 직전, 지도자는 명언을 남긴다――이 세상에 십자가와 검주만 없었다면, 이라고.
「하지만 그 풍족한 인간이 강도라면 별개입니다.
남의 재산을 힘으로 빼앗아서 혜택받은 생활을 보낸다……그런 것은 악으로 정해져 있습니다」
「게다가」
소녀는 섬약한 손가락끝을, 그리 다르지 않은 나이대일 꽃밭의 여관에게 향했다.
재판관이 죄인을 지명하는 것에도 닮은 모습이었다.
「저 녀석들은 그 악을 알지도 못해요.
이 성의 평화와 행복이 무엇을 대가로 하고 있는지 생각도 하지 않고서……빠져들어 있습니다」
「불쾌합니다」
반복해서 말하는 이치죠.
그 어조도 역시, 판사가 판결문을 읽어내리는 모습을 닮았다.
그런 소녀를 응시하면서 생각한다.
무엇을 생각해야 하는 것인가 하고, 생각한다.
고민은 평범한 말만을 산출했다.
「그것은 어디의 나라에서도 마찬가지다.
어떤 사회라도」
「자본주의 자체가 수탈을 효율적으로 행하는 기구에 지나지 않아」
「예」
「강한 자가 약한 자로부터 착취하는 것은, 아마도 자연스러운 일인 거다.
자연계의 법칙 그 자체가 그런 이상」
「모든 동물이 약자를 포식하고 있다.
그리고 일일이 먹은 상대 따윈 돌아보지 않는다……」
「그렇게 생각하면, 누구나 저 여자아이들과 같다」
「네.
그런데도 빼앗는 것은 악이고, 악에 자각이 없으면 그것은 수치를 모르는 겁니다」
「틀립니까」
이치죠는 올곧게 나를 올려다 보았다.
이 소녀 밖에 할 수 없는 시선.
무엇을 생각해야 하는 것인가.
「틀리지 않다」
나는 답했다.
――그래. 그것은 그 말대로다.
죄는 죄.
악은 악.
어떤 논리에 의해서라도 정당화는 불가능하다.
「네가 말하는 대로다. 이치죠」
「네」
소녀가 미소짓는다.
아름다운, 여자의 얼굴이었다.
이치죠라도 이런 표정을 지을 수 있는 거다――
사랑을 속삭임 받은 때가 아니라, 강아지를 안아 올렸을 때도 아니라, 이런 때에.
무엇을 생각해야 하는 것인가.
아무것도 생각해서는 안 되는 건가.
아야네 이치죠는 기계라고, 그것만을 인정하고서.
지금 이 순간, 나의 가슴을 터무니 없는 악력으로 조이는 어떠한 상념은 잊어야 하는 것인가.
대답은 낼 수 없다.
내지 못하는 사이에, 나는 행동했다――조금 전에 산 것을 꺼낸다.
「이치죠.
너는 한 자루의 칼이다」
「? 네」
당돌한 나의 말투에 이치죠는 고개를 기울였고, 하지만 곧바로 다시 미소지었다.
최고의 칭찬을 들은 것처럼.
다시 순간, 흉강(胸腔)이 압착된다.
「……하지만 그 인상은 때때로 사람을 떨게한다.
현 상황에서는 바람직하지 않다」
「우……그렇네요.
하지만 어떻게 해야」
「칼에게는 손잡이 걸쇠(目貫 : 메누키)가 있다. 손잡이 장식(縁 : 후치)이 있다.
그것이 색채가 되어서 흉기의 색을 완화시킨다」
[ESC]
「너에게도……조금, 꽃을 더해 볼까」
나는 종이포장을 풀었다.
「……이건……」
「비녀(髪挿)다」
보면 아는 것을 말한다.
나에게?」
「……마음에 들지 않는가?」
혈행과 심폐기능에 중대한 이상을 일으킨 투의 거동 뒤, 소녀가 최종적으로 경직되는 것을 보고 약간 당황한다.
옻나무칠의 작은 옥잠(玉簪). 싸구려는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자랑할 수 있을 정도의 고급품도 아니다.
망설인 결과, 가장 색다른 것이 없는 물건으로 해 버렸지만……
본인이 고르게 하는 것이 좋았을까. 생각해 보면, 그렇게 하면 안 되었던 이유도 별로 없다.
「다……다릅니다!
저기, 이거……미나토 씨가 골라서……?」
「그렇다」
「나를 위해서……」
「그렇게 된다」
「와……」
「뭐, 뭐, 뭐라고 말하면 좋을까.
저기 그 나는 남자한테 이런 거 받은게 처음이라」
「가, 가……감사합니다」
감사인지, 단지 숙인 건지, 판별에 망설여지는 동작으로 이치죠는 얼굴을 숙인다.
