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는 집에 오자마자 골골 골아떨어진 터라 거의 진도가 안 나갔네요.
비축분은 조금 쌓아뒀지만 생각보다 속도가 안 나오고 있습니다.
직장 다니면서 덕질하는 다른 분들 볼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용케 그런 페이스로 덕질이 되는군요. '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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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을 빌려주길 바란다며, 이치죠는 나에게 고했다.
「……와주었나」
「네」
「…………」
「서장……어떻게 된 일입니까?」
「내가 이야기합니다」
「이치죠……」
「어제, 부탁받았습니다.
야마토의 평화를 되찾기 위한 싸움에, 힘을 빌려주길 원한다고」
「나는, 맡기로 했습니다」
「…………」
「미나토 씨.
부탁입니다」
「나를 도와주세요」
소녀는――
올곧게, 나를 응시하며 그렇게 말했다.
「자신의 미숙함은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미나토 씨가 보충해줬으면 합니다」
「하지만 나는……」
지금은 이치죠라도 알고 있을 거다.
아마도, 서장이 이야기했을 테지만.
싸워서, 누군가를 적으로서 죽인다면……
아군인 누군가도 죽이지 않으면 안 된다.
「미나토 씨는 이제, 죽이지 않아도 됩니다.
그것은 내가 합니다」은성호도 내가 죽입니다」
이 자는, 》
그걸 위해서, 미나토 씨의 힘이 필요해」
힘을 빌려주는 것만으로 좋다.
죽이지 않아도 된다.
――이제.
죄도 없고, 적도 아닌 인간을, 이 손으로 죽이지 않아도 된다.
이 손으로.
죽이지 않아도, 된다.
너에게 따르지」
……보타락 성새(普陀楽城塞).
보타락이란, 불교적 우주관에서의 정토(浄土)의 하나를 말한다.
천룡사파(天龍寺派) 임제종(臨済宗)을 시작으로 하는 불교에의 귀의가 깊은, 로쿠하라가 아니면 붙일 수 없는 이름이겠지.
하지만 명명하는데는 말썽이 있었던 것 같다.
불교 관계의 책을 보면……」
공중에 글자를 쓰며 묻는 이치죠에게, 수긍한다.
락(落)은 물론, 락(洛)이라도」
그 탓인지 어떤지는 모르지만, 이 성은 낙성(落城)은 물론, 아직 공격받은 경험도 없다」
준공으로부터 5년도 지나지 않은 얕은 역사라면 당연하다, 그렇게 말해 버리면 거기까지이지만.
보는 자에게 공격의 의욕을 잃게 할 정도의 위용을 보이고 있는 것도 또한, 사실이다.
위용 중 어느 정도가 실력이고, 어느 정도가 허세인가. 세바스토폴(Севастополь)[각주:1]인가 그렇지 않으면 고료카쿠(五稜郭)[각주:2]인가. ……정황의 행방에 따라서는 머지않아, 거론되는 일도 있을 수 있으리라.
거기에 파문을 일으키는 결과로는 된다.
나와 이치죠가 이 성에 들어가, 역할을 해낸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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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남자가 지금, 막부의 주도권을 잡고 싶어서 안달내고 있는디」
혈통으로 말하믄 4공방의 필두이긴 한디……그것만으로 납득할만큼 다른 3명은 어설프지 않어」
이쪽의 정치적 지위의 향상과 바꾸는 거여. 로쿠하라의 싯켄으로 밀어올려주는 거래이……」
막부의 안쪽에 있으면 하기 힘든 일을 대행해주거나 말이여」
그것을 카게아키 군과 이치죠 씨에게 부탁하고 싶어」
그렇지만 스스로 참견했다간 바로 들켜버린데이」
유사 도우신의 권위가 실추할만한 사건을, 보타락성에 잠입해서 일으켜주는 거데이」
하지만 과하지 않도록 조심혀. 막부를 조종하는 것이 이쪽의 목적이니께」
진주군이라는 또 하나의 적이 있는 것들 잊지 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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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쪽은 마찬가지로, 아라타 이치히메(改一媛)」
「담당하시는 분에게 연결을 바랍니다」
문지기 : 「기다려주세요.
