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여기까지.
생각보다 너무 나가 버렸네요.
<비가 내리고 있다>
「네」
소녀가 앞장 서 나를 이끈 곳은 눈에 띄게 저명하다고도 광장이라고도 말하기 어려운, 그 사원이었다.
고도(古都) 가마쿠라가 자랑하는 명찰(名刹)의 하나임에는 틀림없지만.
참배자는 커녕 승려의 모습마저 보이지 않는다.
무인사(無人寺)라는 것은 아니겠지……만, 그랬다고 해도 납득이 가 버릴 정도로는 쇠퇴한 분위기를 비치고 있다.
바로 근처에 가마쿠라 5산의 제1위 건조사(建朝寺), 제2위 원각사(円覚寺), 제4위 정지사(浄智寺)라는 쟁쟁한 사원이 나란히 섰기 때문인가.
평소부터 사람의 출입은 적은 듯이 보였다.
「옛날, 아버님이 자주 데리고 와 주었습니다」
「보리사(菩提寺 : 선조의 위패를 모신 절)인가」
「아니요, 다릅니다.
아야네 집안과는 아무 인연도 없습니다」
「그래도 아버님은 매주 같이 참배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어쩌면 매일일지도.
……분명, 여기가 악을 용서치 않는 불천(仏天)님을 모시는 절이니까」
「……」
옆의 비석에 눈길을 준다.
――염마왕(閻魔王).
이른바 염마대왕.
십왕신앙(十王信仰)의 중핵을 이루는 재단자(裁断者)가 이 절의 본존인 거다. 상당히 드문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엄격한 아버님이셨던 것 같구나」
「그렇네요.
남에게도……자신에게도」
「한 번 만나고 싶구나.
너를 보는 한, 존경할만한 분이라고 생각된다」
「감사합니다.
……미나토 씨와 몇년인가 더 빨리 알게 되었다면, 소개할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그런가」
이치죠에게는 가족이 없다.
이전, 어느 때에 슬쩍 그렇게 들었던 것을 떠올린다.
실언이 부끄러웠다.
「나, 이 절은 싫습니다」
「……」
「여기에 올 때의 아버님은 반드시, 언짢은 얼굴을 하고 있었으니까.
무언가를 고민해서……슬퍼하고. 화내며」
「즐거웠던 적은 한번도 없습니다」
본당을 바라보는 이치죠의 독백 같은 군소리.
문득, 나는 환시했다.
남자 한 사람의 등.
미동도 하지 않고, 본당 안쪽의 염마상을 올려다보고 있다――
「지금이라면 알겠습니다.
아버님은 악과 싸울 각오를 정하기 위해서, 여기에 오고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언제나 괴로운 듯한 얼굴을 하고 있었어요.
……그러니까 나는 싫었습니다」
「지금도 싫습니다.
아버님과 같이……나에게 있어서도, 여기는 각오를 정하기 위한 장소가 되었으니까」
소녀는 돌아본다.
나를 본다.
덤벼들려는 듯한 시선이었다.
……비는 듯한 시선이었다.
「미나토 씨」
「이치죠……」
「……거짓말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그런거, 터무니 없는 생트집이라고……알고 있습니다」
「미나토 씨는……
무조건적으로, 믿을 수 있는 사람이니까……!」
「――――」
「그렇지만……죄송합니다.
어째선지, 흘려들을 수가 없습니다……」
「묻지 않으면.
확인하지 않으면, 안심할 수 없습니다」
「이치죠」
그 일순간.
나의 심리는 어떠했는가.
멈추고 싶었던 건가.
그렇지 않으면, 다른 무언가를 바라고 있었는가.
불명이었다.
「대답해주세요.
거짓말이라고, 말해주세요」
「……」
「당신이」
「아무 죄도 없는 사람을 죽이고 있다니」
<천둥소리. 폭우소리>
<콰르르르르릉――!!>
「……어째서」
그것을.
네가.
「소리마치입니다.
그 똘마니가 말했습니다」
「미나토 씨는, 단순한 살인범이라고」
「은성호나, 로쿠하라와 싸우고 있는 가운데 몰래……
아무것도 나쁘지 않은 사람들을 죽이고 있다고……」
「――」
「거짓말이지요」
한결같은 시선이, 나에게 매달린다.
달라붙는다.
나를 믿고서.
믿고 있으니까, 무서워하고 있다.
붕괴의 공포에 떨고 있었다.
「아니라고, 말해주세요」
「――」
「빨리.
