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는 이글루스보다 밸리와 같은 소통의 기능이 부족 게 항상 아쉬웠지요.
RSS 등록은 했습니다만, 역시 이글루스의 떠들썩함은 무리일 겁니다. 뭐, 느긋하게 해나가야지요.
이글루스 쪽은 밸리에 트랙백이라도 보낼까 싶었지만, 그것도 막혀있는 것을 보고는 그냥 손을 놓았습니다. 이젠 포기했어요.
어두운 남자는, 몹시 좋은 사람이었다.
갑작스럽게 문답무용으로 후려갈긴 바보 애송이 세 명이 오로지 당황하면서 사정을 이야기하고 사과하는데 끈기있게 어울려주고, 게다가 한 마디도 꾸짖지 않고 용서해 주었던 것이다.
이런 좋은 사람을 나는 그 밖에 모른다.
이 얼마나 무적스런 인격자일까.
「그렇다기 보다, 여기까지 오면 좀 이상한 사람이네요」
「초 시끄러우니까 조용히 해」
<퍽!>
빌어먹게 쓸데없는 걸 말하는 입을 주먹으로 봉한다.
사실 동의하지 않는 건 아니었지만.
공원의 벤치라는 장소에는 어울리지 않게, 남성은 등골을 완벽하게 펴고 앉아 있다.
그러면서도 딱딱한 인상이 그리 없는 것은, 분명히 이 자세에 익숙해진 지 오래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키가 큰 것은 그 때문인가.
……그렇다면, 나의 키가 작은 것은 자주 새우등을 해서 일까, 윽, 그럴지도.
남성의 이마에는 멋드러진 혹.
뭐, 그런 것은 식히면 곧장 낫겠지만……나라면 불평도 말하지 않고 용서하는 것은 무리구나.
그렇게 생각하면 역시 굉장히 마음이 넓다.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정말이지 이 녀석들은 정말로 용서 없는 바보이니까, 내가 말려도 들어주지 않아서」
「죄송합니다. 덧붙여서 먼저의 여자에게는 뭔가 격려를 받았던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만 그것은 접어두고 죄송합니다」
「덧붙여서 나는 실행범입니다만 주범은 아마 그쪽의 그라고 생각한다고 개인적 견해를 보이면서 몹시 폐를 끼쳤습니다」
그리고 대조적으로 추악한 우리들이었다.
「굉장한 일은 아닙니다. 머리 부분에서 가장 뼈가 단단한 이마였으니까.
뇌장(腦漿)은 건재합니다. 기억의 상실도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부디 신경 쓰지 마시길」
그런 문제일까.
「즉 당신들은, 친구를 구하고 싶다는 일심으로 저에 대한 습격 행위에 이르렀다.
이리 이해하면 되겠습니까」
「예에, 뭐……」
습격…….
「상황을 돌아보면, 제가 의심받았던 것도 당연한 일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당신에게만 일방적인 죄가 있다고는 생각되지 않습니다」
……아니, 나쁜 건 일방적으로 이쪽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이 사람, 어째서 여기까지 온화해?
어조도 정중하고. 이쪽은 꼬마인데다 가해자인데.
게다가 무기는 쇠파이프.
자칫하면 죽었는데.
「단락적인 행동이었던 것은 확실합니다만, 그것도 나이를 생각하면 어쩔 수 없는 것입니다.
단, 향후는 주의를 바랍니다. 저는 어쨌든, 다른 분께 상처를 입혀서는 안됩니다」
「네, 네에」
「가슴에 새기겠습니다……」
「좋은 공부를 했습니다」
어이, 그거, 뭔가 이상해.
「그런데, 경찰 아저씨.
이런 식으로 묻는 것은 뭣합니다만, 어째서 저런 수상한 행동을 했습니까?」
「너 말이야」
확실히 그것은 신경쓰이는 부분이지만.
하지만 순경은 신경쓰는 투도 없었다.
극히 무례한 질문에 시원스럽게 답한다.
「당신들의 친구……카자마 리츠 씨의 실종에 대해 조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에!?」
「네!?」
얼빠진 소리를 지르는 코나츠와 나.
