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우신 사망 후부터 지금까지의 전개는 말하자면 후반을 시작하기 위한 준비기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부터는 후반부로 본격적으로 돌입합니다.
다시 전개가 급격해지기 시작하지요.
일가와 헤어진 후.
오유미 고쇼(御所)[각주:1] 습격의 사안은, 마침내, 타당한 결론을 내렸다.
「동쪽으로부터」
「그래.
그들은 친왕군은 육로로 북쪽으로부터, 또는 우라가 수도(浦賀水道)를 건너서 남쪽으로부터 온다고 상정하고 있다」
「그 이외, 특히 동쪽의 경계는 어설플 거다.
적어도 비교적」
「그쪽으로부터 가면, 품까지 파고들 수 있다는 거군요」
「두 명 뿐이라면.
아마도」
「걱정인 것은, 시간 뿐입니까」
「그렇구나……
동쪽으로 돌아 봐서, 기대대로 방비가 어설프고 대공경계에도 빈틈이 있는 듯하다면. 기항해서 단숨에 돌파해 버리자」
「방공대는 신경쓰지 않아도 됩니까?」
「저공기항이라면 신호탐사에 잘 감지되지 않는다. 지상의 구조물 속에 반응이 섞인다.
다음은 운 나름이다」
「알겠습니다!」
천운이라면 의심할 여지도 없다며, 쾌활하게 응하는 이치죠로부터 눈을 피한다.
어째서인지, 직시하기 어렵다.
아무튼간에 나와 이치죠는 동쪽으로부터 오유미를 공격한다.
……슬슬, 가마쿠라의 친왕들도 움직일 무렵인가.
[ES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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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성소리. 총화기의 소리>
<투투투투……!>
<타당타당――!>
<함성소리. 총화기의 소리>
<콰콰콰쾅……!>
<투타타타타타!!>
「……미야 전하……」
「……오우.
수고했어. 키쿠치」
「……먼저 가겠습니다.
전하는 부디 느긋히 와주시길」
「응……」
<털썩!>
「…………」
「설마 네가 올 줄은 생각하지 못했데이.
호리고에 양반」
「라이쵸우의 쪽이 좋았을까?
황자님」
하지만 어느 쪽도 그다지 다르지 않은 기분이 들지만냐~?」
나는 패한 책임을 지고서, 죽을 뿐이여」
하필이면 라이쵸우와 짜고, 끝내 녀석을 조종하지 못했으니 별 수가 없지~」
패인은 거기겠지」
다음은 좀더 잘 할거고」
차가운 눈으로 보지 말래이」
잽싸게 목 떨구어 주지 않을려」
그 아저씨라면, 네가 살아남아서 목적을 이루길 바라는거 아니야?」
성격 나쁘구먼」
그렇게 하고 싶으면, 그렇게 하게 해줄까 하는 이야기」
「어라? 뛰어오르며 기뻐하지 않는거야?」
「……조금 더 듣고나서 하겠데이.
그래서, 그 조건은 뭣이여」
「아무것도?」
「……」
「공짜로 안전한 데까지 데려야 줄게.
요코하마로 괜찮겠지?」
「GHQ……?」
「그래.
지금의 그 녀석들은 너한테 이용가치를 찾아냈어」
「황실의 괴짜, 경망한 자인데다 인기인인 친왕 전하.
국민을 아군으로 삼기에는 절호의 재료야」
「……그것도 팔아먹을 연줄이 있다면의 이야기일 거여.
나, GHQ에는 거의 인맥이 없어」
「걱정하지 마, 길잃은 어린양.
요코하마 기지 앞에 내던지고 그걸로 끝, 같은 짓은 하지 않아~. 챠챠마루 씨의 에프터케어는 만전인 거다」
「제대로 중개자를 소개해 줄게.
저 쪽의 메리트는 확실한 거야」
존불(John bull)들도 등뒤를 신경쓰지 않고 로쿠하라와 싸울 수 있다는 거지」
3끼 낮잠에 하렘 첨부는 굳었어, 어르신」
너는 어떻게 되는겨」
「그야 물론, 시시쿠와 함께 악전고투.
증말~ 발버둥치고 발버둥치고 마구 발버둥쳐서」
「GHQ에게 비장의 패까지 투입하게 만들지」
「그래도 최후에는 지겠네.
애당초, 시민에게 버림받은 군이 끝까지 버틸 리 없고~……」
「로쿠하라는 멸망하고 내도 죽어서 끝.
야마토국은 평화로워졌더란다. 잘됬구나 잘됬어」
「……이상적이구먼」
「그렇겠지?
그럼, 그런 걸로 좋아?」
「대답인가.
그야 뭐, 그거라면」
「거절한다.
여기서 죽을려」
<쿠당!>
[ESC]
「음성만으론 잘 모른다고 생각합니다만, 내는 지금 엎어졌습니다」
「어째서 해설?」
「아니, 그 발(簾)로는 안 보일까하고 생각해서」
불평 없이 좋은 이야기 아니야」
하지만 그것이 야마토 모든 사람에게 있어 최선의 길이라믄 별 수 없다고 생각혀」
「너는 아무것도 득을 보지 않잖어.
그려, 말한대로. 진주군은 나를 환영할거여. 로쿠하라는 궁지에 몰리겠구먼. 수령급인 너는 죽겠지」
「너는 잃을 뿐이데이.
아무것도 손에 들어오지 않아」
「음. 정말 무욕한 아시카가 챠챠마루.
백년 후에는 지폐가 되어 있을지도 몰라」
「그래서, 그게 뭔가 곤란해?」
「곤란하지. 엄청 곤란혀.