귀까지 붉어져 있었다.
……왠지 이쪽까지 부끄럽지만.
아무튼, 기뻐하게 해 줄 수 있었던 것 같다.
「……」
「아……」
비녀를 이치죠의 머리카락 안으로 담는다.
그녀는 얌전히 하는대로 받아들였다.
조금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손끝으로 고른다.
다시 소녀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곧바로 깨달았다.
[ESC]
「――――」
소녀는 눈을 치켜뜨고, 나의 말을 기다리고 있다.
잘 어울리고 있었다.
사랑스럽기도 했다――나이에 걸맞게. 꽃밭의 여관들에게도 뒤떨어지지 않을 정도로.
하지만 그것은 아야네 이치죠는 아니었다.
범백(凡百)의, 어디에라도 있는 누군가였다.
그 아름다운 여자는 여기에 없었다.
「……어떻습니까?」
「아아」
나는 미소지었다.
「잘 어울린다」
「――!!」
소녀가 다시 숙여 버린다.
두 눈까지 단단히 감고서. 그렇게 억누르지 않으면 마음이 넘쳐 나와 버린다고, 말하고 싶은 것처럼.
그러니까――
그 일순간, 나의 두 눈동자에 무엇이 나타났다고 해도, 분명 소녀에게는 보이지 않았겠지.
[ES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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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일에 걸친 조사를 거쳐서, 나는 방침을 거의 정했다.
「……음」
이치죠의 확인에, 끄덕여 보인다.
……나의 고려가 미치는 범위에서는 그것이 최선책이다.
「머리를 취합니까」
「아니」
당황해서 손을 흔들었다.
농담이더라도 끄덕이면, 그 순간에 뛰쳐 나갈 수도 있다.
「그것은 지나치다.
마이도노노미야 전하의 구상을 배반하는 결과가 된다」
「예에」
애초에 단 2기로 그런 폭거가 성공할 리도 없다.
섣부르게 각오해봐야 가망은 없겠지.
「되도록 화려하게 습격을 거는 것만으로 좋다.
어느 정도는 경비망도 돌파해, 쿠니우지의 신명을 나름대로 위협한다……그 정도가 최선이다」
「그걸로 되는 겁니까?」
「그걸로 충분히, 유사 도우신의 책임은 거론된다.
숙로(宿老) 필두로부터의 전락은 면할 수 없을 거다」
「그만큼, 이마가와 라이쵸우가 권세를 신장시킨다.
그와 묶인 미야 전하의 정치영향력도 강해진다……라는 거다」
「……과연」
말만큼은 납득하지 못한 상태이면서, 이치죠가 끄덕인다.
그녀의 성격은 전혀 정치사에 맞지 않다. 소화불량이 남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겠지.
무익하게 설명을 거듭하는 것을 멈추고, 나는 말을 돌렸다.
「다음은 구체적인 계획이다.
우선, 일시이지만……」
「듣자니 내일 저녁 때, 노우(能 : 일본 전통연극) 무대가 있다고 한다」
「노우……?」
「그래. 유사 도우신의 주최로지.
본성의 능악당(能楽堂)을 쓴다고 한다」
「그 커다란 곳입니까」
「하지만 외부의 손님은 불리지 않는, 어디까지나 집안의 개최인 모양이다.
그렇게 되면 성안에서 상당수의 인간이 불릴 거다」
「그럼, 그 틈에?」
「라고 할 수 있으면 편하겠지만, 쿠니우지가 초대되지 않을 리도 없지.
물론, 노우 무대를 덮치는 것은 졸책이다. 로쿠하라의 요인이 모이는 이상, 경비는 엄중할 게 당연하다」
「……」
「오히려 노리는 것은 끝난 후, 경비의 인간이 긴장을 푸는 순간――」
[ESC]
「……왜 그런가요?」
돌연히 이야기를 멈춘 나에게, 이치죠가 이상하다는 듯이 묻는다.
한손을 뻗어서, 그 입을 막았다.
「……!?」
(발소리가 난다.
누군가가 다가오고 있다)
상대에게 독순술(読唇術)의 소양을 요구할 정도의 작은 소리로 속삭인다.
(……그 밀정녀가 아닌 겁니까?)
(발소리는 두 명분이다)
(……)
(섣부르게 입을 열지 마라)
이치죠가 눈으로 이해를 전해 온 것을 보고, 손을 뗀다.
우선……상황을 살필까.
그렇게 생각해서 일어선 것과 동시였다.
「아라타!」
중년여성의 목소리.
이마가와 라이쵸우의 밀정――이와타의 것이 틀림없다.
단, 경칭생략.
그것은 미리 정해 둔 룰이었다.
