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종식을 누가 의심하랴.
이 광경에 이르러서, 누가.
아름다운 형태를 잃은 후지가, 탁혈 같은 용암을 분출하여 흘리고 있다.
그것은 생명을 허락치 않는, 존속을 허락치 않는, 창조를 허락치 않는, 파멸 이외를 허락치 않는 허계(虚界).
누가 여기서 사는 것인가.
누가 여기서 사는 것인가?
사람에게 허락되지 않은 것을 스스로 허락하는, 초월의 권능자라고――」
각오하고 있던 해후였다.
만남을 기약하고, 해야 할 일도 결정했다.
히카루.
나의 여동생.
――자신의 꿈에 가라앉은, 미나토 히카루.
만나면 죽인다고, 결정했다.
……결정했으니까.
지금, 당장에.
뇌까림마저 흘려듣지 않고서, 히카루가 응한다.
끄덕이고. 미소를 포함해서.
불타는 지상에서부터 열기류가 불어닥치는 와중에 그 모습은 온화하기마저 했다.
하지만, 나는. 내가 해야 할 일은.
쿡쿡, 하고 웃는다.
결국 뭐였던 건지 나 자신에게 일어난 일인데도 아직 전혀 모르겠지만, 히카루는 히카루. 다른 누구도 아니다」
――아니다.
이런 대화는 필요없다.
나는,
……흠, 그것은 생각한 적도 없다」
되지 않으면, 히카루의 소망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너는, 이미 신이나 마찬가지일 텐데」
――아니다.
이렇게, 달아날 장소를 찾는 것처럼 언사를 놀리는 것이 아니라,
그 “신” 은 부서졌지만, 신위는 사라지지 않았다」
<주변 일대가 빛난다>
<고오오오오오오오…………!>
「아아……이건가!」
《꽤나, 대단하다》
「간장이 10개 정도 늘어난 느낌이구나」
「……그걸로, 이미 충분할 거다.
너는 신이라 자칭할 만한 힘을 가지고 있다」
「이러고서 아직, 무엇을 바라지」
「후후.
잘 아는 것을 굳이 묻는다……거기가 너의 이상한 구석이다」
「……」
「아니――애초에, 히카루는 아직 신의 자리에 걸맞지 않다」
「깨달으면 손에 넣은 이 수수께끼의 힘.
과연, 확실히 강대하다……」
「하지만 힘만 있으면 신인 것인가?
그럼 공룡은 신인가. 해일은 신인가. 80센티 중열차포는 신인가――」
「납득이 가지 않겠지?」
「……」
「힘은, 힘에 지나지 않는다.
인(因)이었더라도 과(果)는 아니다」
「과거, 몇 명의 패왕이 신을 자칭했다.
그것은 그들에게 힘이 있었기 때문인가. 아니. 힘으로 나라들을 따르게 했기 때문에, 왕은 자신에게 신성이 머문 것을 믿은 거다. 신민도 역시」
「……그렇다면, 너는」
끝까지.
「히카루는 역사에 대한 경의 아래, 가리키는 이치에 따르겠다.
아무리 큰 무력을 가졌건, 성과를 세상에 보일 때까지는 결코 사칭하지 않는다!」
「그리고 잘못된 전철도 밟지 않는다!」
「이전의 패왕은 모두, 중도에 타락했다.
세계인류를 어김없이 정복하기 전에 만족하여, 힘에 빠져 불완전한 신이 되었다」
「고로 타도되었다……」
「나는, 그리는 되지 않는다.
패도의 종단까지를 답파한다」
「미나토 히카루는 30억 인류 전부와 승부해 굴복시켜, 그 진실로 신좌에 이르겠다!」
「너는, 무슨 일이 있어도,
그 망념을 버릴 수 없는 건가!?」
「버리지 않는다!
그야말로 망념, 그야말로 우념(愚念), 허나 이 일념이 히카루의 명맥!」
「우선은 무대를 갖추지.
