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으로 영웅편을 시작합니다.
이제 슬슬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잊을만하면 생소한 고유명사가 튀어나오는지라 생각보다 페이스가 안 나오네요…….
역시 서두르는건 독일 것 같습니다.
“오늘 6시, 막부 모시츠기슈(申次衆 : 명령서나 서찰을 관리하는 직책)으로부터, 정3위 육위대장령 아시카가 모리우지(足利護氏) 전하의 훙거가 발표되었다”
“훙거의 일시, 또는 사인 등에 대하여, 설명은 일절 없다. 보타락성 본성에는 모리우지 전하의 적손이신 시로 쿠니우지 전하가 들어가, 정무를 대행하게 될 예정이라고 전달이 있었을 뿐이다”
“혼란의 와중에 있는 각계에서는, 교토의 음모, 진주군의 암약, 오카베 잔당에 의한 복수 등등, 갖가지 풍설이 난무하며 또한 전날의 봉도참배(奉刀参拝) 이래의 하치만궁 봉쇄와의 관련도 수군거리고 있다”
“어떤 설도 근거라 할 정도의 것은 없어, 억측의 영역을 나오지 않는다”
“다만 소식통의 정보에 의하면 대장령 전하의 건강은 전혀 의심할 수가 없었다는 것이며, 이것이 옳다면 병사라고는 생각할 수 없어, 훙거에는 역시 인위적인 무언가가 관여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 발표를 받은 진주군 총사령부에서는――”
「…………」
종이의 감촉으로 보아 싸구려 같은 삼류신문을 탁상에 던지고, 한숨을 쉰다.
흉중의 곤혹을 전부 토해낼 생각이었지만, 응어리는 전혀 사라지지 않았다.
――아시카가 모리우지, 훙거하다.
로쿠하라의 폭군이 죽은 거다.
무엇이 그 명맥을 끊었는지는 수수께끼이더라도, 그 죽음은 이미 명확한 사실.
가마쿠라 오방의 존재만 없었다면, 시정이 잔치처럼 떠들썩함에 가득차 넘치고 있었더라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실제로 집안에서 몰래 쾌재를 외치고 있는 사람은 적지 않을 거다.
하지만 가령 막부의 눈이 빛나지 않았더라도, 과연 쾌재는 집안에서부터 온 도시로 확대해 때 아닌 축제를 정말로 부를 수 있었을까. 전부가 거기까지 앞뒤 분간을 할 수 없게 되었을까?
아시카가 모리우지는 말하자면, 국가라는 상자의 뚜껑을 억누르는 누름돌이었다.
상자 안의 것의 입장에선, 답답해서 견딜 수가 없다.
하지만 막상 없어져 보면 불안에 사로잡힌다.
이미 뚜껑은 고작 산들바람으로 날아가 버려, 차가운 바깥 공기가 당장이라도 덮쳐오는 것은 아닐까……으스스한 것을 금할 수 없다.
기쁜데 기뻐할 수 없다는 것이, 많은 시민의 심정이 아닐까.
다만, 나의 내심은 또 조금 풍향이 다르다.
……아주 가까운 과거의 기억이, 뇌리에 재현된다.
돌연한 대사변과, 그것이 무관계하다고는 생각하기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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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는 수고했어. 서장으로부터 들었데이. 또 대단히 폐를 끼친 것 같은디」
분수에 넘치는 말씀입니다만, 전날의 건은 미야 전하의 충고를 고려하지 않은 이 몸이 스스로 부른 일. 부디 염려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면목도 없습니다」
로쿠하라의 위험한 병기는 부쉈고, GHQ의 음모도 잡았어. 그리고 카게아키 군도 무사히 돌아왔어」
「그럼, 좋다고 쳐두면 되잖어」
「……옛」
발의 안쪽에서부터 달래는 목소리에, 목례로 답한다.
하치만궁 별당, 마이도노노미야 하루히로 친왕과 대면한 것도 이걸로 3번째. 존귀한 신분에는 어울리지 않는 상냥한 말에도, 역시 당황하지 않게 되었다.
에노시마의 일건으로부터 이미 일주일 남짓이 지났다.
부상과 피로도 거의 치유되어――아오에의 내습 덕분에 약간 후퇴는 했지만――궁에서 예의를 다하는데 지장은 없다.