……아니, 뭐. 그렇게 듣고 보면, 극히 자연스러운 회답이지만.
「야아. 정직히, 그것만큼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요」
「그러면?」
「아니아니 타다야스」
「스톱~ 스토옵~」
과연 더 이상은 떠들게 둘 수 없다.
코나츠와 두 명이서 입을 막는다.
하지만 순경은 스스로 짐작해 버린 것 같았다.
「……과연.
경찰이 제대로 일을 할 줄이야 드물다, 는 것이 주지의 의문입니까」
「그러니까, 뭐……」
「솔직하게 말한다면……」
「지당하십니다.
실제, 경찰기구의 대부분은 형해화되어 있습니다. 저도 사실, 카자마 리츠 씨의 수색 소원을 받아 움직이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향후도, 수색반이 편성될 일은 없을 것입니다. 예산도 인원도 없고, 허가도 내려주지 않을 테니까」
「허가?」
「로쿠하라의 허가입니다. 막부는 비상시 체제를 이유로 경찰을 감독하에 두고 있습니다. 허락없이 행동은 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막부에 유익하지 않은 행동은 허락되지 않습니다」
……그랬었나.
「경찰의 업무 대부분은 로쿠하라의 잡무나 다름없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 때문에 필요한 만큼의 예산과 인원 밖에 주어지지 않은 것이 실정입니다」
「이야. 그런 거라고는 듣고 있었습니다만. 그렇지만 그렇게 되면, 경찰 아저씨는 어째서 리츠의 수사를?」
「늦어서 죄송합니다」
순경은 윗도리 앞을 가볍게 벌려, 홀더 속에 들어가 있는 권총을 보였다.
조금 전에도 본 욱일장(旭日章). 경찰의 증거다.
「저는 내무성 경찰국 가마쿠라시 경찰서 속원……
미나토 카게아키(湊斗景明)입니다」
「속원(属員)?」
「아르바이트 직원……
옛날의 오카히키(岡引 : 포졸), 하인과 같은 것이라고 생각해주시면 괜찮습니다」
「그런 제도 있었습니까?」
「없습니다」
「예?」
「공식으로는. 그러므로, 로쿠하라의 감독도 받지 않습니다」
「과……과연!」
뭔가 굉장하구나.
오카히키……이 레트르한 울림이 참을 수 없어. 조금 타오르기 시작했다고.
「그렇지만, 조금 전에 예산도 없다고……」
「네. 물론, 저는 경찰조직에 법제도상으론 존재하지 않으니까, 활동 비용도 경찰 예산으로부터는 나오지 않습니다」
「저는 가마쿠라 경찰서장의 사비로 조달된 인원입니다. 서장이 지시하는 임무를 행하기 위해서, 서장 개인으로부터 필요한 경비나 장비가 주어지고 있습니다」
「그런 것입니까」
서장 씨도, 현 상황에서 할 수 있는 한의 것을 노력하고 있다는 것일까.
얼굴도 이름도 모르지만……지금까지는 너무 바보 취급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미나토 씨의 임무라는 것은? 조금 전의 이야기라면, 리츠의 수색이라는 것도 아닌 것 같은데」
「윽. 무례한 질문이라서 죄송합니다」
그렇지만 그것은 알고 싶다.
「괜찮습니다.
제가 카자마 씨의 실종에 대해 조사를 하고 있는 것은, 사건에 무자의 관여가 눈에 띄었기 때문이며……」
「에?」
<ESC>
하…… 하아―――――――――――――!?
……은성호 사건.
그 개막은 대략 2년 전.
마을이나, 학교, 혹은 군사기지 등 다수의 인간이 모이는 장소가, 어느 날 당돌히 괴멸한다.
지극히 처참하게. 지극히 불가해하게.
사람들은
멸족한 것이다.
어떤 자는 목을 잘렸다.
어떤 자는 전신에 구타를 받았고.
어떤 자는 입신(入神)의 기술로 몸이 세로로 양단되었으며.
어떤 자는 살이라는 살이 전부 엉망진창으로 찢어졌고.
어떤 자들은 무서운 살인자의 일도에 죽었다고 보였고.
어떤 자들은 착란의 끝에 동포끼리서 서로를 죽였다고 보였다.