지금, 히카루에게 머문 이 웃기지도 않는 힘……천하만민과 분담하기에도 충분하다!」
「―――――무슨 말을!?」
「히카루는 일신의 소망으로 인해 전인류가 패해 죽는 것을 원한다.
그렇다면 여러 사람들은 히카루의 의사에 저항해서 거절하기 위한 능력을 가지지 않으면 안 된다――그렇지 않으면 공정하지 않다!」
「고로 하사한다!
무의 일법(一法)!
살벌쟁탈(殺伐争奪)의 힘과 마음을!」
「천하포무!
지금 여기서, 미나토 히카루가 발령했다!!」
<콰아아아아앙――――!!>
은의 오른손이 하늘을 가리키고, 섬광이 쏘아졌다.
마치 거꾸로 치솟는 번개.
암공(暗空)에 총상을 연상시키는 구멍이 뚫린다.
――그 주변으로, 대기가 굽이쳤다.
소용돌이친다.
구름이 찢어져서 흩어졌다.
아침의 잔잔한 바다를 닮은 하늘은 거친 바다로 모습을 바꾸었다.
중앙의 눈을 축으로 미쳐날뛰는 선풍……
마치 태풍 같다――하지만,
터무니없는 농도의……》
――무자도 놓치지 않는 정신오염!
저 폭풍우가, 그것을 초래한다……?
이것은 무의 폭풍우다」
「백은의 비바람을 지상에 쏟고 다닌다……
사람들에게 무의 힘과 혼을 주어, 이 히카루와 동등한 무인으로 만든다」
「――뭐……!?」
「이걸로 인류는 심신 모두 완전무장!!
이 안에서 이겨내야만, 신이란 무인!!」
그것은,
설마,
즉――
그 참극의 확대재생산인가!?
사람들을 무의미한 살육투쟁으로 몰아낸다――
은성호와 동등한 힘을 준 다음에.그러한 것인가?
그것은――어느 정도의 파괴파멸을 일으키지?
히카루의 모습에는 미망도 해학도, 어느 쪽의 색채도 존재하지 않는다.
전인류를 멸한다 말하고, 거기에 앞서 전인류를 자신과 같은 최강자로 만든다고 말하고, 그리고 실행으로 옮기면서.
자신의 행위에 대한 의심이 일절 없다.
――폭풍우가 만들어진다.
하나가 아니다.
둘, 셋하고, 차례대로 생성되어 간다.
<슈웅!>
<슈웅!>
중동!」
<슈웅!>
<슈웅!>
암흑대륙!」
<슈웅!>
<슈웅!>
<슈웅!>
……은성호의 호령 아래.
폭풍우들은 충실한 부장처럼, 가리킨 방향으로 돌진해 간다.
어둠과 바람을 흐트리며.
친절한 주석이, 실행자로부터 들어왔다.
《저 폭풍우는 독립한 게 아니야.
발생원과 이어진 채이니까――》
근원을,
은성호를 멸하면, 오염의 폭풍우도 흩어진다.
「…………」
죽이지 않으면 안 된다.
――이미 잘 알고 있었던 일은, 더욱 박두한 현실로 화해서 내 앞에 눌러 앉았다.
히카루를, 죽이지 않으면 안 된다.
당장에. 당장에.
망설이는 사이에라도.
우물쭈물대는 사이에라도.
타치를 뽑아, 지금 당장에.
「――――」
「무엇을 바라지……히카루!」
「거기까지 해서, 무엇을!!」
「좋다. 몇 번이라도 대답해주지.
네가 물음을 거듭한다면, 히카루도 같을 만큼 변함없는 결의를 외치마」
「아버지를!!」
「……큭……」
「히카루의 바람은 단 하나!
나의 아버지를 되돌려줘!!」
미나토 히카루의 심층의 존재는, 미나토 히카루의 비원을 외쳤다.
「나를 이 세상에 낳은 근원을――
아버지의 사랑을 확인하고 싶다!」
「그걸 위해 히카루는 어머니를 멸하고, 세계를 멸한다. 아버지를 빼앗아 속박하는 모든 것을 멸한다.