…………오늘 착임, 인바(印旛) 대관소로부터 전출한 아라타 카게아키 님. 옛, 알았습니다」
문지기 : 「부디 지나가주세요.
지금, 정소로 연락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야말로 문지기다운, 고지식한 용모를 한 중년무관에게 인사하고 통용문을 빠져나간다.
그 앞은 민간인에게는 연이 없는 세계, 즉 나에게도 완전히 미지의 영역이었다.
살펴보니 산의 형상에 따르는 모양으로 길이……도랑이 파였고, 천연 혹은 인공의 반석에 성곽이 쌓아올려져 있었다.
코우슈 타케타류(甲州武田流)의 전형적인 평산용새(平山竜塞)다. 많은 선례와는 규모가 너무나도 다르지만.
「저기로 가면 될까요」
「아니」
가장 가까이에 있는 성곽을 가리키는 이치죠.
나는 고개를 흔들었다.
보타락성의 내부 구조 같은게 공개되었을 리도 없어, 사전조사로 얻은 정보는 극히 적은 것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럼에도, 통례에 비추면 어느 정도까지 추측하는 것은 가능했다.
「저것은 아마도 하급무관의 힐소(詰所 : 대기소)다.
정무시설은 보통, 훨씬 안쪽에 있다」
「……그럼, 등산입니까?」
그 기가 막힌 듯한 목소리는, 귀찮은 것을 싫어하는 것이 아니라, 매일 아침 막부의 공무원들이 무리를 지어서 등산하는 광경을 상상했기 때문이겠지.
쓴웃음짓고서, 오해를 정정한다.
「그럴 필요는 없다.
기다리고 있으면, 마중이 온다」
「……마중?」
이해하지 못하는 모습의, 말 흉내.
나는 산기슭을 향해서 뻗어 가는 입구길(大手道)을 가리켰다.
「아스팔트로 포장되어 있다.
……최신의 기술이군. 요철이 적다」
「그렇네요…………아, 그런가」
이치죠가 깨닫는 것과 전후해서, 공허하면서도 무거운 저음이 산의 경사면을 미끄러져 내려 온다.
생각했던 것보다도 빠르다.
그 성실한 듯한 문지기는 스스로 말한대로, 신속하게 연락을 해 준 것 같다.
이동수단이 도보에 한정되어서는 기능할 수 없지」
본성으로부터 입구길까지, 불과 십 몇 분만 있으면 도착할지도 모르겠구나」
「화급한 때, 병력을 신속히 전개하는데도 도움이 될 거다」
이 성에 쳐들어오는 자에게 있어서도 같은 것을 말할 수 있지만.
아니, 그렇기 때문에 아스팔트일지도 몰랐다. 콘크리트가 아니라.
콘크리트 포장의 쪽이 내구성은 높다.
50톤이 넘는 중전차의 주행에도 견딜 수 있을 거다. 이것이 아스팔트라면, 노면의 손상은 피할 수 없다.
하지만 아스팔트는 처리가 용이하다.
적에게 쓰일지도 모르는 경우는 파괴하고, 자군이 사용할 때에 다시 부설(敷設), 이라는 가벼운 운용도 불가능하지 않다.
……다만, 그것도 코스트를 도외시하면의 이야기다.
실제로 가기까지 할지는 미지수였다.
<부우우웅……끼익>
「국산차군」
「앗.
그러고 보니 신문에서 본 적 있습니다. 이거」
「토미타 AA형.
국산승용차의 제1호다」
「이 성에서 쓰이고 있는 차는 모두 국산이에요.