그것이 현안이었다는 것도 아니겠지만, 나의 상태에 주의 깊게 시선을 쏟고 있던 서장은 그 눈을 돌려, 친왕의 자리를 다시 보았다. 묻는 투로 일성을 건다.
「……전하」
「응……」
「카게아키 군」
「네」
「오늘 오게 한 것은, 향후에 대한 것을 조금 이야기하고 싶어서여.
……가까이로」
「예」
무릎걸음으로, 약간 앞으로 나온다.
「좀 더」
「예……」
명받은대로, 더욱 가까이로.
발의 옆에 대기한 서장과, 무릎이 닿을락말락해진다.
무슨 일일까.
향후에 대해서라고 했지만……나에 관한 한, 여태까지와 아무것도 변함없다.
“알”은 적어도 나머지 1개――나의 무라마사로부터 빼앗은 힘을 봉한 것이――존재한다.
무엇보다 그 모체, 은성호가 건재하다.
이 둘을 격파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리해야 마침내, 나는 싸움을 끝내고……일개 범죄자로서 심판받을 수 있다.
앞으로 2기.
앞으로 2기――――와, 그 그림자에서 또 2명.
두 사람의 악과,
두 사람의 선을.
……나는, 죽이지 않으면 안 된다.
「……읏」
<시야가 아찔해진다>
「카게아키?」
「……죄송합니다.
조금……피로가」
「피로가……」
「그럼 안되지. 조금 쉬래이.
이야기는 서둘러야 하지만, 1분1초를 다툰다는 것도 아니고」
「고러체, 서장」
「예」
「아니요.
부디, 염려하지 마시길」
어금니를 깨물고, 양눈을 크게 뜬다.
있을 수 없는 추태를 드러낸 자기를, 혼신의 악의로 모멸한다.
……피로?
바보 같은. 그런 즐거움에 잠겨 있을 수 있는 몸인가.
이 손으로, 피로마저 맛볼 수 없는 환경으로 떨어뜨린 사람들에게, 뭐라고 사과하지.
얼마나 두꺼운 낯짝으로, 그런 나약한 소리를 입에 담을 수 있는가.
믿기 어렵고도 한심하다.
……하지만 요컨대 그만큼, 덜그럭거림이 와 버렸다는 것인가.
허세를 부리는 것도 한계라는 것인가……
――깨달으면 다시, 허튼 생각을 부리고 있었다.
「죄송합니다. 꼴사나운 행동을 보여 드렸습니다.
부디, 말씀의 계속을」
「괜찮은겨……?」
친왕의 작은 소리에는 주저가 있었지만, 말한대로 급해서였겠지.
바로, 포기한 듯이 끄덕인 기색이 이어졌다.
그리고 스슥하고 옷이 스치는 소리.
발의 너머에서, 친왕도 이쪽으로 접근한 것 같다.
「카게아키 군」
「옛」
「내는 말이여……이대로 야마토를 로쿠하라 좋을대로 하게 하고 싶지 않어.
진주군, 요컨대 대연연방의 속국 같은 것도 전적으로 사양이라 생각혀」
「……예」
「사실은 좀더 온건하게 일을 진행하고 싶었어」
「……」
「그치만 아무래도, 그런 말도 할 수 없겠구먼…….
GHQ가 저런 난폭한 수까지 써오고 있는 것 같잖어……」
로쿠하라의 악정을 묵과하고, 더욱이 소리마치 이치조 같은 공작원을 구사해서 「야마토 무자의 폭행」을 일으킨다. 대비적으로 진주군을 영웅화한다.
확실히 난폭하다면 이것만큼 난폭한 방식도 없다.
「그래서, 여.
이쪽도, 한가지 대담한 수를 쓸까……그렇게 생각했어」
「……」
「야마토를 둘러싼 항쟁을 장기로 비유하면, 그 반상을 뒤엎어버릴 수도 있는 위험한 수다. 정직히 염려는 닦을 수 없다.
하지만……정세는 임박해졌다. 아마도」
「……우리가 기대할 정도의 시간은 주어지지 않겠지. 그럼에도 관계없이 단지 좌시한다면, 그것은 야마토의 미래를 내던지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생존의 길은 개척하지 않으면 안돼」
「……서장……」
뇌까림의 음량으로, 부른다.