그걸 위해 히카루는 신이 된다. 인륜에 허락되지 않는 아버지의 탈환을 신권(神権)으로 이룬다」
그것은 마치――
바다에 떨어뜨린 한 알의 진주를 찾는다는 난제에, 업화로 바다를 태우고 녹이면 해결된다는 거와 같은 것.
「왜, 라고 묻느냐?
왜, 이리도 원하느냐고」
「그것을 빼앗겼기 때문이다!!」
“이 아이에게 아버지는 없어”
“이 아이는 당신의 딸이 아니야”
“이 아이를……사랑해서는 안돼”
「나는 기억하고 있다.
어머니가 아버지에게 고한 강탈의 말을, 그 순간을, 혼에 걸고 기억하고 있다」
「그러니까 되찮지 않고선 견딜 수 없다!!」
뇌가 아니다. 그것은 생명의 갈망.
심장을 도둑맞은 인간이 되찾지 않을 수 있겠느냐고, 그렇게 말하고 있다.
결코 견딜 수 있는 충동이 아니라고.
「…………」
「……아버지는……」
「너의, 아버지는」
『카게아키! 여기에 와라!』
『네 녀석에게는 아무 원한도 없다. 이러한 행위를 명하는 것이 괴롭기도 하다.
하지만 이제 와선, 이 어리석은 놈에게 주워진 운명을 한탄할 수 밖에 없다』
『네 녀석이 결착을 붙여라』
「……없다.
이 세상의, 어디에도」
「너의 아버지는, 아버지이기를 버렸다.
버리도록 명령받아……따랐다」
「…………」
「알고 있을 텐데」
「알고 있다」
「그러니까, 포기하고 있었다…….
겉의 미나토 히카루는」
「……」
「하지만 그 그늘에서, 나를 키웠다.
그런데도 아버지에게 사랑받고 싶다는 희망을……」
「나라는, 하나의 꿈을」
비통이 아니라.
자랑하듯이.
그것은 자신의 허구를 말했다.
「……너는……」
「사람의 세상에 감추어진 아버지라면……
세상을 뒤엎으면, 나와줄지도 모르겠지?」
「후후……」
「…………」
히카루는 우스운듯이 웃는다.
나는 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었다.
웃음이 그칠 때까지, 그저 돌의 침묵을 지킨다.
「……」
「……」
「카게아키여……」
「히카루」
새끼 손가락을 만지는듯한 부름을, 위로부터 덧씌운다.
「그렇다면, 너는……
아버지가 돌아와, 너를 딸이라 인정하기만 하면, 그걸로 만족하는가?」
「세계의 파괴를, 그만두나?」
「……그 물음도, 이전에 대답했군」
「히카루가 원하는 것은 제물의 고기가 아니다.
진실된 마음」
「아버지는 사회와 질서를 중시하였고, 그렇기에 히카루를 딸로 인정해주지 않았다.
그런고로, 현세계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히카루의 소망을 들어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래선 안 된다!
진실이 없다. 명색 뿐인 가짜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 것은 원하지 않는다!」
「진실을 얻으려면……
아버지가 존귀하게 여기는 것. 나의 어머니 스바루를, 지금의 인간사회를, 전부 멸하고서 물을 뿐」
「이런데도 히카루를 사랑해주느냐, 라고!
9할이 미움이라도 상관없다. 9할9푼이라도. 나머지 1푼, 정말 조금만……한 조각만, 육친의 애정을 보여준다면, 」
「그걸로 좋다」
「…………」
「그걸로 나는 채워진다」
그 광경을 마음에 그렸는가.
후우――하고.
히카루는, 꿈꾸는듯한 한숨을 흘렸다.
(――――)
실의 존재를 생각한다.
뒤얽힌 실의 다발.
너무 복잡해서, 어디가 어째서 이렇게 된 것인지, 이제 전혀 알 수 없다.
이것을 풀려면, 시간을 들여서 임하는 것이 올바른 방법이겠지.
하지만 그럴 시간이 없다면――
수단은 하나다.
가위를 써서 자를 수 밖에 없다.