값은 나갑니다만, 그것이 공인의 행실이라는 거니까」
<협력자가 도착한다>
「참으로 동의할 수 있습니다. 그런 자세가 없어서야 국내산업의 융성은 이룰 수 없습니다.
……당신이, 이마가와 중장 각하의?」
「조심성이 없어요, 미나토 님. 여기서 부주의하게 그 이름을 입에 담으십니까.
저는 공식상 오유미와는 아무 관계도 없는 일개 공무원을 가장해, 밀정 활동을 하고 있으니까요」
「도저히 그렇게는 보이지 않습니다만」
「후후후……당연하지요.
그렇지 않으면 밀정 같은 건 감당해낼 수 없어요」
「미나토 씨.
이야기가 통하지 않는듯한 기분이」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자, 부디.
우선은 관사(官舎)로 안내합니다」
<부우우웅~>
여기 한 채, 전부?」
살기에는 비좁아서, 조금 부자유스러울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다른 관사로부터 떨어져 있는 것이 좋군요」
여기서의 회화는 누구에게도 들리지 않습니다」
「그렇더라도 방심은 하지 마시기를」
「알고 있습니다.
그나저나」
「네」
「이후, 당신과 연락을 취할 때에는 어떻게 하지요」
「정소에서, 직원인 이와타(岩田)를 불러주시면 됩니다.
두 명은 나의 부하로 해두었으니까, 이목을 꺼릴 필요는 없습니다」
「알겠습니다」
「그 밖에는 무언가?」
「저, 저기~」
「네?」
「나와 미나토 씨가 여기에 함께 살면, 그, 문제 같은 건 없는건가?
남의 눈엔 상당히 수상할 듯한 기분이……」
「? 괜찮아요.
두 분은 부부라는 걸로 해두었고」
<퍽!>
「……숙소는 외벽이나 천수각(天守閣) 만큼 튼튼하게 만들어지지 않았으므로, 기둥에 강렬한 박치기 등을 가하지는 말아주세요」
「그렇다고 한다, 이치죠」
「하, 하하, 하지만!
부부!?」
「몰랐던 건가」
「듣지 않았는데요!」
「가명의 성을 똑같게 했을텐데」
「그, 그것은, 남매일까나~하고」
「부부로 해두지 않으면 숙소가 나뉘어 버릴텐데.
그래선 불편해서 곤란하다」
「그야 그렇지만!」
「싫은가」
「에……에?」
「나와 부부를 가장하는 것은 싫은가」
「그, 그것은……
그런 건……」
「나는 싫다」
<쾅!>
「섬머 솔트킥도 삼가해 주세요」
「그렇다고 한다, 이치죠」
「우, 우우……그치만……」
「혼인이란 신 앞에서 맹세해야 하는 것.
방편으로 사칭하는 것은 마음이 내키지 않는다」
「……예에」
「하지만 그 점을 놓아두면.
너와 같은 용모가 예쁜 소녀와 주거를 함께 하는 것은 남성으로서 솔직히 기쁘다」
<쾅!>
<우당탕!>
<푸히히히히힝!>
「당신, 일부러 하는거 아닙니까?」
「무슨 말일까요」
「와……우와―――!!
말이, 말이」
<푸히히히히힝!>
<우와, 떨어져, 그만해!>
「아무튼, 우리는 조속히 행동으로 들어가겠습니다」
<꺄아아앗! 핥지마 이상한거 문대지 마!>
「처음엔 어떻게?」
<미나토 씨! 잠깐, 말이! 말이! 똥을!>
「정보수집을.
성안의 인물과 사물을 자신의 이목으로 확인합니다」
<흐이이이잇!>
「계획입안은, 그 후에」
「그렇네요. 그게 좋겠지요」
「우선은 표적의 실상을 알고 싶은 바입니다.
준비를 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그 정도라면 곧바로. 업무를 구실로 면회할 수 있도록 처리하지요.
그 사이에, 입욕을 끝마쳐 두세요」
「과연…….