그것은 다음을 재촉하기 위해서였는가, 제지하기 위해서였는가, 스스로도 판단할 수 없다.
왠지 우회하고 있는 서장의 말이, 최종적으로 어디에 이르는지, 깨닫지 못할 정도로 나도 둔하지는 않았다.
「적의 세력은 극히 강대하다.
대하여 우리는 약소 그 자체다」
「하지만……싸울 방법은 있다」
「상투수단입니까」
「아아.
상투수단이다」
약소세력의 상투수단.
경찰직에 있는 인간으로서 결코 인정할 수 없을 그 행위를, 하지만 서장은 묵시했다.
「……거기까지 몰려있다고……」
「정말로 몰리기까지 이제 시간이 없다, 라는 의미이지만」
사형판결이 내려져 버리면 그걸로 끝. 집행까지 몇년이 있더라도 이미 죽음의 운명은 뒤집을 수 없다, 라는 것인가.
……부정은 할 수 없다.
「표적은……」
「……」
「진주군일 리가 없습니다.
만일 순조롭게 진주군의 수뇌를 괴멸시키더라도, 대신 할 장교단이 국련(国連) 본부로부터 파견되어 올 뿐」
「오히려, 진주군을 흥분시켜, 급진적인 행동으로 몰아냅니다……완전한 역효과.
그렇다면」
친왕도 서장도, 아무것도 말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 침묵――부정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대답이겠지.
「……노리는 것은 다른 쪽」
「……」
「옥(玉 : 일본장기의 장군)을?」
「그렇게 되는구먼」
「그래서, 야마토는 구해질까요」
「옥을 잡으면 승리라는 건 아니지만. 현실은 장기와 다르니께.
단지, 흐름은 크게 바뀔 거여」
「……」
「카게아키.
가마쿠라 막부 이래의 정치적 전통을 알고 있겠지」
「……권위와 권력의 분리입니까?」
「그렇다.
가마쿠라 막부는 야마토 전토에 지배권을 수립함에 있어서, 구래의 지배자, 즉, 조정을 멸망시킨다는 수법을 취하지 않았다」
「타국이라면 그렇게 하는 것이 당연했겠지만.
과거에 후지와라(藤原) 정권이나 헤이시(平氏) 정권의 전례가 있으니, 그 형태를 계승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했겠지……」
「하지만 후지와라씨나 헤이시가 조정권력과 밀착한 것에 비해서, 겐지(源氏)는 조정으로부터 거리를 벌렸다. 조정은 쿄토에 그대로 둔 채로, 동쪽의 가마쿠라에 새로운 도읍을 만들었다. 정권과 조정을 분리했다」
「자기들의 정권을 조정에 승인시키는 형식을 취하는 것으로, 조정의 권위를 보장하면서 그것을 지배의 대의명분으로 이용하고……
그런 한편, 조정의 정치개입은 배제했던 것이다」
「좋은 점만 취하는 이 수법은 이후로도 끝없이 계승되고 있다.
매우 짧은 시기의 예외적인 시대를 제외하고, 현재에 이르기까지」
「로쿠하라조차 이 전통은 깨뜨리지 못했다.
권위와 권력의 이중구조는 이미 야마토에 뿌리내리고 있다.
이것을 억지로 뒤집는 것보다, 이용하는 편이 훨씬 이익이 크니까다……」
「……」
교과서적인 해설이다.
하지만 물론, 역사교사의 흉내를 내는 것에 서장의 목적이 있는 것은 아닐 거다.
「……열쇠는 거기에 있다.
즉, 야마토의 정권은, 지배력을 확립하는데 있어서 반드시 조정의 지지를 필요로 한다」
「이미 지배를 확립한 정권에게 있어서, 조정은 용건이 끝난 신여(神輿 : 제례용 가마)에 지나지 않는다.
다음은 다른 자에게 이용되지 않도록, 조용히 창고 안에 들어가 있어 주면 그걸로 좋다」
「하지만 이제부터 지배를 확립하는 정권은 신여를 창고에 재워둘 수 없다.
신여를 메고 행진해서, 그 위광으로 사람들의 머리를 숙이게 하지 않으면 안 된다」
「…….
만약 그 신여에 의사가 있고, 무언가를 할 욕구도 있다면――」
「그렇다.