매듭을 끊어, 실을 해방할 수 밖에 없다.
이 엉킴을 풀려면, 이제 그것 밖에.
「그런가」
「……카게아키?」
「그렇다면, 히카루」
「너에게 아버지는 주지 않는다」
「여기서……죽어라」
[ESC]
열파의 소용돌이를, 냉기가 짓눌러 물리쳤다.
그것은 겨울의 기상이 만든 것이 아니었다.
한 개인의 마음이 발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것이 대답인가, 카게아키」
「……」
「알고 있었다.
그래, 너는 끝까지 어머님의 아군……내가 아니라」
「어머니야말로 나의 적이었다」
「어머니의 유지에 따른다면,
의붓오빠 카게아키, 너도 히카루의 적!」
「……그 말대로다」
「쓰러뜨린다」
「어머니에게 따르는 그 생명혼백, 전부를 빼앗는다」
「어머니의 것은 어떤 것이건, 이 히카루가 빼앗는다!」
「…………」
「그리고 세계를 타도한다」
「전부 끝난 다음에……
이 몸에 깃든 힘을 사용해, 나의 아버지만을 소생시키마」
「막을 수 있다면 막아보거라!!」
은성호――미나토 히카루의 살의.
그것은 마침내, 나에게 향해졌다.
……승부는 일격.
그렇게, 알아챘다.
말할 것도 없이, 은성호는 무라마사를 일타로 격파 가능하다.
그리고 반대도 마찬가지. 은성호는 이미 대거구(大巨躯)의 “신” 이 아니라, 검 한 번 휘둘러서 양단할 수 있는 규모에 지나지 않는다.
일격을 맞추는 쪽이 이긴다.
전투상황은, 지상전은 아니지만, 지상전에 가깝다.
서로 중력제어로 부유한 이 구도, 육성의 대화를 할 수 있는 이 간합을, 시작점으로 했기 때문이다.
지금부터 기항으로 이행하는 것은, 적 앞에서 등을 보이고 달아나는 거나 마찬가지.
치명적인 빈틈이 된다.
움직여서는 안 된다.
움직이는 때는, 공격할 때.
필도(必倒)의 일타를 대적에게 날릴 때.
은성호는 왼손을 앞으로 보내고, 오른손을 당겨서 자세잡고 있다.
요시노어류 합전예법, 맨손 자세의 하나――회화나무(槐).
약간 아류의 변형이 있다.
왼손으로 방어 또는 속임수를 행하여, 적의 공격수를 무효화하고, 오른손으로 때려 이긴다. 그것이 회화나무 자세의 본의이다.
하지만 이 사용자는 거기에 갇히지 않을 거다.
아마도……
하치만궁 상공에서 싸웠을 때와 같이.
잔재주는 부리지 않고, 그저 속도만을 의지해서 덮친다.
본래, 전술이라고도 부를 수 없는 저돌맹진.
하지만 인식불가능이라는 영역까지 달한 그 전투속도가 있으면――어떤 교치(巧緻)한 전술보다도 더욱 두렵다.
그렇다면, 주먹――그게 아니면 발차기인가.
어느 쪽이라도 괜찮겠지. 그 힘과 기량에 지금 분노와 살의가 더해진다면, 어느 쪽이라도 확실하게, 나를 갑철째로 산산조각낼 수 있다.
……히카루는, 자칫하면 바람에 녹아갈까 생각할 자연스런 모습으로 있다.
그중에 유일하게, 두 눈동자만이 홍련처럼 날카롭게, 진격의 기회를 엿보고 있다…….
대하여.
나는, 노다치를 오른 어깨 위로 쥔다.
무자 정조, 상단의 타치 쥐기.
단순하다 보여도 천변만화의 폭을 가졌지만, 그것이 귀결하는 곳은 결국 단 하나이다――간합에 들어선 적을 벤다.
그것 뿐이다.
세공을 거는 것도 가능하지만, 상대를 생각하면, 하지 않는 편이 나을 정도이겠지.