줄 뿐이지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는 녀석이란 건 말이여, 진짜 성인이거나. 그게 아니믄」
「최후에 모조리 빼앗아 가는, 진짜 악마데이」
「――――――――」
「……챠챠마루.
너의 바람을 들려주실까」
「정말로 아무것도 없다믄, 그렇게 말혀.
그 상판 그대로 말할 수 있으믄, 믿겠데이」
[ESC]
「…………」
「……바라는 건?」
「세계
임종」
「――――?」
「……작별이야, 미야 님.
너를 쓰는게 제일 좋다고 생각했지만. 별 수 없네, 다른 방식 생각해볼게」
<휘익!>
<타앙!>
「…………」
「…………」
「…………」
「……어이. 잠깐 기다려.
거기의 아저씨」
「……미안하군……」
「키쿠치……」
「치명상입니다만……말이지요.
맞은 곳이 이상하게 나빴던 건지……도통 숨이 끊어져 주질 않아서……」
「아직 살아 있습니다, 라고 말하는 것도 부끄러워……
조용히 죽음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만……」
「뭐……모처럼의 여생이므로.
악마퇴치만, 해 두었습니다」
「……심장의 바로 위……한복판이냐…….
이래선 코테츠(虎徹)라도 방도가 없는데~……」
「……너무해~.
이런 최후, 있는거냐……?」
<풀썩!>
「……」
<털썩>
「…………」
<달려오는 병사들의 발소리>
<타앙! 탕! 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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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유미 고쇼의 앞에 있다.
「…………」
「…………」
앞에――있는 것이다.
동쪽으로부터 돌아 들어가, 경계선의 틈을 누비며 접근, 때를 보고서 장갑기항. 저고도를 유지하면서 공방부를 목표로 한 끝에,
끝내 아무 요격도 받지 않고서.
……너무 잘 풀렸다.
아무리 방비가 옅은 장소를 노렸어도, 수십미터 저공을 나는 기영은 반드시 목시(目視) 확인된다. 되지 않을 리가 없다. 그렇다면 공방부에 연락이 갈거고, 가면 방공대에도 지령에 내려져, 그 일부는 우리를 포착할 거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 정도라면 단시간의 강행돌파도 불가능하지 않을거라고.
그것은 오히려, 어설픈 짐작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현실은 더욱더 어설퍼, 설탕과자나 마찬가지였다.
장갑모습이 차라리 우스꽝스러울 정도로 상처 없이, 나와 이치죠는 목표로 한 장소에 서 있다.
가혹하게 몰릴 거라 생각된 잠입행이 여기까지 간단히 이루어져 버린 이유는 모른다.
……아니. 몰랐었다.
너무나 쉬운 진공(進攻)의 끝에, 이마가와 라이쵸우의 저택에 도착하여, 그 몰골을 시야에 넣을 때까지는.
오유미 고쇼는, 함락되어 있었다.
「……어째서?」
「……」
「설마, 공주님들이……?」
오카베 잔당을 중핵으로 하는 반막군에게 습격당했다――
우선, 있을 수 없는 이야기다. 이치죠 자신이 자신의 말을 전혀 믿지 않는 투였다.
첫째로, 정한 전략과 다르다. 둘째로, 쿠로노세 도우지가 모은다고 말한 천 뿐인 병력으로 공방부를 떨어뜨릴 수 있을 리가 없다. 셋째로, 너무나도 행동이 빠르다.
넷째로――――
나는 연기와 먼지가 감도는 처참한 관내로 발을 들였다.
이치죠로 등뒤로 따라온다.
안은 엉망진창이었다.
대군에 기습을 받아서, 단숨에 안쪽까지 비집고 들어오게 했다고 하더라도――여기까지의 추태가 될까.
마구잡이로 기관총을 쏘았다고 밖에 생각되지 않는 파쇄흔.
도괴한 벽과, 그 바로 앞에서 포신이 비틀린채로 횡전하고 있는 박격포――이것은 뭐지. 설마 관내에서 이런 것을 사용해서 폭격이라도 했다는 건가.
그리고 사체.
한가득한 죽음과 죽음과 죽음과 죽음.
그 모든게 로쿠하라의 군장을 두르고 있었다.
「……이상합니다.
이 녀석들, 누구에게 당한 걸까요」
………….
「적의 시체가 전혀 없어요…….
어떻게 된 겁니까? 로쿠하라가 로쿠하라를 공격했어?」
………….
「하지만 이 녀석도 저 녀석도 죽어 있다는 것은……살아있는 녀석들은 어디에……」
「없다」
「에?」
「생존자는 없다.
그 누구나 죽어 버렸다」
「여기에 남아있는 것은 시체와,
……사신 뿐이다」
<탓!>
안쪽을 목표로 달린다.
시체의 위를 뛰어서. 피보라를 흩날리며.
《――――》
무라마사의 정신은 한겨울의 철판처럼 딱딱하고 차갑다.
그런데도 용광로에서 녹인지 얼마 안된 강재(鋼滓)[각주:2]처럼 질척질척 뜨겁기도 하다.
무라마사를 입은 나의 정신도 마찬가지이겠지.
혹랭(酷冷)과 작열의 동거에 의식은 어딘가의 물가로 날아갈 것 같아져 있다.
자칫하면 현실을 앞지르는 그 의식을 쫓는 심정으로, 나는 달렸다.
거기는, 이 성관의 주인이 사는 장소였을 거다.
현란할 정도의 장식으로 채워져 있었던 것 같다.
일찍이는.
지금은 이미, 흔적도 없다.
부서지고, 찢어져, 모든 것은 붕괴해서 사라져 있다.
주인도 포함해서.
「……이 녀석……」
「아아.