신여에 의지하고 싶은 자로서는, 들을 귀를 가지지 않을 수 없겠지?」
「……그걸 위한 옥 잡기……」
「지금, 로쿠하라의 지배는 확고하다.
하지만 그 지배의 정점을 잃게 한다면……」
「로쿠하라 막부는 아시카가 모리우지라는 걸물의 호완(豪腕)으로 정리되고 있는 면이 강하다.
누가 후계자로서 서건, 전대 정도의 완력을 발휘하기에는 시간이 걸린다」
「그렇게 되면 당연히, 아깝게 밀려나는 자도 많을 거다」
대장령 아시카가 모리우지가 없어지면, 로쿠하라의 지배체계에는 균열이 들어간다.
4공방을 중심으로 한 파벌이 표면화하여, 대립을 시작하게 될 것이다.
――그 대립을 틈탄다.
어느 파벌에 접근해서, 미야 전하의 존재가 상징하는 조정 권위를 이용시킨다.
그리고 담보로 정치적 발언력을 획득한다.
요는 그러한 전망인가…….
「하지만 막부의 동요를 GHQ가 간과할까요」
「간과해주지 않을 거여.
그래도 최악의 사태는 되지 않어」
로쿠하라 막부의 동요를 호기라고 파악해, 진주군이 공격을 건다――
그건 없다고, 친왕은 보증했다.
「원래부터 진주군은 막부가 무서워서 손을 물리고 있는게 아니고.
점령한 다음에 국민의 반발을 사지 않도록, 여러가지로 공작하며 기회를 재고 있는 거잖어?」
「네」
「그렇다는 건, 『나쁘고 강한 막부』의 이미지가 흔들리면, GHQ의 작전은 후퇴혀.
약한 막부를 뭉개주더라도 국민이 고맙게 여길 의리는 없으니께」
「……과연.
GHQ가 움직인다면, 막부의 동요가 수그러들어 다시 가열찬 압정을 개시했을 경우나, 」
「혹은 대립이 충돌이 되어서, 내전의 발발에 이르렀을 경우지.
그렇게 되면 이미 야마토 국민은 진주군의 힘에 의한 안정을 바랄 수 밖에 없어질 거다」
「당연히 GHQ는 그렇게 되도록 책동하겠지요」
「힘든 싸움이 되겠구먼.
하지만 승산은 있어……」
「『악의 로쿠하라』의 이미지를 모리우지와 함께 버리게 하고, 조금 더 온화한 통치를 하는 막부로 새로 만들게하는 거여.
세금을 내리고, 군도 축소해서」
「새로운 막부를 국민이 받아들이믄, 이쪽의 승리여.
진주군이 나설 막은 없어져」
「…………」
말만큼 간단한 일이라고는 도저히 생각되지 않는다.
하지만 친왕은 그것을 감안하고서 승산이 있다고 말하고 있는 거겠지.
친왕의 정치력은 미지수이지만, 적어도 사고능력은 명석하며, 또한 가마쿠라에서의 황족대표라는 복잡한 역할을 큰 과실없이 해내왔던 실적도 있다. 나 같은게 구태여 해야 할 쓴소리는 없었다.
의문을 품어야 하는 점은 달리 있었다.
「……하지만.
아시카가 모리우지라는 옥을 잡는다, 그런 장군수가 있을까요」
「망루 울타리(矢倉囲い : 일본장기의 수비진형)의 적진에 금(金 : 일본장기말 중 한 종류) 1장으로 돌진하는 것과 같은가」
「네」
상대는 야마토 무가의 동량(棟梁 : 우두머리).
백만기를 칭하는 군병의 정점에 선 남자인 거다.
365일, 보타락성의 천수각에서 군세에 겹겹이 둘러싸여서 지내고 있을 것은 아니겠지만…….
어디에 갈 때에도, 우마야슈(厩衆)나 호우코슈(奉公衆)라 불리는 정예 친위대가 곁을 따른다고 한다.
어설픈 방식으로 수급을 들 수 있다고는 생각하기 어렵다.
「그 장군수가 열려있어.
조만간에 행해지는 봉도참배는 알고 있제」
「예…….
겐지의 장이 하치만궁에 참배해, 올해 1년간의 무운을 감사함과 동시에 내년의 무운을 기원하기 위해, 타치를 봉납하는 의례라던가요」
많은 사람들의 환시 속에서 대대적으로 행해질만한 제의는 아니므로, 나는 그 이상에 대한 것을 몰랐고, 물론 본 적도 없다.