헛수로, 로 그친다면 오히려 행운. 천금보다 귀중한 시간을 잡아먹어, 패배를 결정짓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이윽고 찾아오는 교착의 사이, 그저 베는 것 이외의 무언가를 할 여유 따윈 없다고 봐야 한다.
은성호가 간합에 발을 딛는 순간을 포착해서 벤다.
……내가 행사하는 술기는, 이것만으로 하는 것이 옳다.
이쪽에게는 간합의 유리가 있다.
맨손의 적에 대하여, 노다치를 다루는 나는 공격범위란 점에서 크게 우월하다.
적이 움직이는 것을 기다린 다음에 선제할 수 있는 거다.
――단.
간합에 들어선 순간을, 확실히 잡을 수 있다면이다.
은성호의 속도에 떨쳐지지 않고서.
여기가 승패를 나누는 최중요점.
나는 그 기회를 내 걸로 할 수 있을까? 일찍이 한 번도 성공하지 못한 대난업(大難業)을, 이번에야말로 이룰 수 있을까……?
은성호의 호흡은 한없이 진정되어 있다.
흡사 잠든 자처럼――
아니, 잠든 자 그 자체.
저것은 꿈이다.
꿈이라면, 심기의 태평함은 신선의 영역에 닿는다.
――진실된 몽상검.
이것의 기선을, 어떻게 제압할까.
성공과 승리의 조건은 셋이다.
하나.
적은 은성호인 것을 잊지 않는다.
하나.
적은 미나토 히카루인 것을 잊는다.
하나.
심경(心境)은 무아에 둔다.
정신오염당했던 그 때……
나는 평소라면 결코 이룰 수 없는 검을 발휘했다.
검주의 힘에 의존하지 않고, 갑철을 쪼개는 폭거를 해냈다.
그 검은 마음의 태도에 유래한 것이었다.
정신오염에 강요당한 외고집의 마음. 무아가 아니라 그 대극이었지만, 잡념을 전부 배제한 점에 있어서는 무아와도 동일한 심경――
거기서부터 태어난 일검.
……그래. 그것보다도 전, 훨씬 옛날에――같은 검을 사용했을 때도, 역시 그러한 심경에 있었다.
무아 또는 가까운 심위(心位)에 이르면, 나는 저 정도까지의 기술을 사용할 수 있다.
은성호를 쓰러뜨리는 것도, 할 수 있다.
그 심경에 이르면……
그 심경에.
떠올려라.
그 좁고 작고 단단하게 병든 심리.
떠올려라.
무아의 이치.
나를, 죽인다.
모든 잡념을, 죽인다.
……무아.
무상이 바깥의 우주를 무로 하는 이념이라면, 무아는 안의 우주를 무로 하는 이념」
그 적을 토벌하라고 바라는, 세상의 의지 뿐」
세상의 의지가 자네를 찔러서 움직여, 적을 토벌할 걸세」
무아.
나를, 죽인다.
모든 잡념을,
미나토 히카루의 오빠로서의 마음을,
죽인다.
죽인다.
[ESC]
적이 공격해올 때,
그 기회를 파악하여, 벤다.
……첫칼은, 회피될 가능성도 있다.
그 때는,
그 기회도 파악한다.
적이 피한 찰나를 간파하여,
적이 피한 방향을 간파하여,
뒤집은 일격을 보내어, 벤다.
――츠바메가에시(燕返し).
만약, 있다고 한다면」
간파했다――
백은의 궤적,
신속의 돌진을 마침내 파악했다.
감각이 아닌 관격(観格)으로, 마침내 깨달았다.
벤다,
라고, 생각할 사이도 두지 않고,
나의 육체는 응하고 있었다.
노다치를 내리쳐서,
적기를 양단, 작열의 땅으로 떨구려고.
베어서……
허공을 가른다.
최선을 다해낸 나의 일검이,
피를 얻지 못한다.
왜냐하면――
백은, 무섭구나.
최선을 완수했음에도 닿지 않는다.
필살일 터인 일검을,
――피해냈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적이 피하는 것,
위로 달아난 것을, 알고 있었다.