제3자가 곁에 있을 때의 룰.
이치죠를 남기고, 현관으로 나온다.
거기에는 예상대로 이와타 여사와, 그보다는 다소 젊은 여자가 있었다.
……아니.
일견해서, 지위는 낮지 않다고 알 수 있는 이 여관. 어딘가에서 조우한 적이 있었던, 가?
「이것은, 이와타 님……」
이쪽도 정해져 있던 대로 경칭으로 맞이한다.
여사는 의젓하게 끄덕이곤, 등뒤의 여관에게 위치를 양보했다.
「이 자가 아라타입니다」
여관 : 「흥……」
코를 울리며 앞으로 나온 여자가, 묘하게 험악한 시선으로 나를 노골적으로 평가한다.
아무튼 송구스러운 태도를 가장해, 나는 머리를 내렸다.
여관 : 「그대, 신참이었던 것 같구나」
「……예」
여관 : 「전날의 행동은 그 탓인가.
그렇다고는 해도……라고 생각하지만」
여관 : 「뭐 좋다.
이와타, 부하는 잘 교육해 두어라」
「네」
……생각났다.
아시카가 시로의 곁을 모시고 있던 여관의 한 사람이다.
그때의 무례에 앙심을 품고, 소속을 조사해서 질책을 가하러 왔다는 것일까.
그렇다면……상당히 한가한 이야기지만.
「요전은 무례를 저질렀습니다.
향후는 조심할 터이니, 부디 관용을」
여관 : 「흥……!
쿠니우지 전하가 허락한다고 말씀하신 것을, 내가 허락하지 않는다고는 말할 수 없지」
음습한 어조로 그렇게 고하고, 여관은 얼굴을 외면한 것 같았다.
머리를 들 수 없는 이쪽으로부터는 보이지 않지만.
어쨌든, 이걸로 용무가 끝났다면 돌아갈 거다.
그렇게 생각해서, 여관의 양 다리가 나의 시야로부터 사라지는 것을 기다린다――만, 그것은 움직이지 않았다.
「……?」
여관 : 「아라타라고 했지」
「예」
여관 : 「따라 와라.
전하가 그대를 부르신다」
「……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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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이유도 잘 모른 채, 나는 아시카가 시로 쿠니우지가 기다린다는 장소까지 향했다.
일단, 선도하는 여관에게 사유를 물어 보았지만.
단 한 마디로 「모른다」며 정말 매정하게 토해 버리고서, 그걸로 끝이었다.
정말로 모르는 건지 어떤지는 불명이었지만, 추궁할 수도 없어, 나는 입을 다물 수 밖에 없었다.
그리하여, 안쪽의 일실.
재촉받은 대로, 그 방으로 들어간다.
여관은 따르지 않고, 등뒤에서 신랄한 소리를 울리며 장지문을 닫았다.
잘 와주었다」
기다릴 수 없었다는 모습으로, 쿠니우지가 만면의 미소를 보인다.
그걸로 곤혹이 개일 리도 없었지만, 일단 나는 엎드려서 인삿말을 했다.
「전하께서는 심기가 좋으시――」
「아니, 되었다 되었어.
그런 딱딱한 이야기로 그대를 부른 것은 아니다」
「예……」
그것은 확실히, 예식을 중시한다면 애초에 전상인이 공인 따위와 대화하는 것부터가 있을 수 없겠지만.
……결국, 무슨 바람이 분 것인가.
요전날의 일건으로 이 소년이 내가 상당히 마음에 들었다고 해도, 설마 안방에까지 불러들여서 축구 담소를 하자는 것은 아닐테고.
시로 쿠니우지는 인사를 필요없다고 했으면서 바로 용건으로 들어간 것도 아니었다.
말을 헤매는 투의 침묵만을 감돌게 하고 있다.
피아의 입장을 생각하면, 이쪽에서부터 재촉하는 것 따윈 논외.
그럼……어떻게 할까.
「……실은 말이야……」
「옛」
10초가 경과했다.
「…………」
「……짐은……」
「옛」
동요를 한 곡 다 부를 정도의 시간이 지났다.
「…………」
「……꽃……」
「예」
「여성은……
역시, 꽃을 좋아할까」
…………………….
「꽃……?」
「응…….
아니, 꽃이 아니라도 좋지만……」
간신히 시작하고 보니, 대화는 전혀 요령부득이었다.
쿠니우지와 나와 꽃과 여성이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연결되는 건지, 전혀 불명이다.
달리 방법도 없어, 가능한 범위에서 회답한다.
「통념으로서는, 그것이 틀림없지 않을까 합니다」
「통념……」
「남자로 바꿔 놓는다면……
남자는 야구를 즐겨 본다, 남자는 육류를 즐겨 먹는다, 라고 일컬어지는 것과 같은 일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음…….