상당히 중요한 행사일 거라고는 상상이 가지만.
「그려.
그리고 봉납하는 칼은 두 자루」
「지상과 지하에, 한 자루씩」
「……지하?」
「하치만궁의 제전은 둘이 있당께. 처음으로 들을 거여.
겉의 제전 안쪽에 있는 뒤참배길을 빠져 나가면, 꽤~나 깊은 곳에 또 하나」
「요건 극비인디.
남한테 말하면 안뒤여」
……성채의 구조인가.
사찰은 토지의 사람들에게 있어서 마음의 지주.
그 때문에 옛날은, 병난(兵難)의 때에 성을 대신해 거점으로 기능하도록, 방위설비가 갖추어지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닛코 토쇼우궁(日光東照宮) 등은 그 가장 좋은 예일테지.
양명문(陽明門)으로 이름 높은 그 신사는, 토쿠가와가가 궁지에 빠진 에도성 철수전이 되었을 경우에 대비한 최종거점이기도 했었다고, 일설에 전해지고 있다.
토쇼우궁이 토쿠가와 일문의 수호신이었던 것처럼, 하치만궁은 겐지의 씨족신.
고금동서의 성채의 정석인 지하구조를 지니고 있더라도, 놀랄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
「그래서, 말이여.
지하 제전에의 봉도(奉刀)는 겐지 장자와 시중인인 신관만으로 하지 않으면 안뒤여」
「……그것은」
너무 사정이 좋지 않은가.
「하치만타로 요시이에(八幡太郎義家)가 겐지 장자의 명목으로 최초의 봉도를 거행한 이래의 전통이여.
부적당하다고는 해도, 쉽사리는 바꿀 수 있는게 아닌기라」
「……」
「말하고 싶은 것은 안다.
그렇게 노골적인 호기를, 저쪽이 경계하지 않을 리가 없다는 거겠지」
「그것도 있습니다만……」
「물론, 경계는 하고 있다.
여태까지도 대장령은 관례대로 단신의 봉도를 하고 있었지만, 결코 무방비는 아니었다」
「하치만궁 내부는 원래부터 주변 일대에 직속의 무자들에 의해 경비망을 깔아, 의심스러운 것은 개나 고양이 한마리 지나갈 수 없는 경계 속에 의식을 끝마치고 있었다.
게다가 대장령 자신도 검주를 떼어놓지 않는다……」
「의식의 전에 당연히 제전의 안은 철저히 조사되니까, 미리 자객을 잠복시키는 것도 무리.
어떻게든 잘 얼버무렸다고 해도, 무자인 모리우지를 잡을 수 있는 것은 무자 뿐」
「가마쿠라에 로쿠하라와 적대하는 무자는 없으니께, 결국은 어찌할 수가 없는거여.
……뭐, 이러한 것이지만. 지금의 우리라면, 어느 쪽도 어떻게든 될 거여」
「자객을 보내는 것은 간단하구먼. 시중인을 가장하면 되는 이야기여.
그리고 무자인 모리우지는……같은 무자로 쓰러뜨릴 수 있어. 있을 리가 없는, 하치만궁의 무자로 말이여」
「…………」
「일이 성공리에 끝난 다음은, 지하제전을 뛰쳐나와 단숨에 시외까지 도주한다.
이것은 허를 찌르면 가능할 거다」
「경비하는 병사는 대장령의 시체와……
누군가에게 습격당해서 기절해 의복을 빼앗긴, 진짜 시중인을 발견할 수 밖에 없다」
「남은 문제는……
가짜 시중인이 어떻게 검주를 몰래 가지고 가게 할까, 그 정도구먼」
「……그럼, 그 후의 일에 대해서」
「어떻게 꾸미더라도, 하치만궁에서 아시카가 모리우지가 살해당한다면, 그 용의는 우선 미야 전하에게 걸립니다. 문답무용의 보복을 받을 우려도 있지 않을까요」
조정에 시위를 당기는 것은, 야마토의 인간에게 있어서 최대의 죄 중 하나.
그리 안이하게는 결단할 수 없겠지만……하지만 로쿠하라라면, 하지 않을 거라고는 단언할 수 없다.
「그 점은 뭐어, 괜찮을 거여.