빨리, 해줘요」
아니다, 거짓말이다, 라고――
그렇게 말하면, 이치죠는 믿는다.
세세한 변명 따윈 필요없다.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한마디만으로, 이치죠는 믿어 준다.
단――한마디.
·
·
·
모든 죄에 등을 돌리고.
그 한마디를, 입에 담으면.
입에……
담을 수 있다면.
「……」
「…………」
「어째서입니까」
「어째서,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습니까」
「……나는……」
「미나토 씨!」
모른다――고, 말해라.
무슨 헛소리냐――고.
그렇게 말하면 된다.
그렇게 말하면, 이 소녀의 신뢰를 잃지 않는다.
여태까지대로의 관계를 계속할 수 있다.
그러니까.
말해라.
말하는 거다.
「살인자다」
「――――――――」
나는, 선인도 악인도 구별하지 않는다」
단순한 살인자다」
……배신당한 소녀의 절규는.
천둥소리보다 더욱 높이, 천지의 틈새에 울려 퍼졌다.
「닛타 유우히를 기억하고 있나?
노기야마파에 얽혀있을 때, 너에게 도움받은 소년이다」
거기에는 에미시 노인이 있었고, 그에게는 두 명의 손녀가 있었다」
「어느 쪽도 내가 죽였다」
「……GHQ의 오오토리 대위를 잊지는 않았겠지.
그녀는 이미 어디에도 없다」
「내가 죽였기 때문이다」
나의 말은, 이치죠를 납득시켰겠지.
소녀의 절실한 소원과는, 완전히 반대의 의미로.
전부, 사실의 나열에 지나지 않으니까.
담박하고, 간소해서. 의심할 여지 따윈 없다.
그것은 진실.
소녀가 바라지 않았던 진실.
최후의 물음을 던져 버린 아야네 이치죠가,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 되는 대답이다.
「……어째서……」
「이유인가.
그런 것은 없다」
없다.
살육을 면죄하기에 족한 이유 따위, 아무것도.
「억지로 말하자면, 내가 그러한 것이라서다.
그것 뿐이다」
「……………………」
「용서하지 않아」
「……」
「배신당했다, 라곤……생각하지 않아.
그래. 당신은 처음부터 말했어」
「정의의 사도 따위가 아니라고.
단순한 살인자라고」
「그래」
「내가 멋대로 착각했던 거야.
멋대로 단정해서……멋대로 믿어서」
「멋대로 동경하고 있었어!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격노해서 대소한다.
인간에게는 그런 감정표현도 가능하다고, 지금 처음으로 알았다.
「하지만 용서하지 않아」
「……」
「미나토 카게아키.
나는 당신을 용서하지 않아」
「당신을 죽인다」
「어떻게」
기대하는 것처럼, 그 반문은 입술로부터 흘러나왔다.
하지만 분명, 이치죠는 도발로 들렸겠지.
「이렇게다!
마사무네에에엣!!」
「!?」
<슈왕!>
<착지한다>
<철컹!>
남색이 날아왔다.
깊은 경질의 빛을 띈 덩어리.
3쌍의 다리와 긴 촉각이 돋아나 있다.
하늘소.
검주였다.
그 거구와 강철의 외골격이 이야기한다.
우천(雨天)의 아래, 하지만 어두운 빛깔의 갑철은 풍경 속에 가라앉지도 않는다.
오만한 이채(異彩)를 발하고 있다.
사람의 시선을 강탈하기까지 하는 광택은, 하나의 사실을 명확히 지적하는 것이었다.
――――최상대업물(最上大業物).
세이슈 센고 무라마사(勢洲千子村正)와 동등.
혹은 능가한다.
소우슈 고로 뉴도 마사무네(相州五郎入道正宗)라는 건가!?」
극히 냉엄한,
이쪽에 대하여 한 조각의 친밀함도 갖지 않은 금타성이 뇌수를 찌른다.
내가 벤다. 이름에 걸고서》
다른 건 무엇도 용서치 않는다……》
그것이 아무리 있을 수 없더라도, 여기에 이르면 사실을 사실로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농람(濃藍)의 검주는 그 마사무네이며.
그 사수는 이 아야네 이치죠이다.
언제」
이미 소녀의 목소리의 차가움은, 검주에도 뒤떨어지지 않았다.
악귀, 무라마사」
검주와 함께」
그렇게 선고하고서, 이치죠는 뒤꿈치를 돌렸다.
문을 향해서 걸어 간다.
검주와 함께, 크지도 않은 등이 멀어진다.