야마토 GP에서 본 적이 있군……」
나의 등뒤로부터 엿보고 말을 잃는 이치죠에게, 끄덕여서 대답한다.
방의 중앙 가까이에 쓰러진, 인간――의 잔재. 단편.
대단한 격투의 끝에 힘이 다해 죽은 것일까.
호사스러운 검주로 몸을 감싼 오유미 공방 이마가와 라이쵸우는, 그의 저택이 받은 재앙을 상징하듯이, 무시무시한 형상을 띄우며 산산히 부서져 있었다.
「……어떻게 된 겁니까……」
「따질 것도 없다」
이를 갈면서 말을 짜낸다.
상황은 불분명한가. 아니. 그 정반대.
상황은 명명백백.
「너도 보았을 거다, 이치죠.
이 광경을, 한 번은 눈에 담았을 거다」
「――아――」
이마가와 라이쵸우는 죽었다.
오유미 공방부는 괴멸했다.
하지만 우리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들의 적이었던 우리는 일절, 아무것도.
그러니까 그들은 적에게 멸해진 것이 아니다.
전쟁은 그들을 죽이지 않았다.
그들을 죽여서 멸한 것은 무엇인가.
전쟁과는 전혀 다른, 사람의 무리를 멸하고 떠나가는 것이란 무엇인가.
천재지변이다.
뇌우가 소용돌이치는 대폭풍우. 바람을 타고 퍼지는 대화재. 연안을 삼키는 대해일. 산의 분노가 주변 전부를 지옥으로 바꾸는 대분화.
그것들과 동등.
똑같이 돌연하고, 똑같이 저항할 수 없고, 똑같이 무자비. 사람을 죽이는. 사람의 생활을 멸하는. 단지 그것 뿐인 현상.
<두근>
사람은 불렀다.
살육의 천체현상이라고.
<두근>
사람은 불렀다.
죽음의 비라고.
<두근>
사람은 불렀다.
마왕이라고.
그리고, 사람은 불렀다.
백은의 별이라고.
마치 꽈리(鬼灯)의 벌판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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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치죠는 나의 옆에서, 꼼짝도 않고 서있었다.
무리도 아니다.
에노시마에서 조우했다고는 해도, 가까이서 대치하는 것은 이것이 최초일 터.
그렇다면, 이 명료하며 감추지도 않는 이상함에 숨을 삼키지 않을 수 없었겠지.
무엇이 다르냐고 하면, 이미 세계가 다르다.
그 정도로 이질. 그 정도로 불가해.
그 정도로 이차원의 존재.
무자이면서, 무자를 넘었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는 것.
나도 역시 말이 없었다.
여기 오유미를 찾아 올 즈음해서, 은성호의 소재에 통하는 단서를 찾을 생각은 있었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직접, 게다가 이러한 형태로 조우할 줄이야……완전히 예측의 밖.
나란히 조각상의 흉내를 강요당하고 있는 이쪽에 비해, 백은색 무자의 태도는 자약(自若)한 것이었다.
이치죠――마사무네를 흘낏 바라보고, 목을 기울이는 동작을 한 후, 다시 이쪽으로 눈동자의 방향을 옮긴다.
「오유미에 병력이 모여들어, 전기(戦気)가 가득차 있다……고 가르친 자가 있어서 말이야.
흥취가 피어나서, 놀러 왔다」
「좋은 무인들이었다.
용맹하고, 물러섬을 모르고, 아무리 떨어져도 동포의 시체를 넘어서 다시 밀어닥쳤다」
「최후의 1기까지 싸웠다.
좋은 한때를 보냈어」
……보면, 주변에는 이마가와 라이쵸우 외에도 수십의――아니 그 이상의. 무자, 용기병의 갑해(甲骸)가 산란하여 있다.
그것들은 모두 숙련된 기술에 명맥이 끊어져 있었다. 여기에 오기까지 본, 병사들의 광란사(狂乱死) 한 모습과는 다르다.
즉, 일반 병사는 정신오염으로 자궤(自潰)당하고. 오염파에 버틴 무자들은, 과감하게 은성호에게 도전했겠지.
그리고 전멸했다……100여의 철덩어리, 고깃덩어리로 화해서.
소모비, 100 대 0.
핏내음 생생한 전장에 단 혼자 군림하는 백은의 패자(覇者)는, 한줄기의 피도 흘리지 않고, 기분 좋은 한숨을 흘린 것에 지나지 않았다.
「게다가 카게아키, 너까지 와 줄 줄이야.
정말이지 오늘의 히카루는 지루함이라는 귀신(憑物)에게 버림받았구나! 항상 이러면 좋겠다만」
「……히카루……」
마물이다.
이괴(異怪)이다. 도깨비(化生)다. 귀요(鬼妖)이다.
사람은 아니다.
미나토 카게아키의 여동생, 미나토 히카루는, 이미 사람이 아닌 것(物)이다.
저것과 만난 이상은,
――죽이지 않으면 안 된다.
죽일 수 밖에 없다.
사람으로서 사람을 지키자고 생각한다면, 사람이 아닌 여동생을 베는 것 이외에 길은 없다.
……이미 깨닫고 있었을 거였다.
늦어도, 에노시마에서의 해후 때에는.
그렇다.
한 번은 벨 결의를 했을 거다.
하지만.
그런데도……
바로 지금, 나는 미련을 입에 담고 있었다.
「너는……
이제, 돌아올 수 없는 건가?」
「……응?」
「옛날처럼은……
그 작은 마을에서 살고 있었을 때처럼은」
「…………」
「너는 미쳐 버렸다.