몸가짐에 시끄러운 인물입니까」
「예에.
말똥 냄새나는 소녀가 공문서를 가지고 오면 화낸다고 생각합니다」
<푸히히히히힝!>
<뜨아아아아아!>
말똥 냄새나는 소녀를 욕실에 잠기게 한 후, 이와타 여사로부터 서류를 받아 보타락성 본성으로 들어간다.
서류 자체는, 이렇다 할 것도 없는 정기보고서였다. 하지만 집정(執政)에게 제출해서 날인을 받을 필요가 있다.
딱 좋은 구실이었다. 그 공작원의 일처리는 상당히 빠르고 실수가 없다.
이걸로 현재의 막부 집정――유일하게 성에 남아 있는 공방, 유사 도우신을 아무 부자연스러움도 없이 만나는 것이 이루어진다.
「유사 도우신이라니, 어떤 녀석이지요」
「그것을 다소라도 알기 위해서 만나러 가는 거지만」
주위를 확인한다.
다행히, 사람 그림자는 없다.
(말씨에 주의해라. 숙소와는 달리, 어디서 누가 듣고 있을지 모른다.
철저히 로쿠하라의 햇병아리 말단관리가 되어 둬라)
(아, 네.
죄송합니다)
작은 소리로 주의하고 나서, 이야기를 계속한다.
「유사 코레모리 뉴도 도우신(遊佐惟盛入道童心)……칸토우 4공방 중 최연장자이며, 전 대장령 모리우지 전하의 심복이라고 주목받고 계셨던 분이기도 하다.
군정양략(軍政両略)의 길에 밝고」
「그런 한편, 문화예능도 대단히 좋아해, 많은 예술가를 보호하고 또한 스스로도 즐기신다.
단순한 전통보수보다도 신기한 시도, 전위적인 도전을 사랑하는 그 자세와……」
「공무에 있어서도 자주 파격적인 행보를 보인 것으로 인해――남들이 부르길, 바사라 공방.
내가 알고 있는 것은 이 정도다」
일반상식의 범주이다.
「나도 그 정도입니다.
로쿠하라의 녀서……분들이라면, 사생활이라든가, 생생한 모습을 신문이나 잡지에서 거의 볼 수 없으니까」
「확실히」
세계각국의 왕후귀족과 비교해도 적은 편이겠지.
그것은 아마도――야마토 지배라는 군사행동의 한중간이라는 인식이 그들 사이에 있으니까다.
평화로운 때의 부귀층의 의무로서, 대중에게 잡담의 씨앗을 제공하도록 행동하는 것은, 모든게 끝난 후……
야마토 유일하며 절대적인 지배자가 된 후의 일이겠지.
많은 피를 흘린 끝에. 혹은 흘리면서.
……그렇게 하지 않기 위해서, 나와 이치죠는 여기에 있다.
「칸토우 제6구의 식량상황 보고를 제출하러 왔습니다.
유사 중장 각하께 전해주시기 바랍니다」
「알겠습니다.
기다려 주세요」
시동이라 생각되는 소년이 통로의 안쪽으로 사라진다.
기다린다고 할 정도의 시간은 지나지 않았다.
소년이 돌아와서, 말없이 옆으로 물러나 통행을 재촉한다.
가볍게 목례하고, 나는 나아갔다.
등에 이치죠가 뒤따른다.
열 걸음 정도로, 아주 소박한 서원(書院)에 당면했다.
장지문의 앞에 착석해, 이쪽에 등을 보이고 있는 큰 체구의 인물에 대하여 예를 차린다.
「상관없어.
들어오게」
「옛」
너무 머리를 올리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문턱을 넘는다.
무례를 저질러도 방의 주인에게는 보일 리 없다. 하지만 시동의 눈이 배후로부터 빛나고 있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어, 역시 태도는 조심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사각의 이치죠가 어떻게 행동하고 있을까 조금 마음에 걸린다.