하지만 실제로는, 야구도 고기도 좋아하지 않는 남자는 많다」
「말씀대로입니다」
「여성도, 꽃을 좋아한다고만은 할 수 없을까나」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요.
꽃보다 경단이라고도 합니다」
「꽃보다 경단인가……」
「옛」
「경단의 쪽이 좋은 걸까……」
「예」
「아니, 아라타, 너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는 거야!?
갑자기 여성에게 경단을 준다는 것은 남녀간의 예절에 들어맞는 거냐!?」
「아니요, 그것은, 상당히 아방가르드한 도전이 됩니다만」
갑작스레 제정신으로 돌아온 모습으로, 어조도 꾸미지 않은 그것으로 돌아와서 말하는 쿠니우지에게 당황해서 고개를 가로젓는다.
사리가 보이지 않는 회화에 대응하는 것은 참으로 성가시다.
「하지만 여성 중에는 저의 여동생처럼, 남성으로부터의 연애편지와 함께 꽃을 받자마자 한입 물고 『맛없어』라며 화내어, 걷어차 날려서 전치 3개월의 중상을 입힌 자도 있고――」
「그런 기인괴짜에 대해서는 묻지 않았어!
그런 게 아니라……」
「예」
「그 사람은……좀더 이렇게……」
「이렇게……
…………라고 생각하고」
「예」
나는 무언가, 심안이라도 요구받고 있는 것일까.
「하지만 내가 제멋대로 믿고 있는 걸지도 모르고……」
「예」
「그러니까 너를 불렀어!
어떻게 생각해?」
「예.
그 전에, 전하」
「응」
「불초 이 아라타, 아직 말씀을 이해하질 못했습니다.
수치를 참고 부탁 드립니다만……부디 설명을 받을 수 있겠습니까」
「…………」
「……」
「미, 미안하다.
고민이 앞서 가서……일의 순서를 잊었다」
「그, 사쿠라코 님에 대해서다」
「오카베의」
「응.
아시카가와 오카베의 집은……여러가지가 있었지만」
「모든 것은 이미, 과거의 일이다.
물에 흘려보내고 싶다……아니, 이것은 제멋대로인 말투일지도 모르지만」
「하지만 사쿠라코 님이 언제까지나 어깨를 좁히는 심정을 느끼는 일은 없어질 거라 생각한다……」
승자가 패자에게 화해를 요구하는 것은 어렵다.
어쩌면 패자로부터 요구하는 것 이상으로.
아시카가 시로의 말투는 참으로 애매한 것이었지만, 그것도 제대로 된 감성을 갖추어서 이겠지.
나는 구조선을 내는 심정으로, 수긍했다.
「주제넘지만 저도,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그런가!
응……너라면 분명 찬성해 줄 거라 생각했다」
고작 그것 뿐인 관계로, 나는 이 소년에게 주목받고 있었던 것 같다.
……자신의 진정한 입장에 생각이 미쳐, 지끈하고 가슴이 아프다.
「그래서――」
「이전에, 너도 사쿠라코 님을 보았겠지」
「예」
「그때의, 사쿠라코 님은――」
소년은 기억을 불러 일으키는 분위기로 입을 다물었다.
중국 소바(支那そば)를 한그릇 다 먹을 정도의 시간이 경과했다.
「…………」
「……전하」
「…………핫!?」
「미, 미안.
어디까지 말했던가?」
「그때의 사쿠라코 님은, 까지입니다」
왠지 모르게 이쪽이 미안한 기분이 들면서 설명.
「아, 응.
그때……」
「나에게는, 매우 괴로운 것처럼 보였다……」
「……예」
그때의 공주는 적어도 표면상, 평정을 유지하고 있었을 터이지만.
……역시 이 소년, 둔감하지는 않다.
「……예뻤었지만……」
「옛?」
「아, 아무것도 아니다.
거기서, 다」
「오카베와의 싸움으로부터 아직 얼마 지나지 않았다. 사쿠라코 님의 상심이 큰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조금이라도……괴로움을 덜어드릴 방법은 없을까 생각해서」
「과연.
그래서, 꽃입니까」
「응……」
겨우 이야기의 줄기 하나가 이어졌다.
하지만 또 한 줄기.
「하지만 전하.
어째서, 그 고민을 저 따위에게」
「너 밖에 생각나지 않았다」
「그러한――」
일은 있을 리 없다고 계속하려다, 나는 혀를 만류했다.
말을 삼키고, 요전날의 정경을 상기한다.
호위와 종자에 둘러싸인 왕자의, 고독한 놀이.
……정말로, 이 소년의 주위에는 아무도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런 상담을 걸 수 있는 상대는.