사람들은 멸족한다.
재앙의 자취만을 남기고.
재앙의 모습은 아무것도 남기지 않고.
그들은 왜 죽은 것인가.
무엇이 그들을 죽였는가.
그 물음에 답하는 것은 침묵의 메아리.
아무도 대답할 수 없다.
한 사람도 남기지 않고 죽었으니까!
단지, 몇 가지의 애매모호한 증언은 말한다.
――참극이 있었던 마을로부터 날아오르는 무언가를 보았다.
――불타서 내려앉은 교사를 등지고 떠나가는 사람 그림자를 보았다.
――그 때, 은색의 무엇인가가 하늘을 달려 갔었다.
――무자까지 살해당해 있었다! 그렇다면, 범인도……
이리하여 야마토의 사람들은 안다. 그 존재를.
살육자. 은색인 자. 무자를 죽이는 자.
백은의 무자!
살육의 천체현상!
재앙의 유성!
“ 은성호 ” !!
그것은 모든 사람을 죽이는 폭력.
그것은 무자마저 타도하는 파괴.
그것은 신과 같이 평등한 악몽.
거구인지도 왜구(矮躯)인지도 확실치 않다.
자국인인지도 외국인인지도 확실치 않다.
정상인인지도 광인인지도 확실치 않다.
……그러므로, 백은.
확실한 것이 없는 은색의 무자가, 마을을 읍을 군채(軍砦)를 멸한다.
――은성호 사건.
2년 전을 시발점으로 칸토우 지역에서 7건이 확인되어 있는 이 사건은 로쿠하라, GHQ, 각자가 준비한 전속 수사반의 활동에도 관계없이, 아직도 해결의 실마리조차 파악하지 못한다.
하지만 아마, 살상도 포함한 수단을 검토할 필요가 있겠지요」
그런 것은 당연했다.
로쿠하라는 야마토 모든 무자를 통괄하는 최강의 집단이다.
아무도 거스를 수 없다.
하지만 유일하게, 예외가 존재한다면――
그것이 은성호란 이름으로 불리는, 미확인의 무자다.
백은의 살육자. 로쿠하라마저 먹이로 삼는 마물.
막부의 정보 관제를 피해서 속삭여지는 소문을 믿으면, 은성호는 로쿠하라 무자의 일개 중대를 전멸시킨 일조차 있다고 한다. 단 1기로.
진위는 모른다. 하지만 은성호에 관한 한, 로쿠하라는 평소의 오만한 여유를 과시하지 않았다. 도움이 안되는 정보 하나에 이쪽으로 가고 저쪽으로 가며, 수사반은 우왕자왕.
강대한 로쿠하라가, 두려워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 모습에, 야마토 각지에 잠재한 도막파(倒幕派)의 일부에서는 은성호를 영웅시하는 경향도 있다고 한다.
……일반 시민도 사건의 희생자지만.
죽음의 비 은성호!
실태는 불명료. 하지만 1기의 무자가 로쿠하라마저 가볍게 쓰러뜨리고 있다면, 틀림없이 이 세상의
아무도 이길 수 없다.
이길 수 있을 리가 없다.
오히려 정보 규제 때문에, 시민 사이의 풍설은 실태보다 조금
어이 어이.
그 권총으로 싸운다는 겁니까!?」
이 총은 비공식적인 신분증의 의미로 대여된 것에 지나지 않은 것입니다. 탄환은 장전되어 있지 않습니다」
싸울 힘이 없으면, 어떻게도……!」
은성호라는 것은 악마 같은 거겠지요?
이길 수 없어요! 싸워도 쓸데없는 것과 어째서 싸웁니까!」
타다야스와 코나츠는 끼어들지 않는다.
하지만 흉중이 같다는 것은 옆 얼굴로 알았다.
은성호와 싸운다. 터무니없다.
다른 인간이 말했다면 농담이라고 생각했겠지.
나도 웃고 끝이었다.
하지만 이 사람은, 진심이다.
얼굴을 보고 눈을 보고 목소리를 들으면 안다.
죽는게 결정되어 있는데!
<두근!>
……에? 어째서, 그런, 간단한 대답으로.