2년 전, 내가 멈출 수 없었으니까. 너는 산적들을 적으로 죽이고, 무라마사의 저주에 얽매여서 마을사람들까지 죽이고 미쳤다――」
「그렇겠지?
하지만 그 광기……그 원점만은, 결코 너의 죄가 아니다. 그런데 안 되는 건가?」
「너를 침범한, 그 광기는……
이제 어떤 수단을 써도, 치유할 수 없는 것이냐!?」
「……」
「으음」
저도 모르게, 외침 수준의 목소리가 된 나의 말에.
히카루는 이마에 주먹을 대고, 곤혹한 모습이었다.
「역시 아무래도, 인식에 어긋남이 있구나.
……에노시마에서도 말했겠지? 카게아키」
「나는 미치지 않았다.
변하지도 않았다. 옛날도 지금도, 있는 그대로의 미나토 히카루다」
「그럴 리가 있겠나……!
네가 하고 있는 것이, 제정신의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인가!」
토해 버리듯이, 그렇게 단정한 후.
나는 일말의 소망에 매달려서, 말을 이었다.
「……하지만……완전히 미쳤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너에게는, 아직……사람의 마음이 남아 있다고……!」
「……」
「이 2년 사이에 너는 몇이나 되는 마을을 멸했다.
하지만……네가 정말로 미쳐서, 완전히 폭주하고 있었다면, 이 정도로는 끝나지 않는다」
「……그럴 거다.
지금 쯤은, 적어도 야마토 전토가 멸망하지 않으면 도리에 맞지 않아……!」
그래.
은성호가 완전히 광인이라, 온종일 파괴와 살육의 꿈에 탐닉하고 있었다면――그렇게 되지 않으면 이상한 거다.
은성호는 단지 야마토의 하늘을 날아다니는 것만으로 좋다.
그것만으로 사람들의 마음은 오염되고, 전국은 지옥으로 떨어진다.
그런데, 그렇게는 되지 않았다는 것은, 즉, 은성호의 폭주는 억제되고 있다는 것이 아닌가.
아직……인간다운 마음의 잔재가, 있는 것은 아닌가.
그렇지 않은가?
그렇게 생각하고 싶다. 그것이 비록, 이제와선 어떤 의미도 없더라도――히카루를 위해서 해 온 행위가 그걸로 없어지는 것은 아니니까.
그런데도, 히카루에게 일말이나마 죄를 후회하고, 갚자는 의사가 있다면――
나는…………
「어떤 거냐!?
히카루!!」
「………….
너는 곤란한 녀석이구나. 카게아키」
히카루의 응답은 탄식이었다.
상냥한――
포옹 같은 목소리가, 나에게 부어진다.
어째서인지, 등골이 파르르하고 얼었다.
「부모의 심정을 모르고, 라고는 하지만……
전해지지가 않는 구나」
「…………」
「내가 칸토우를 단숨에 무너뜨리지 않는 것은, 말이지. ……카게아키. 너를 위해서다」
「뭐……
…………라?」
나를――――위해?
「카게아키. 잘 들어라.
히카루는 미치지 않았다. ……미칠 이유가 없다」
「그 산적들을 죽이고, 그래서 무라마사의 저주에 묶여서, 마을사람들도 죽여 버려서, 미쳤다……너는 그렇게 말했다만.
근본에 오해가 있다」
「히카루는 한번도, 적을 죽인 적 따윈 없다」
「――무슨 말을……!?」
「히카루는 많은 자와 싸우고, 승리하고, 죽여 왔다.
하지만 적의 같은 건 한번도 품지 않았다」
「왜냐하면, 나는 하나의 무인으로서 무의 법에 따르는 것에 지나지 않다」
「무의 법?」
그것은――양모의 가르침――
「싸워서, 죽인다.
오직 그것 뿐인 법이다」
「……!?」
「적의 따윈 필요없다. 증오도 필요없다.
오로지 무가 명하는 대로, 모든 것을 죽여 왔다」
「무라마사의 주계(呪戒)는, 히카루에게는 의미가 없는 것이다. 따라서, 거기에 속박된 적 따윈 한번도 없다.
납득했나?」
그것은, 요약하면,
……저주에 얽매일 것도 없이, 처음부터 적도 아군도 상관없이 전부 죽여왔다는 것인가!?
2년전의 처음부터――
산적도 마을 사람들도, 일절, 구별 따윈 하지 않고……!!
「히카루의 길은 광기가 아니다.
천하포무의 바른 길이다」
「만민(万民)이 무의 법에 따라,
각각의 무를 경쟁하여,
그 연마상극(練磨相克)에 의하여 지존의 자리에 달하는 것이 바램」
…………그럼――설마.
그 소원의 현현이, 그――오염된 사람들의 광란이라고……?
「……왜냐.
어째서……그런, 소원을」
「그것이 히카루의 의미이기 때문이다.
무를 관철해, 세계와
싸워, 이를 굴종시키는 것이 히카루가 존재하는 의의이기 때문이다」
「――――」
너는.
너는,
정말로, 그런――
「소원을 이루려면, 세계 전부를 히카루의 의사로 물들이지 않으면 안 된다……물론 그것은 그 말대로고, 머지않아 그렇게 할 생각이지만.
조금씩 진행하지 않으면 네가 곤란하겠지?」
「너는 어머님으로부터 잘못된 무를 가르침 받았으니까. 바로 내가 가리키는 무를 받아들일 리가 없다. 무리하게 때려 넣으려 하면, 너야말로 미쳐 버리니까」
「……그러니까……,
천천히 하고 있다, 라고……?」
「음.
내가 초조해서 몰아넣지 않으면, 너는 스스로 올바른 무를 깨달을 거니까」
「그걸 위한, 무라마사다」
《…………》
「……?」
그것은, 무슨 의미지……?