로쿠하라가 알리바이를 준비해 주었고」
「……?」
「미야 전하로부터 자객를 보내도, 로쿠하라에게는 보복을 가할 힘이 있다.
하지만 그렇게 서로를 뭉개더라도, 막부가 얻는 것은 아무것도 없어」
「미리 막을 수 있다면 그보다 나은 일은 없는 거다.
……그러니까 봉도참배의 사이는 미야 전하를 인질로 잡는다」
「인질?」
「봉도참배의 당일, 나는 보타락에 남겨진데이.
교토의 조정이 보내는 봉폐사(奉幣使 : 신에게 예물을 바치는 역할)의 접대 명목으로」
「……하치만궁 별당에 계신 미야 전하와 봉폐사가, 제례에 참가하지 않습니까?」
「그려.
어느 쪽도 대리자가 파견되지」
「나는 참배가 끝날 때까지 봉폐사 씨와 둘이서, 보타락성에서 차를 마시지 않으면 안뒤여.
주위를 군대에 빽빽이 둘러싸여서……」
「시시한 짓하믄 바로 그 목을 떨어뜨린다, 라고 모두 눈으로 말하는겨.
오오, 무셔라」
「……………….
아니, 그것은. 즉」
「암살 같은 걸 했다간, 미야 전하의 몸이 바로 위험해진다는 것이?」
확실히, 알리바이적인 효과도 있겠지만…….
「그런디, 꼭 그렇지는 않어…….
거기가 정치의 묘한 부분이지만」
「대장령 모리우지가 건재한 동안의 미야 전하와, 없어진 후의 미야 전하는 의미가 다르다.
모리우지의 실추는 로쿠하라의 권능의 동요를 의미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암살에 하치만궁측이 관여한 확고한 증거라도 있다면 별도이지만……
그것 없이 미야 전하를 숙청했다간, 동요는 치명적이기까지 가속할 거다」
「그 정도의 계산도 할 수 없는 자가, 모리우지 사후에 권력을 잡는 4공방 중에 있다고는 생각되지 않아」
…………즉.
로쿠하라는 친왕의 불온한 행동을 제약할 수 있도록 인질로 잡았다. 하지만 친왕이 실제로 행동을 일으켜, 성공해 버리면, 간단히는 처리할 수 없게 된다――라는 것인가.
「…………」
「정말로 묘한 이야기입니다」
「솔직히 말해도 괜찮어.
바보 같은 이야기라고 생각하지?」
「……예……」
「실제로, 바보스런 이야기여.
이런 기가 찬 일을 로쿠하라가 깨닫지 못했다고도 느껴지지 않지만」
「결국, 교만이 있다는 것이구먼.
나같은 얼간이에게 어떻게 될 리가 없다고 생각하니께, 손쓰는게 어설퍼진 거여……」
「호호」
「……」
그렇다면.
로쿠하라에게 그 교만을 심은 것은――다름아닌,
「카게아키?」
「아니요」
……문득, 바닥없는 늪을 엿본 심정이었다.
목덜미의 습기를 닦는다.
정치세계의 모습은, 나 따위의 이해를 넘는다.
이거 이상, 추궁해야 할 것은 없는 것 같았다.
「장황한 이야기가 되었구먼.
뭐, 말하려던 것은 알아줬다고 생각혀」
「……옛」
「결단의 때여」
「……」
「야마토 역사의 흐름을 바꾸기 위해서……결단할 때가 왔어. 카게아키 군.
지금 밖에 없어……지금, 움직이지 않으면 안돼」
「…………」
「……카게아키」
「어떻게 할려……?」
지금까지, 굳이 생각하는 것을 피해 왔던 문제.
하지만 이제, 직면할 수 밖에 없었다.
누가 그것을 실행하는가.
……잘 알고 있었다.
꺼림칙할 정도로.
주모자와 공모자 이외에, 이런 이야기를 털어놓을 수 있는 자가 있다면, 그것은 실행범 밖에 있을 수 없다.
그리고 이 두 명이, 권모술수에 대한 의견을 일부러 나 따위에게 요구할 리가 없었다.
지금 추궁당하고 있는 것은 나의 의견이 아니라.
나의, 의사다.
――아시카가 모리우지를 이 손으로 죽일 수 있는가 없는가.