그 다리가, 문득 멈추었다.
되돌아본다.
시선이 얽힌다.
비안개에 가로막혀, 나로선 소녀의 눈동자는 엿볼 수 없었다.
저편에서는――어땠을까.
이치죠가 오른팔을 들어 올린다.
집게 손가락을 날카롭게 세워서.
손톱의 끝부분이, 나의 명치를 정확히 가리켰다.
「죽여 주겠다!!」
「……………………」
·
·
·
·
·
·
――무자와 검주는 불리일체(不離一体).
멀리 떨어져 있더라도.
같은 것을 보고, 같은 목소리를 듣는 것이 가능하다.
고로, 그녀도 들었다.
그 선고를.
증오를.
살의를.
속설에서 가로되……
야마토에 으뜸가는 두 명의 검주 대장장이, 무라마사와 마사무네는 같은 스승의 아래에서 기술을 궁구했다.
어느 쪽도 빼어난 재능을 보여, 머지않아 희세의 명물을 제련할 것이라고 촉망받았지만, 성질은 전혀 달랐다.
무라마사는 인품이 천박하고, 자신의 기술에 대한 교만이 깊어, 스승에 대해서마저 때때로 오만한 행동을 했다.
또한 검주는 살인의 도구로 밖에 생각지 않아, 조금이라도 단단하고, 조금이라도 강하게 하는 것에만 집착했다.
한편 마사무네는 타고난 기품이 있고, 인품은 온화해, 누가 상대라도 태도는 정중했다.
또한, 검주란 올바른 무의 상징이며, 강한 것만이 아니라 아름다움도 갖추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어느 날, 스승은 두 명의 제자에게 칼을 벼리게 했다.
그리고 그들이 칼을 벼려내자, 그것을 강에 꽂도록 명했다.
우선, 무라마사가 칼을 꽂았다.
그리하고 기다리고 있으면, 이윽고 낙엽이 흘러 와, 날끝에 닿았다.
있을 수 있는가.
그 순간, 단지 서 있을 뿐인 칼에 닿았던 잎사귀는, 소리도 없이 둘로 갈라져서, 하류로 떠돌아 갔다.
지켜보고 있던 제자들은 경탄하고, 무라마사는 칼의 무서운 예리함을 자랑하며 몸을 뒤로 젖혔다.
스승은 아무것도 말하지 않고, 계속해서 마사무네에게 시험하게 했다.
당분간 기다리자, 이윽고 똑같이, 강수면을 낙엽이 흘러왔다.
사람들은, 마사무네의 칼도 무라마사에 필적하는 예리함을 보일까하고, 군침을 삼키며 지켜보았다.
하지만 잎사귀는 칼에 가까워지면, 마치 달아나는 것처럼 방향을 바꾸어, 상처입지 않고 감돌아 떠나갔다.
그것은 몇 번 반복해도 같았다. 마사무네의 칼은 낙옆을 한장도 베지 않았다.
스승은 고했다.
――칼날이란, 베어야 할 것을 스스로 베고, 베지 말아야 할 것은 스스로 베지 않는 것이 최상이다.
단지 낙옆을 베었던 무라마사는, 잎을 한 장도 베지 않았던 마사무네의 발밑에도 미치지 않는다고 알거라――
그 말대로.
마사무네는 천하제일의 명갑이라 존경받고, 한편 무라마사는 저주받은 요갑이라 기피되어, 후세의 평가에 명암을 나누었다.
…………속설이다.
무라마사와 마사무네가 동일한 스승을 모신 사실은 없다.
양자의 등장년대에는 격차가 있다.
이것은 후세의 풍류가가 창작한 이야기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무라마사와 마사무네, 양자의 진실의 일부를 전하지 않았다고는, 아마도 말할 수 없으리라.
노인 : 「요……용서해주세요」
불량소년 A : 「용서해줄테니까~.
그거 넘겨라. 그 보자기에 싼 거」
불량소년 B : 「굉장히 소중한 것 같잖아.
좋은 물건 같은데. 돈인가? 음식인가?」
불량소년 C : 「돈이 좋은데~.
보석 같은 것도 좋지만」
노인 : 「이, 이것은 가보인 밥공기입니다……
가족을 먹이기 위해서, 전당포에 돈으로 바꾸려고……」
불량소년 A : 「오~, 그러냐 그러냐.
그럼 넘겨. 우리가 대신 갔다 올테니까」
노인 : 「용서해주세요!