싸워도, 이길 수 없는데」
<두근!>
왜냐하면 지면 의미가 없지 않습니까」
그러면 단순한 자기만족입니다」
저의 싸움은 다릅니다.
저는 무슨 짓을 해서든 이기지 않으면 안 됩니다」
<두근!>
그러니까 싸웁니다. 그것 뿐인 일입니다」
마지막까지.
미진의 기백도 없이 담담하게, 미나토 씨는 단언했다.
……이 사람은.
무슨 말을 하고 있지?
이해하고 싶다.
이
『싸우지 않으면 안 되니까 싸운다』
그 말, 그 결단이야말로, 나의――
시원스럽게 이야기를 정리하는 타다야스.
이 녀석의 주변에 흐르지 않는 마이 웨이스러움은 가끔 부럽다
하지만 뭐라 하면 좋을까, 그리 은성호다운 사건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만」
주택지가 완전히 괴멸했다면 몰라도」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듣는 한, 은성호는 태풍과 같은 광역재해다.
한 사람만 노린다, 라는 것은 아무래도 어울리지 않는다.
개인을 표적으로 했을 경우는 단순한 괴한 살인과 구별이 되지 않는 것뿐이라고도 생각됩니다」
……과연.
성실하게 머리를 내리는 미나토 씨에게, 타다야스가 휙휙 손을 흔들어 보인다.
깊은 데까지 여러가질 가르쳐 주는 사람이구나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역시 이야기할 수 있는 것과 이야기할 수 없는 것의 선긋기는 있는 것인가. 그야 그렇겠구나.
여러분의 이야기를 재차 들려주실 수 없겠습니까. 현지분들의 입장으로부터 수집된 정보는, 제게 얻기 어려운 것입니다」
잘 부탁합니다」
꾸벅, 하고 목례하는 미나토 씨. 정말로 성실한 사람이다.
로쿠하라의 노예 무역……그리고 대나무숲에 무자라 생각되는 그림자, 인가」
미나토 씨는 수긍해 준다.
본심인지 빈말인지, 잘 모르겠지만.
그런 것은 있습니까?」
막부가 거기에 착안해, 이용하고 있을 가능성도……없다, 고 단언할 순 없습니다」
신중한 대답이다.
선입관으로 일방적으로 단정해 버리는 것은 위험하겠지.
모르는 것입니까?」
카자마 씨가 어떠한 사건에 말려 들어간 것은 거의 틀림없다고 생각됩니다만, 그 상세는 현 단계에서는 불선명합니다」
책하는 듯한 눈초리가 된 코나츠에게도, 미나토 씨는 곤혹을 보이지 않았다.
차가울 정도로 명쾌한 설명 만을 한다.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적당하고 마음 약한 어른이라면, 입에 발린 말만으로, 반드시 무사하다고 말하는 때일 것이다. 그것을 믿고서 배신당한 사람이 어떻게 될지 따윈 생각하지 않고.
……이 사람의 말은 신뢰할 수 있다.
친구의 몸을 염려하는 당신들을, 안심시켜 드릴 수 없다. 임시라도 경관인 자로서 부끄러운 마음이 들어가질 않습니다」
좋은 이야기가 될 뻔한 흐름이 이상한 방향으로 갔다.
이놈, 타다야스. 정말 무서운 남자다.
……태연하게 어울린 미나토 씨도 어떨까 하고 생각하지만.
정보수집을 계속하게 되겠지요」
확실히, 굼뜨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의 로쿠하라 음모설은, 냉정하게 다시 생각해 보면, 사실 증거 하나도 없는 것이다.
무자의 목격 증언도 확실하다고는 말하기 어렵다.
그런 상태로 로쿠하라를 범인이라고 일방적으로 단정하는 경관이 있을 리가 없었다. 그렇다기 보다, 있기를 원하지 않았다.
만약 있단들 지금의 우리에게 있어선 믿음직하다면 믿음직하지만, 객관적으로 보면 단순히 민폐가 되는 녀석이다.
당분간은 그것들을 재조사해서, 상황이 유사한 사건이 없는가 조사해 볼 생각입니다」
경계받지 않고 해결됩니다」
쉬지 않고 말할 수록 말이 격해진다.