「……윽……」
무릎 위에 둔 손이, 조금씩 떨고 있다.
꼴사납게도. 하지만 아무리 억누르려고 해 보아도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살인의 생각을 부리는 한, 이 떨림은 멈추지 않는다.
……이해는 가능하다.
납득도 할 수 있다.
원수대장(元帥大将)의 죽음은 역사의 회전점이 될 수 있을 거다.
친왕의 인도를 적절히 얻으면, 야마토의 「좋은 미래」로 연결도 될 거다.
한편, 팔짱을 끼고서 사태의 추이를 오직 지켜보고만 있으면……
GHQ가 야마토의 완전점령을 해내거나, 혹은 로쿠하라가 그 구축에 성공해서 전제지배를 반석으로 하거나.
어느 쪽이라도, 그리 즐거운 미래도는 아니다.
지금이 기회라고 하는, 친왕의 생각은 안다.
아마도――올바르다.
야마토국의, 비교적 행복을 정(正)으로 삼는다면, 친왕이 분명히 옳다.
그렇게 인정하는 것은, 할 수 있다.
하지만.
(죽이는 건가……)
[ESC]
은성호와는 아무 관계도 없는 곳에서.
멋대로 목숨의 가치를 재어.
한 사람의 인간을, 필요없다, 라고 결정하고.
죽이고.
――그리고 또 한 사람, 죽인다.
「……」
「……」
대답을 재촉하는 기미가 없는 것은 고마웠다.
그것은 아마도, 두 사람 다 나에게 시키려 하는 일의 의미를 통감하고 있어서일 것이다.
이 몸은 저주받은 무라마사.
적을 베고, 뒤집은 칼날로 벗도 벤다.
모리우지를 베면, 또 한 사람 누군가를 베지 않으면 안 된다.
누군가……
내가 지금, 가장――좋다, 고 생각하는 자.
그 존재를 긍정하는 자.
그것은,
누구인가.
이 일만은!」
<회상에서 돌아온다>
결국, 나는 맡을 수가 없었다.
은성호에 얽힌 살육만으로 한계였다.
야마토의 미래를 위해서 싸우고 죽이는 것 따윈, 나의 그릇(器量)을 넘어 있었다.
은혜 있는 친왕의 기대를 거스르는 것은 마음이 괴롭다. 하지만 어쩔 수가 없다.
다행히, 친왕도 서장도 억지로 명하려고는 하지 않았다. 주의해서 입막음하는 일 같은 것도 없이――그런 것은 당연하다――말없이 끄덕였을 뿐, 내가 퇴출하는 것을 내버려두어 주었다.
그러니까 나의 소행은 아니다. 결코. 일부러 기억을 되새겨서 확인할 것까지도 없는 일이지만.
아시카가 모리우지를 죽음에 이르게 한 자는 따로 있다.
자연사가 아니라, 자객의 손이 존재했다면……
역시 그 깊숙히서, 미야 전하의 그림자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누가 나를 대신해서 칼날의 역할을 해낸 것인가.
누군가……있었던 걸까? 친왕의 곁에, 아시카가 모리우지를 잡을만한 자가.
짐작은 없지만…….
「아아……겨우 진정되었구먼.
정말, 어깨가 뻐근혀」
「수고 하셨습니다」
「너도 말이여.
그렇지만 건조사(建朝寺)인가……여기도 아시카가의 슬하니께 그다지 의미는 변하지 않어」
「보타락성 안에 언제까지나 잡아 두는 것보다는, 그래도……겠지요」
「그렇구먼…….
뭐, 그런 걸로 좋아」
「잽싸게 본제이지만.
……어떻게 생각혀?」
「……」
「설마, 카게아키 군이……」
「아니요. 그건 아닙니다.
이미 확인을 취했습니다. 봉도참배의 당일, 카게아키는 저의 자택에서 나가지 않았습니다」
「……그라믄.
어떻게 된 일일까?」
「……」
「현 상태에서는……
아시카가 모리우지가 하치만궁째로 사라졌다, 는 사실 이외엔」
「아무것도 말할 수 없는기가」
「네……」
「하치만궁이 사라졌다는건?」
「변함 없이 공사용의 장막이 둘러져 있어서 밖으로부터는 상황을 엿볼 수 없습니다.