……당당히 가슴을 펴고 있지 않으면 좋겠지만.
이대로는, 배급제로 이행하지 않을 수 없게 될 우려도 있습니다」
오카베의 난이 탈이 되었구나」
대체적으로 식량사정은 개선의 방향으로 향하고 있습니다만, 북 칸토우의 일부는 예외라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게다가 그 주변의 도시나 마을을 몇 개, 반란에 가담한 허물로 몰살시켰던 것도 영향을 주고 있지……」
농업인구를 갑작스레 천명 단위로 깎여서야 말이지. 경제가 토대부터 무너져 버려」
어떻게 할까」
서류를 보지도 않고, 등을 돌린 채로, 유사 도우신 뉴도(入道 : 삭발하고 불교에 귀의한 자)는 고민하는 듯이 신음한다.
그러면서도 어딘가 마음이 여기에 없는 모습이기도 했다――섬세한 수작업의 한중간인 것 같다.
슨즈(駿豆)의 풍요로움을 조금 다른 곳으로 돌려 달라, 고……」
자네, 그 공주님을 경시하는가?」
경시하기 이전에, 애초에 일면식도 없다.
호리고에 소동의 전말을 모를 리는 없을텐데……」
모두 젊고, 사납고, 흉계가 깊은, 무서운 자들이야」
핫핫핫핫핫!」
대단한 농담을 말한 것처럼, 4공방의 수석은 높이 웃는다.
추종해서 웃으면 되는 건지 아닌지, 나는 고민한다. 결국 그만두었다.
송구스럽다는 투로 머리를 늘어뜨려 두었다.
자네와는 이번이 초대면이로군?」
인사가 늦어서 죄송합니다」
당황해서 사죄한다.
조금 지나서 놀라게 되었다.
지금 현재의 보타락성에서 사실상의 주인이라고 말할 수 있는 이 코가 공방이, 성의 말단, 잡무사무에 종사하는 하급문관의 한 사람 한 사람까지 파악하고 있을 줄이야……
졸지에는 믿기 어렵다.
혹은 넘겨짚은 것은 아닐까라고도 생각한다.
하지만 확정도 없이 섣불리 시치미를 떼는 것은 위험했다.
오늘부터 출근하였습니다」
그쪽의 아가씨는?」
……공방은 한번도 돌아보지 않았고, 이치죠는 한마디도 내지 않았을 터이지만.
「호오.
부부가 출근이라니, 기특하구나」
2년전의 수해에서는 주변의 마을들이 상당한 타격을 받았습니다」
내년, 또 있다는 것일까나」
「그렇게 소문내는 자도 있습니다」
보고 온 것처럼, 조심조심 입에 담는다.
실감이 느껴지게 들리고 있다면 좋겠지만…….
「치수공사를 완성시키지 않으면 안되지.
인바 늪의 홍수는 막부의 곡창에 직접 영향을 주네」
「주제넘은 말입니다만……
제발, 부탁 드립니다」
「음……」
고민스레 수긍하고서, 공방은 입을 다물었다.
당분간, 덜그럭덜그럭하고 무언가 소도구를 만지작거리는 소리만이 귓구멍을 차지한다.
서류를 두고, 퇴출해야 할까…….
「부인」
「――」
「……」
(너다)
「앗……네」
「그다지 말을 하지 않는구려」
「저……기, 뭐어」
「죄송합니다」
좋지 않은 사태가 되기 전에, 나는 예방선을 쳤다.
「이 사람, 게으름부리지 않고 잘 일합니다만, 아무래도 말 쓰는 법을 모르는 구석이 있어서.
공방님의 앞에서는 입을 열지 않도록, 미리 타일렀습니다」
「여자한테 입을 다물게하다니, 자네도 너무하군.
상관없어, 상관없어. 젊은 동안은 무례도 애교. 좋을대로 말하게」
「예…….
말씀이시라면」
이치죠에게 시선으로 뜻을 보낸다.