「――신뢰를 받고 있었을 줄이야.
분수에 넘치는 영광이라 생각합니다」
「그리 말해준다면 나도 기쁘다.
그래서, 어떨까」
「옛……」
「좋은 꽃을 골라서 준다면, 사쿠라코 님은 기뻐해 주실까?
그렇지 않으면, 다른 것이 좋을까……」
「글쎄요――」
생각을 돌린다.
그렇다고는 해도 당연히, 나는 사쿠라코 공주의 취향 등은 모른다.
눈앞의 아시카가 쿠니우지처럼, 정말 약간의 접촉을 가진 것에 지나지 않은 인연이다. 무슨 말을 나누고, 무언가를 서로 이해한 것도 아니다.
하지만――그럼에도 다소는, 안 것도 있다.
「아라타?」
「생각하기에……
꽃이라면 꽃대로, 괜찮겠지요」
「무슨 말이지?
다른 것이라도 좋다는 것처럼 들린다」
「네」
「……경단이라든가」
「괜찮겠지요」
「아라타.
제대로 진지하게 생각했어……?」
「물론입니다」
불안하게 이쪽의 얼굴을 살피는 소년왕에게, 작게 미소를 만들며 답한다.
「다름아닌 쿠니우지 전하의 하문을 어떻게 소홀히 할까요」
「그렇지만……」
「전하」
표정을 고치고 고한다.
「사쿠라코 공주께 전하가 보내시는 것은, 물건, 그 자체가 아닐 겁니다」
「……?」
「선물을 구실로, 공주를 위로하는 전하의 어심(御心)이야말로 보내고 싶으신 것이겠지요」
「으, 응」
「그렇다면, 물건 자체는 무엇이라도 상관없다고 생각합니다.
전하의 마음을 전하는데 족한 것이라면 됩니다」
「공주가 바라는 물건을 알 수 있다면 또 몰라도, 그것은 지금은 본인 밖에 모르는 이상, 중요한 것은 그 한가지 뿐입니다.
부디 뜻하신대로 선택해주세요」
「……시시한 것을 보내서, 사쿠라코 님이 싫어하는 일은 없을까……?」
「염려는 필요없다고 생각합니다.
저 같은 범우(凡愚)가 귀한 분의 도량을 잴 수 있을 리는 없습니다만」
「그 공주님이시라면, 반드시……
선물과 함께, 전하의 후의도 받아주실 것입니다」
「……그런가……」
「응, 그렇구나!
고마워, 아라타. 왠지 망설임이 개였다」
「옛」
미소를 주는 쿠니우지에게, 깊게 고개를 늘어뜨린다.
자신의 신상을 돌아보면 조금 복잡한 심경도 들지만, 지금은 그것은 잊어 둔다.
이 상냥한 소년을 도와줄 수 있었다면 그걸로 좋다.
아무튼 이걸로 임무 종결인 거고……조금만 샛길로 들었다, 그렇게 생각해두기로 하자.
「좋아, 결정했다.
역시 꽃으로 해 두겠어」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부탁한다, 아라타」
「예」
………….
그나저나.
나의 용무는, 이제 끝난 것이 아닌 건가.
「사쿠라코 님에게 확실히 보내 줘」
「…………전하.
그러한 것은, 스스로 건네주시는 것이 좋을거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그렇겠지만……」
「여기서 죽눅드셔서는 안 됩니다」
「아니……」
쿠니우지는 곤란한 얼굴을 하고 있다.
겁먹었다든가, 부끄럽다든가 하는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전하?」
「……그렇게 하고 싶은 마음은 산더미 같지만.
내가――짐이 그걸 하면 큰일이 된다」
「…………」
확실히.
어쩔 수 없나.
이것도 일단 올라탄 배다.
「잘 알겠습니다.
사자의 임무, 삼가 맡도록 하겠습니다」
「해 주는 건가!」
「옛. 그럼 선물은……
일단 다시 오는 편이 좋을까요」
「아니. 실은 하나, 이미 골랐었다……」
[ESC]
내가 시로 쿠니우지의 사자를 자칭해서 오카베 사쿠라코의 면회를 신청하자, 쿄고쿠가의 인간은 당황한 것 같았다.
일을 크게 하고 싶지 않은 쿠니우지의 의향도 전해, 어떻게든 통과했지만 이대로 아무 일도 없이 끝날 리는 없다.
그래도 아시카가 쿠니우지 본인이 갑자기 나타나는 것보다는 나았을 거고, 설마 잠입할 수도 없으니까, 이것은 어쩔 수 없는 사정이라는 것이지만.
쿠니우지에게는 은근한 추궁의 손이 향해지게 될 것 같다.