경비체제도 여전히 엄격한 그대로입니다」
「그렇습니다만 어젯밤, 어떻게든 부하를 잠입시키는데 성공했습니다.
……없었다고 합니다」
「없었어……」
「네.
아무것도……」
「하치만궁이, 뿌리째?」
「네.
인근의 토지도 포함해서」
「……」
「……」
「무슨 일인겨……」
「모르겠습니다.
사태가 너무 엉뚱합니다……」
「정도가 있데이.
무슨 괴기현상이여」
「……미야 전하, 지금은.
그것보다도 향후의 일을」
「무엇이건간에, 대장령은 모습을 감추었습니다」
「응……」
「사태의 수수께끼는 수수께기대로, 물론 조사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만……그것에만 얽매여 있어서는 시세에 늦어집니다.
지금은 당초의 예정대로 행동을 일으키지 않으면」
「……그렇구먼.
이쪽의 생각대로는 움직이고 있어」
「수를 쓰지 않으면 안뒤여」
「예」
「막부 중추가 덜컹덜컹거리는 모양새는 예상 이상의 일이 되었데이.
머리가 하나에서 넷으로 늘자마자, 무슨 일을 하는데도 하나하나 옥신각신하게 된 것 같으니께」
「나의 임시거처행이 이렇게 늦어진 것도 그 탓이여.
언제까지나 성내에 두어봐야 별 수 없는 것은, 그 녀석들도 모두 알았는데」
「과연…….
쿠니우지 전하는?」
「너무 젊어. 일단, 가까운 시일 내에 대장령위를 물려받을 분이라고 떠받들어지고는 있지만.
그 4명을 한데 모아서 말하는 것을 듣게하기에는, 아무리 그래도 짐이 무거워」
「…….
동정하고 싶어집니다」
「정말이여……」
「4공방 중에서, 누군가가 돌출하는 기색은?」
「아니, 그게 말이여.
괜찮게 힘의 균형이 잡혀 있었데이」
「우선 최연장이고 정전(政戦) 양면의 실적은 발군인 코가 공방, 요사 도우신일 거여.
그리고 모리우지의 아들이며 쿠니우지의 숙부인 아시카가 종가 출신의 오유미 공방, 이마가와 라이쵸우가 있고」
「호리고에 공방, 아시카가 챠챠마루는 경제적으로.
사사가와 공방, 오오토리 시시쿠는 군사적으로, 네 명 중에서 최대의 힘을 가지고 있어……」
「어때?
훌륭하지 않어」
「……확실히.
이것은 모리우지의 유산이겠지요」
「아아. 정말로 잘 해주었데이.
덕분에 지금, 그 녀석들은 고생하고 있당께」
「모리우지에게는 4공방의 힘이 길항하고 있는 것이 사정이 좋았을 거지만…….
지금, 그래서 사정이 좋은 것은 이쪽이여」
「……벌써, 예정이?」
「응.
실은 벌써, 입질이 왔으니께 말이여」
「……빠르군요」
「단지, 뭐어…….
책략의 폭을 넓히려면, 역시 힘을 갖고 싶어」
「별로 군대를 달라고는 하지 않는데이.
여차할 때에 의지할 수 있는 무자가 1기, 있는 것만으로 상당히 이야기가 바뀌는디……」
「…………」
「카게아키 군, 도와주지 않을까나」
「……죄송합니다.
미야 전하, 부디 그 사람에 대해서는」
「은성호로, 버거운가」
「예……」
「……그렇구먼.
카게아키 군에게는, 그쪽에게 집중시키도록 하제이」
「누군가, 달리……
없을까나아」
「없는 것을 바라는 것도 흉하긴 한디……
어떻게 안 될까? 서장」
「……」
「안 될려나아」
「……한 사람.
짐작이, 없는 건 아닙니다」
「에?
……정말로?」
「예.
모리우지 암살과 같은 일에 쓸 수 있다고 생각되지 않는 자이므로, 그 때는 굳이 말씀드리지 않았습니다만……」
「향후의 건에 관해서라면, 이야기를 걸어보면 어쩌면」
「누, 누구여 누구여?
거드름피우지 말고, 빨리!」
「옛……」
로쿠하라 막부의 수장인 모리우지가 죽었습니다. 갑자기 급전개이지요.
이번 편은 모리우지의 죽음을 기점으로 급변하기 시작한 정세로부터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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