적의 공격이 아직 닿지 않은 지금 이 순간에, 깨닫고 있었다.
즉.
나는, 놓치지 않았다.
포착하고 있다.
백은, 나의 관(観) 속에 있다.
검이 뒤집힌다.
궤도를 반전하여, 위쪽으로.
거기에 있는 그림자를,
베는,
그 기선을,
제지당했다.
입맞춤을 나눌 정도의 간격에서, 마주 본다.
얇은 종이 한 장을 바늘로 뚫는――그만큼의 시각.
시선과 시선을 나눈다.
승부는 결정되었다.
싸울 기회(戦機)를 궁구하고 또 궁구한.
최속의 검, 최단의 검을 행하여.
결국 미치지 않았다.
이 속도를.
결국 넘지 못했다.
앞으로 일 순간의 천분의 일, 시간이 있었다면 되었다.
그것만 있으면, 적이 덮치기 전에 벨 수 있다.
하지만 그 짧은 순간을, 이 백은은 주지 않았다.
간합은 이미 품안.
길이가 긴 노다치로는 베려 해도 벨 수 없는 거리.
적의 권타(拳打)는 결코 빗나가지 않는 필살의 거리.
그렇다면 추세는 이제 뒤집히지 않는다.
승패는 정해졌다.
――정해진 거다.
그렇다면,
나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오른손이, 움직이고 있다.
이상하다.
이 손은, 노다치의 자루에 있었을 터.
왜, 떨어져 있는가.
무엇을 하려는 것인가.
오른손은, 나의 허리로 향한다.
거기에 있는 무언가를, 쥐려고 한다.
거기에 있는,
와키자시를.
(그런, 가)
이것은.
내가 단련해서, 육체에 스며들게 한 술기의 하나.
요시노어류 합전예법,
――――비익(比翼).
타치를 베어내리는 그 순간,
오른손을 타치로부터 떼어놓아, 와키자시를 뽑아서 베어 올린다.
타치를 간파해서 품에 뛰어든 적에게 보답하는 술법.
나는, 그것을 사용하고 있는 거다.
의도하지 않고.
어째서?
어째서, 이렇게 되었지?
(승리의 조건)
(적이 은성호인 것을 잊지 않는다)
그래.
나는 기억하고 있다.
적은 은성호라고.
승산에 승산을 겹쳐 쌓아, 그런데도 배신당하는 상대라고.
무엇보다도, 몸이 기억하고 있다.
몇 번이나 고배를 마신 이 살이, 뼈가.
그러니까.
이번에야말로, 라며.
최악에 최악에 최악을 예측해서, 거기에 응하기 위한 동작을 준비했다.
요시노어류, 비익.
……나는,
은성호보다도,
――――――――――――빠르게,
와키자시를 뽑아서……
베었다.
[ESC]
<휘익!>
이해하려 노력한다.
――이 순간――
나의 육체는 필승의 방책을 이루어,
적의 타격에 앞서서,
베었다.
그리고,
이, 아무것도 울리지 않는 오른팔.
허공을 베고 있었다.
허공, 만을.
이해하려 노력한다.
……무엇이, 일어났지?
《――――》
무라마사가 외친다.
뇌에 보내지는 신호.
언어처럼 멀리 도는 것이 아닌 정보전달.
그것은 말하고 있다.
공간
왜곡
공간왜곡.
그래.
그 “신” 이 사용해보인 능력.
중력에 의해 공간을 굴절시킨다.
은성호의 기능에 “신” 의 힘을 합쳐서 이룩된 재주.
그것을 “신” 의 힘을 계승한 은성호가 해내지 못할 이유는 없다…….
고로 사용했다.
극소규모의 왜곡을,
극소시간에 발생시켜,
불가피했을 칼날을, 물리쳤다.
그리고.
<콰아아아아앙――――!!>
마침내 카게아키는 무아의 경지에 발을 들였습니다.
그 동안은 인식조차 할 수 없었던 은성호의 속도와 기술에, 그녀에 필적하는 반응속도와 수 읽기로 맞섰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은성호에게는 한발짝이 미치지 못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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