「하지만 보자, 슬슬 때라고 생각하지만.
어떻지? 카게아키……」
「무의 천하에서 싸울 준비는 갖추어졌는가?」
기대에 들뜬 목소리로, 은성호――일찍이 미나토 카게아키의 여동생이었던 것――는, 그런 것을 묻는다.
……그런 것을.
농담해학(冗談諧謔)이 아니라.
위악취미(偽悪趣味)도 물론 아니라.
단순한 놀림마저 아니라.
순수하게, 진심으로.
저것에게는 아무 망설임도 없다고, 나는 알았다.
무수한 살육극을 저질렀고,
지금도 그 한 무대 위에 자리하여,
게다가, 그 전부를, 적대해서 싸운 결과가 아니라 단지 죽인 것이라고 말하면서.
망설임마저도 품지 않은 거다!
적어도 광기라고 믿고 싶었다.
무서운 저주가 여동생을 이렇게까지 미치게 만들어 버린 것이라고.
하지만 부정당했다.
히카루는 완전히 논리적으로, 그것이 만약 광기의 원점이었다면 결코 직시할 수 없었을 사건에 대하여, 그렇지 않다고 해설했다.
그것마저 광기 때문이라고 단정할 수는 있다.
하지만 이미 깨달았다――그러는 것은 단지, 나의 도피심리에 지나지 않는다.
의미가 없는 도피다.
그것은, 칼날을 무디게 만들 뿐이니까.
여동생을 베어야 하는 칼날을.
필요한 것은, 그 반대――
진실과 마주 보는 것.
「히카루.
너는 미치지 않았다」
「음.
겨우 알아 주었구나」
만족한 모습으로, 눈매를 푸는 히카루.
……쓸데없는 것을 떠올렸다.
옛날 있었던, 평온한 나날――아니. 그런 것은 되었다. 그런 것은, 이제.
「히카루.
……은성호」
왜냐고, 외치고 싶다.
그 목소리가 목을 치고 나올 뻔한다.
혼신의 힘으로, 위로 떨어뜨렸다.
안된다. 그런 망설임은 필요없다. 지금은, 이미 의미도 없는 것이니까.
――칼날을 갈기 위해서.
나는 하나의 단정을 한다.
그것은 승인.
그것은 단절.
그것은 결별.
「너는 사악이다.
나의 적이다」
[ESC]
나는 여동생을 버렸다.
그런 것을 입에 담는 점을 보면」
혼의 반을 잘라버린 한 마디에, 은색의 악마는 쓴웃음으로 보답했다.
이런이런이라며 깎지를 끼고――하지만 동시에 나쁜 것만도 아닌 기색이 감돌고 있다.
이쪽으로 가까워지는 한 걸음이다」
「나의 무의 길에, 다. 물론.
카게아키. 나를 적으로 정하고 싸움을 건다면, 당연히, 필요한 각오는 마쳤겠지」
「……」
……각오.
「선악상살. 우리들 무라마사의 절대계율.
적을 죽이면 아군도 죽이고, 미움으로 죽이면 사랑도 죽인다」
「히카루를 적이라 미워할 정도로, 친구라 의지하는 자는 있는가?
혹은……어머님 같은 자는……」
「……그것은, 」
「히카루의 목숨과 그 누군가의 목숨은.
너에게 있어서 완전히 등가가 된다」
「둘을 함께 베어 버릴 각오가,
――――있는 거지? 카게아키」
「…………」
그것은.
그것은.
그것, 은,
「그런 각오는 필요없다.
미나토 씨에게는, 내가 있다」
「이치죠……」
「……음」
쭉 입다물고 있던 소녀가, 나를 지키듯이 사이에 선다.
히카루는 미간을 모았다. 대화에 끼어든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 같다.
하지만 타인의 말을 몰인정하게 취급하지 않는 것이 히카루가 타고난 성격이다.
어쨌든이라며 관심의 방향을 그쪽으로 향한다.
「누구인가.
내버려두고 카게아키와 둘만이서 이야기에 열중한 무례는 사과하지만, 초면에 인사도 없이 이야기를 방해하는 것도 또한 무례일텐데」
「……자기소개라도 하라는 건가.
필요없어. 그런 거」
「어째서지?
그러한 예절이라는 것은, 사람과 사람이 경의를 서로 품어 원활한 관계를 쌓기 위해서 아주 중요하다」
「친한 사이였더라도 예의는 있을 터.
그러니까 나도 오늘은 우선 계절 인사부터 들어갔다」
……그 꽈리 운운은 계절 인사였는가.
「그렇건 뭐건 간에, 네게 밝힐 이름은 없다.
이유 정도는 알텐데」
「흠.
까다로운 나이대로구나」
「아니얏!
나는 반항기냐! 너는 어머니냐!?」
「이름이 쥬게무(생략)[각주:3]이라든가……」
「만담도 아니야!」
「……힌트」
「누가 수수께끼를 하고 있어!?
나는 말이야, 너 같은 건 인간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한 거다!」
「흠?」
「너는 단순한 악일텐데. 단순한 귀신일텐데.
미나토 씨의 여동생이라고도 생각하지 않아……」
「죽여서, 없애주지.
너에게는, 그렇게 하는 것만으로 충분해」
《그렇다!》
「………….
과연……」
1초마다 살의의 밀도를 높여 가는 농람의 용기(竜騎).
무색의 눈보라와도 같을 그것이 퍼부어지면서, 은성호는 납득한 투로 희미하게 웃어 보였다.
「요컨대 광견인가」
「――뭐!?」
「아니, 비웃은게 아니다.