다만, 그도 알고 있을 거다.
그러면서도, 바랬을 터이다.
후미진 일실을 통과하면, 거기에는 사쿠라코 공주가 깊게 절하면서 기다리고 있었다.
윗자리에 해당하는 장소는 비워져 있다.
……지금의 나는 임시이더라도 좌근위대장의 대리이니까, 당연한 취급이었다.
하지만 불편함은 뭐라 하기가 어렵다.
등뒤의 문이 닫히는 것을 확인한 다음에, 낮게 부른다.
멍하니 얼굴을 드는 공주와, 나의 시선이 겹쳤다.
잠시의 공백.
그렇지만 이것은 어떠한……?」
스스로 자신을 돌아봐도 곤혹을 닦을 수 없을 정도다.
앗, 부디 계속해 주세요」
「걱정마시길.
그럼」
적당히 앉아서, 나는 쿠니우지와의 기연을 간략하게 설명했다.
묘하다면 상당히 묘한 이야기였을 터이지만, 그 고귀한 소년이 축구를 즐기는 모습은 그녀도 목격했으므로 이해시키는데 어려움은 없었다.
말하면서 시선을 흘려서 방의 모습을 관찰한다.
별로 쇠창살로 둘러싸인 것은 아니고, 창이 작은 들창이라는 것도 아니다.
평범한 방이었다.
여기가 그녀의 방은 아니라고는 해도, 방에 익숙한 모습으로 보아 거주공간의 일부인 것은 확실하다고 생각된다. 그렇다면 공주의 환경은 그렇게 어려운 것도 아닌 것 같다.
요전날처럼, 산책 등도 허용되어 있는 듯 하다.
……하지만 이 너그러운 대우는, 결코 그녀의 심신의 건강을 배려한 것은 아니겠지.
로쿠하라는 사쿠라코 공주와 반막세력의 접촉을 경계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 보타락에 두었던 것이다.
하지만 한편으로 기대도 하고 있을 거다――양자가 접촉해서 행동을 일으키면, 일망타진이라며.
사쿠라코의 신변을 허술하게 해도 별로 문제는 없다. 어차피, 이 성내로부터 탈출은 불가능하니까다.
필요도 없는 경계태세를 버리고, 대어를 꾀어내는 미끼로 삼고 있다. 정말이지, 로쿠하라는 하나하나가 교활했다.
「그렇습니까…….
그래서, 그때」
「네.
제 자신이지만, 주제넘은 행동을 했습니다」
그녀 자신은 그 부근을 양해하고 있는 것인가――
미소를 만들어 보이면서도 숨길 수 없는 눈가의 피로를 보면, 물을 것까지도 없었다.
대접받은 차를 마신다.
기분 좋은 쓴맛이 지금은 안타깝다.
「……아무튼, 그 건으로 전하의 지우(知遇)를 받아.
이번에 이렇게, 사자의 역할이 주어졌을 따름입니다」
「사자……」
사쿠라코 공주의 시선이 그쪽으로 움직인다.
지금 처음으로 깨달은 것은 아닐 거다.
가지고 온 화분의 꽃.
나는 그것을 재차 들고서, 공주의 앞으로 놓았다.
「쿠니우지 전하로부터, 공주께」
문득, 말이 끊어진다.
하사품……이라고 계속할 생각이었지만.
예칙상으로는 그걸로 옳다.
하지만 그 소년의 진심을 전할 수 없는 듯한 기분이 든다.
잠깐 헤맨 끝에, 보다 단순한 말로 수정한다.
「선물입니다」
「이것을……?
그분이?」
「옛」
보라색의 꽃이다.
언뜻 보면 제비꽃을 닮았지만, 잎이나 줄기의 형상이 다르다.
야마토에서는 아직 그리 익숙하지 않은 걸지도 모른다.
해설을 더하려고 입을 열려 했을 때, 사쿠라코 공주가 목을 기울이며 중얼거렸다.
「자라난화(紫羅欄花)……?」
「명찰이십니다」
「사진으로 밖에 본적이 없습니다.
진짜는 이런 색을 하고 있군요……」
「빨강이나 흰색의 종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래요……」
자라난화. 서양명은 스톡(Stock).
남유럽 원산으로, 옛날에는 약용(薬用)도 된 것 같다.
향기는 강한 편이겠지.
숨이 막힐 정도는 아니지만, 너무 코를 가까이 대면 취해버릴 것 같다.
「이 꽃이 피는 것은……초봄이 아니었습니까?」
「네.
이것은 성내의 직공이 키워 일찍 핀 것입니다」
「그런 것이……」
「쿠니우지 전하의 조모이신 요우토쿠인(養徳院) 님이 이 꽃을 몹시 좋아하셨다던가요」
「……?」
오카베 사쿠라코는 이상한 듯한 얼굴을 했다.