무언의 뜻은 통했을 거다――그 증거로 역시 시선으로 수긍한 이치죠는 적어도 표면상은, 로쿠하라에 대한 적개심을 억누르고 있었다.
「보타락은 어떠할까?」
「아주 크네요.
바보 같이」
「……」
「호우. 호우.
마음에 들지 않는가, 이 성은」
「아니요. 별로.
돈의 낭비라고 생각할 뿐입니다」
「핫핫핫!
과연, 솔직한 말씨를 쓰는군」
「……면목이」
「좋아좋아. 화나지 않았네.
이렇게나 거리낌없으면 상쾌할 정도야」
「그래서 아내분.
무엇 때문에 돈의 낭비라고 생각하지?」
「모르는 겁니까?」
「이치……히메」
「음. 가르쳐주시게」
「간단한 겁니다.
떨어지지 않는 성은 어디에도
없어요. 아무리 방비를 굳혀도, 떨어질 때는 떨어지는 것이 성입니다」
「그런 거에 돈을 들이는 것은 어리석습니다」
「호!」
「……」
「아라타라던가」
「네」
「자네의 아내는, 참으로 현인(賢人)이구나」
「……뭐라고 말씀드려야 할지……」
대답할 방법이 없다.
「아니, 하나하나 지당한 이야기야.
하지만……이치히메 님」
「무엇입니까」
「확실히 이 성은, 귀중한 금곡(金穀)을 물 쓰듯이 던져서 만들어졌네.
아마도 좀더 좋은 용도가 얼마든지 있었는데」
「그렇지만……쓸데없는 것은, 아니야」
「그럴까요」
이치죠가 한마디로 대꾸한다.
소극적으로 보아도 그것은 대답이라기는 것보다 반박이었고, 도전적이기도 했었다.
「음」
「어떤 의미가 있습니까」
「모르는 걸까」
「……네」
「그건 말일세」
일단, 말문을 끊는다.
그리고나서, 중 차림의 무장은 준엄하게 말했다.
「허세지.
보게, 아주 큰 성을 세우면 모두 쫄지 않는가」
「…………」
「……」
「후핫핫핫핫핫!!」
배를 흔들며, 유사 뉴도는 웃었다.
슬쩍 등 뒤의 상태를 엿본다.
……분명히, 낙담하고 있었다.
무리도 아니지만. 보여지지 않은 것은 다행이었다.
「요는, 이것과 같아」
변함없이, 이쪽에게는 등을 돌린 채로.
중장은 어깨 너머로, 무언가를 내밀어 보었다.
조금 전부터 쭉 만지고 있었던 물건 같지만…….
「찻숟가락……입니까」
「그렇지」
대나무로 만든 작은 숟가락.
확실히 차도구의 하나로 꼽히는 그것이다.
「이름은 “심심초(思草)” 라고 하네.
히고 호소카와(肥後細川)가에 대대로 전해지는 것이야」
「코보리 엔슈(小堀遠州)의 작품이라고 하지.
수년전, 억지를 부려서 양도받았지」
도선(櫂先 : 차를 뜨는 곳)의 굴곡이 약간 깊다…….
거기서 비롯된 이름인가.
「……훌륭한 물건이군요」
「그렇겠지」
「……」
「명인, 코보리 토우토미노카미(小堀遠江守)가 썼고……
비할 데 없는 예도의 대가(芸道大名), 호소카와가에서 3백년 20대에 걸쳐 정중히 취급되어, 닦여 온 이 찻숟가락」
「뭐라 할 수가 없는 풍격을 갖추고 있어.
이 정도의 물건, 세상에 그리는 없으니」
「확실히」
「하지만, 말일세.
……이치히메 님은 이것을 어떻게 보지?」
「꾀죄죄한 대나무 찌끄레기」
「그렇지!