그 눈의 어두운 투지는 히카루가 기피하지 않는 바」
「검주도 좋은 만듦새다.
무라마사, 이름을 봐라. 물어보면 끝나는 이야기지만, 저래서는 가르쳐 줄 것 같지 않다」
《음.
……소우슈 것인 고도(古刀)……그리고 이 정도의 갑철》
《우선, 고로 뉴도 마사무네――로 보았다》
「어떻지?」
《……흥》
「당첨인가.
이것은 좋군……」
「천하일명물 마사무네!
설마 그런 물건이, 카게아키와 함께 나의 앞에 나타날 줄은――」
거기까지는 기분좋게 읊고서.
하지만 느닷없이, 은성호는 생각에 잠긴 모습을 보였다.
정리(定理)에 맞지 않는 해답을 끌어내어 버려, 계산식을 다시 보는 학생처럼.
이윽고 그 눈이 이쪽을――나를 본다.
「……카게아키.
거기의 광견은 나에게 도전하는 것 같다만」
「너는 어떻게 할 생각이지?」
「…………」
「뭐야?
2대1은 싫으니까 한 사람씩 와라, 고라도 말할 생각인가」
「히카루는 1대1을 좋아하지만, 별로 강요하진 않는다. 그것은 어느 쪽이라도 좋다.
하지만……설마, 라고는 생각하지만……」
「……?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이쪽은 이쪽의 멋대로 하겠다.
……미나토 씨, 좋습니까」
「……그래」
「괜찮습니다.
저 녀석을 죽이는 것은, 나이니까」
「…………」
「저주는 관계 없습니다.
죽는 것은, 저 악마 한 사람 뿐입니다」
「…………」
「―――――――――――――――――――
――――――――――――――――――――
――――――――――――――――――――
――――――――――――――――――――」
「기다려」
<슈욱>
<허공에 떠오른다>
「지금……
뭐라고 말했지」
「……」
「광견, 대답해라」
「반복하게 할 정도의 일이냐.
이런 거, 당연할테지만」
「……」
「미나토 씨가 너를 죽이면, 저주로 또 한 사람 죽이지 않으면 안 되게 된다.
하지만 나의 마사무네에 그런 성가신 규칙은 없다」
「그러니까 싸우는 것은 두 명. 죽이는 것은 나 한 사람.
그렇게 하면, 죽는 것은 네놈들 사악 뿐」
「나와 미나토 씨는, 둘이서 하나인 정의의 검이라는 거다……!」
「………….
카게아키」
「너도 그럴 의도인가」
어울리지 않는, 담담한 음성으로 은색의 철면이 묻는다.
나는 대답이 목에 막혔다.
물론……나도 동의다.
이치죠가 입에 담은 것은 확실히 당연한 이치.
무라마사로 적을 죽이면 아군도 베지 않으면 안 된다.
마사무네로 죽인다면 적 한 사람으로 끝난다.
그런데 어째서, 전자를 선택할까?
고민할 것까지도 없는 선택이다.
그런데 말은 막혀, 목소리가 되지 않는다.
「……어떻지?
너도 그렇게 기대하여, 그 광견――마사무네를 데리고 있는 건가」
《……》
「……」
《……》
「……미나토 씨?」
「아……
으응」
「그렇다……」
「……………………」
……소리도 없이, 미지근한 바람이 불고 있다.
「…………」
가슴이 술렁댄다.
그것은 비유하자면 평온한 항해의 속.
순풍만범, 물결은 온화하고, 하늘은 청천(晴天), 흐린 것은 무엇도 없고, 평온은 지금 여기에 있으며, 게다가 끝없이 계속되는 것이 약속되어 있다――
그런데 심장은 경종을 쳐,
해저로부터 고래가 내습하는 것을 경고하려고 기를 쓰는 거다.
「벌써 말했다.
이쪽의 멋대로, 하겠다고」
「마사무네」
《오!》
<슈웅!>
「죽어라――은성호!!」
「――――」
「네가 죽인 인간은 셀 수가 없다.
너 한 사람을 베어도 결산은 맞지 않아」
「너를 심판하는 정의는 너무 늦었다.
이제와서, 보충을 붙일 수도 없어……」
「그렇더라도, 이거 이상 멋대로 하게 둘 수 있겠냐!
나와 마사무네가, 여기서, 너를 멈춰 주「주절주절 시끄러워 이 암캐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앗!!」」
[ESC]
<콰아아아아아아아앙――――!!!!>
……나는, 정신을 잃었던 것 같다.
아마도……일순간이나 그보다 조금 더 긴 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그 사이에 세계는 변모하여 있었다.
우선, 나의 전신은 쇠약해져 있다.
전혀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지면에 떨어진 무릎은 전혀 올라가지 않는다.
이치죠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나의 의사에 반응한 무라마사가 탐사기능을 움직인다……있다. 동북동(東北東)으로 약 4킬로의 지점.
4킬로.
즉, 그만큼의 거리를 날아간 것 같다.
……탐사기능이 그렇게 전하고 있다.
이상한 일이었다. 신호를 발신, 물체에 충돌해서 돌아오는 그것을 수신하는 것으로 상황장악을 행하는 통상탐사는, 지상에서는 물체가 너무 많기 때문에 우선 기능하지 않는다.
그것이 기능한다.
실은, 이상할 것도 뭣도 없었다. 지상에 있더라도, 그것이 대평원의 한가운데라면 신호탐사는 지장없이 기능하는 거다. 그것 뿐인 일이다.
「…………」
변해 버린 세계 속에서, 은성호만이 불변으로 있었다.