「전하가 좋아하셔서, 키우게 한 것이 아니군요?」
「예.
공주께 드리기 위해서, 요우토쿠인 님께 청해서 받아오신 것 같습니다」
「일부러, 이 꽃을 선택해서」
보라색의 꽃잎을 응시한다.
무언가, 기억을 파내고 있는 분위기였다.
나는 조용히 기다렸다.
이쪽으로부터 똑똑한 체하며 혀를 움직일 필요는 없다.
「……확실히, 자라난화의 꽃말은……」
「……」
「영원의 아름다움. 애착. 행복……」
「그 밖에, 미래로 나아가는 힘, 염려……
등도 있다던가요」
꽃말 같은 것은 나라에 따라서, 문화에 따라서 각양각색이다.
그것들이 뒤섞여서, 현재에는 대개의 꽃은 복수의 다른 의미를 가진다.
「……미래로 나아가는 힘.
염려……」
「……」
「그것이, 전하가 제게 주시는 것」
「옛……」
「……」
「뻔뻔스럽다고, 생각하십니까」
무례할 한마디를, 감히 던진다.
집 잃은 공주의 단정한 눈이, 놀라움을 보이며 크게 떠진다――하지만 그것도 몇 초의 일.
그녀의 뇌리에는, 요전날 이치죠의 발언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예」
「지극히 당연한 일이라 생각합니다」
「승자는……머리를 숙이고 화해를 바래서, 약간의 긍지를 잃어도, 남는 것이 아직 많이 있겠지요.
하지만 패자는……」
「싸웠다, 라는 긍지 이외에 아무것도 없습니다.
이것을 잃으면, 이제 아무것도 남지 않습니다」
「이해할 수 있습니다」
나는 본심으로 수긍했다.
공주의 심정에는 납득이 가지 않는 부분이 전혀 없다.
「그렇다면……」
「전하도 그것은, 이미 알고 계십니다」
「전하가」
「우려하고 계셨습니다.
이것은 자신의 제멋대로가 아닌가, 하며」
「…………」
「그런데도 전하는 저를 보내는 결단을 내리셨습니다.
그 심중을, 헤아리는 것이 허락된다면――」
「아마도 전하는, 승자인 아시카가 일문의 가장으로서가 아니라.
공주와 같은 곳에 선 자로서 이 꽃을 주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하고, 생각합니다」
「같은 곳……?」
「자라난화의 꽃말에는, “동정” 도 있습니다」
「……」
「듣기에 따라서는 귀에 거슬리는 좋지 않은 말입니다만, 전하는 높은 자리에서부터 손을 뻗고 있는 것이 아니라, 공주의 곁에 서 계신 거라고, 부디 이해해주시지 않겠습니까」
엉뚱하다면, 정말 엉뚱한 말이다.
아시카가의 후계자와 오카베의 유녀(遺女) 사이에는, 굳이 비교하는 것도 어처구니 없을 정도로 입장이 너무 다르다.
하지만 사쿠라코 공주는 적어도 한마리로 물리치지는 않았다.
자라난화에 눈을 떨구고, 생각에 잠긴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전날의, 정말 스치듯 지나간 것 같은 만남을 생각하고 있는 것일까…….
공주의 눈동자 안에서, 소년의 상기한 뺨을 본 듯한 기분이 들었다.
「……아라타 씨」
「옛」
「쿠니우지 전하는, 어떠한 분입니까」
「……저도, 이것저것 말할 수 있을 정도로는 알지 못합니다. 전날――공주도 마침 계셨던 그때와, 오늘 이쪽으로 오기 전에 만난 것이, 면식의 전부이므로」
「그렇습니까……」
「다만.
그것 밖에 연고가 없는 저를, 공주에게 보내는 사자로 세웠다」
「……세우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러한 입장의 분입니다」
「……」
더욱 말을 쓰는 것은 피했다.
사실 이외에는 말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공주를 구슬리기 위해서 온 것이 아니다.
그 소년의 모습과 그림자에, 느끼는 바는 좀 더 많이 있다.
하지만 그것은 나의 입으로부터 공주의 귀로 불어넣어도, 아무 의미도 없는 것이겠지.
공주가 스스로 알아야만 진실이 된다.
그리고 그것은――먼 도정도 아닌 것 같았다.
「……외로운 분일까요」
「옥좌가 홀로 앉는 것이라면……
곁에 사람이 없는 것은, 당연한 것일까 합니다」
「……염려.
동정.
미래로 나아가는 힘……」
「고독하고 추운 길이라면, 적어도 반려를 얻어 걷자고…….