참으로, 초라한 대나무로군. 마당에 구르고 있으면 밟아 버릴걸세」
「……」
「보타락성도, 이것과 다르지 않아」
「예」
「예에?」
「무서운 성이라 생각하면 그렇게 보일걸세.
종이호랑이라고 생각하면 그렇게 보일걸세」
「어느 쪽도 진실.
어느 쪽도 정곡」
「보는 자가 결정하면 돼.
그렇게 하면 세상의 만물에 의미가 없고, 세상의 만물에 의미가 있을 것이네……」
「……」
「…………」
「자, 보타락성이야.
주도록 하지」
이쪽을 보지 않고, 공방이 찻숟가락을 휙하고 던진다.
그것은 정확하게, 이치죠의 손 위에 떨어졌다.
「에?」
「……무슨?」
「심부름삯 대신으로 가지고 가게」
「하, 하지만……이것은」
소위 하나의, 값을 매길 수 없는 물건이 아닌가.
그런 것을――설마.
이치죠도 고죽(古竹)으로 된 작은 숟가락을 쥔 채로, 어떻게 하느냐며 염려하고 있다.
별로 고맙지는 않더라도, 그것이 당황스러울 것이다.
「왜 그러지?
마음에 들지 않나」
「그러한 일은 결코.
하지만 저의 분수에 어울리는 것이라고는 도저히 생각되지 않아서」
「그리 비하할 것 없네.
고작 귀이개를 받은 정도로」
「……예?」
「귀……이개?」
「음.
보게, 나는 머리가 크니까 말일세. 귀이개도 그 정도의 크기가 아니면 부족하지」
「지난번에 스스로 만들어 본 귀이개야.
세상에 둘 도 없는 진품이지」
「……」
「하앗핫핫핫핫핫핫핫!!」
<뚜둑>
「…………앗」
「……이 망할 땡중……!」
「오우, 놀림이 과했을까.
벼락아 오지 마라, 벼락아 오지 마라」
「아라타, 보고서는 거기에 두고 가게.
부인이 나의 대머리를 후려치기 전에, 데리고 나가 주게」
「네……
뜻대로」
「수고했네」
「옛.
실례하겠습니다」
코가 공방은 끝까지 이쪽을 보지 않았다.
눈의 신호로, 이치죠에게 퇴출을 재촉한다.
조롱당한 것에 대한 불쾌함을 감추지도 않고 있었지만. 소녀는 거스르지 않고, 부루퉁히 입을 다문 채로 일어섰다.
나도 거기에 따른다.
뒤꿈치를 돌리기 전, 다다미 위에 떨어진 그것을 한번만 보았다.
무참하게 부러진 대나무 숟가락.
「…………」
「꾀죄죄한 대나무 찌끄레기, 야」
「……」
「그럴테지?」
「……옛」
<퇴출한다>
[ESC]
「맛을 보려면 눈으로 보지마라, 라고 하지……」
「…………」
「또 조잡한 수를 써 왔구려.
이런, 이런……」
「요시키요」
「옛」
「야규 죠안(柳生常闇)을 여기로」
처음으로 각주를 써봤습니다.
보통은 접기 기능을 쓰고 있으니 가급적 안 쓰려고 했지만, 이번에는 주석이 워낙 길어서…….
아무튼 글의 이야기로 돌아가서.
이전과 형태는 다르지만, 다시 이치죠와 협력관계를 맺게 된 카게아키. 전투기술 면에서는 이미 상당히 완성된 상태이지만, 역시 경험이 모자란 이치죠에게는 확실히 카게아키의 서포트가 많은 도움이 되겠지요.
그리고 로쿠하라 4공방 중 챠챠마루에 이어서 이번에는 도우신과의 만남입니다.
챠챠마루 못지 않게 독특하고 만만치 않은 인물입니다. 그리고 유서 깊은 차숟가락 님에게 묵념. 귀중한 보물 하나가 허망하게 부러졌습니다.
그나저나 라이쵸우의 계략은 역시나 이미 들통났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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