타다야스도 코나츠도 제지해 오지 않는다. 반대는 아닌 것 같다.
하지만 깨닫고 있었다.
필사적인 나를 똑바로 다시 보는 미나토 씨는, 역시 곤혹도 망설임도 표정에 비추지 않으니까.
그렇지만,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시민분들을 말려들게 할 일은 아닙니다」
당신들에게 있어선 그렇지는 않습니다」
당신들은 아직, 자기자신 이외의 무엇인가에 대한 책임을 감당할 수 있는 연령이 아닙니다」
친구를 걱정하는 기분은 이해합니다. 그러나 똑같이 당신들을 걱정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진부한 정론.
하지만 우리에게, 반론의 말은 없었다.
이것이 다른 어른이 말한 대사라면, 더 물고 늘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사람의 태도에는, 그런 풋내기스러움을 드러낸 반응을 허락치 않는 부분이 있었다.
또, 연상인 체를 해 버렸습니다」
슥, 하고 일어서는 미나토 씨.
정갈한 거동이었다.
가까이서 보면 이제와서지만, 이 사람은 균형이 잡힌 장신이다. 대장부라고 말해도 좋다.
하지만 위압감은 없었다.
그 시선이, 한없이 정온(静穏)해서인가.
야유라고도 받아들일 수 있었을 타다야스의 대답에도 동요하지 않는다.
고요한 눈인 채, 미나토 씨는 고한다.
부디 차후는, 관여를 피해 주세요」
돌아가는 길.
완전히 어두워져 버린 길을 빠른 걸음으로 걷는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우리는 올바른 것을 받아들일 수 없는 애송이야」
할 수 있다면 미나토 씨를 찾아내서 억지로라도 협력하고 싶어. 우리가 무모하게 돌아다니는 것보다는 그쪽이 효율적이야」
개미와 진딧물의 공생 관계를 목표로 하겠어」
푹 쉬어둬?」
……어쨌든, 내던질 수 있는 일이 아니기도 하고」
밤길을 나아간다.
집까지는 그리 멀지 않다.
……그 두 명을.
공허한 눈구멍이 응시하고 있다.
거미.
민가의 벽에, 거꾸러 붙어, 온기 없는 시선을 두 명의 등에 보내고 있다.
거미. 하지만 보통 거미는 아니다.
신장은 6, 7척에도 닿을까.
인간을 한 명 껴안을 수 있을 긴 절족(節足).
동체만으로도 술통 정도는 된다.
공포심마저 일으키는 거구.
채색은, 붉다.
그것도 뿜어져 나온지 얼마 안된 선혈의 색.
밤 그늘 아래에서는, 썩은 피의 색으로 화해 있지만.
피부는 마치, 강철처럼 차갑고, 경질적인 빛이 있다.
――아니.
강철, 그 자체인가.
붉은 강철의 큰 거미.
그림책 속에서만 있어야 할, 이형이었다.
요사스럽게 반짝이는 복안(複眼)의 아래, 두 명의 학생이 멀어져 간다.
거미가 몸을 휘었다.
두 명을 쫓기 위해서인가. 혹은 그 이외의 무언가를 하기 위해서인가.
파리를 포식하기 위한 것은 아니었겠지.
――하지만.
그 기선을 제압하는 자가 있다.
소리는 없었다.
단지 바람을 가르는 기척만이 있었다.
거미의 움직임이 멈춘다.
명확치 않은 그 시선이 방향을 바꾼다.
맞은 편 민가의 지붕 위.
거기에, 우뚝 솟는 일영(一影).
사람의 모습.
하지만 결코 사람이 아닌 형태.
강철의 향기.
그것은 갑옷.
황동색의 갑옷.
하지만 보통의 갑옷이라면, 바람으로 화해서 나타나는 것 따위 이룰 수 없다.
상리를 완전히 넘는 도약, 그리고 착지를 해냈다면, 그것은 이미 갑옷은 아니다.
무자다.
황동의 무자.
둔탁하게 번뜩이는 안광을 우선 두 명의 등에 쏟고, 그리고, 거미를 본다.
거기에 호의를 표하는 것은 한 조각도 없다.