그렇게 바라시는 것일까」
「……」
대답은, 머리를 내리는 것만으로 해 두었다.
간단한 일일 리 없다.
비록 두 명이 그것을 바라더라도, 주변이 과역 허락할지 어떨지――아니, 도저히 허락할 리 없다.
어쩌면 혼자서 가는 이상으로 곤란한 길이 될 수가 있다.
하지만……그런데도 굳이, 다가서는 것을 선택한다면.
외롭지는 않다.
혼자서 있는 것보다도. 조금만――피부의 추위는 누그러질 것이다.
「…………」
오카베의 공주는 무엇을 생각한 것일까.
역시, 자신의 집을 멸한 본인이 무엇을……이라는 생각이 앞설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해도, 나에게 설득의 방책은 없었다.
하지만. 정말 한 번이라고 해도, 그녀는 쿠니우지를 만났다.
그때.
아시카가 시로라는 소년의 진상 일부에 공주가 접했다면……
「아라타 씨.
전하께, 전언을 부탁할 수 있을까요」
「옛. 맡겠습니다」
왠지 완전히 메신저가 되어 버렸지만 어쩔 수 없다.
이러고서 건이 싸움거는 기별이었다면 최악이지만.
「보타락의 나날은 바위 위에서 잠든 심정……」
「――」
「저의 몸을 염려해 주신다면.
부디 이끼의 옷(苔の衣)을 빌려 주세요, 라고」
…………………….
그때, 나는 어떤 면상이 되었을까.
거기에 거울 같은 건 없었으니까 알 방법은 없다.
공주에게 키득하고 웃게 해 버리는 얼굴인 것 같지만.
……이끼의 옷. 허름한 옷이라는 의미다……만. 이 경우는…………
「잘 부탁해요?」
「……공주.
전하는 아직, 그, 젊고……」
「이 정도는 해도, 벌은 받지 않겠지요?」
「예에……」
이거 참.
의외로…………이 공주님.
장난을 좋아한다.
바위 위에서 노숙을 하려니 너무 춥네요
이끼의 옷을 저에게 빌려 주지 않겠나요
……오노노 코마치(小野小町)[각주:1]가 승려 헨조(遍昭)[각주:2]에게
최초, 무슨 일인지 몰랐던 상태인 쿠니우지에게, 나는 단적으로 그 한마디만을 고했다.
야마토에서 귀족의 열에 든 자라면, 노래는 기초교양의 범주. 이걸로 충분하겠지.
몇 초 지나서.
아시카가 쿠니우지는 졸도했다.
세상을 등진 이끼의 옷은 단 한 겹
빌려주지 않으면 야박하니 자 둘이서 함께 잡시다
……헨조의 반가(返歌)
·
·
·
·
·
·
「――란 것으로, 잘 수습된……듯한 기분이 든다.
왠지 그 소년, 다른 고생을 짊어지게 될 것 같지만」
《그래》
무라마사의 장단은 쌀쌀맞았다.
전혀 흥미가 없는 것 같다……실제로 없겠지만.
검주의 금타성은 평소처럼, 딱딱하고 차갑게 울리고 있다.
하지만 어디엔가 피로한 듯한 무딤이 있었다.
「그쪽은 어떻지」
《대충은 돌아보길 완료.
고생했지만……거미집 같은 경비망에 걸리지 않도록》
다름아닌 거미가 투덜거린다면, 상당했겠지.
역시 로쿠하라 막부의 주성(主城), 방비가 어설픈 장소는 없었던 것 같다.
「그래서」
《반응 없음.
이 성에 은성호는 없어. “알” 도야》
「……그런가」
낙담은 금할 수 없었다.
『백은성(白銀星)은 로쿠하라에』――무자 아오에가 남긴 실마리는 처음으로 은성호의 소재의 비밀에 다가 선 것이었다. 기대하는 바는 컸었다.
하지만 장대한 보타락성이라도 로쿠하라의 전부는 아니다.
4대 공방부를 시작으로, 막부조직은 산재해 있다.
보타락이 아니라면, 그 어디엔가――이 판단이 수확이라면 수확임이 틀림없다.
……여하튼, 나는 자신을 납득시켰다.
「그렇다면 다음은, 친왕 전하의 명을 완수할 뿐이다」
《…………》
멋대로 해.
그렇게 말하고 싶은 듯한 침묵을 남기고, 무라마사는 떠났다.
……내일이다.
노우 무대 후에 결행해, 전부 끝내자.
졸지에 카게아키가 사랑의 메신저가 되어버린 화였습니다.
다만, 의외로 장난기가 많은 사쿠라코 공주의 성격을 볼 때, 이 둘이 정말로 이어진다면 연하이기도 한 쿠니우지가 좀 잡혀살지 않을까 합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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