격변의 일순간, 저것이 무엇을 했건, 지금은 그 잔재도 없다. 주먹을 질렀는지 발차기를 날렸는지 타치를 뿌리쳤는지. 흔적이 아무것도 없으면 알 수 없다.
혹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아무 움직임도 없다는, 당연한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저것은, 단지, 단순히――화를 냈을 뿐이었을지도 모른다.
「……………………」
그리하여, 변동과 부동의 세계 한복판.
은성호는 지금, 나를 응시하고 있다.
그 눈동자는 일찍이 없을 정도로 차갑다.
그러면서도 일찍이 없는 작열로 끓고 있다.
비점(沸点)의 격노와 0도의 실망.
뜨겁게 소용돌이치며 차갑게 얼어붙은 부(負)의 감정.
백은의 마신은, 낙담하고 있었다.
「시시해.
시시해.
시시해」
「하필이면, 그런 기만으로 도피할 줄이야……예상이 틀어지는 것도 정도가 있다.
어머니의 가르침――그 헛소리마저, 여기까지 어리석지는 않았다!」
「그것은 그것대로 통하는 이치는 있었다. 하지만 카게아키, 지금 너의 길은 그것마저도 빠졌다.
단순한 기만이다! 얄팍하고 달콤한 망상만으로 이루어져 있다!」
「설마, 네가……그런 것이 되어 버릴 줄이야!!」
분노로 가득한 말은 칼날이 되어, 나의 가슴을 도려냈다. 깊게. 피의 맛을 착각할 정도로 깊고 아프게.
이유는 모른다……왜 이렇게나 괴로운지. 들리고 있는 것은 살육마가 제멋대로 지껄이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이치죠와 나의 협력이, 쓸데없는 희생자를 없앤다――죄 없는 자의 목숨을 원하는 무라마사의 저주를 극복한다.
죽이는 것은, 누구보다도 진지하게 사람으로서의 올바름을 요구하고 누구보다도 엄정하게 사는 그 소녀가 “악” 이라고 판단한 자 뿐.
그것이 어째서 잘못인가.
조롱과 욕설을 받지 않으면 안 되는 도리가 어디에 있을까?
……………………하지만.
분명 그 도리의 실재를 뇌 밖의 어딘가에서 이미 깨닫고 있었기 때문이야말로, 나는 이렇게나 꼴사납게 동요하고 있다…….
「카게아키……너는 무엇을 착각한 것이냐.
그 계집아이와 짜면 정의라고? 어떤 도리로 그렇게 되지. 한 사람 밖에 죽이지 않아도 되서인가」
「두 사람을 죽이는 것은 악업이지만, 한 사람으로 끝난다면 정의라고라도 말하는 건가?」
「아……아니야……」
굳어진 턱을 반 무리하게 움직여, 반박을 쥐어 짜낸다.
쓰레기 파편 같은 목소리가 나왔다.
「숫자의 문제가 아니다.
이치죠와 함께 싸운다면 아무 죄도 없는 사람을, 죽이지 않을 수 있다……. 그러니까 그렇게 했다. 당연한 이치다」
「흥.
죄 있는 인간이라면, 죽여도――아니, 다른가. 표현은 정확함을 기하자……」
「죄 있는 인간이라면,
죽이게 해도 상관없다고. 그런 것인가」
「……」
「용서받을 수 없는 죄는 있다.
죽어야 하는 죄인은 확실히 있다」
「그 중에는, 강대한 힘을 갖고 있기에, 사법으로도 심판할 수 없는 자가 있다……로쿠하라나, 은성호, 너와 같이다. 이치죠는 이러한 큰 악의 처단을 자신의 사명으로 했다」
「그것이 잘못된 일이라고는……생각하지 않는다」
「과연, 그런가」
은성호는 노골적으로, 모멸하며 웃었다.
「확실히 그것은 올바른 행위일지도 모르구나.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것을 한 자가 정의를 자칭할 수 있는 도리가 있는가?」
「뭐……?」
「그런 도리는 없을테지.
그렇지 않으면, 뭐지――」
「올바른 살인이라면 죄는 없다, 고 라도?」
「――――――――」
나는 말을 잃었다.
「멍청한 말을 하지 마라.
살인은 살인. 아무 차이도 없다」
「어느 쪽이건 동등동질(同等同質)의 무가 발현한다.
무력을 겨루어, 승리하고, 죽였다……단지 그것 뿐이지, 다른 해설 따윈 필요없는 사상(事象)이야」
「죄의 유무?
나는 관심이 없지만, 죄를 묻는다면 정당한 살인이건 부당한 살인이건 바뀔 리 없다」
「생명을 파괴하여 끝낸다는 의미에서는, 어느 쪽도 완전히 같은 것이니까」
거침없는 이야기에는,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다.
방해할 수가 없다. 왜냐하면 알고 있었으니까다――은성호의 말은 진리를 찌르고 있다고.
그런데도 인정할 수는 없었다.
인정한다는 것은, 즉……여태까지 올바르다고 믿고 있던 것을 잘못이라고 인정하는 것이며……그것은――그 소녀를――――
「그렇다고 해도……
그렇더라도」
「죽어야 하는 자만이 죽는다면……
무라마사는 죽어서는 안 되는 자도 죽여 버린다. 그것을 피할 수 있다면――의미가, 」
있다, 고 계속할 생각이었다.
그것이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은 적수의 말에 긁혀 지워졌으니까인가. ……그렇지 않으면 자신의 말을 스스로 믿지 않았으니까, 인가.
「무슨 말을 하지.
죽어야 하는 것은 약한 자. 살아야 하는 것은 강한 자다」
「죽어서는 안 되는데 죽은 자 따윈 없다.