돌아보는 거미와 아주 같다.
이쪽은 호의를 표할 방법도 없었겠지만.
대치의 시간은 대략 수 초.
무자가 지붕을 찬다.
허공을 달리는 그 속도가 질풍의 것이라면, 동시에 달린 칼날은 섬광에도 동일하다.
피할 수도 없는 뇌화(雷火).
하지만 거미의 기동은 뇌화에도 뒤떨어지지 않았다.
붉은 거구가, 휘익, 하고 가벼운 바람을 데리고 춤춘다.
섬광의 칼날도, 가를 수 있었던 것은 그 바람까지인가.
거미는 무상(無傷)인 채, 가로수의 위에 몸을 실었다.
녹색의 잎을 방석처럼, 툭하고 앉은 모습은 익살스럽다.
하지만 그 익살스러움이야말로 마경(魔境)이겠지.
강철의 생물을 맞이했으면서, 작은 가지 하나마저 부러진 울림은 없다.
무자도 또한 인외(人外).
일섬의 실패를 개의치 않고,
거미가 달아난다.
그리고 이번은, 도망칠 뿐에 머물지 않았다.
밤의 바람을 통과하면서, 토해진 그것은 실.
강철의 투망.
순간적으로 방대한 무리가 풀려, 표적으로 날아간다.
무자는 뛰어드는 꼴이 되었다.
반응할 새가 없었던 것인가. 강선의 다발이 무자를 붙잡고, 소용돌이친다.
너무나도 이상한 광경이 거기에 나타났다.
민가와 민가의 사이에 실을 친 강철의 누에고치.
이것을 본 자가 있다면, 과연 여기에서 무엇이 부화할 것인가 하고 두려움에 전율할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서는 아무것도 태어나지 않는다.
누에고치로 보이더라도 이것은 우리.
낳기 위해서가 아니라 봉하기 위한 창조물이다.
강철의 실을 겹겹이 감은 중후한 감옥.
이것에 붙잡힌 죄인은 한데, 어느 정도의 세월 뒤에 죄가 용서되어 외계(外界)로 돌아가는 것일까.
10년인가. 100년인가. 1000년인가――
호흡 한번 들이마실 틈조차, 필요 없었다.
하얀 빛이 달린다.
칼날의 번뜩임.
누에고치의 안쪽으로부터 넘친 빛은, 깜박할 사이에 강사라는 강사 전부를 베어 버려, 부스러기로 바꾸었다.
견고한 감옥의 어이없는 최후.
그것은 단순한 진리를 말하고 있는 것인가.
――보다 강한 자를 가둘 감옥 따윈 없다.
무자의 검은 분명히, 거미의 힘을 웃돌았다.
혼신의 실이란들, 무자에게는 시시한 마술에 지나지 않는다.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이다.
무자야말로 전장의 왕.
어떤 자가 있던 그 앞에선 무릎을 굽힐 수 밖에 없다.
무자를 타도할 수 있는 자는 유일,
보다 강한 무자가 있을 뿐.
……그 이치를, 분별하고 있었던 것임이 틀림없다.
자유를 얻은 무자가 근처를 흘긴다.
하지만 시선은 아무것도 잡지 못했다.
실을 토해 두고, 거미는 도망쳐 사라진 것이겠지.
자취도 남기지 않고 어딘가로, 이형의 벌레는 사라져 있었다.
시선이 흐른다.
거미와 무자가 함께 시선을 주고 있던 두 명의 모습은, 이미 없다.
? :「…………」
무엇을 생각하는가.
혹은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는 것인가.
아주 짧은 사이, 깊이 생각에 잠긴 기미를 보이고.
무자도 또한 몸을 날려, 야암의 속으로 녹아서 사라졌다.
이글루스에서 티스토리에 온 사람들은 역시 밸리 같은 기능이 없으니까 결국 이글루스로 복귀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하지만 저는 무리지요……. 글 하나하나 업로드할 때마다 태그 수정이 많은지라, 지금처럼 막장 상태의 이글루스로는 도저히 못 해먹겠습니다.
뭐, 지금 꼴을 보면 더 나아질 거라는 믿음이 도통 안 가는지라 역시 잘한 선택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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