이 밥공기는 우리의 내일입니다―!」
불량소년 B : 「됐으니까, 냉큼――」
불량소년 C : 「오?
뭐야, 너」
<퍼억!>
불량소년 C : 「게흑!?」
불량소년 B : 「……하아?
잠깐, 어이」
<털썩!>
불량소년 A : 「네……
네놈!!」
<퍼퍽! 퍼억! 쿠당탕! 퍽퍽퍽!>
노인 : 「……힉! 히이이이이이이이이이」
<달아나는 노인>
「…………」
어디를 어떻게 걷고 있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깨달으니 이치죠는 밤의 뒷골목에 걸어들어와 있었다.
무언가 눈에 거슬리는 것을 적당히 치우면서, 나아간다.
목적지는 없다. 용무도 없다.
하지만 거처로 돌아가고 싶은 기분은 아니었다.
뇌장이 끊고 있었다.
――제길.
생각하는 것은 단 하나.
그 남자.
미나토 카게아키.
처음은 시시한 겁쟁이라고 생각했고.
그 후, 검주를 두르고 싸우는 모습을 보고서.
믿고서.
애태우고.
오늘.
모든게 착각이었다고, 알게 되었다.
――어째서야.
상념은 결국, 그 한마디에 응고했다.
빛났었던 것이다.
눈부셨던 것이다.
거기서 하나의 빛을 보았으니까.
그는, 대답이었다.
일찍이는 푸는 실마리마저 보이지 않았던 물음에 대한.
로쿠하라, 은성호……
항거할 수 없는 강대한 악에, 어떻게 대항해야 하는 것인가?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하고 있는 것처럼, 타협할까――있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어쩔 수 없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이라면서. 그렇지 않으면, 끝까지 부정할까――부정만할까.
악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입으로는 말하면서, 손댈 수 없는 큰 악은 방치하고, 싸울 수 있는 작은 악만을 골라서 상대해, 만족한다. ……그를 만나기 전의 이치죠가 그랬다.
결코 만족은 하지 않았지만.
그 번민에, 붉은 갑철의 무자가 빛을 주었다.
――싸우면 되는 거다, 라고.
용서할 수 없다면, 싸우면 된다.
상대가 너무 강하다든가,
도무지 이길 수 없다든가,
그런 것은 관계가 없다.
그는, 그런 것을 생각하지 않았다.
아니, 생각하기는 했다――싸운다고 결정한 다음에.
싸우지 않으면 안 된다면, 싸운다.
승산 따위는 그 다음이다.
그걸로 좋다고, 보여주었다.
그, 로쿠하라의 무자에게도 단호히 도전한 모습이.
……그랬는데.
(어째서야……)
생각은 한바퀴 돌아서 원래대로 돌아온다.
같은 장소를 빙빙 돌고 있는 이치죠의 다리처럼.
미나토 카게아키는 단순한 살인자.
선인도 악인도 고르지 않고 죽인다.
믿을 수 없다.
믿고 싶지 않다.
하지만 의심할 수 없었다.
그의 자백은, 거짓말이라기에는 너무 무거웠다.
그것이 사실.
……영문을 모르겠다.
차라리, 전부 내던져 버리고 싶었다.
모조리 다 잊고서. 어딘가 다른 도시에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고 싶다.
그러더라도, 누구에게도 꾸짖음받지 않겠지.
그렇다면……
그것은, 할 수 있을까.
아야네 이치죠에게.
그것은, 할 수 있는 일일까.
무리다.
(나도……아야네 이치도우(綾弥一導)의 딸이야)
아버지의 썩은 내를 기억하고 있다.
아버지의 조소를 기억하고 있다.
아야네 이치죠는 아야네 이치도우를 알고 있다.
그 딸인 것의 의미를 알고 있다.
그렇다면 결코, 달아날 수 없다.
용서할 수 없는 악과의 싸움으로부터.
정의의 추구로부터.
――미나토 카게아키로부터.
이치죠의 길에 빛을 준 남자와의 대결로부터.
「…………」
「……미나토 씨……」
<저벅>
「!?」
상당히 찾았다」
너에게, 말하고 싶은 것이 있어서 왔다」
나도,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이전에서 간간이 나온 말입니다만 업물(業物)이란 검주 중에서도 빼어난 걸작을 가리킵니다.
현실의 일본도 평가에서도 쓰이는 말이지요. 카게아키가 마사무네에게 평한 최상대업물(最上大業物)은 검주로서는 더 올라갈 데가 없는 최대의 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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