너의 칼날에 굴했다면, 그것은 무의 경쟁에서 졌다는 것」
「그 자가 선이건 악이건, 죽은 것은 이치이며, 아무런 불합리도 없다」
「아니야……!
죽어야 하는 것은 죽음으로 밖에 심판할 수 없는 악 뿐이다」
「……그리고 무라마사가 그 악을 심판하면, 죄 없는 자도 함께 죽여 버린다.
선악상살의 계율에 의해서……」
「나는 그것을, 용서할 수 없다……」
「카게아키.
카게아키」
……백은색의 무자는 실소하고 있다.
이미 화내는데도 지쳤다고 말하는 것처럼.
「지금의 너는 마치 어린애다.
그런가――아아, 그런가. 너는 결국 이해할 수 없었던 건가」
「선악상살.
무라마사가 부과하는 그 네 글자의 의미를, 끝내 오해했는가……」
「……오해……?」
《…………》
그것은――단순한 흉주(凶呪)……
「저주 따위가 아니다.
선악상살은, 단순한 진실이다」
「무라는 것의, 본질이다…….
무라마사는 그것을 백일하에 드러낸 것에 지나지 않아」
「……무슨……의미지」
「지금의 너에게는, 말해도 알 리가 없다」
지독하게 뿌리쳐내는 말.
은성호는 꿰뚫 듯이 하늘을 올려보고, 그리하고서 다시 한번, 나에게 안광을 때려박았다.
「하지만 이것만은 가르쳐 두지.
지금, 네가 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가」
「그 계집애와 둘이 합쳐서 정의?
아니지……」
「싸워서, 죽이고 있을 뿐이다.
그것은 이전과 아무것도 다르지 않다. ――결정적으로 다른 것은, 」
「다른 것은, 」
………………아아.
알고 있다. 사실은 알고 있다.
그곳만은 전혀, 변명이 통하지 않는 한점.
그러면 선한 사람을 죽이지 않아도 되니까라며, 사고를 정지시켜서, 결코 직시하지 않으려 노력해 온 가장 중요한 것.
미나토 카게아키 최대의 오점.
「죽이는 것이 네가 아니다라는 것이다.
네 대신에 그 광견이 죽이고 있다는 것이다……」
「너는 살인을 죄라고 생각하면서, 그 죄를, 정의 따위라는 주장 아래, 그 계집아이에게 떠넘긴 거다!」
「수치를 모르는가, 카게아키!!」
「……아……」
――그래.
참으로 그 말대로.
지금의 나는, 살인이라는 죄업을, 아야네 이치죠에게 떠넘기고 있다.
그리고 그것에, 마음의 어딘가에서, 하찮은 안도를 맛보고 있다…….
구제할 방법도 없이, 수치를 모르는 소행.
「지금의 너는 시시하다.
추악해. 무의 정도(正道)로부터 너무나 멀다」
「무가 두려워, 무를 손놓았다.
게다가 타인의 무에 응석부려, 승리를 베풀음 받으려고 했다」
「이래서는 안된다.
방도가 없어!」
「실패다!
너에 대한 교도(教導)는 실패했다!」
<휘익!>
「……은성호!」
「아무래도 너무 응석부리게 한 것 같다.
너를 배려해서 포무(布武)를 서두르지 않았던 것이 화근이 되었다」
「설마 이렇게 될 줄이야.
……이제 유예는 두지 않는다」
「보아라, 카게아키!
이제부터 히카루는 만천하에 무를 펼친다」
「모든 허식을 버린 세계에 서서,
이번에야말로 진리를 깨닫거라!!」
그야말로 백은의 유성이 되어, 마왕기(魔王騎)는 땅거미를 달려서 떠나간다.
나는 쫓을 수 없었다.
일어서는 것도. 손을 뻗는 것마저.
부서진 혼은, 실 한 가닥 정도의 활력도 사지에 보내지 않는다.
나는 단지 은영(銀影)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세계는 붕괴를 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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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만에 여러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호리고에 공방 챠챠마루의 습격을 받은 친왕과 아키타카가 죽었으며, 그 과정에서 기습을 당한 챠챠마루 역시 사망.
오유미 공방 라이쵸우 역시 은성호의 습격을 받아서 공방부째로 괴멸했습니다.
그리고 카게아키와 이치죠의 어딘지 비틀려 있던 관계가 마침내 표면화 되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고 격노한 은성호는 폭주를 시작. 야마토 전체가 멸망의 위기에 처하게 됩니다.
은성호가 말한 선악상살의 진실.
카게아키가 줄곧 품고 있었던 자신도 알 수 없던 망설임.
영웅편도 후반부로 달려나기 시작합니다.
- 천황의 거처 혹은 장군, 대신 등의 거처. 본부. [본문으로]
- 슬래그의 원문은 노로(ノロ). [본문으로]
- 쥬게무(寿限無) : 일본의 고전적인 만담 중 하나로 이름을 길게 지으면 장수한다고 황당하게 긴 이름을 붙였다는 만담에 등장하는 아이의 이름. 전부 부르면 아래와 같다. 쥬게무 쥬게무 고코우노스리키레 카이쟈리스이교노 스이교우마츠 후우라이마츠 쿠우네루토모로니스무토코로 야부라코우지노부라코우지 파이포 파이포 파이포노쥬린간 쥬린간노구린다이 구린다이노폰포코피노 폰포코나노 쵸우큐우메이노쵸우스케(寿限無 寿限無 五劫の擦り切れ 海砂利水魚の 水行末 雲来末 風来末 食う寝る処に住む処 藪ら柑子の藪柑子). 참고로 작중에서 히카루는 이 긴 이름을 전부 다 말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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